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https://www.dmitory.com/game/139463795
이게 마지막 글이라 분량이 좀 더 길어ㅋㅋㅋㅋ
피닉과 불꽃
피닉루트의 핵심적인 상징 중 하나인 ‘불꽃’은 기존에 피닉이 나오는 스크립트에 빈번히 언급됐어.
(이건 내가 전보 7단을 미처 못 찍어서 퍼왔어ㅋㅋ 출처는 https://twitter.com/DJoIP2ce2a5T5s7/status/1091929★267204575233?s=20 여기야)
도감의 인연단편에는 피닉이 불꽃이 희망의 빛 같다고 좋아하고, 언젠가 지휘사와 불꽃축제를 함께 가고 싶어하는 내용이 나와.
그리고 피닉은 세계 멸망 D-Day인 두 사람의 도시 엔딩에서 지휘사에게 그런 자신의 소망을 말해. 두 도시에서 피닉은 비록 불꽃축제는 못 가지만 지휘사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불꽃을 잔뜩 사오고, 둘이서 천상지화로 불을 붙여 불꽃놀이를 해.
그리고 마침내 불꽃축제 스크립트에서 피닉은 그 소망을 이루어. 와! 피닉은 '선배가 천상지화를 보고 걸으면 우린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천상지화로 지휘사를 위한 불꽃을 쏘아올려.
피닉루트 엔딩의 제목은 ‘깊은 바다의 불씨’야. 피닉은 천상지화와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자신은 영구한 잔존율로 남아 결국 지휘사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지휘사를 위로하지. 또한 엔딩 영상에서 ‘진리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한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 거예요.’라는 말을 남겨.
이러한 피닉의 말은 결국 불꽃축제에서 피닉이 한 말('천상지화를 따라 보고 걸으면 우린 분명 다시 만날수 있다')과 상통해. 지휘사는 가라앉은 천상지화의 흔적을 표지로 삼아 이 세계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고, 언젠가는 시공의 영구한 잔존율로 남은 피닉과 재회할 수도 있을 거야. 림봉아 림봉아 이계피닉을 내놓아라... 결국 불꽃이 의미하는 건 희망이고, 천상지화고, 천상지화와 함께 가라앉은 피닉 자신이야.
피닉과 별하늘
피닉의 신기인 ‘천상지화’는 불꽃이기도 하지만 '하늘 위의 불'이라는 점에서 어찌보면 별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천식루트에서도 나왔듯이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불꽃과 마찬가지로 ‘희망’을 의미하지. 사실 불꽃 부분에서 이미 의미심장한 내용들은 다 다뤘으니 이 부분은 별 내용도 없고 가볍게 넘길게ㅋㅋㅋ
첫 번째 추억단편에서 피닉은 마술 같은 과학실험을 통해 ‘여름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빛나는 결정을 만들어서 지휘사에게 보여주고, 마음에 들면 선물하겠다고 해.
놀랍게도 그 내용은 뜬금없이 1주년 준비 스크립트로 이어지는데... 지휘사가 ‘피닉이 나에게 보여줬던 실험 있잖아’라고 운을 띄움으로써 1주년 준비 스크립트가 추억단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임이 드러나. 피닉은 지휘사의 부탁으로 거울을 이용하여 별하늘을 옥상으로 가져오고 지휘사에게 별하늘을 줘. 과학으로 만들어낸 별하늘의 아름다움은 비록 한 순간이지만 영원한 법이라고 하면서.
1주년 무도회에서는 일단 피닉의 무도회 코스튬 등장 효과가 대놓고 별하늘(우주)이고ㅋㅋ 피닉은 무도회에서 지휘사와 춤춰서 별하늘로 가는 홀로그램도 만들고, 지휘사에게 망원경을 선물해서 마음에 드는 별하늘의 본을 떠주겠다고도 해.
별하늘은 결국 피닉한테 과학, 불꽃... 이런 키워드들과 어느 정도 연계되어 있어. 불꽃이 과학을 통해 포착할 수 있는 희망이라면, 별하늘은 피닉이 과학을 통해 추구하는 불가능한 이상향이야.
영칠에서는 흑문 너머의 이공간이 항상 우주의 형태로 묘사되는데, 별하늘을 추구하던 피닉이 피닉루트에서 결국 시공의 균열을 넘어 이공간에 남게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이러니하다고 느껴진다ㅠㅠ
정리
요약이라고 해야 할까? 피닉의 가치관, 그리고 불꽃과 밤하늘에 대한 애정을 정리하는 대사가 1주년 준비 스크립트에 나와.
결국 이 대사가 피닉이라는 캐릭터와 피닉루트를 표상한다고 생각해. 피닉은 자신을 피우기 위해 생명을 소진하는 불꽃이자, 적막을 깨고 시공을 넘어 찰나의 빛을 남기는 사람이지. 피닉은 그로써 인류가 항상 희망을 기억하길 바라. 이는 영칠에서 또 다른 핵심 루트였던 모정루트의 주제인 인간찬가와도 일맥상통해.
