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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각 잡으니까 별로 쓸 말이.. 어 음...


 주접을 좀 떨어보자면 얘네 관계성은 운명공동체라는 말이 진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부부는 0촌, 일심동체라고도 하는 만큼 둘이 서로에게 아주 중요하고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이야. 안 맞으면 이혼하면 되지! 싶지만 이 둘은 궁중암투, 서바이벌을 하고 있어서 서로 놓아버릴 수도 없는 사이인 게 정말 맛집이다. 계약이란 건 여러 형태가 있지만 그중에 하필 혼약을 걸었다는 게.... 도운의 말마따나 서로 다른 타인이 아무 이유 없이 엮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계약' 이라서 왕도 함부로 무를 수 없어. 가장 쉬운 동맹의 형태는 혼인이라고 할 정도로 가족으로 맺어진다는 거의 의미가 크니까.



 도운이 홍련에게 청혼한 건 아주 치명적이고 중대한 결단이었어, 거의 도원결의였다. 일단 둘의 조건을 살펴보면 홍련은 아버지가 왕이지만 어머니는 첩지도 못 받은 궁녀, 그러니 무늬만 왕녀인 사생아야. 왕족의 지위는 있지만 어머니 쪽 외척이 없어서 왕손을 케어해줄 수가 없는 환경이지. 어머니가 살아 있어도 호화롭진 않았겠지만 아예 없으니 개털오브개털. 내명부의 일은 왕이라고 해도 마구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홍련이 그렇게 사는 걸 알아도 해줄 수 있는 건 없었을 거야 부왕은 노력도 안 했고. 이렇게 방치한 게 이후 업보가 됐지, 홍련은 자기 아버지가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게 됐으니까. 애비가 애비 같아야 애비지...

 그리고 도운은 가국의 개국공신이지만 지금은 아무 힘도 없다는 집안의 장자야. 작중 묘사를 보면 이쪽도 개털오브개털이야 자양이 비웃은 것처럼 수도와는 멀리 떨어진 외곽에 사는 몰락귀족이지. 홍련과의 혼약 전에는 도성에 머물 명분도 없었다는 걸로 봐선... 정말 보잘것없는 집안이었던 것 같아. 선왕도 '이제야 그 가문에 쓸만한 인재가 나왔다' 할 정도니까.


  이렇게 둘은 개털과 개털의 조합이야...! 무늬만 왕녀X몰락귀족 정말 별 볼일 없는 애들이지... 겉만 보면 끼리끼리 잘 만났네 싶지만 도운이 하필 홍련을 선택한 건 자기만의 이유가 있었을 거야. 혼인은 신분상승을 노리기에 아주 좋은 길이고 도운은 자양이 말한 것처럼 아주 반반하게 생겼고 천재야. 원하면 홍련보다야 더 좋은 혼처를 잡을 수 있었을 텐데도 '간절함'을 원한다며 홍련을 골랐지. 바보 온달 찾은 평강공주처럼.


 

 아무래도 혼인이 쉽게 정할 수 없는 중대사이다보니 홍련도 처음엔 꼭 혼인씩이나 해야할까 하며 걱정하지만 나는 홍련과 도운이 혼약씩이나 걸지 않았으면 왕은커녕 담화당에서 평생 썩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운일궁, 도결이가 자양에게 말실수를 해서 홍련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때의 일이야.


 도결이는 홍련이 받는 대우가 부당하고 서러워서 대신 화를 낸 거야. 좋은 의도로 한 일이지만 왕녀 앞에서 왕을 욕하다니... 이런 불꽃패드립을 흘려넘길 왕손이 있겠어? 자양도 자양이지만 어렸고 성질이 불같았던 도결이가 아주 크게 실수한 일이야. 홍련이 말하는 것처럼 궁 안에서 입을 허투루 놀리면 정도에 따라선 목숨도 빼앗을 수 있는데. 부왕은 겨우 운일궁 받고 기뻐하던 홍련을 담화당으로 돌려보내라고 명령하는데, 부왕은 홍련을 홍운을 대신할 왕위후계자로 보고 있었으니 이런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보겠단 심산이었지.


