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게임을 끝마치고 몇분간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봤다.
PTSD를 겪는 엘리처럼 가슴께가 아파왔다.
라스트 오브 어스1 이후 오랜 기다림 끝에 하게된 2는 슬픔과 좌절감을 동반했다.
차마 엘리에게 다가갈 수 없던 조엘의 마음처럼,
죄책감으로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었던 엘리의 마음처럼,
미묘하고도 복잡한 심경들이 나를 헤집었다.



2의 오프닝은 1과 다르게 밝게 시작한다.
전편 오프닝에서 딸을 허무하게 잃은 조엘은 2에서 그 자리를 대신한 엘리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엘리는 조엘의 연주를 듣고 귀기울이며 그저 조용히 미소 짓는다.
시간이 흘러 잭슨은 더욱 번영했고 엘리는 성년이 되었다.
풍부한 작물들과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잭슨의 분위기가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던 전편의 상황과 비교되어 감동을 느끼게 한다.유저들이 예상하고 바랬던 후속편의 분위기, 느낌이 좋았다.




엘리는 시작부터 전날 파티에서 '디나'라는 여자애와 키스하고 그 때문에 마을 노인한테 한 소리를 들은 뒤 조엘과 다투는 사견을 겪게된다.
우습게도 그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은 디나의 전남친 '제시'이다. 흔히 볼 수없는 낯설고 기이한 삼각관계에 전편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엘리의 성정체성을 알게된다.(DLC를 한 유저라면 엘리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테지만 파트1만 플레이한 유저들은 이때 처음 알게된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는 게임이 끝날때가지 보여진다.



엘리는 디나와 순찰을 돌며 농담하고 눈을 맞추는등 묘한 기류를 형성한다. 아름다운 설원의 광경을 함께보는 둘의 모습은 전편에서 기린떼들을 발견하고 편안해보이던 조엘 엘리의 모습과 겹친다. 엘리는 조엘의 이야기를 간간히 꺼내지만 전편과는 다른 서먹한 분위기. 엘리의 일기를 보면 디나와 관련된 얘기 뿐, 조엘은 없다. 일기를 통해 엘리 또한 디나에게 마음이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된다.



라오어2에서는 클리셰를 비트는 몇가지 순간들이 있는데 폭설을 맞아 디나와 떨어져 불안에 떠는 엘리의 장면이 그 중 하나다.
디나가 무슨일을 당하는건 아닐까 불안에 떨지만 곧 디나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단순 해프닝으로 끝난다. 폭설을 피해 엘리와 디나가 향하는 곳은 유진이 머물렀던 도서관. 도서관 지하의 아지트를 발견하고 여기가 뭐하는곳인지 디나가 묻는다. 거기에 엘리는 보나마나 떡치는곳이겠지 라고 거침없는 대답을 한다. 마치 여기 있을 앞으로의 일을 예고하는 것처럼.



둘은 아지트에서 대마를 발견하여 피우다 전날 파티에서의 키스에 대해 이야길 나눈다. 
파티에 오라 부르고, 키스를 하고, 키스얘기를 먼저 꺼내는 적극적인 디나 앞에서 엘리는 수줍어 어쩔줄 모르는 평범한 열아홉살처럼 보인다.
이윽고 디나와 농도짙은 키스를하고, 장면은 긴급한 상황에 놓인 조엘과 토미, 애비의 모습으로 바뀐다. 엘리와 조엘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위기에 놓인 조엘의 상황이더 아찔하고 불안하도록 느껴지게 한다.



1에서 어린엘리에게 볼수없었던 모습들을 2에서 디나를 통해 보여준다.대마를 피우다 격정적인 키스를하고 정사를 암시하는 장면이 그러하다. 전편에서도 험한 욕을하고 적을 서슴없이 죽이는 어린애 같지않은 면모를 보였지만 2에서의 엘리는 조엘의 영향력이 닿지않는 성년이 되었음을 각인시키듯 대마를 피우고 연인과 진한 스킨십을 하는데, 그 모습이 플레이어 입장에서 마냥 환영하기도 그렇다고 거부하지도 못하는 오묘한 마음을 갖게한다.



엘리는 디나에게 자신이 면역이란 사실을 고백한다. 자신의 비밀을 얘기할 정도로 디나를 믿고, 전부 보여주고 싶어한다는걸 알수 있다. 하지만 디나는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둘이 서로 몸을 부대끼던중 제시가 찾아온다.



