토리정원

* 표시: 독서모임 같은 강제력에 의해 읽은 책

이번 분기엔 스스로 읽은 게 별로 없다 ㅎㅎ








1월


 


트렌드코리아 2021 / 김난도 *


서울대 소비분석센터에서 예측한 2021년 전망을 다룬 책이다. 그동안 여기서 만들어내는 신조어들이 너무 억지스러워 보여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읽어두면 쓸모 있을 내용이 많았다. 조금이라도 아는 주제는 지식을 추가하면서 정리해볼 수 있고, 잘 모르는 주제도 새롭게 배울 수 있다. 가령 평소에 '요즘 당근마켓이 유행이네?' 정도의 생각만 했다면, <트렌드코리아>는 중고거래 유행 현상을 'n차 신상'이라 명명하고, 이 현상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며 어떤 사회적 배경이나 심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지 설명해준다. 새해를 맞이하기에 시의적절한 책이었다.


 


디어 에번 핸슨 / 벨 에미치, 스티븐 레번슨, 벤지 파섹


동명 뮤지컬의 원작소설인 줄 알았는데 사실 뮤지컬이 원작인 점이 특이했다. 읽는 내내 엄청난 공감성 수치를 느끼고 괴로워했다. 주인공이 어떤 거짓말을 덮으려고 또 거짓말을 하다가 스케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이야기인데, 중반부는 마치 SNS 시대의 악몽 같았던 것이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이 자식아…!!! 결과적으로 어떻게 잘 풀리긴 했지만 내가 코너였으면 유령이 되어서라도 에번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플레인 센스 / 김동현 *


'모든 비행규정은 피로 쓰였다'는 서두에 깊은 인상을 받고 시작했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피로 가득한 내용일 줄은 몰랐다. 하이재킹 테러로 죽고, 밀항하다가 죽고, 비행기끼리 공중에서 부딪혀 죽고, 담배꽁초와 핸드폰 배터리로 기내 화재가 발생해 죽고…. 저자는 결국 이 많은 일화를 통해 안전수칙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 안전수칙은 때로 불편과 낭비를 초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없거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항공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안전성이 한번 확보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매 비행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2월


 


햄릿 / 윌리엄 셰익스피어


국립극단 햄릿을 보고 읽었는데, 이봉련 배우로 상상하니 전보다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참 명성에 비해 나에겐 지루하게 느껴지는 희곡이다. 셰익스피어가 대사를 멋지게 쓴다는 건 알겠다. 미치광이의 헛소리와 배우와 광대의 뜬구름 잡는 듯한 말들 사이에 툭툭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진심이 좋다. 하지만 남자 너무 많아! 남자가 하는 말도 너무 많아! 살든가 죽든가 너 알아서 해! 해설을 읽어보면 내가 많은 걸 놓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잘 와닿지는 않는다.


 


아마데우스 / 피터 셰퍼


차지연 배우의 살리에리에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이렇게 속이 비비 꼬인 놈이 다 있나. 때로는 비웃음이 나고 때로는 징글징글하고 때로는 조금 안쓰럽다. 그의 열등감과 자기연민에 공감해서는 아니고, 그냥 절대로 이룰 수 없는 무언가에 집착한 한 인간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꼴이 좀 보기 딱하달까. 신이 왜 카인의 제물은 받지 않고 아벨의 제물은 받았는지, 왜 모차르트에게는 재능을 주고 살리에리에게는 주지 않았는지, 어차피 인간으로서는 알 길이 없는 것을. 그런 건 그냥 세상에 일어나는 일이고, 누가 잘해서도 잘못해서도 아니다.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저자의 에세이. 다양한 어린이들의 일화를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감동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어린이였던 시기를 지나온 성인으로서 지금의 어린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아동 대상 범죄, 노키즈존 이슈, 일상 속의 아동혐오적 언행 등, 어린이 역시 사회의 일원인데도 아직 제도나 인식이 그들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 또한 몇 년 전까지 '난 애 싫어해' 같은 말을 쉽게 내뱉곤 했다. 이제는 어린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일단 ‘-린이’ 안 쓰기부터!


