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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무덥지만 입추가 지났으니, 다가올 가을/겨울을 위해 짜이식(인도식) 밀크티 만드는 법을 올려봄.
'영국식 밀크티'는 찻잎을 먼저 뜨거운 물에 우리고, (데운 or 실온의)우유와 설탕을 나중에 첨가하는 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개인의 기호에 따라, 처음에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상태의 홍차를 마시고 그 뒤에 우유를 부어서 밀크티를 마시는 식으로
두 가지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음. 하지만 그건 그만큼 과정이 복잡해진다는 소리고-_-;
아래에서 보게 될 '인도식 밀크티'는 영국식 이랑은 달리, 처음부터 물+홍찻잎+우유+(설탕)를 직화로 끓여냄.
인도에서는 이런식으로 밀크티를 끓일때, 거의 필수라고 할만큼 마샬라(향신료)를 같이 넣기 때문에
콕 찝어서 '마샬라 짜이'라고 하지 않아도, 그냥 '짜이'만으로도 '스파이스드 티'랑 같은 뜻이됨.
여기서는 향신료를 넣지 않고 그냥 만들 거라서 '짜이(를 만드는 방)식' 혹은 '인도식'이라는 표현을 썼음.
1. 잎차를 사용해서 끓이는 법
이 방법이든 저 방법이든, 따뜻한 홍차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는 어쨌든 잔 예열은 필수기 때문에 시작 전에 예열용 물부터 끓여봄.
대신, 짜이식 밀크티는 티포트나 우려낼 다구가 따로 필요 없음, 물을 끓여내는 이 밀크팬에 바로 차를 끓이면 되거든.
사용한 찻잎은 포트넘 앤 메이슨의 '운남'. (인도식 밀크티인데 찻잎은 중국산ㅋㅋㅋ ㅠㅁㅠ)
이 차는 들금~하니 곶감의 단내를 닮은 매력적인 향과 차분한 맛을 보여주는 차로
스트레이트(아무 것도 안 넣고 맑게 우려마시는 방법)로 마셔도 매력이 쩔지만
들금한 특유의 풍미와 베이스의 차맛이 꽤 탄탄해서, 우유랑 설탕을 섞어도 차맛이 죽지 않음.
요즘 중국에 커피열풍이 불어서 운남성의 차나무밭이 전부 갈아 엎혀지고 죄다 커피나무를 심고 있다던데 ㅠㅠ ㅅㅂ
머리아프게 계량 이런거 하기 싫다면, 그냥 아빠 밥숟갈 살짝 고봉(?) 느낌으로 찻잎을 푹 떠내면 끝.
찻물은 소주잔으로 하나 가득 정도? 사진에 찍힌 양은 60ml로 적은 편.
+ 찻잎의 맛 성분은 기본적으로 수용성이라, 온도가 높은 물에 가장 잘 우러남.
간혹 귀찮다고 그냥 생짜로 우유에 바로 찻잎을 부어 끓이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문제 되는건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임.
우유의 단백질 입자는 크기가 촘촘하고, 다른 입자에 들러붙기를 잘 해. 그래서 고기요리 같은거 할때 누린내 잡는다고 우유에 담그는 거임.
촘촘한 단백질 입자가 잡내나 잡맛을 내는 성분에 들러붙어서 코팅을 해주면서 그런 걸 못 느끼게 해주는 것.
그 상태에서 온도까지 올라가 버리면(단백질은 열을 가하면 쉽게 응고됨) 그대로 굳는 거지.
우유에 찻잎을 바로 넣고 끓이면, 찻잎에서 맛성분이 우러나오기도 전에 단백질로 찻잎이 코팅된채 그대로 굳어버림.
그래서, 마른 찻잎을 소량의 뜨겁게 끓인 물로 한 번 불려주고(?) 거기다 우유를 첨가해서 끓이면
그냥 우유에다가 바로 끓인 것보다 훨씬 진하고 감칠맛나는 밀크티를 얻을 수 있음.
찻잎양은 취향따라 가감 가능함. 찐하게 마시고 싶어서 한 잔에 5~6g씩 쓰는 사람도 있고..
(개인적으로 나는, 이거 아침밥에 곁들이려고 끓인거라..양을 거기에 맞춰서 적게 잡음.
많은 양을 원한다면 비례식을 동원해서 적절히 조절하면 됨)
예열용 물이 끓으면, 밀크티를 따라 마실 잔에 부어서 도자기(혹은 유리)의 찬 기운을 없애주자~
(훠우;; 사진에 찍힌 수증기만 봐도 내장에 땀띠 생길듯..ㅠㅠ)
예열용 물을 비워낸 밀크팬에, 찻잎을 끓여낼 찻물을 붓고
요렇게 바닥에 살짝 깔릴 정도로 물 양이 적기 때문에, 금방 끓음.
밀크팬 직경이 너무 큰 걸 쓴는 거보다, 자그마한 걸 쓰는게 빨리 쫄아붙지 않으므로 좀 더 편함.
물이 끓으면 찻잎 투하!!
끓어오르면 살짝 들어서 불이랑 떨어뜨려주고, 가라앉으면 다시 불 위에 올리고...이걸 서너번 반복해 주면 좋음.
어느 정도 진하게 찻물이 우러나온다 싶으면
취향따라 설탕 넣어주고(우유 넣은 뒤에 넣어도 상관은 없음.
