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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를 낳은 지 올해로 만 5년이 되었어. 둘째도 이미 36개월이 지났으니, 우리집엔 이제 아기는 존재하지 않아.

이쯤 되면 육아란 행위가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너무 피곤하고, 피로해. 젖병 씻기, 기저귀 갈기, 새벽수유와는 졸업했지만 대신 공부시키기, 가끔 밤실수했을 때 이불빨래, 그리고 잠없는 아이들 덕에 아직도 6시가 되기도 전에 잠에서 깨.

나는 맞벌이야. 양가는 전국에 있지(안 가깝다는 뜻). 우리는 도우미도 없어. 간당간당하게 매일 칼퇴할 수 있는 회사 덕분이지. 좋은 점은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결국 회사에 in 하지 않는 모든 순간이 육아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야. 나의 자기계발, 취미생활, 인간관계는 남편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대부분의 경우는 포기해. 왜냐하면 내가 아니면 남편이니까, 내가 덜 힘들다는 건 남편이 그만큼 힘들다는 거니까.

나는 매일 칼퇴를 해. 하지만 남편은 가끔 야근을 하지. 남편의 야근 소식을 전해들으면 퇴근도 전에 이미 육아를 하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다운돼. 아이들 앞에서 맥주를 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지.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집 문을 들어서면 6시 40분정도 되는데, 9시 가량이 되면 아이들을 모두 재울 수 있으니 나는 현실적으로 2시간 20분 정도의 독박 육아, 또는 야근 육아를 하는 셈이야. 그럴 때면 생각해. 아 그냥 나도 야근하고 싶다...

나는 주변에 육아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일단 스스로의 성정이 옆에 사람을 두지 않는 성격이고, 내 얘기를 별로 꺼내고 싶지 않고. 회사에는 대부분 미혼, 신혼, 또는 딩크.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거나 대부분 1~2년 내로 사라지더라. 얼마전 아들 하나를 둔 대리님 한 분이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퇴사하셨을 때, 내 일이 아님에도 그날 저녁 맥주를 마셨어. 왜? 라고 물으면 할말이 없네.

아이들은 귀여워. 안 귀여우면 못 키웠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일단 아기 하나 낳고.. 우리 같이 얘기해보자... 아주 많은 시간 혼자 있고 싶고, 아주 가끔 보고 싶어. 누군가가 케어해 주고 있는 내 아이를 볼때 가장 행복해. 잘 크고 있구나. 아이의 양육에 내가 빠지고 싶다고 생각하면 이기적인 걸까?

오늘 첫째가 5시 30분에 일어나 안방 문을 두드렸어. 6시가 되자 왜 안 일어나냐고, 왜 우리를 돌봐주지 않냐고 뭐라고 하더라. 이미 5년이나 된 레파토리임에도 난 또 화를 내고 말았어. 새벽 6시가 무슨 뜻인줄은 아냐고. 환경 미화원 아저씨가 청소하는 시간이라고. 유치원 선생님도 안 일어났을 시간이라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지금 내 자식이 일어났는데.

나는 지금 회사에 있어. 그래서 이렇게 긴 글을 쓸 수가 있지. 회사에 있는 순간이 즐겁진 않지만, 적어도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워. 회사도, 육아도 싫지만 회사가 싫어서 육아로 뛰어드는 일은 없을 것 같아.

글이 장황하게 길었네. 이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잠시라도 행복하길. 그러기 위해 우린 부모가 되었으니까. 그 행복감 뒤에 끝없는 피로가 찾아오더라도.
  • tory_1 2023.07.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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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23.07.1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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