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숲


원출처: gondola21.com (약간 편집)


 

제임스1세의 연애편지와 동성애


 

흠정 성경 번역으로 유명한 절대군주 제임스 1세는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의 아들이다. 어머니 메리 스튜어트가 스코틀랜드 귀족들에 의해 폐위된 후 1살 난 어린 제임스는 스코틀랜드 왕위에 오른다. 그리고 잉글랜드의 철의 여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후사 없이 죽자, 그녀의 6촌 손자인 제임스가 당시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떠오르고 있던 잉글랜드 왕위 또한 계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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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1세

                                                                      
제임스 1세는 결혼은 했지만 자신의 동성애적 감정을 속일 수 없었다. (왕비 덴마크의 앤과 제임스는 결혼 초반에는 그럭저럭 잘 지냈지만 곧 형식적인 부부로만 남았다. )


1607년, 그가 막 마흔 살이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의 궁정에서 열린 마상 창 시합에 참가한 로버트 카라는 열 일곱 살의 가난한 미남 청년을 보게 된다. 그는 공교롭게도 마상 창시합 도중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제임스 1세는 그를 데려다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간호하면서 라틴어를 가르쳐주었다. 그 도중에 제임스 1세는 그만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제임스 1세의 애정 표현이 좀 적극적이었던 모양이다. 1611년, 토마스라는 백작이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에 제임스 1세의 사랑 표현을 이렇게 적고 있다.

"전하는 그의 팔에 기대 주름진 옷을 매만져 주고 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과 말할 때 조차 눈으로는 그를 바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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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카, 서머셋 백작



해가 지날수록 제임스 1세는 로버트 카에게 온갖 선물과 공여를 통해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를 썼다. 심지어는 백작의 자리도 수여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일방적 사랑도 곧 끝장이 나고 말았다. 1615년 자신의 일방적인 애정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제임스 1세가 로버트 카에게 보낸 편지는 이런 절망과 그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담겨 있다. 이미 로버트 카는 자신의 영지 안에서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한 상태였다.

"나는 몇 백 번을 너에게 떠나지 말라고 간청하면서도, 내 방에서 몸을 일으켜 나가려고 하는 너를, 그 꾸물거리며 나가는 너의 등을, 아주 매정한 척하면서 못 본 체하고 있었다. 요즘 네가 예전의 그 아름답고 좋은 점들을 잃어버리고 어떻게 변해 버렸는가는 자신이 아마 더 잘 알 것이다.

만일 내가 왕이 아니고 일개 평민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신이 주신 너의 영혼과 생명을 제외하고는 네가 가진 모든 것은 모두 내가 준 것임을 명심해라. 나는 너에게 마음으로부터 나를 섬기고, 나를 조종하려 들지 말 것을 누차 이야기 했었다.

 

내가 너에게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없다면 진심이 아닐 것이다. 네가 단지 두려움 때문에 내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사랑에서 나오는 횡포는 갑자기 증오의 횡포가 되어 버린다. 내가 얼마나 관대하게 끝없이 너를 사랑하는지 신만이 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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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1세


제임스 1세의 편지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리고 그는 다시는 로버트 카를 자신의 침실로 불러들이지 않았다. 권력을 가진 자의 제의적 사랑의 비운의 결말이었다.

하지만 제임스 1세는 그를 잊지 않았다. 1616년 로버트 카와 그의 아내가 탑에 있는 죄수를 독살하려 했다는 이유로 기소당해 사형을 선고 받았을 때 제임스 왕은 특별 사면을 내려 감형해 주었고 나중엔 석방시켜 준다.