제시가 아직 모습을 보이지않는 조엘과 토미를 언급하자 엘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이때 엘리의 얼굴을 엔딩을 다 보고난 지금 회상하면 마음이 아프다. 무언의 이유로 예전과 다르게 서먹해졌지만 엘리는 계속 조엘을 특별하게 생각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급하게 눈길을 뚫고 달려와 어느 산장에 도착한 엘리는 고통에 울부짖는 남자의 비명소리를 듣게된다. 비명소리를 따라가 지하실 문을 열자, 피로 물든 조엘의 얼굴과 골프채를 든채 멈추지 않는 여자, 무리들의 폭력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전편에서 통쾌하게 적들을 처리하던 조엘과 엘리 콤비는 없고 무력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조엘과 손발이 묶인채 아무것도 할수없는 엘리의 모습만이 있다.
이에 플레이어는 고통과 분노를 느낀다. 최악의 상황에서 주인공들을 컨트롤하여 난관을 뚫는것이 게임의 일반적인 예다.
하지만 라오어2는 시작부터 그것을 막는다. 어찌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가져다주는 좌절감에 이 게임을 계속해도 괜찮을지 묻게된다.




무덤앞에 울먹이는 엘리, 꽃으로 둘러쌓인 조엘의 집, 조엘의 집 문앞에서 떨리는 엘리의 손, 엘리와의 추억이 담긴 박물관 팜플렛, 엘리가 그려준 조엘의 초상화, 부엉이 그림의 머그컵, 친딸 사라의 사진 옆에 나란히 놓인 엘리의 사진등이 마음을 저리게 한다.
특히 조엘의 옷 채취를 맡고 고갤 숙이는 엘리를 보며 너티독의 연출에 감탄하면서도 인정사정 없는 그들의 연출방식에 탄식이 나온다.



토미가 조엘의 복수를 하기 위해 말도없이 떠나고, 엘리는 조엘의 복수를 위해 또 토미를 찾기위해 무자비한 복수의 여정을 시작한다.
여정에 연인 디나가 함께하고, 엘리는 조엘의 상실과 복수때문에 음식도 잘 먹지 못하는 지경이지만 디나의 존재로 잠시 힘든 생각을 잊기도 하고그것이 미안함으로 돌아왔다고 일기에 적힌다. 나는 여기서 엘리가 만약 복수를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다면, 조엘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지 않았다면 엘리는 시간이 흘러 조엘의 죽음을 자연스레 잊고 디나와 지내며 극복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시애틀 첫째날,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탐색하던 중 들른 악기상점에서 기타를 발견하고 엘리는 연주를 시작한다.
디나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엘리의 모습은 조엘의 죽음과 복수의 여정이란 암울한 상황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하지만 곧 다가올 현실이 어떨지 알기에 차분히 기타를 연주하는 엘리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라오어2에서 손꼽히는 명장면.
여기서 엘리가 부르는 A-HA의 Take on me는 디나를 향한 세레나데이자 현재와 미래의 엘리를 나타내는 가사다. 



감염체 무리와 애비가 속한 조직 WLF와 마주하며 엘리는 디나와 함께 싸운다
지하에서 좀비를 마주쳐 방독면이 깨지고 자기것을 가져가라는 디나와 실랑이를 벌이다 면역자란 것을 고백한다.
통제할 수 없는 좀비들 무리에 쫓겨 극장으로 피신하고 디나는 엘리가 면역자인 것에 충격을 받다 이내 마음을 먹은듯
임신한 사실을 고백한다. 디나의 임신소식을 듣고 엘리는 충격에 휩싸이며 디나에게 해선 안될말을 충동적으로 뱉는다.
상처받은 눈빛의 디나를 뒤로하고 주변을 살피겠다며 엘리는 상황을 피한다.
정신적 충격을 입은 엘리의 마음을 표현하듯 밖에는 비가 쏟아진다. 이런 상황에 디나의 임신까지 겪는 엘리가 안쓰러웠다.
극장 무대 뒤편에 낡은 기타를 발견하고 조엘이 불렀던 노래를 두 소절까지 밖에 못부르며, 쓸쓸한 표정으로 기타에 몸을 기댄다




그리고 조엘과 엘리의 3년전 회상장면으로 넘어간다. 현재의 죽은 인물이 과거에 나오고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DLC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어린 엘리로 돌아가면서 바뀐 성우의 목소리와 엘리의 분위기, 조엘과의 관계성이 미래의 일을 미리 아는 플레이어 입장에서 반갑기도, 마음을 욱씬거리게 하기도 한다. 조엘이 수영을 가르쳐주는 것이나 물위에 있는 나무판자를 보고 태워달라 농담하는 엘리의 모습은 전편에서의 둘이 자연스레 떠오르며 울컥한다. 무엇을 가르쳐 계승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행동이다. 조엘에게 수영을 배워 잠수를 하고 자유롭게 헤엄치는 엘리의 모습에서 혈연은 아니지만 마치 부모와 자식같은 사이가 된 조엘과 엘리, 둘의 관계성이 와닿으며 라오어1에서 느꼈던 감동과 여운을 다시 느끼게 한다. 





