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드라마
요새 일본드라마 중 거의 유일하게 내가 볼 만한 작품을 쓰는 <언내추럴> 작가 작품이라고 해서 늦게서야 소식을 알고 1화를 봤는데... 그냥 그런 거야.

일단 치명적인 게 남자 2명이 주인공인 버디물이라는 거. 이 작가의 최대 장점은 여성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선 대장 빼면 다 남자밭이라서. 게다가 전작들에서는 각키와 이시하라 사토미의 외모가 또 하나의 작품을 보게하는 힘이기도 했는데 이 작품에선... 주인공 둘 다 내 눈엔 영 아니더라고.

그래서 그냥 보지 말자~ 하고 하차했다가 왓챠에 들어왔길래 딱히 다른 볼 것도 없고 해서 집안일 하면서 야금야금 보다가(난 설거지할 때 드라마나 영화 틀어놓고 해. 그럼 설거지 하는 시간이 즐거워짐ㅋ) 스토리가 본격 진행되어 마지막 세 편은 잠깐 보고 자려다가 못 자고 우르르 몰아봤어.



다 보고 나니까 앞에 너무 대충봐서 아쉬움이 커서 바로 이어서 한번 더 봤어. 그러니까 전에는 그냥 놓치고 지나간 거, 뒤에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앞부분에 이런 저런 단서나 연결고리가 있었구나 하는 게 보이더라고.

3화 <분기점> 4명의 전 육상부 학생들이 경찰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데 셋은 반성하고 처벌을 받지만, 한 명은 끝까지 도망치는 길을 선택해서 결국 더 큰 범죄의 길로, 잘못된 길을 걸어가게 되잖아. 주인공이 스위치 얘기를 하는데 제목도 '분기점'이고 똑같이 장난 치던 네 명의 운명이 이 화에서 갈리게 되잖아. 그렇다면 그 스위치는 무엇일까? 어떤 스위치 때문에 그렇게 된 걸까? 하무짱이랑 우연히 편의점에서 마주쳤을 때 울린 어린애한테 주스를 사주며 풀어줬을 정도로 상냥한 애인데. 아들이 실종되고 난 뒤에도 재수생인 형의 공부 걱정만 하고 둘째 아들은 없는 셈 치는 부모가 있는 가정환경? 아니면 소년범들도 어른과 똑같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개과천선을 믿지 않던 코코노에를 만났기 때문? 사실 3화 보면서는 저게 저렇게 도망칠 일? 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뒤에 가니까 결국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었지만ㅋ
5화에서는 외국인 편의점털이 건을 맡으면서 외국인 지원 센터에서 자원봉사하는 전 형사인 가마 씨가 등장하고 그 때 이부키의 새로운 파트너 얘기를 하면서 가마 씨가 이부키에게 '너는 사람을 너무 믿어'라는데, 그게 지나고나니 결국 본인 얘기...
6화에서 코코노에게 술 마시자고 권했다고 까인 진바씨가 아들 상견례에 초대 못 받았다는 얘기를 하는데, 결국 7화에서 아들 상견례 가다가 수배범 잡으러 가서 상견례 못 가게 된 걸 코코노에가 아들한테 페이스노트(...)에 메시지 보내서 사정을 얘기해준 거나, 드라마가 그냥 한 화씩 딱딱 끊긴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앞뒤의 이야기들이 잘 맞물려 있는 게 좋더라.
마지막화에서 다른 스위치가 눌렸다면, 다른 계기가 있었다면 일어날 수도 있었던 최악의 상황이 나와서 보고 있던 사람이 읭...? 하게 만드는데, 그러고보니 시마의 과거가 밝혀지는 6화에도 그런 연출이 나왔었네. 고민하던 파트너에게 말을 걸었더라면, 파트너에 불렀을 때 옥상에 가서 만났더라면... 그런 일이 꼭 벌어진 것처럼 회상 장면처럼 나왔지만 사실은 벌어지지 않은, 시마가 선택하지 않은 if에 불과했다는 게 밝혀지잖아.
그래도 이 작가의 상냥함은 이런 점인 것 같아. 사실은 정말 시마가 파트너의 마음에 신경쓰지 않아 파트너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수도, 혹은 혼자 익숙하지 않은 술을 마시다가 사고로 죽었을 수도 있지만, 이사가기 전에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익명의 신고인을 찾기 위해 현수막을 내건 맞은편 건물의 임산부를 등장시켜서 사실은 파트너가 마지막까지 경찰로서의 임무를 다하다가 세상을 떠났음을 이부키를 통해 시마에게 알리는 점?