제임스 1세의 편지는 사실 이 시대 최상류층 귀족들의 섹슈얼리티와 그것에 대한 표현을 드러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제임스 1세에게는 로버트 카 말고도 다른 연인이 있었다. 그는 로버트 카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조지 빌러스라는 젊은이와 사랑에 빠진다. 왕비와는 사실상 먼 옛날부터 별거 상태에 들어간 제임스 1세는 주위에 있는 출중한 외모의 신하들과 거리낌없이 관계를 맺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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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빌러스, 버킹험 공작


조지 빌러스는 유럽의 명사였다. 매력적으로 잘 생긴 데다가 똑똑했던 조지 빌러스는 실질적으로 로버트 카를 밀어내고 국왕의 총애를 독차지했다. 제임스 1세는 나중에 버킹엄 공작이라는 직위를 그에게 수여하기에 이른다. 제임스 1세는 그에게 로버트 카에게 보낸 연서 못지 않은 사랑의 편지들를 써 보냈고, 사람들이 보는 데서도 기탄없이 그를 껴안거나 애무했다. 심지어 그와 조지 빌러스의 관계를 비난하는 소리에 대해 그는 발칙하게 이런 비유로 대응했다.

<우리의 사랑은 성 요한에 대한 예수의 애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골적인 동성애 표현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상류 귀족층이나 왕족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제임스 1세 이전에 벌써 프랑스 국왕 앙리 3세는 이미 '미소년 궁정'으로 유명한 존재가 되어 있었고, 오늘날 까지도 세익스피어와 혼동되곤 하는 연극의 창시자 말로는 영국 왕 에드워드 2세와 그가 사랑한 가베스탄의 열정적인 사랑을 극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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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3세



그러나 유럽의 민중들은 상류층의 이와 같은 '타락'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얼굴에 분을 바르고 향수를 온몸에 뿌린, 코드피스(성기 덮게/주머니) 차림의 젊은 신사들이 왕과 대신들 앞에서 알랑거리며 귀여움을 떠는 꼬락서니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게다가 르네상스 시대 젊은 귀족 여성들에게 선풍적으로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천천히 모자를 쓰고, 짧은 머리에 옆구리에 단도를 찬 말괄량이'식의 행동거지를 백성들은 비난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이제 막 종교적 광신에 의한 마녀사냥이 시작된 데다가 동성애과 같은 이형의 성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 적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의 중론이었다.

 

제임스 1세가 누렸던 동성애의 향연은 서민들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남색을 저지른 마부, 구두수선공 등은 그 사실이 알려지기 무섭게 처형 당했다. 그들이 남색을 하고도 살아 남는 경우는 귀족에게 강간을 당했거나 늙은 수도원장의 유혹에 넘어간 가난한 청년 수도사일 경우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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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귀족 계층의 복식



어쨌거나 우리의 제임스 1세는 이처럼 이중적인 도덕률이 적용되는 사회에서, '법이 먼저가 아니라, 왕이 있고 법이 있다'라는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며 자신의 사랑 놀이에 맘껏 심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임스 1세의 시대로부터 200여년 뒤인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때 '타락의 온상'으로 치부되었던 귀족 상류층의 동성애가 지금껏 온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19세기 부르주아 중류 계급에게 비추어진 귀족상이 지금까지도 일반적 통렴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옷을 입고 싶어 밤마다 여자 옷을 입고 화장을 한 채 밤 거리를 몰래 배회하고 다녔다는 유럽의 한 귀족의 실화는, 그가 귀족이기 때문에 처벌 받지 않았다는 지겨운 계급이론의 떠벌림을 조금만 옆으로 치운다면, 우리에게 조금은 슬픈 역사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해서 제임스 1세가 로버트 카에게 보낸 마지막 연서는 그가 왕이었기 때문에 스스로의 사랑을 불신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의 슬픔을 그대로 드러내 놓고 있다. 그걸 깨닫는 것 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 물론 시간이 지나 다시 사랑 사냥에 나선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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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빌러스, 버킹험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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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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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스캔들 메이커, 왕비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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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영국 상류층 사교의 중심 화이트홀 궁 평면도

한 때 유럽 최대의 궁정이었지만 불타 본래의 모습은 사라졌다.



출처 - 원 출처는 위 (글 삭제된 듯), 2차 출처 다음 블로그 (ttp://blog.daum.net/tajin7984/2774030)



드라마틱한 스토리 ;;



  • tory_1 2020.07.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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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20.07.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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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20.07.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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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6 2020.07.2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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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6 2020.07.2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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