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먼 옛날···
하늘님이 긴 소용돌이를 깨뜨리사
하늘과 땅을 여시니···

기인 하늘 사람 시대,
천년의 짐세 지나
만물이 제가끔
제자리를 찾아 헤맬 적에,

이 세상에서
가장 깊고 푸른 호숫가에
하늘 보시기에 어여쁜
금빛 살결의 님네들 살았나니···.

크신 아버지 한 아들 있어,
무지개를 휘어 큰 활을 만드니
무리가 그를 따르고 기뻐하도다.

또한 크신 어머니 한 딸 있어 소매를 펴니,
눈부시어라 황금 자작가지.
봉황새가 둥지를 틀었다.

다시 백년이
여러 번을 지난 뒤에
빛의 머리칼 풀어헤친 한 용자,
무리의 터를 넓히려
태양의 길을 떠나고―
샤가르바타 가아민 상견 아린!

아홉 형제 자매 큰 향로를 지어
하늘에 우애를 맹세하고
춤추고 노래하였네―

샤가르바타 사할란야 아무르!

하늘 큰 활로 쏘아올린
빛의 거울 광채 속에
나리신다, 나리신다.

천년 짐세의 마지막 딸,
어진 모주의 첫 모주님.
울리어라― 하늘의 처녀,
북방울 소리!

어화! 위로는 하늘님,
아래로는 땅님,
가운데 우리네 인간만물 있으니

세세토록 손손잡고 사랑하사,
널리 널리 이롭고도 아름다우리라···.


- 아무르 신화




머나먼 옛날, 가상의 북만주에는 아무르 부족이 살았어.
이 부족은 총 아홉부로 구성된 연맹체 성읍 국가였는데, 신화의 구절에서 짐작이 되듯
무지개를 휘어 큰 활을 만들었다는 아들의 씨족(북대궁北大宮부)이 왕을,
황금 자작 가지같은 소매에 봉황이 둥지를 틀었다는 딸의 씨족(황금 봉황부)이 왕비를 배출했어.

왕과 왕비를 배출하는 씨족 외에도 전사의 부족으로 이름 높은 씨족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 푸른 용부'야.

이 푸른 용부는 본래 이부라고 불렸는데,
왜 푸른 용부라고 부르게 되었냐면 다음과 같은 설화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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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잡이 아가씨는
그 푸른 빛에 눈이 부셨네!

그녀는 용감한 초원의 딸,
고운 발목 적시는 물결 속으로
한발 더 내디디어 물었지.
누구신가요? 이 푸른 빛 속에 계신 분은?
누구신가요? 이토록 가슴 떨리게 하는 당신은?

한 목소리 크게 울리어 말하기를
그대 나를 보는가? 내 빛을 보는가?
내 그대 그리사와 헤일 수 없는 새벽을 지새웠나니····
사모해 온 마음 헛되지 않아 그대 과연 나의 짝 될
님이시로다

보라! 달은 은백색―,
이 세상에서 가장 깊고
푸른 호수 예 있으니,

그는 달라이노르의 수호자,
그녀는 아리따운 초원의 딸.
고와라, 두 님네!

마주한 두 입술 끝엔
붉은 잇꽃이 피고
은황색 향기로운 가슴 마주치어
불꽃이 핀다···

어화! 달은 은백색,
바람도 숨죽인 밤.
금자작나무로 휘장을 치고
안개로 깊디 깊은 금침을 깔아

일찌기 아무도 못했던
그런 사랑을 이루었으니···


- 아무르 이 푸른 용부의 전설
푸른 용과 이부의 조개잡이 아가씨 中




딜라이노르는 먼 옛날 아무르의 조상이 살았다고 여겨지는 신의 호수야.
그 호수에서 조개잡이를 하던 이족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그 호수의 수호자인 푸른 용을 만나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자라서 아무르 제일의 용자가 되었다과 해.
그렇게 용맹한 전사로 자란 그는 파란 눈의 이족의 침략을 물리쳤는데,
그 공을 기려 사람들은 그를 '푸른 용의 전사'라고 불렀고, 그의 출신 부는 그때부터 이 푸른 용부가 되었다고 해.