너티독은 여기서 놀라운 연출력과 그래픽을 보여주는데 거대한 공룡 조각상을 발견하는 모습과 모형 우주선 안에서 테이프를 듣고 엘리가 상상하는 모습이다. 이 장면들은 1편과 DLC가 있기에 더욱 빛나는 명장면이다.
DLC에서 공룡을 보여주면 라일리를 용서해주겠다고 들뜨면서 말하던 엘리의 대화 1편 가을파트에서 좀비를 처리하고 온 조엘에게 내 꿈은 우주비행사에요 저 위에 제가 떠있는 모습 상상이 되나요? 하던 엘리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명확하게 와닿는 DLC와 1편에서 엘리의 그 말들은 이루기 힘든 어린아이의 헛된 꿈처럼 취급되지만 2편의 조엘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엘리의 꿈들을 이루어준다. 그러니 행복에 젖어 눈을 감아 우주탐험을 상상하는 엘리의 모습에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고 점점 커가는 엘리와 여전히 감염자들이 즐비한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엘리는 파이어플라이와 백신으로 쓰이지 못한 자신의 과거를 파헤치게 된다.병원에 남겨진 녹음기로 모든 진실을 알게된 엘리는 조엘을 원망하고 밀쳐낸다. 갈등의 불씨는 해결되지 못한 채 조엘은 갑작스런 죽음을 맞았고, 엘리는 남겨진 자가 되었다.남겨진 자에게는 상실의 고통과 생전 잘해주지 못한 죄책감이 섞여 괴롭다. 엘리는 이런 고통을 애비를 향한 분노와 복수로 승화시켜보지만 얼마가지 못한다. 복수는 갈수록 죄책감만 더하고, 분노의 원인인 최후의 상대를 쓰러트리지 못한다.




1편에서 모든 역경과 시련을 뚫고 이겨냈던 엘리는 2편에서 모든것이 무참히 실패한다. 1편에서 용기있고 의리있고 특별해보이던 엘리는 2편에서 두려워하고 주저하고 결함이 가득한 엘리로 보여진다. 그 겷함은 엘리가 조엘에게 자신을 왜 살려냈냐며 탓할때 도드라진다. 결국 그녀는 영웅이 아니라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살기위해 몸부림친 아이였을뿐.
내면은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그 나이또래의 사춘기 소녀였을 뿐이다. 자신을 구해낸 아버지같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감정을 확신하지 못하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아직 찾지 못한 불완전하고도 미성숙한 존재. 어린 소녀였을 뿐이었다.



인간성이 아직 상실되지않은 레브 덕분에 사랑하는 연인 디나와 자신, 뱃속 아기의 목숨까지 구한 엘리는 잭슨 외곽지역에서
농장을 세우고 살아간다. 표면적으로 평화로워보이는 이 삶에서 엘리는 결코 평안하지 않다는걸 곧 보여주는데, 복수를 말리는 사람에서 복수를 종용하는 사람으로 변해버린 토미의 등장과 조엘이 죽어가며 울부짖었던 신음소리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피에물든 조엘의 얼굴이 엘리를 괴롭힌다.

결국 사랑하는 연인과 아기를등지면서 이 모든것을 끝내기위해 애비를 다시 한번 찾으러가는 무모한 여정이 시작된다.



하지만 지켜야할 것들을 애써 외면하고 찾은것은 초췌하고 초라한 애비의 모습.
적개심은 잠시 사라지고 일단 그녀를 풀어준다. 결박에서 풀려나자 바로 레브를 걱정하며 안아드는 애비를, 엘리는 가만히 지켜본다.
자신이 미처 보지 못했던 조엘의 모습이 저랬을까 생각하듯, 엘리의 미간이 좁혀진다.
그리고 두 개의 보트앞에서 각자 멈춰서고 이렇게 복수가 흐지부지되나 싶을 때쯤 엘리는 자신이 흘린 피에서 다시금 조엘의 얼굴을 떠올린다.
조엘에 대한 엘리의 죄책감이 아직 씻겨가지 못했다. "널 이대로 보내줄 수 없어." 엘리는 결투를 신청하고 지킬 것이 생긴 애비는 더이상 싸우고 싶어하지 않아한다.
엘리는 레브를 끌어들여 협박하고 최후의 결투가 시작된다. 이 싸움은 더이상 복수와 원한에 의한 싸움이 아닌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하지않으면 죽을것 같아서 벌어지는 처절한 싸움일뿐이다. 




