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지옥 같은 현생으로 집에서 밥을 거의 못 해 먹고 배달 및 포장 및 편의점으로 겨우 생명을 이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갤러리를 뒤져보니 나 녀석 제법 뭔가 해 먹었잖아?
그래서 12월 다채롭게 꿀꿀거린 나의 음식들을 보여주러 왔어
명절에 스팸이 선물로 많이 들어오는데 전 돼지지만 통조림 햄은 좋아하지 않는다구욧!
제법 음식 가리는 돼지라구욧!
곧 설이라 또 스팸이 분명히 들어올 텐데 추석에 받은 스팸이 아직 10캔이 남은 걸 보고 저걸 어떻게 해치워야 잘 해치웠다고 소문이 나나 고민하다가
부대찌개 한 냄비 끓여 먹었어. 끓이기 전 사진이라 중요한 게 없어 보이는데 라면사리와 치즈는 올려 먹었으니까 안심하라구.
이제 남은 스팸은 언젠가 좀비떼가 출몰하거나 외계인의 침공을 대비해서 창고에 잘 쌓아두기로 했어.
아무래도 집안에 오래 갇혀 있으려면 통조림 종류가 많아야 오래오래 버틸 수 있지 않겠니. 이렇게 미래를 대비하는 나 제법 어른스러워요.
순두부 찌개 끓여 먹고 바지락이 남아서 칼국수도 푸지게 끓여 먹었어.
바지락 300g 넣고 아주 진하게 육수를 팔팔 내서 만들었지.
흰 칼국수도 매력 있지만, 나는 양념장 넣어서 벌겋게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야.
양념장 만들다가 또 양 조절 실패해서 한 10인분 만들어서 난감하긴 했지만 양념장은 원래 만들어 두고 숙성해야 더 맛있는 법 아니겠어?
잘 숙성된 양념장은 며칠 뒤 잔치국수의 조력자로 훌륭하게 활동했다고 합니다.
우리집은 잔치국수 삶을 때 꼭 부추를 같이 넣어서 삶거든 국수 중간중간 부추가 씹히면 향긋하고 얼마나 맛있게요?
잔치국수 좋아하는 톨들은 나중에 국수 삶을 때 부추 넣어서 같이 삶아봐 후회하지 않을 거야.
12월 한 달 나를 책임진 간식. 약단밤 칼집 내어 놓은 거 사와서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면 간편 군밤 완성
직장에 손님이 오셔서 직접 구우신 거 한 컵 나눠주신 거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12월 한 달간 약단밤 3키로 조졌지 뭐니
직접 칼집 내지 말고 꼭 칼집 나 있는 걸로 사기야. 칼집 없는 거 샀다가 칼도 손가락도 인내심도 박살난 이 내가 칼집 있는 약단밤을 사야하는 증거야.
간장 게장이 먹고 싶어서 9마리나 담갔더니 혼자 한 7마리 먹어보니 슬슬 물리기 시작해서 어떻게 하면 색다르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 거야.
그래서 예전에 마장동 본앤브래드 소고기 맡김차림 먹었을 때 엔다이브 위에 밥 한 꼬집 올리고 거기에 간장게장 듬뿍 찍은 양념갈비 찍어 먹었던 게
진짜 인생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한 쌈이었던 기억이 난 것이야. 거기는 밥도 한우 곰국으로 짓고 고기도 양념한 갈비였지만...다 그대로 하긴 귀찮아서
소고기 등심 굽고 엔다이브 대신 알배추 준비했지 하, 이렇게 먹는 건 잘 기억하고 다시 먹어볼 시도도 잘 하면서 공부는 왜....(이하 생략)
거기서 먹은 것처럼 입에 넣자마자 욕나올 만큼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고기가 생각보다 게장이랑 잘 어울리고
아삭거리고 달큰한 배추가 간장게장의 짭짤한 맛을 싹 잡아줘서 아주 맛있게 먹었어
다음번엔 밥을 곰국으로 짓고 엔다이브도 사고 고기도 약간 양념해서 준비해서 더 비슷하게 해먹어 볼까 해
그전에 또 간장게장부터 담가야겠지...아득하다
양념 오뎅이 너무 먹고 싶은데 근처에 파는 양념오뎅은 내가 원하는 형태가 아니라서 직접 만들기로 함
그냥 어묵 잘라서 넣으면 될 걸 꼭 일을 만들어서 나무젓가락에 어묵 꼬불하게 끼우는 수고로운 짓을 해서 일을 2배로 만드는 나
양념 매콤하게 하고 조금 더 화끈하고 조금 더 조미료맛 느끼고 싶어서 불닭 소스도 넣고 육수 내기 귀찮아서 소고기 다시다 조개 다시다 혼다시 참치액까지 넣었어 굉장하지 이게 바로 화학박사들이 만들어낸 요리의 정수 (아님)
콩나물 가득 넣고 어묵이랑 콩나물 같이 먹으면 진짜 소주가 절로 생각나는 맛.