하늘의 무지개로 활을 만든 왕,
황금 자작가지 같은 소매에 봉황새이 둥지를 틀었다는 왕비,
그리고 신의 호수의 수호자 푸른 용의 아들인 푸른 용의 전사까지..
아무르족은 그 찬란한 신화와 전설들 만큼이나 번영을 누렸었어.



그러나 영화와 번영에 젖어 나태해진 아무르족은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그 과도기에 철검을 들고 쳐들어온 유목민족 카르마키에게 수도 포타 하슬라까지도 빼앗기고 말았어.

수많은 아무르 사람들이 카르마키의 손에 죽고, 노예가 되었고,
간신히 도망친 사람들은 카르마키에게 잡혀가지 않게 숨어서 어렵게 살았지.




그렇게 숨어살던 사람들 중에는 큰마로도 있었어.
아무르 9부족 중 천수부 출신이던 그는 카르마키에게 사랑하는 아내도, 평생을 살던 마을도 모두 잃고,
어린 딸을 데리고 실카강가로 도망쳐와서 숨어 살았어.

아무르가 가진 청동검이 카르마키의 철검보다 약해서 졌다고 생각한 큰마로는
강철을 만들기 위한 야장일에 매달리며 8년을 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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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겨울의 실카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겨울 채비를 하던 큰마로와 그의 딸은
피투성이가 되어 의식을 잃은 남자가 떠내려 온 것을 발견했어.

그 남자는 덩치도 큰데다가 얼굴만 봐선 어느 부족인지 알 수 없었는데,
매우 의심스럽게도 철검을 갖고 있었고
고열에 시달리면서 카르마키의 말, 남쪽 나라 말 등 온갖 부족의 말을 지껄여 댔지.

그럼에도 부녀는 남자가 카르마키 놈이라고 확신 할 수 없어서 일단은 간병하며 살려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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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눈을 뜬 남자는 기억을 잃었다며 큰마로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거야.

이에 흥분한 큰마로는 철검이 카르마키라는 증거라며,
카르마키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천신에게 맹세했다고, 부상자라도 예외로 할 수 없다며 남자를 죽이려고 했어.

하지만 이를 지켜보던 딸이 그런 큰마로를 말렸어.
결국 큰마로는 다친 사람을 죽이면 아무르랑 카르마키가 다를게 뭐냐는 딸의 외침에 남자를 죽이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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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아버지가 자길 죽이는 것을 말려준 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
그러면서 이름을 물었는데.. 그녀에게는 이름이 없었어.

왜냐면 가난한 평민 여자니까.
이름은 남자들이나, 귀한 여자들만 갖는 거니까.
그녀는 그냥 '큰마로의 딸'로 불렸던 거야.

그녀는 이름이 갖고 싶다면서 남자에게 이름을 지어 줄 것을 부탁했고
그래서 남자는 그녀에게 아라라는 이름을 지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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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답으로 그녀 또한 남자에게 이름을 지어줬어.
남자는 산마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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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마로는 산마로를 탐탁치 않아 하면서도 그의 부상이 단기간에 나을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머무르는걸 허락했어.
그렇게 산마로는 큰마로 - 아라 부녀와 함께 겨울을 보내게 되는데...

추운 겨울, 외딴 곳에 젊은 남녀가 한지붕 아래에 사는데 어땠겠어?
게다가 숨어사는 처지라 주변에 사람이라곤 없어.
서로가 지어준 이름을 불러줄 사람도 서로 뿐이야.

당연히 둘은 점차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봄이 되어 절벽에 핀 노랑 민들레가 예쁘다는 아라의 말에 냉큼 뛰어내려서 꽃을 꺾어다 주면서도,
저고리는 무슨 색으로 해줄까는 물음에 네껀 노랑 저고리로 하라고 하면서도,
산마로는 아라에게 벽을 쳐.

기억이 없으니까,
자기 자신 하나 주체 못하는 한심한 놈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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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억이 돌아오면 떠날거냐는 물음에 그래야겠다고 답을 해.
실은 그러고 싶지도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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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로 그날 산마로의 망설임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사건이 발생해.
카르마키 남자가 평화롭던 실카강가에 나타난거야.

