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계속 호평 올라오는 거 보고 보고 싶긴 했는데 너무 우울할 것 같아서 사실 계속 보는 거 망설였거든. 그러다 갑자기 어제 아 이번 주말에는 체르노빌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몰아봤어.
난 사실 부끄럽지만 핵이니 원자력이니 별 관심 없었고 당연히 체르노빌 참사에도 무지해서(걍 이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았음) 심지어 체르노빌 참사가 독일 쯤에서 터진 줄 알고 있었음; 어렸을 때 <핵전쟁 후 최후의 아이들>이라는 소설을 읽었었는데 이게 배경이 독일이었나 그래서 걍 자연스럽게 그렇게 각인이 됐었나봐.
어쨌든 난 이정도로 무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오늘 내내 보면서 진짜 내가 얼마나 원자력 문제에 안일했는지 알았고 우리가 모두 원자력의 혜택을 입고 사는 이상 이 정도의 위험성은 항상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 면에서 <체르노빌>은 상당히 쉽고 상세하면서 또 너무 지나치게 잔인하지는 않아서 그리고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 경각심이 일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싶더라.
1화에서 못 견디고 중도하차하는 사람 많을 것 같은데 엔딩까지 다 보고 다시 1화 보면 진짜...공포 그 자체임. 처음 볼 때는 틈틈이 폰질도 하면서 봤고 솔직히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어서 좀 지루하다는 생각도 들었었거든? 근데 끝까지 다 보고 나면 내가 1화에서 봤던 얼굴들이 사건이 터지는 걸 막으려고 얼마나 안절부절했는지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를 다 알게 되니까...너무 가슴이 아프고 도저히 볼 수가 없더라고. 어쨌든 1~2화만 넘기면 3~5까지는 진짜 뒷내용이 궁금해서 안절부절하면서 보게 됨. 5화는 진짜 드라마 역사에 손꼽히는 명에피라고 생각함...
내가 제목에 쓴 "모든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는 에피소드4편의 제목이기도 하고 극중에서 구소련에서 내세우는 표어로도 나오기도 해.(우리의 목표는 전 인류의 행복이다.) 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의 제목이 <체르노빌>이라는 드라마를 제일 잘 함축해준다고 생각하는데 먼저 원자력 발전소는 '모든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점, 소방관이나 광부 등 많은 사람들이 '모든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희생하게 된다는 점, 수많은 동물들이 '모든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살처분당했다는 점,또 '모든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소수의 원자력 발전소 직원들에게 사건의 책임을 덮어씌운다는 점...그런데 당연히 사실 이 모든 것들은 '모든 인류의 행복을 위한' 게 아니잖아? 우리가 모든 인류의 행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많은 피해를 입히는지 또 그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드라마였어. 드라마 다 본 지금도 계속 저 문장이 생각난다...
맞아 사람들 피폭될 수도 있다는 거 알면서도 계속 내보내야만 하는 상황이 너무 잔인하더라. 그래도 바이오로봇 보낼 때 90초 씩 작업하면 한 명이 장시간 작업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 떨어질텐데 최대한 인명피해 줄이겠다고 시간제한 두는 건 의외로? 인간적이라 신기하고 다행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