솔직히 보면서도 아 좀 작위적인데?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좋더라고. 마음이 따뜻해져. 우연히 납치범을 차에 태운 사람들이 마침 아들을 의심해서 떠나보낸 사람들이고 그 날은 기일이었다, 목숨과 바꿔 거액을 훔쳐 달아나던 여자가 하필 본 게 도망갈 수 없는 소녀들을 지원하는 캠페인 광고였고 하필 그 날이 지원 화물을 수송하는 날이었다, 이런 것들이 너무 잘 들어맞는 이야기인데 싶긴 한데 그걸 통해서 우리가 보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줘서 다 알면서도 넘어가버리는- 그런 기분이 돼. 요새 일드 거의 안 보고, 가끔 보더라도 그냥 한번 보고 마는데 이 작가 작품은 여러 번 보게 되는데 그게 이런 점인 것 같아. 내가 보고 싶어하는 이야기들을 되게 잘 보여줘.



<3화 분기점>에서 소년범 문제, <4화 밀리언 달러 걸>을 통한 여성 문제, <5화 꿈의 섬>을 통한 일본 내에서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루는데 꾸준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 의식을 다루는 점이 돋보여. 소년범 얘기를 하면서 대장의 입을 통해서 길을 잘못 든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이부키도 자신을 믿어준 한 사람 때문에 사람을 믿게 되어서 예전의 자기 같은 사람을 바른 길을 가게 하고 싶어하잖아. 

보다보니 반갑게도 언내추럴과 같은 세계관이네. 같은 사람들이 만들어서 그런지 유사점이 많이 보인다. 실제로 중간에 UDI라보가 사법해부 관련해서 등장한 화도 있고- 미스미나 쇼지는 안 나왔지만 무민을 좋아하는 사카모토씨나 카미쿠라가 등장해서 사건에 대한 단서를 전달하고 나카도도 전화로... 사카모토씨는 UDI라보에 복귀해서 나카도와 같은 팀에서 일하는 것 같지만 이제 좀 단단해져서 나카도에 잘 대응할 수 있게 된 듯하고 UDI랩도 규모가 이제 커졌더라 ㅋ 언내추럴에서는 주인공을 가둔 냉동탑차를 물에 빠트리더니 이번엔 우물에 담궈버리네. 작가님이 좁고 춥고 축축한 곳에 트라우마라도 있나.

우물 속에서 발견되자마자 키쿄 씨에게 에토리의 차넘버를 전해달라고 했다며 유언처럼 얘기하는건 진짜 찡하지 않을 수가 없지. 여성 캐릭터는 적지만 키쿄 씨와 하무짱의 서사는 진짜 끝내준다. 인터넷에 이상한 소문 퍼져셔 자기 때문에 키쿄가 곤란해져서 자기가 폐를 끼친다고 땅굴 파고 들어갈 것 같다가도 금방 자신이 열등감을 느끼면 키코 씨에게 실례라고 바로 마음 고쳐먹는 부분도- 역시 여성 캐릭터 정말 잘 그려.
인터넷에 이상한 소문이 퍼져서 나중에 곤란하지 않겠냐고 해도, 우물 바닥을 생각하면 무서운 게 없다고. 죽었다가 살아난 거에 비하면​ 그건 별것도 아니라고 넘기는 게 좋았어. 큰 위기를 넘기고 진짜 단단해졌구나. 하무짱에게 시집갈 때까지 같이 살자고, 결혼 안 하면 노후도 둘이서 같이 살자는 프로포즈 같은 키쿄 씨의 말은 진짜 감동적이야.

나리카와도 코코노에가 한번은 놓쳤지만 죽어가는 녀석을 우물에서 물에 빠진 손을 잡아 구해올리는 그 장면, 너무 뻔하게 보여줬는데 그게 또 좋았고.

에토리는 악독한 것에 비해 본체가 그냥 아저씨라 흥미가 확 떨어졌는데 어휴, 바지사장이라 그랬구나... 어쩐지. 처음엔 잡범 1처럼 나왔던 쿠즈미가 흑막이라니. 얘기 참 재미지게 쓰시죠. 간사이 사투리 걸죽하게 쓰는 20대 재미난 캐릭터가 흑막이라니요. 
경찰 무리 외에 주요 인물인 나이트 크롤러랑 쿠즈미가 둘 다 장발이라는 점도 특이하지 않아? 장발 캐릭터가 하나 있기도 힘든데 하필 둘 다 장발이라니 ㅋ 