뭐 생일상이나 손님 초대했을 때 멋부리고 싶으면 만드는 무쌈말이. 별로 할 건 없지만 제법 귀찮은 요리라 웬만하면 하지 않고
정말 고마운 사람한테만 해주는 걸로 내 마음 속에서 합의 봤어
그리고 같이 한 소갈비. 동거인 생일이라 했는데 동거인이 먹더니 지금까지 해준 것 중에 제일 맛있다고 감격함
당연하지 시판 소스 썼으니까 이자식아. 가만안둬.
크리스마스 점심. 하, 크리스마스 거 남의 생일이 뭐 그리 좋다고 다들 난린지 모르겠음(유튜브에서 캐럴 플리를 5시간 재생하며)
그래봤자 크리스마스 그냥 뭐 보통날이랑 다를 바 없지 않음?(크리스마스 워터볼을 집에 장식하며)
여튼 난 크리스마스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 함(크리스마스 멜로디 카드 주문한 거 20장을 뜯으며)
요즘 홍가리비가 저렴하고 맛있는 시기라 홍가리비에 마늘버터 올리고 치즈랑 쪽파 올려서 에어프라이어에 구웠어. 존맛.
그리고 투움바 파스타. 면 아래 새우 20마리 있음.
새우 완전 쏟아 부어서 나중에 새우 먹다먹다 질려서 화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저녁은 해물 토마토 스튜. 느끼한 거 싫어서 페페론치노 12개 넣었다가 입과 돈고가 화끈한 여성이 되어벌임.
홍가리비, 홍새우, 모시조개 넣고 아주 팔팔 끓이다가 토마토 페이스트랑 온갖 향신료랑 이것저것 때려 넣고 마지막에 파슬리 뿌려 완성
나름 크리스마스라고 빨간색 초록색 어우러지는 음식을 한 나의 센스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음. 열받네.
스프도 크리스마스니까 초록색 브로콜리 스프를 만들어 봄. 마지막에 생크림으로 데코하려다 망해서 파슬리로 수습 시도하다 또 망함. 초ㅑ
그리고 숯덩이가 아니라 안심스테이크. 수비드로 66도에서 2시간 조리하고 겉만 아주 바싹하게 구워줬어.
그리고 샐러드는 토마토 마리네이드 한 다음 토마토 속 파고 안에 크림치즈 가득 채워 넣고 바질페스토랑 같이 먹었어. 이 조합이 아주 좋아!
토마토 속에 크림치즈보단 리코타치즈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냥 집에 크림치즈가 있어서 난 크림치즈 넣었어. 더 살찌는 맛이라 좋았어 꿀꿀
디저트는 사온 딸기 타르트와 집에서 만든 판나코타. 판나코타 만들어서 그 위에 딸기 올려서 먹었어.
베이킹엔 재주가 전현無라서 집에서 디저트를 만들어야 하면 항상 판나코타 만들어....그냥 섞고 굳히면 되니까 나같은 똥손도 가능하지.
내게 1월 1일은 없다고.....내 달력은 끝이 아니라고....32일이라고오....33일이라고오옥!!
1월 1일 아침이 되고 눈물을 흘리며 별의 12월 32일 부르고 먹은 나의 떡국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할게.
다들 새해 복 많이 받고 2022년도 잘 챙겨먹고 건강한 한 해 되자고
금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