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스포 유
NHK에서 매년 대하 사극을 하나씩 하는데 올해 대하 사극은 이 드라마라고 하고,
헤이안 시대가 배경이라고 하니까 궁금해서 지난 주에 채널 J에서 1회 끄트머리(고려거란전쟁 재방송 보느라 1화 처음부터 못 봄)랑 오늘 2화 봤거든.
그런데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병훈 사극 하위호환이야.
주인공 성장 서사라는 이야기 구조랑 주인공 캐릭터(밝고 명랑하고 시대의 제약에 맞서 싸우는 캐릭터),
주인공이 어릴 때 겪는 고난은 이병훈 사극스러운데 이병훈 사극만큼 재미있지는 않아
<겐지 이야기>를 쓴 무라사키 시키부가 주인공인데 글 쓸 줄 아는 사극 여주들이 흔히 그러듯이 대필 일로 돈 벌고
연애 편지 대필해 주면서 보람을 느끼고, 시행착오도 겪고 아버지한테 대필하는 거 들켜서 못 하게 되고
우리나라 사극, 특히 이병훈 사극에서 많이 봤던 캐릭터랑 서사야
남주는 무라사키 시키부가 궁에 들어갈 수 있게 후원했던 조정 대신인데, 아직은 그냥 귀족 집 막내 아들임
어차피 다른 여자랑 혼인해서 자식도 많이 낳고 고려 시대 이자겸처럼 딸들 왕후로 만들어서 권세 누렸던 사람인 거 아니까,
둘 서사에서 매력을 못 느끼겠어 둘이 아직 미혼이지만 몇 화 뒤부터 끝까지 정신적 불륜 관계가 될 테니까
남주 형이 여주 엄마랑 시비 붙어서 죄 없는 여주 엄마 홧김에 칼로 찔러 죽인 걸로 로미오와 줄리엣 서사 넣었는데
그것도 그냥 억지스럽게 느껴지고
내가 둘 아역 서사를 1회에서 못 본 탓도 있지만 둘이 우연히 계속 만나게 되는데 그게 딱히 설레진 않아
작가가 인터뷰에서 대놓고 "한류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도 재밌게 볼 수 있게 하겠다"고 했고
실제로도 이병훈 드라마스러운 러브라인을 넣으려는 게 보이는데 그냥 밋밋해
주인공들 케미가 좋아 보이지도 않고
연출이 밋밋해 그냥 화면 뒤에 화면이 오는 느낌이야
백성들이 탈춤으로 천황 총애를 놓고 후궁인 남주 누나랑 황후가 서로 질투하고 암투 벌이는 거 풍자하고 조롱하는 모습 남주가 보는데,
남주가 그거 보고 딱히 반응하지도 않아서 그냥 헤이안 시대에 저런 민속놀이가 있었다 보여주는 용도로 넣었나 싶음
자기 누나 조롱하는 건데 언짢은 표정 짓는 거라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좀 의아한 부분도 있고
음악도 클래식이랑 재즈 음악 주로 쓰는데 그게 드라마에 착 붙지는 않고,
특히 남주랑 남주 누나랑 얘기하는 장면에서 경쾌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약간 사극 느낌 나는 브금이 어울릴 거 같은데
블랙코미디 같은 분위기의 재즈 음악이 나와서 대화 분위기랑 너무 안 어울렸어
의상이랑 배경도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하는데 그게 눈을 사로잡을 만큼 아름답진 않고 아, 깔끔하네, 라는 생각만 들어
고증이야 잘했겠지만 영상미가 그렇게 뛰어나진 않아
대사 중에도 아직 인상 깊은 게 없어
그나마 정치 쪽이 주인공들 연애하는 부분보다 흥미로운데 그쪽도 그렇게 재밌진 않아
한 회밖에 안 보고 얘기하기 섣부르지만 아직까진 재미가 없어
고려거란전쟁이 전개가 산으로 왔다 갔다 해도 훨씬 재밌더라
P. S. 여주네 집안이 귀족들 중에는 한미한 집안이어도 명색이 귀족인데 옷은 나름대로 화사하게 입으면서
버선도 안 신고 맨발로 다녀서 의아했음 이것도 고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