피닉(菲尼克)의 이름은 중국어로 ‘피닉스(Phoenix, 菲尼克斯)’의 음차 중 일부를 따온 것으로 보여. 불사조가 자신을 불태우고 새로운 생명을 얻어 윤회한다는 것과 피닉이 도감에서 프로메테우스에 비유되는 걸 보면 제작사는 당초 피닉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모형정원의 잔존율이 극에 달한 상황의 말미에 피닉을 통해 극에 새로운 흐름을 부여할 것을 예정했던 것 같아. 말마따나 ‘미약한 소리가 신의 영역으로 통하는 계단’이 되어서(피닉루트 엔딩 스크립트), 뒤이어 신캐가 등장하는 2주년 루트가 나오는 걸 봐도 그렇고. 그래서 피닉 개인에 대한 스크립트, 피닉루트의 서사, 메인스의 줄기가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피닉이 썩 남덕들 취향 캐인 것도 아니고 피닉 관련해서는 여덕 노린 거 같은 스크립트가 많은 거 보면 좀 신기해ㅋㅋㅋㅋ
사족이지만ㅋㅋ 지휘사가 가족도, 기억도 없이 수없는 윤회를 거치며 세계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피닉의 가치관과 일치하면서도 피닉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서(지휘사가 아니니까) 피닉은 지휘사를 굉장히 존경하는 것 같아. 피닉이 피닉루트에서야 비로소 잔존율과 세계의 비밀을 완벽하게 풀어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잔존율 연구를 하고 있으니까 위의 1주년 스크립트를 보면 무의식 중에 지휘사에게 쌓인 잔존율을 느끼는 것일 수도?
처음엔 패기있게 분석글이 아니라 정리글이라고 썼지만 뒤로 갈수록 정리가 아니라 주관 섞인 분석글이 되어버린 거 같고... 너무 비슷한 내용을 반복한 거 같고... 그래도 나름 주관적인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고 쓴다고 썼으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ㅋㅋㅋㅋ 피닉루트 읽으면서 이거 어디서 본 내용인데? 싶은 건 많았지만 구체적으로는 생각이 안 나서 아쉬웠던 마음에 정리한 거거든. 글에 대해서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나 문제 있으면 덧글로 의견 부탁해!
그럼 사심을 담아 피닉의 애교로 마무리!
분석글 정말 잘 봤어 토리야! 깔끔하게 정리해줘서 너무 고마워.
피닉은 거의 게임 초기캐인데도 캐릭터 빌딩이나 쌓아온 스크립트들이 캐붕이나 엇나간 곳 없이 한 방향으로 탄탄히 쌓아올려진게..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 사실 피닉같은 과학도 캐릭터는 이런 섭컬겜에선 매드 사이언티스트나(ㅋㅋ) 유사과학 오타쿠로 보이기 쉬운데, 그런 단순한 캐릭터성이 아니라 " 과학 "이라는 설정을 깊게 생각하고 만들었다는게 잘 들어나는 것 같아. 결국 이런 스크립트들이 내가 이 겜을 못놓는 이유같음ㅠㅠ....
피닉의 과학은 진리를 추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진리를 통해 다함께 나아간다는 것에서 의미가 큰 것 같아. 이런 이과적인 인간찬가 스토리는 내 평생 처음이였어... 또 지휘사랑 관계성도 너무 좋고. 피닉은 아직 청소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시사점이 많은 캐릭터같아ㅠ 정말 미래 그 자체같아서....
또 이건 정리글 보면서 느낀 생각인데, 얘 스크립트 자체만으로도 뭔가 루프하고 있다 해야하나.. 묘하게 이야기들이 이어져있다는 생각이 들어. 피닉이 지휘사를 부르는 호칭이 어떤 스크립트에선 그냥 "지휘사(이름)님"이고, 어떤 곳에서는 선배라고 지칭하는데.. 영표 첫 만남때 선배라고 부르기 시작하는 걸 생각했을때 뭔가 호감스 피닉 / 영표 피닉 이렇게 둘로 나뉘어져서 있는것도 같고, 지휘사 → 선배라고 호칭이 바뀌는 걸 스크립트 순서로 나열하면 그거 나름대로 하나의 루트처럼 이어지는 것 같아서 되게 재밌는 듯. 솔직히 얘네가 별 생각없이 쓰다보니 이렇게 됐을수도 있지만ㅋㅋㅋㅋ 영표-칠흑 탄 과몰입 오타쿠는 눈물난다 이거에요......ㅠ
정리글이 너무 기뻐서 나도 구구절절 써버려가지고ㅠㅠ 괜히 미안하네...
쓴톨 넘 수고했고 스크랩해서 두고두고 볼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