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황후랑 민태자 관계 말이야... 그게 두고두고 황제를 자극하는 거 같음.
고황후는 비록 권력 쟁탈을 위해 필요한 존재이기도 했지만 황제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이기도 하잖아?
혼자 있을 때 황후 족자를 펴 보면서 그리워 하고 앓아 누울 때 황후 이름을 부르는 거 보면 황제에게 가장 강렬하게 남은 사랑이 고황후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고황후가 민태자를 사랑하는 상태에서 고씨 집안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당시 친왕이었던 황제에게 시집온 거고, 민태자는 소정권처럼 정통성 있고 올곧은 성품이었다는데 그런 뛰어난 인물과 연적관계였으니 황제 성격에 자격지심이랑 열등감 엄청 났을 듯... 근데 표현은 못 하고 말이야.. 후에 황후와 황제가 관계를 회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황제는 황후 집안을 등에 업고 제위에 올랐다는 것 말고도 황후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떳떳하지 못했을 것 같아.
이 상황이 꼭 상대방을 정말 사랑하긴 하는데, 상대방은 나한테 별로 아쉬워 하지 않고 본인 자존심은 세니까 스스로를 더더욱 굽히기 싫고 그러니 제대로 진심을 표현 못 하고 관계가 더 꼬이고 열등감과 서운함이 더 쌓이고 악순환이야... 근데 이게 꼭 황제와 태자의 관계 같아. 왜냐하면 황제는 태자가 고사림과 노세유를 아버지처럼 따르는 걸 질투 함. 그리고 자기가 먼저 상처 주면서 태자가 원망하면 본인이 도리어 서운해함. 태자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받고 싶은 것도 태자의 세력이 크니 자기한테서 충심을 돌이키는 순간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무한사랑과 절대신뢰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보여...
그치만 고황후와 태자의 차이는 고황후는 황제의 마음을 헷갈리게 했을지 몰라도 태자는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걸 여러차례 보여줬다는 거. 후반에야 황제한테 통수를 너무 많이 맞으니 점점 기대감을 내려놓는데 그 내려놓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보는 사람이 '아, 태자가 아버지 사랑을 저렇게 갈구했구나'라는 게 느껴지는 데 황제 그 똑똑한 놈이 이걸 알아볼 촉도 없었을까... 근데 황제는 뭔가 '그걸론 부족해, 더 보여줘봐, 더 날 사랑해야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식이어서... 이러면 당연히 천년의 사랑도 식지.... 태자에 대한 더 높은 수준의 믿음과 사랑에 대한 요구는 어쩌면 고황후에게 못 받은 사랑을 그 자식한테 보상받고 싶은 마음 아니었을까...
게다가 황제는 제왕을 장기말로 쓸 때마다 조귀비까지 동원함. 제왕과 조귀비가 하나인 만큼 소정권에서 고황후를 분리할 수 없을 거야. 고황후 살아생전에도 조귀비를 통해 고씨집안을 견제했는데 고씨 집안 견제 말고도 고황후로부터 질투심을 유발하려는 마음이 정말 없었을까 싶어. 자기가 민태자를 사랑하는 고황후에게 상처받았으니 너도 같은 방식으로 괴로워해 봐라 이런 심리 말이야...
쓰고 보니 황제의 2대에 걸친 고씨 집안과의 치정이네. 고씨 집안 살려~
황제라는 인간이 생각보다 복잡한 캐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