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적으로 키우고 싶은데 벌써부터 주변 오지랖...

80일쯤 된 우리 딸 재우고 이 글 쓰러 들어왔어.

우리 딸 키우며 이 짧은 시간동안 느낀건데 태어난지 며칠되지도 않은 이 어린 애한테도 여자라는 이유로 기대되는 모습? 이런 게 정형화되어있는 것 같아. 몇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생각나는 것만 써볼게.

1.
우리 딸 태몽이 모 대통령 태몽으로 유명한 꿈이야. 해몽 찾아보면 대통령 이야기나 사업에서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많아. 뿌듯해서 양가 부모님께 이야기했더니 반응이 똑같더라.

-여자대통령...음.. 뭐 그럴수도 있지
-에이, 여자가 사업할 일이 뭐 얼마나 있겠어


2.
우리 딸이 태어나자마자 쌍커풀이 선명하고 눈이 참 이뻐. 애기 사진 프사로 해놓는 거 부정적인 편이었는데 막상 애기 낳아보니 잘난 내 새꾸 자랑하고픈 맘이 들어 프사 올렸으나 일주일만에 내렸어.
쌍커풀 수술 해줄 돈 굳었다 부터 시작해서 역시 여자는 피부가 하얘야지, 코가 좀 낮아서 아쉽다 등등 얼평 오진다... 세상 태어난지 며칠됐다고 우리 딸이 이런 소리를 들어야하나. 휴


3.
이게 제일 짜증난다! 애기 옷!!!!
아직 누워만 있고 잠만 자는 신생아 옷인데 벌써부터 레이스 주렁주렁!!! 꽃무늬!!! 으아악 죄없는 꽃무늬 싫어졌어... 여아옷은 꼭 코사지, 리본 같은 거 달려있어. 귀찮게시리.
우리 딸은 피부가 하얗고 분홍빛이야. 요즘 잘 먹어서 토실토실 분홍소시지 같고 엄청 귀여워. 그런데 거기에 핑크색 옷을 끼얹으면 거대한 고구마 같음. 하늘색, 민트색 이런 색이 잘 어울리는데 사진보고 주변에서 다 한마디씩 해.

- 딸인 거 티내줘야지~ 머리에 리본이라도 달아줘~
- 물려받은 옷이야? (아니) 근데 왜 남자옷을 샀어?

저런 장식많은 옷 피하다보니 우리 딸은 바디수트와 소위 남아용이라고 분류된 내복들 뿐.
이제 크면 더할텐데 걱정이야. 주변 애기 엄마들은 나를 이해못하더라.
딱 한명, 내 생각 이해하는 친구 있어. 이 친구는 세살된 아들이 핑크색 좋아하는데 남자애한테 입힐 수 있는 핑크색 옷은 없대 ㅋ



이제 80일된 우리 딸이 '여자'답기를 바라는 사람들 보면서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