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에서 무명기 마지막회를 보았는데 왜 이리 쓸쓸한 걸까.
풍원이는 결국 선생님의 곁에 머문다는 소원 성취를 하게 되었는데...
절영이 풍원이를 두 번 다시 버리지 않고 함께 있겠다고 약속도 해주었는데...
두 사람이 나란히 정면을 바라보는, 그 뒷모습이 어째서 이렇게 개운치 않고 쓸쓸하기만 할까?
궁금한 것
파조가 여우 부인의 시신을 받아갔을 때, 풍원이에게 자기 손톱 주고 이제 나 여기 안 온다 우리 앞으로 만날 일 없다 하고 이별했잖아
그런데 절영이 방랑에서 돌아온 지금도 그 말은 유효한 거야?
절영은 원래 파조가 키우던 반여우였는데 절영과 함께 있더라도 풍원이는 앞으로 파조와 못 만나고 파조가 있는 세계에도 갈 수 없는 건가?
그렇다면 파조가 절영과도 완전히 연을 끊어버렸다는 뜻인 거니?
또 궁금한 것
작가가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려고 일부러 분명하게 안 나타냈는데
장무진은 교희의 시신을 안은 그대로 떠나는 뒷모습으로 끝났으나 그로부터 얼마 못 가서 죽은 걸로 암시되는데
결국 절영이 마음을 쓰고 있던 상대는 무진과 교희 어느 쪽이라고 생각해? 물론 둘 다....라고 묘사되긴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은 거 같아서
절영은 어릴 때 인간의 삶을 살고 싶어서 세상에 나와 의사가 된 거니까, 꼭 누굴 좋아했다 이런 뜻은 아니고
그냥 그 어긋난 인연의 연인들을 통해서 인간에 대해 모든 것이 부질없고 허무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그것이 작품의 제목하고도 맞는 것 같긴 한데....그렇게만 생각하고 그만두기엔 독자로서도 너무 허무하네ㅠㅠ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꽃 같은 시절은 언제였습니까, 하고 풍원이 물을 때
절영이 대답한 게. 너를 키우던 시절이었다. 하잖아
이거 절영이 거짓말한 거 맞지?
꽃 같은 시절 얘기했을 때 전장터의 깃발을 먼저 떠올렸잖아
전쟁터에서 죽고 죽이던 시절이 진정으로 꽃같았다고 느끼는 것은
결국 무진과 함께 있던 시절이 제일 꽃같았다는 것인데
그걸 모두 잃은 지금 풍원이 하나만 데리고 살아가겠다는 것은
너무나 체념에 가깝고...그래서 선생님의 마음을 결국 얻지 못한 풍원이가 불쌍하고...
그런데 풍원이도 선생님이 거짓말했다는 거, 알고 있을까?
예전처럼 전적으로 연모하는 게 아니고 미워하고 절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고 싶다는 풍원이의 말이
이해가 되고 참 뭐랄까 인간적으로 성숙한 거 같아서 보기 좋지만 씁쓸하더라구
예상하지 못한 엔딩이었고, 윤지운 작가답게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 거 같아서 좋았어.
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엔딩이어서 참 슬프고...여운이 남는 슬픔이라기보다는 아 얘네 뭐 이래...같은 안타까움에 가까운
분명 고전풍 환상의 세계인데도 현실 인간의 환멸과 바닥을 남김없이 긁어내는 느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