아라의 비명소리를 들은 산마로는 바로 달려와서 카르마키 남자를 때려 눕히곤 아라를 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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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의 비명소리에, 모든 고민은 뒤로 물러났다고,
기억이 없다해도 지금을 살아갈 자격이 없는건 아니라고,
아라와 산마로, 서로가 이름을 주었고, 그 이름으로 존재하는데 그 이외에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그렇게 산마로는 그동안 치던 벽을 허물었고,
그렇게 아라와 산마로는 부부의 연을 맺었어.

기억이 돌아오면 어떻할거냐는 아라의 물음에,
가야할 곳이 있다면 떠나야하겠지만, 아라도 함께 가야 한다고 확언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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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둘은 행복한 미래를 그렸는데....
그건 모두 한순간의 꿈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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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마주쳤던 카르마키 남자가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난거야.
아무르 사람들을 공격하는걸 '몰이사냥'이라고 표현하면서.

그들의 손에 실카강가는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고,
아라의 아버지도 그들 손에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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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로는 저항하지만 결국엔 붙잡혔고,
아라는 낮에 찾아왔던 사내의 손에 끌려가게 돼.

그렇게 끌려가면서도 아라는 산마로에게
절대 죽지말라고,
자길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꼭 산마로를 찾을거라며








그렇게 카르마키 남자에게 끌려간 아라가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카르마키 병사들에게 잡혀 노예로 끌려간 산마로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직접 읽고 확인해주라!


난 감히 이 작품을 대하서사 속 인간의 욕망과 감정을 가장 잘 그려낸 최고의 명작이라고 말할 수 있어.
정말 어느 시대, 그런 사람들이 살았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

특히 청동기 - 철기 과도기, 그 지옥같은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의 삶이 나오는데,
그 한 명 한 명의 삶이 다 생생해.

정말 여성서사를 잘 다룬 만화를 원한다면 꼭 꼭 읽어보기를 바라.


정말 불의 검 안 읽은 사람 없었으면 좋겠어.
내가 능력만 되면 진짜 전세계에 광고 때리면서 불의 검 읽으라고 외치고 싶다ㅠㅠㅠ

  • tory_1 2019.06.03 21:36
    불의 검 정말 핵명작..
  • tory_2 2019.06.03 21:48
    불의 검 안 읽은 사람 없어야 한다ㅠㅠㅠㅠ 여기 등장하는 악역들도 악역이라기엔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이들 뿐인데, 독자에게 저들도 한 인간이라고 설득하는 작가님의 능력이 정말 대단해...
  • tory_3 2019.06.03 23:22

    몇번을 읽어도 명작이더라ㅜㅜ 

  • tory_4 2019.06.03 23:25

    진짜 명작 오브 명작임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하 갑자기 재탕욕구 드네ㅠㅜㅠ

  • tory_5 2019.06.03 23:43
    불의검은 정말 최고야 ㅠㅠㅠㅠ
  • tory_6 2019.06.04 01:14
    흑흑 다시 보고싶어진다
  • tory_7 2019.06.04 09:16
    와 진짜 찐톨 글 잘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읽고싶어졌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8 2019.06.04 09:26

    ㅠㅠ 딱 한작품만 꼽으라면 나톨은 주저없이 불의 검 ㅠㅠ 

    아라의 아들세대 이야기도 궁금하고 ㅠㅠ 아사, 천궁, 소서노 어릴때도 궁금하고 ㅠㅠ 

    살아생전에 부디 언젠가 애니로 보고싶은 작품 ㅠㅠ

    애장판 재판 좀 해주세요 ㅠㅠ

  • tory_9 2019.06.04 16:21

    ㅠㅠㅠㅠㅠ불의검 진짜 개존좋... 몇번을 봐도 움 ㅠㅠㅠㅠㅠㅠㅠ

  • tory_10 2019.06.04 22:20
    진짜 아스달 연대기 말고 이런거나 드라마로 만들어주지ㅠ 이건 진짜 볼때마다 운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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