설탕도 분자구조가 큰 편이라 요리할때 다른 양념보다 먼저 넣는게 좋다고 하길래..;)
설탕이 잘 녹도록 저어준 다음에...
우유 투하! 양은 알아서 취향껏; 요 단계부터는 불을 약불로 줄여줘야 해.
(난 시음기 쓸때는 처음부터 우유 양도 계량해서 끓이는데, 이렇게 그냥 마시는 용도로 끓일때는 대충; 우유 바로 부으면서 조절함.)
찻물이랑 우유랑 잘 섞이게 촤촤촤촤촤 저어주고
약불에서 살짝 데우는 느낌으로? 가장자리에 저렇게 자그만 거품이 자글자글 생길 정도까지만 데우면 됨.
따라마실 컵에 예열해뒀던 뜨거운 물을 버리고 거름망을 세팅한 다음..부어냄
찻잎들이 잘 불어나서(?) 큼직하게 펴진것이 보이지? (화질은 개구지..미안..ㅠㅠ)
이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인도(짜이)식 밀크티의 가장 큰 단점인데;; 우유찌꺼기 눌어붙는것;;; ㅠㅠ
식용소다와 주방세제로 박박 깨끗하게 씻어주려면 밀크팬은 스텐 재질인거 강추함. 법랑은....이뿌긴 하지만 오래 못가. ;ㅅ;
요렇게 찻잎을 잘 걸러내서
끄집어 내서 버리면 끝.
나는 이 인도(짜이)식 밀크티를 주로 서늘한 새벽에 아침잠 깨려고 찐하게 마시거나 아침밥에 곁들이기 때문에
완성된 총량을 하루 중 다른 때 마시는 차들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잡는 편이야.
참고해서 양은 개취에 따라 조절하면 될듯.
2. 티백을 사용해서 끓이는 법
티백 사용하면 잎차보다 여러모로 훨씬 간편하고, 찻잎도 잘잘해서 빠르고 진하게 우러나므로 강추!
그래도 예열은 하는게 좋아. ㅎㅎㅎㅎㅎㅎ 따라마실 컵을 데울 물을 올려놓고
준비물 초 심플. 티백 자체가 용량이 딱 정해져서 개별포장 되어 나오는 거니깐ㅋㅋ 저울따위 꺼져ㅗ
찐하게 마시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난 한 잔 만들때 티백 두개 쓰는 편.
물은 잎차로 끓일때랑 동일하게 잡음. (보통 잎차가 티백보다 물을 더 많이 빨아먹긴 함. 참고해서 조절하길)
예열용 물이 끓으면
일단 컵부터 데우고
차 끓일 물을 다시 불 위에 올려줌
티백을 까면서..꽁다리에 붙은 종이를 미리 떼놓는 것 권장;
왜냐면.......이게 밀크팬에 넣고 끓일때 가장자리에 걸쳐지면서 축 늘어지다가 불이 옮겨붙을 위험이 아주아주아주아주 크거든;
(경험해 본 토리들 있을걸;)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야...;ㅅ; 어지간하면 미리 떼둬.
저거 떼고 끓여도 실에 불이 옮겨붙는 경우도 있고.. 바쁘게 끓이다보면 종이 꼬다리가 밀크팬에 퐁당 빠지는
ㅈㅗㅈ같은 사고가 일어나기도 함ㅋ 그래서 나는 미리 다 떼서 티백홀더에 실을 칭칭 감아서 준비함.
물이 끓으면 티백을 넣고 찐하게 찻물을 우려줌. 찻물이 적기 때문에 이렇게 밀크팬을 기울여서 티백이 낙낙하게 잠기도록 해주는 편.
찻물이 찐하게 나왔다 싶으면(티백은 잎차에 비해 확실히 빨라!) 우유 투하
잘 섞어주고
요때부터는 불을 위와 같이 약하게 줄여서 데운다는 느낌으로...
취향껏 설탕 넣어주고
잘 저어서 녹여줌
예열용 물 버리고
요렇게 가장자리에 자글자글 거품이 맺히면 불을 끈 다음
컵에 따라내면 끝
티백은 스퀴저로 짜서 버려도 되고..아빠 밥숟갈 두개 겹쳐서 짜도 되고 밥숟갈로 컵의 벽면에 밀어붙이는 식으로(?) 짜도 되고..
걍 버리면 우유 썩는내가 날 수도 있고..설탕도 들어간 상태면 날벌레도 꼬일 수 있으므로 가급적 꽉 짜서 버리는 거 추천.
-_- 아 ㅅㅂ...밀크팬 설거지..존싫ㅠㅠㅠㅠㅠㅠ 하지만 설거지 거리가 영국식에 비해 적게 나온다는게 그나마..
직접 해보면, 영국식에 비해 확실히 찐한 밀크티가 만들어진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임. 직접 불에 올려서 끓여내는 거니까 아무래도..ㅎㅎㅎ
이거 만들때 쓴 트와이닝의 바닐라 티백은, 베이스가 중국찻잎이라서 이 정도인거고
밀크티에 최적화 되어 나오는 아쌈(인도산의 대엽종 찻잎) CTC 같은걸로 끓이면
다방커피나 믹스커피 비슷하게 찐한 갈색이 나오기도 함.
더운 날씨에 뜨거운ㅠㅠ 사진 구경하느라 고생많았어. 날씨 좀 서늘해지면 시도해 보는거 추천
(혹은...에어컨으로 냉방병 기미가 있을때 마셔보는거 추천. 몸이 따뜻해질꺼야)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