땀과 피와 눈물로 범벅인 처절한 사투 끝에 엘리가 애비를 제압하여 위에서 목을 조른다. 애비의 얼굴이 물속에 잠기며 고통에 버둥거린다.
무릎을 고정시켜 애비의 저항을 누르고 목을 더욱 조르는 엘리.
그러나 엘리의 얼굴은 슬프기만 하다. 여기서 조금만 더 놔두면 애비는 죽을 수 있지만 순간 떠오르는 조엘의 얼굴. 
그것은 엘리를 괴롭혔던 피묻은 얼굴이 아닌 멀끔한 얼굴.  이제 그만해도 된다라고 말해주듯 스쳐간 조엘의 멀끔한 얼굴이 목을 조르던 손을 놓게 하고 "Just take him..."  레브를 데리고 가라며 울먹이는 소리로 말한다. 엘리는 애비와 레브의 모습에서 조엘과 자신을 본게 아니었을까.
떠나는 보트와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혼자남은 엘리의 모습에 아무 말도 할수없게 만든다. 




농장으로 다시 돌아오지만 애비와 싸우느라 잃은 손가락 두개.
집에는 디나와 아이, 가구들까지 흔적조차 없이 텅 비어있고, 엘리의 짐들만 남겨져있다.
남은 짐들 속에 눈에 띄는 조엘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 기타.
조엘이 없는 현실처럼, 손가락을 잃어서 코드가 잡히지 않는다. 서글프게 엇나가는 연주.




조엘이 죽기 전 마지막 대화를 나눴던 밤을 회상한다. 엘리에게 모진말을 듣고도 기타를 치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조엘. 그 앞에 나타난 엘리.
자신이 한말이 마음에 걸렸던건지 엘리는 조엘에게 뭘 마시냐는 심심한 질문을 하고, 호모포비아가 시비걸던 일은 자신이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며 독립성을 주장한다. 엘리의 말에 수긍하며 그저 덤덤히 받아들이는 조엘은 디나가 여자친구냐 묻고 엘리답지않게 횡설수설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디나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아챈다.
"디나를 좋아하구나." 조엘의 말에 엘리는 속마음을 들킨 것에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엘리는 조엘한테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한번도 밝힌 적이 없다.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겁났으니까.
이것은 파티에서 키스를 했다고 혐오적인 발언을 들었던 상황,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하고 자신은 그저 여자애일뿐이니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했던 모습, 아버지같은 조엘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도 꺼내지못한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우리가 라오어1에서 엘리가 성소수자인걸 알아채지 못한것도, 조엘의 입장에서 플레이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동성을 좋아하는 엘리의 모습이 조엘에게 마침내 보여지면서 조엘은 엘리에 대해 완전히 알게된다.
"그 아이 마음은 알길이 없다만, 너를 만나는 것은 행운일거다." 엘리가 레즈비언인걸 알았을때 드러나는 조엘의 반응은 그녀를 세스처럼 꾸짓는것이 아닌 이해하는 모습. 동성애자였던 엘리가 그토록 세상에 듣고 싶어했던 소리를 마침내 조엘이 말해주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엘리의 마음은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 조엘에게 원망섞인 소리를 한번 더 한다.
병원 일만 아니었으면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조엘을 미워할일이 없을테니까.
"전 그 병원에서 죽었어야 했어요. 그럼 삶에 의미라도 있었겠죠."
엘리는 아직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녀는 아직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다. 



조엘은 엘리에게 진심을 터놓는다.
"신이 내게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준대도, 나는 모든 것을 똑같이 할거다."
엘리가 어떤 원망을 하든 조엘의 선택은 후회할 수 없는 진심이었다.
이를 들은 엘리의 표정이 멈칫한다. 조엘의 진심을 완전히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노력해본다고 말한다.
노력해본다는 엘리의 말을 듣고 마침내 조엘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 아님을,
그가 진정 구원받았음을 보여준다. 복받친 표정으로 고맙다고, 눈물을 머금는 조엘의 얼굴 뒤로 나중에 보자는 엘리의 목소리가 울린다. 화해의 기미가 보이던 밤, 그것이 둘의 마지막 대화가 되었다.




회상을 끝내고 엘리는 기타를 잡으며 조엘을 떠올리듯 생각에 잠긴다. 그리움과 슬픔, 복잡한 표정을 짓는 엘리의 얼굴 위로 나는 엘리가 드디어 마지막 대화날 밤, 조엘이 말한 "과거로 돌아간대도 모든 것을 똑같이 할거다"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완전히 이해하고 깨달았다 보았다.


