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숲
https://img.dmitory.com/img/201902/4i4/qfb/4i4qfbVskgY8WIEkqsu86e.jpg
<권 기 옥>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의 궤적을 쫓아가보면, 광복 이전 독립운동의 삶을 넘어서 광복 이후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기점에 서 있었던 선각자와 만나게 된다. 한국 근현대사를 넘나든 여성들, 그중에서 권기옥에겐 최초 여성 비행사 외에도 독립운동가, 출판인, 공군의 어머니, 사회사업가 등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특히 자신의 전 재산을 대학생 장학사업을 위해 사회에 환원한 삶의 자세는 그 시대의 파격적인 여성 이미지였다.
“내가 남기고자 하는 말은 그동안 머리는 좋으나 가난하게 태어난 대학생들을 위해 조그만 성의나마 그들을 도와주어야 하겠다는 심정에서 권기옥 장학금을 지급해왔고… 내 생명이 끊어진다 하더라도 이 사업은 계속해서 진행되도록 하고자 하는 바이다. 내 소유하고 있는 전 재산은 대학생들의 장학금을 위해 사용하기 바란다….”

https://img.dmitory.com/img/201902/3ga/3D3/3ga3D3fSxOUKMwgwuaGEK4.jpg
▶대만 <차이나포스트>지에 실린 권기옥 기사

*독립 자금 모아 상하이임시정부로
권기옥(1901~1988)은 평안남도 평양에서 아버지 권돈각과 어머니 장문명의 2남 5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평양은 관서지방 제1 경제도시로 풍부한 임산·지하·농산자원을 원료로 한 산업이 활발했고 일본의 병참기지화 식민정책으로 평남공업지대의 주요 지역이 된 곳이었다. 1908년 평양에 장티푸스가 창궐하자, 장대현교회는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때 권기옥 가족도 교회와 인연이 된다. 열한 살 때 평양 은단공장에 여공으로 취직해 성실하게 생활하는 권기옥을 유심히 보았던 장대현교회에서 권기옥에게 송현소학교 입학을 권했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을 감안하여 월사금 40전을 면제해주며 학업의 길을 열어주었다.
장대현교회가 운영하는 송현소학교에 입학한 뒤 권기옥의 삶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학업에 열정을 쏟았던 권기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수한 ‘갑’반에 배정되었고 1915년에 ‘고등과’로 진학했다. 1918년 4월, 권기옥은 숭의여학교 3학년에 편입학한다. 교사 박현숙은 의지가 곧고 열의가 강한 권기옥에게 ‘송죽회’를 소개했고, 그 추천으로 죽형제회에 들어갔다. 숭의여학교의 ‘송죽결사대’는 나이가 많고 신망 있는 선배가 중심이 된 송형제회와 선배의 추천을 받은 후배의 죽형제회로 구성된 비밀결사대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들은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행상 활동, 수제품 등을 판매한 돈을 5년간 모아 상하이임시정부에 독립 자금을 전달했다.

*임정 행동대 ‘평양 폭파’ 지원
1919년 3·1운동이 전개되었을 무렵, 송죽결사대는 태극기 200장을 제작해 3·1운동에 뛰어들었다. 그해 3월 5일 숭의여학교 기숙사생이 만세 시위를 주도했는데, 권기옥은 행상으로 변장하고 투쟁의 중심에 섰다. 그때 일본 경찰에 검거돼 3주간 구류되었고, 평양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6개월 형을 받았다.
“열아홉 살 적 3·1운동 때 내 목숨은 이미 나라에 바쳤다. 이후는 덤으로 사는 삶이었다. 나는 죽음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권기옥의 고국에 대한 생각은 남달랐다. 1917년 5월, 평양에서 곡예비행을 선보였던 미국인 비행사 아트 스미스의 멋진 모습을 통해 권기옥은 ‘비행술을 배워 조선총독부를 폭파하리라!’는 꿈을 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비행사가 되는 길은 불투명했다. 그는 숭의여학교를 졸업한 뒤 평남 안주·진남포, 경성, 대구 등 전국 20여 곳에서 사회 개혁 운동을 추진한 ‘결백회’와 ‘면려회’, 민중 계몽 운동을 한 ‘브라스 밴드단’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조선용의자 133’ 명단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그런 권기옥 일생에서 변화를 맞이하는 사건이 있었다. 권기옥은 1920년 7월 상하이임시정부 행동대의 밀파 계획을 전해 듣고 안경신, 장덕진 등을 통해 활동 지원 요청을 받았다. 그는 그들에게 은닉 장소를 제공하고 폭탄 제조와 거사 논의에 참여하며 평남도청과 평양경찰서 폭파 작업 준비에 마음을 쏟았다. 1920년 8월 3일 오후 9시 30분, 폭음이 평양 시내 정적을 깨뜨렸다. 그리고 다음 날, 언론에 평양 폭파 사건이 대서특필되었다. 이후 권기옥은 용의선상에 오르며 일본 경찰의 추적이 시작되었다. 그때 권기옥은 중국 망명을 결심하고 시골 여인으로 변장하고 배로 탈출했다.