 홍련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동안 도운은 결단을 내려. 홍련과 자신을 위해 도결이를 석고대죄 시키고 태형 30대로 내쫓은 게 그거야. 도운의 말처럼 부왕은 '도결이의 죄를 도결이에게 직접 묻지 않고 홍련에게 물었다' 즉, 연좌제를 적용했단 뜻이지. 도결이가 져야 할 책임을 홍련이 대신 쓰고 담화당으로 도로 떨어지게 생긴 건데, 이건 도운에게도 심각해. 위에서 썼듯 혼인은 아주 강력한 계약이고, 도운은 홍련과 혼약을 맺은 이상 홍련과 운명을 함께 하게 돼. 홍련이 담화당으로 빠꾸당하면 기껏 재주 부려서 왕의 관심을 끈 도운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 홍련이 잘돼야 도운도 잘될 수 있는 관계인 거지. 그래서 도운은 홍련과 자신을 구하기 위해 가족인 도결이를 버리고 왕에게 합격점을 받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위로 올라가겠다는 배포를 보인 거지. 그 때부터 왕은 홍련을 적극 밀어주기 시작해. 도운과 혼인할 사이인 홍련은 자신의 후계가 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거지.   


 만약에, 만약 도운이 홍련과 혼약씩이나 하지 않고 그저 친한 친구 사이로 지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도운은 홍련이 아니라 도결이를 구했을 거라고 생각해. 위기가 닥쳤을 때 정말로 중요한 게 드러나는 법인데 도운과 남남이었다면 홍련을 구할 가치가 없어, 자기 가족인 도결이가 더 중요하지. 도운은 홍련과 혼인할 거고, 홍련을 따라 왕족으로 신분이 바뀔 거기 때문에 홍련을 구할 수 있었던 거야.


  도운이 돌탑을 무너뜨리면서 "그 선택에 따라 저도 선택을 해야하니까요." 라고 말했었지. 그 말 그대로야... 그저 사랑받고 사랑할 사람이 필요했던 홍련에겐 너무 가혹했지만, 궁에서 살아남는 건 원래 그런 거고 홍련이 잘못 선택하면 도운도 따라 죽어. 둘은 부부가 될 사이니까. 남편이 빚보증 잘못 서면 그 아내까지 덤터기 쓰고 집안 망하는 거랑 같은 이야기야. 그래서 도운은 홍련의 앞길을 위해 손을 더럽혀가며 왕으로 만들었고 홍련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도운을 끼고 왕노릇하고 있지. 서로의 선택이 둘 다의 책임, 결과가 되기 때문에ㅠㅠㅠ 홍련과 도운은 서로가 서로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셈인 거야. 그러니 사이가 나빠지고 감정이 상해도 헤어지지 않고 있는 거지. 그 세월 동안 쌓인 유대감도 있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 기분 잠깐 상한 걸로는 둘 사이가 끊어질 리가 없는 관계성이야.




 홍련과 도운이 이런 찐한 사이이기 때문에!! 곧 맞게 될 파국 맛이 아주 다디달다.... ㅎㅎㅎㅎㅎ.... 얘네 기우제 끝나면 깨질 것 같아 ㅋㅋㅋㅋㅋ 어떻게 깨질지 정말 기대된다 영원할 것 같았던 계약도 끊어지고 잡았던 손을 놓고. 유료분 55화까지 보고 말하는 건데 이 둘은 오해와 갈등이 누적돼서 그렇지 서로에게 마음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홍련은 도운에게 여전히 애틋하더라고... 하지만 서로의 진심과는 상관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갈라서게 될 텐데 어떤 식으로 깨질지!! 롤러코스터 존버한다!! 홍련 왕되고 도운이 왕비가 돼서 천년만년 잘 먹고 잘 살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 이라는 느낌으로 풀코스 만찬을 기다리는 중.


  • tory_1 2020.04.01 03:15
    구피꽃 안본 톨인데 이런 글 보면 정주행하고 싶어져.. 정성글 bb
  • tory_2 2020.04.01 03:36
    너무좋아ㅠㅠㅠ
  • tory_3 2020.04.01 08:01
    도운의 존재가 홍련이 갖고있는 가장 큰 스펙 중 하나라서 앞으로 도운이랑 계속 골이 생기면 어찌될지 모르겠다 ㅋㅋ 쓴톨말대로 둘은 운명공동체라서 하나만 나락으로 떨어지고 하나는 해피엔딩나는 결말은 불가능할것같고......
  • tory_4 2020.04.01 14:0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02 11: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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