엘리는 조엘이 죽은 후, 줄곧 증오와 분노에 휩싸였다. 증오와 분노의 방향은 적이 아닌, 조엘을 용서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을 향한 증오와 분노였고 조엘을 잃은 상실감을 겪으면서 사라를 잃은 조엘의 상실감을 이해했고, 그가 그런 상실감을 두번이나 겪고 싶지 않아 자신을 구했던 마음을, 자식같은 존재인 JJ를 키우면서 레브와 애비를 보면서 완전히 깨닫게 된다.
그때 아저씨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왜 많은 사람들을 죽이면서까지 자신을 구하려했는지, 자신을 사랑해서 두번 다시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그랬다는걸, 그 의미를 뒤늦게 깨닫는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기타를 거치하고, 가방을 챙겨 떠난다.
조엘이 알려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조엘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발을 딛고 어딘가로 향한다.
조엘이 엘리를 마지막으로 배웅해주듯, 나방이 새겨진 기타와 그 뒤로 떠나는 엘리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라스트 오브 어스는 막을 내린다. 










라오어1이 사랑과 구원을 담고있다면
라오어2는 증오와 속죄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엘은 친딸 사라를 잃고 목숨만 부지한 채 의미없는 삶을 살았지만, 사라와 비슷한 나이의 엘리를 만나며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사라를 잃고 인간성을 상실해가던 조엘은 엘리를 만나면서 다시 웃고, 슬픔을 느끼고, 공감하고 인간성을 회복했다.
그러나 파트1에서 엘리의 이야기는 끝맺지 못했다. 엘리는 진실을 알지 못한 채 1편이 끝났다.
엘리가 어떻게 병원에서 빠져나왔는지 어떤상황이 벌어졌는지 엘리는 단지 어린 아이라는 이유로 백신이 될것인지 살아나갈 것인지 선택권을 받지 못한채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어른들의 선택으로 1편의 결말이 맺어졌다.
그런 엘리를 위해서 라오어2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엘리가 조엘을 원망하는 것도, 살아남은 자신을 자책하는 것도, 복수를 할수록 나약해지는 엘리도 모두 이해가 되었다.
그 모든것이 우리가 1편에서 전부 알지 못했던 엘리를 보여주는거니까.
엘리는 완벽한 성녀같은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1편에서 영특하고 용감하고 의리있는 매우 특별한 존재처럼 보여지지만
그것은 우리가 조엘의 시선에서 본 일부분의 엘리였을 뿐이다.


파트2의 시작부터 엘리의 성정체성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에 엘리는 디나가 단지 별의미없이 키스했을 뿐이라고 마치 하나의 해프닝처럼 제시에게 말하지만
마지막에 디나를 좋아하냐는 조엘의 물음에 부정하지못하며 자신이 정말 바보같다고 진심을 내비치는 엘리를 볼수 있다.
이것은 마치 DLC에서 엘리가 라일리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 그저 우정의 뽀뽀로 치부하며 해프닝으로 넘기던 플레이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1편의 플레이어블 캐릭터였던 조엘의 입을통해 우리는 엘리가 동성을 좋아하는 레즈비언이었고
그녀가 디나를 좋아하는 것이 진심이기에 엘리가 갖고있는 성정체성까지 이해하고 존중받아야 된다는걸 보여준다.




파트2의 결말이 엘리가 그토록 무서워하던 혼자가 된 엔딩이지만
그럼에도 엘리가 다시 일어서고 삶의 의미도 찾고 행복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혼자가 되었지만 어딘가로 향하는 엘리의 모습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아직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불완전하고도 미성숙한 수많은 엘리에게 건네는 헌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였다. 




  • tory_1 2020.07.17 18:28
    글잘읽었어! 더길게 글읽은소감쓰고싶지만 말재주도없고...
    왜 스토리에 불호가많은지도알고있고 이해도가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받아드릴려고 .. ㅠ
  • tory_2 2020.07.17 18:5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12/17 17:07:06)
  • tory_3 2020.07.18 07:00
    톨 글 정말 좋다. 정성들인 글 고마워!
  • tory_4 2020.07.18 18:58
    너무 아름다운 글이다 정말 극호게임이었어ㅠㅠㅠㅠ
  • tory_5 2020.07.19 12:2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4/03/04 11:43:02)
  • tory_6 2020.07.20 05:34

    정말 아름다운 글이다 ...ㅠㅠ 나도 호인 톨이라 톨의 감정 하나 하나 다 공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껴 

  • tory_7 2020.08.08 02:37
    멋진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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