상하이로 망명한 권기옥은 김순애, 손정도, 안창호, 노백린 등 독립운동가를 만나면서 자신의 잊었던 꿈을 펼치기 위해 도전을 거듭했다. 1923년 6월에 홍따오여학교 졸업, 상하이인성학교 교사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1924년 중국 윈난육군항공학교에 입학했다. 그 뒤 1926년 7월, 중국 윈난육군항공학교 1기 졸업생,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이름을 알렸다. 졸업한 뒤에는 북경 개혁성향 풍옥상군의 항공대, 동로군 항공대의 부비항원으로 활동했고, 1932년 상하이사변에서 비행기로 일본군에 기총소사해 중국 정부로부터 무공훈장을 받았다.

https://img.dmitory.com/img/201902/6wu/bZ9/6wubZ91C3mgQsemauSM20w.jpg
▶1935년 중국 공군에서 선전 비행을 준비하던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권기옥(왼쪽 둘째)

“꿈이 없으면 송장과 다를 게 없다”
권기옥은 1938년 육군참모학교 교관으로 활약한 뒤 상하이임시정부의 독립운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상하이임시정부에서 한국광복군 비행대 편성과 한국광복군 건군 작전 계획에 참여했고, 공군설계위원회 위원, 대한애국부인회 사교부장 등으로 활동했다. 광복 이후에도 그는 국가 재건에 힘을 쏟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 여성 전문위원을 거치며 한국 공군 창설의 산파 역할을 자처했다. 1971년 중화민국 비행흉장 공군 일급 상장을 받으며 대한민국 공군의 창설과 자리매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생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전 재산을 국가의 미래 주역에게 남겨 청년들에게 꿈을 가지고 나아가라고 말했던 권기옥. 그는 한국 근현대사를 넘나든 선각자였다.
“꿈을 가지라우! 꿈이 없으면 송장이나 다를 게 업디 않가서! 특히 젊은이들은 꿈이 있어야 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우. 못할 게 뭐가 있어.”


출처
https://twitter.com/hellopolicy/status/1093365686540234754?s=21
  • tory_1 2019.02.07 22:30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2 2019.02.07 23:22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3 2019.02.08 11:27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4 2019.02.08 23:39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5 2019.02.09 12:1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2 07:44:51)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화제의 오컬트 애니메이션 🎬 <키타로 탄생 게게게의 수수께끼> 시사회 20 2024.05.14 10743
전체 【영화이벤트】 올해 가장 사랑스러운 북유럽 성장 영화! 🎬 <오늘부터 댄싱퀸> 시사회 8 2024.05.14 9981
전체 【영화이벤트】 따사로운 위로, 힐링 무비! 🎬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파워 공감 시사회 22 2024.05.09 13464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75028
공지 [식음료] 게시판 신설 OPEN 안내 🎉 2022.09.03 444175
공지 도토리숲 규칙 125 2018.05.19 559149
모든 공지 확인하기()
394 육아 영유아교육 전문가가 낸 유아사교육에 대한 소책자. 16 2019.03.12 1067
393 자동차 초보인데 주행은 잘하는데 차 끌고 나갔다가 돌아올 때 주차를...^^ 34 2019.03.10 2233
392 취미 최근 유투버들 중에 구독 끊은거 누구 있니... 90 2019.03.09 5174
391 육아 남편 보여주려는데..생리,출산에 대한 짧은 동영상같은거 없을까? 12 2019.03.06 969
390 육아 '이단'이라는 아기 이름에 성씨를 뭘로 해야 그나마 나을지 골라줘...ㅜ 190 2019.02.28 5522
389 육아 생각난 김에 써보는 급속분만후기! 27 2019.02.25 1655
388 다큐/교양 개신교톨이 내용이 좋아서 퍼온 불교의 보왕삼매론 18 2019.02.22 2973
387 다큐/교양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세요. 삶에 있어 고난은 디폴트입니다. 24 2019.02.21 6175
386 육아 예비맘, 육아맘을 위한 팟캐스트 추천 29 2019.02.19 1172
385 육아 16주 까지의 임신기간생생기록기 27 2019.02.16 1802
384 육아 탄단지 무시하고 만들어주는 유아식 공유! 50 2019.02.15 2044
383 다큐/교양 조선시대 남자들은 집안일을 했을까 ? 119 2019.02.09 8403
» 역사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비행사였던 독립운동가 5 2019.02.07 756
381 다큐/교양 어느 암사자 이야기.jpg 82 2019.02.06 5762
380 육아 아기 이름 너무 중국인 이름같지 않니?ㅜ 114 2019.02.05 6177
379 취미 서울에서 사는 기분(?) 느끼려면 뭘 해야할까.. 77 2019.01.27 4510
378 취미 소액기부하는 토리들 있니? 주로 어떤 단체에 하니? 77 2019.01.27 1640
377 취미 김도인님 명상영상 참 좋다. 24 2019.01.25 1332
376 육아 아이를 낳고 공기질을 위해 노력하고 알게된것들..(수정) 22 2019.01.20 4063
375 다큐/교양 요즘 청년들이 결혼 안하는 이유 154 2019.01.20 11743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55
/ 55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