난 사실 일본 경찰 드라마 좋아하거든. <춤추는 대수사선> 완전 팬이라서 이거 보고 진지하게 경찰 될까도 생각해 봤었음ㅋ 여기서는 독특한 게 경찰이 모두 정의롭고 경찰 본연의 목적으로 일한다는 거. 보통 부패하거나 무능한 사람들도 많은데, 여기서는 그런 게 없더라. 오랜만에 일본 경찰 드라마에 치인 것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 멋있고 정의롭고 막 그런 느낌이 아니고 열혈이긴 하지만 약간 떨어져서 보는 시각 같은 거? 가끔 키쿄와 대립하는 마메지도- 마지막 화에 키쿄 전 대장에게 쿠즈미 문제 해결하도록 다시 지휘권 양도하라는 얘기 윽박지르면서 한 뒤 전화 끊고 아... 언젠가 파워하라로 고소당하겠네, 이러는 부분. 보통은 멋있게 윗사람이 딱 명령 내리는 장면으로 넘어갈텐데 그냥 안 넘어가는 점이 좋아 ㅋ
마지막에 쿠즈미가 진술을 거부하는 부분에서 또 언내추럴이 생각났어. 이전 <언내추럴>에서는 재판에서 미스미가 가해자의 사연 따위 듣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여기선 쿠즈미 본인이 난 당신들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 거라면서 자신의 이름조차도 진술하지 않네. 쿠즈미라는 캐릭터 근본은 알 수 없는 놈이지만 아리송하면서 흥미로운 약역이었어.
​최종보스를 물리치는 방식도 그에 걸맞게 자해로 경찰에게 당한 무고한 시민을 연기하려고 했던 쿠즈미가 자신이 유통시킨 도넛 EP에 중독된 목격자들 때문에 계획이 실패하게 되는 얼빠진 장면으로 마무리는 게 이 드라마답다 ㅎㅎ
경찰들이 막 폼잡고 다 포위해서 체포한다! 이런 것도 아니고,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아무튼 한번 봤을 때는 그냥 괜찮네, 정도였는데 한번 더 보고나니 좀 이 드라마에 빠진 것 같아.

궁금해서 츠붓타... 아니고 트위터에 찾아봤더니 요새는 메론빵호랑 같이 전시회 같은 거 하나보더라. 메론이 통째로 들어간 메론빵... 먹어보고 싶구나. 메론빵 콜라보 같은 것도 하는 것 같던데.
여운을 더 느끼고 싶어서 일할 때 OST 틀어놓다보니 OST도 너무 찰떡이고 좋더라. 

한국 드라마도 아니고 지금 방영하는 드라마도 아니고 뭔가 어중간한 타이밍에 혼자 빠진 것 같아서 아무도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 주절주절 할 말이 많아서 잔뜩 늘어놔봤어 ㅠㅠ 흑흑...
 ​
아 근데 호시노겐. 안경 벗으니까 내 혈육 닮아서 클로즈업될 때마다 괴로웠다... 내 혈육이 유재석 닮진 않았는데 뭔가 키작고 마른 동북아 남성들의 보편적인 얼굴상인가? 키 보니까 168이네... 혈육이랑 키도 닮았네. 미안 TMI.

아무튼 같이 나눌 사람도 없고
난 이 세계에 더 빠져있고 싶어서 세번째로 보기 시작함.
스트리밍이 좋다 참.

+매화 우동 만들어먹는 거... 맛있어 보여 ㅋㅋㅋ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어보이는 건 진바 씨가 만든 볶음우동이었어.

++이부키랑 시마가 대장 얘기하는 거. 남자 직원들이 여자 상사 얘기하는 것 같고, 특히 시마가 키쿄를 찐으로 좋아해서 좀 그랬거든? 뭔가 현실에서 그런 게 생각나서. 근데 시마랑 키쿄랑 단 둘이서 집에서 술 마신 그 날. 키쿄가 완전 시마에게 마음 1도 없고 술 취해서는 울고불고 죽은 남편 사진 붙들고 아이고 이 놈이 내 부하 시마라는 놈인데- 당신이 살아 있었으면 소개를 시켜줬을텐데 ㅠㅠㅠ 하는 거에서 완전 여지 1도 안 남기는 게 이 작가다웠어 ㅋㅋㅋ 현실을 건드리면서 철퇴를 내린달까. 이 장면 완전 빵터졌고 다음으로는 도쿄 올림픽 망한 에필로그 장면도 현웃 터짐ㅋ
  • tory_1 2021.03.29 00:0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08 14:59:01)
  • tory_2 2021.05.09 19:18
    너무 재밌었음! 사회적 문제들 다룬 시각도 좋았고~ 에피소드들이 연결된 부분도!
    주인공 얼굴 클로즈업 될때마다 흠칫한 것도ㅋㅋㅋㅋ 그래도 연기를 잘 해서인지 볼수록 스며들었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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