“우리가 어린이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린이 스스로 그렇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자에게 안전한 세상은 결국 모두에게 안전한 세상이다.”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 노희영 *


마켓오, 비비고, 계절밥상, 백설, 올리브영 명동점, 영화 <광해>와 <명량>까지, 이름만 대면 아는 여러 유명 브랜드가 이 저자의 손을 거쳤다고 한다. 누군가의 성공기가 흔히 그렇듯이 재미있고 사이다 감성도 충족되며, 익숙한 브랜드의 탄생 비화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서술이 너무 자기중심적이랄까, 잘된 브랜드는 자신이 손대서이고 실패한 브랜드는 자기가 손을 뗀 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라는 식이며, 어떤 부분은 좀 자신에게 유리하게 쓰려는 티가 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을 브랜딩해 왔듯이 이 책을 통해 노희영 자신을 브랜딩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3월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 김초엽, 듀나, 정소연, 김이환, 배명훈, 이종산 *


팬데믹을 주제로 한 국내 SF작가 앤솔로지. 인상적인 부분도 몇 군데 있었지만 대부분 그냥저냥 평이하게 읽었다. 이야기로는 김초엽의 <최후의 라이오니>, 김이환의 <그 상자>를 재미있게 읽었고 가장 참신하게 느낀 건 배명훈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였다. 역사학과 격리실습실의 존재도, 침이 튀는 행위를 기피하면서 국어에서 파열음이 사라졌다는 설정도 흥미로웠고, 뮤지컬 ‘드라큘라’ 얘기가 나와서 반갑기도 했다.


 


인류세: 인간의 시대 / 최평순,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 *


인류세(Anthropocene)는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지질시대로, 1950년대 이후의 급격한 산업화가 지구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했음을 나타내기 위해 제안된 용어이다. EBS 다큐프라임 팀의 취재를 따라 낙타와 어류의 배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 바다에 버려진 라이터를 모아 만든 서핑보드 등 지구 곳곳에 남긴 인류의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급격한 인구 증가로 몸살을 앓는 붕인섬의 현실이 현 지구의 축소판처럼 소개되는데, 섬 주민들이 자치를 통해 상황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모습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듯했다.


 


예술가는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가 / 채효영 *


예술사회학적 관점에서 서양미술에 드러나는 서양의 문화와 정신을 분석한 책이다. 이성을 중시하는 서양의 인간중심적 세계관이 어떻게 죽음, 자연, 여성과 같은 대상을 악으로 규정하고 타자화했는지, 또 그런 관념이 미술작품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익숙한 그림과 일화도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다른 미술 교양서에는 잘 나오지 않는 그림들도 많이 접할 수 있다. 화가들이 그린 ‘팜므파탈’적 여성의 모습을 비교하는 부분을 특히 재미있게 읽었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림은 자연의 비정함을 보여주는 Edwin Landseer의 <Man Proposes, God Disposes>였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 호프 자런 *


<랩걸> 저자의 신작. 식량·에너지·환경 전 분야에서 지난 50년간 지구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다양한 생활밀착형 예시를 통해 설명하며, 사람들이 ‘덜 소비하고 더 나눌’ 것을 독려한다. 특히 미국인과 OECD국가 사람들을 겨냥해, 우리가 지구 전체에서는 비교적 혜택받은 부류임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실천하자고 촉구한다는 점이 훌륭했다. 자기 선조들 때문에 세상이 망가진 건 생각하지 못하면서 꿀만 빠는 1세계인도, 인식의 수준이 ‘우리는 분리수거 잘 하는데 미국과 중국이 문제다’에 머무른 한국인도 어쨌든 환경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거다.


“우리가 식량과 안식처, 깨끗한 물을 누리는 집단이라는 사실은 지금껏 우리가 위태롭게 만들어온 세상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언가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 tory_1 2021.05.07 22:36
    잘읽었어!
  • tory_2 2021.05.10 08:25
    후기 다 좋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이 책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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