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갈등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끝나나요?"
"아이 낳기 전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이 낳고 난 다음이 진짜죠.”
상상해 보았습니다. 민사린이 아이를 낳고 복직을 하고 워킹맘으로 살아가며 일어나는 무수한 이야기를.
어린이집과 회사를 줄타기하듯 다니던 민사린은
그때 저는 '낙태죄'라는 이슈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1953년 우리나라는 낙태를 죄로 정하고 낙태 수술한 여성과 의사를 죄인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 법의 존재를 느끼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처벌하지 않으면서 ‘낙태죄'를 없애지는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저는 ‘낙태죄’를 통해 지금 여성의 위치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곤]은 낙태죄가 합헌 결정을 받은 대한민국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국가는 낙태에 대한 형벌 조항이 실효가 없는 현실을 바꾸고자 IAT(인공 낙태 테스트, Induced Abortion Test)를 실시하고, 1953년 낙태죄가 생긴 이후 한 번이라도 낙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여성들을 적극 처벌할 것이라고 발표합니다.
[곤]에는 '노'씨 세 남매가 나옵니다.
첫째 노민형
윤이를 엄마에게 맡겨두고 출퇴근을 하고 있는 민형은 주변에서 보는 것만큼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갑작스러운 야근에 늦은 귀가를 해도 이해해주는 엄마가 있어 다행이면서도 가끔 아기에게 하지 말았으면 하는 일들이 생기는 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그러던 중 낙태죄 합헌 이후 IAT 검사 결과 엄마가 처벌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장 감옥에 갈 처지가 된 엄마의 소식 앞에 민형은 윤이를 맡길 곳부터 걱정한 자신을 책망합니다.
둘째 노민아
아이 계획 없이 남편과 둘이 지내던 민아는 임신 테스터기의 두 줄이 당혹스럽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 제갈경은 성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낳자고 하는데 아이가 있는 삶에 대해서 민아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 모임에서 남편의 실수로 임신 사실을 발표하게 되고 아이의 성姓을 두고 남편과 가족들의 의견이 오가게 됩니다.
셋째 노민태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다녀올 계획에 들떠 있던 어느 날, 여자 친구 샛별의 임신 소식을 듣습니다. 당혹스러웠지만 책임을 져야 하는 성인이니까 아기를 낳자고 했는데, 샛별의 얼굴이 심상치 않습니다. 샛별은 어떻게 해서든 낙태 수술을 받고 자신이 꿈꾸던 인생을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술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에 서둘러 병원을 알아보기로 합니다. 한편 IAT 결과 엄마가 처벌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시절에는 보건소에서 낙태 수술을 해줬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엄마만 감옥에 간다니 너무 이상합니다.엄마 혼자 애를 만든 것도 아니고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것도 아닌데…?
노민형, 노민아, 노민태 세 남매와 주변 인물을 통해 '낙태'를 둘러싼 사회의 이중적 잣대와 여성에게만 기울어진 돌봄노동의 무게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