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토리들!
나톨은 평범하게 디지몬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를 좋아하는 디덕이야 ^0^
소싯적에 디지몬 좀 본 토리들이라면 파워디지몬에서 갑자기 달라진 소라의 모습 때문에 말이 많았던 걸 기억할 거야.
초등학생 때까지만 하더라도 축구를 했던 애가 갑자기 테니스를 치질 않나, 기모노 디자이너가 되질 않나,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했던 사람들이 많았지.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어.
축구하는 소라가 좋았는데 애가 갑자기 테니스를 치더니 나중에는 기모노 디자이너가 된다는 거야?
소라가 왜 갑자기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소라를 좋아하니까 어떻게든 소라를 이해하고 싶었어.
그래서 이 글엔 나톨이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며 정리한 소라의 변화, 소라의 성장 방향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려고 해.
말 그대로 내 생각이기 때문에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어!
우선 소라의 변화에 대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소라의 가정 환경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 해.
토리들도 알겠지만 소라도 나름대로 복잡한 가정환경에서 자랐거든ㅠㅠ
언제 봐도 디지몬 시리즈는 주인공들의 가정환경까지 정말 세세하게 잘 짠 애니메이션 같아 ㅜㅜ
소라의 어머니, 타케노우치 요시코는 이름 있는 화도(花道, 꽃꽂이)가의 당주야.
소라의 어머니는 당주로서 제자들을 두루두루 잘 살펴야 했고, 항상 정갈하고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로 모범을 보여야 했어.
공식 소설판을 보면 소라는 '당주의 딸' 이라고 불리는 걸 싫어했다고 해. 당주의 딸인 소라에게도 그만큼의 기대가 따라붙었겠고, 얌전하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있기를 알게 모르게 강요받았을 거야.
역시나 소설판 정보에 따르면, 소라는 그런 환경에 반발심이 컸던 건지 자신이 여자애라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고 해. 치마는 거의 입지 않았고, 일부러 남자들이 많은 축구부에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함!
그런 소라가 여자축구부 활동을 하던 중, 소라와 요시코가 크게 부딪치는 일이 생겨.(디지몬 어드벤처 26화)
소라네 축구부에 중요한 시합이 있었는데, 요시코가 소라의 다리 부상을 이유로 시합에 못 가게 한 거지.
소라는 자기가 꼭 가야 한다며 요시코를 설득하지만 요시코는 끝끝내 소라를 못 가게 해.
소라는 늦게나마 시합장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시합은 소라네 팀이 패배한 채로 끝났고, 소라는 이 일을 계기로 축구부를 나오게 돼ㅜ
이 일 이후로 소라는 엄마한테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돼.
엄마는 자기 말을 들으려고도 안 하고, 자기 마음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엄마가 자기를 사랑해주지 않으니 자신은 진짜 사랑을 모른다고 생각한 소라는 피코데비몬(피코데블몬)의 말에 넘어가 자신의 문장은 절대 빛날리가 없다고 여기게 돼.
하지만 부상에도 불구하고 적과 싸우려고 하는 피요몬에게 같은 말(절대로 안 돼. 가면 위험하단 말이야)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서, 그 때서야 엄마도 자신을 걱정했기에 그런 말을 했다는 걸 깨닫게 되지.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나는 소라가 이 사실을 깨달은 게 소라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
디지몬 시리즈에서 아이들의 성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그 아이가 자란 가정환경이거든.
가령 야마토와 타케루는 이혼 가정에서 자라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자기의 감정을 숨기게 됐다거나, 입양 가정에서 자란 코시로는 남들과의 의사소통을 어려워하게 됐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뒤에서 차차 하도록 하고, 토리들은 소라에게 아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바로 이 사람이 소라의 아버지 타케노우치 하루히코야.
어드벤처 당시에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서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었고, 제로투(파디) 때는 교토의 대학으로 부임했다는 얘기가 나와.
민속학이라는 학문 특성상 도쿄에 있었을 때도 현장 답사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던 거 같아. (작중에서도 소라와의 투샷을 볼 수가 없음)
소설판에서도 아빠가 줄곧 집에 안 계신다는 묘사가 나오고.
그래도 소설판이나 드라마 씨디를 보면 소라는 엄마랑은 달리 아빠랑은 원래부터 사이가 좋았던듯 해.
소라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착하고 다정한 아빠였던 거 같음.
그래서인지 소라는 집에 없는 아빠를 만나러가지 않는 엄마한테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런 엄마에게는 애정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해.
유망한 꽃꽂이 가문의 당주로 많은 제자들을 돌봐야 하는 엄마, 민속학 교수로 국내 곳곳을 떠돌아 다녀야 하는 아빠,
소라는 이런 가정에서 자라왔어.
작중에서 정확히 드러난 바는 없지만, 외동인 소라는 외롭게 크지 않았을까 싶어.
아빠는 집에 자주 안 계시고, 엄마는 직장이 집이랑 3~40분 거리긴 하지만 당주라는 자리가 할 일이 많은 자리인만큼 많이 바빴겠지.
굳이 굳이 '언제나 모두(제자)를 신경써야 한다' 라는 언급이 있던 걸로 봐선 소라는 엄마의 사랑을 자신이 온전히 받지 못하는 데 서운함도 느꼈을 것도 같아.
엄마는 나보다 제자 분들이 더 중요하신가? 아빠는 집에 언제 오시지?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집에 혼자 있는 게 싫어서 요시코 일하는 데 따라간다고 해도, 꽃꽂이라는 게 어린 아이가 좋아할만한 분위기가 아니라 되게 심심했을 거 같아.
거기다 요시코는 소라가 괜히 나쁜 말 듣지 않도록 되려 엄하게 굴었을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소라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게 되면서, 여태껏 제대로 마주하려고 하지 않았던 엄마를 알아가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어.
엄마는 무슨 일을 하는지, 왜 그 일을 하는지,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엄마가 하는 일에 관심이 갔고 엄마를 따라 꽃꽂이를 배우기 시작한 거지.
일부러 치마를 안 입고, 일부러 남자애들과 축구를 하고, 여자 취급 받기 싫어했던 모든 행동들은 엄마의 일에 대한, 엄마에 대한 반항 그 자체였으니까. (물론 그것 또한 소라의 성향이었다고 생각해!)
그러면 이제 소라는 왜 갑자기 축구를 그만두고 왜 하필이면 테니스를 시작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이거 의아해하는 토리들 많았을 거야 분명 ㅋㅋㅋ
나도 축구하는 소라 좋아해서 이게 항상 너무 아쉬웠거든 ㅜㅜ
그리고 그 의문은 디지몬 어드벤처 오리지널 스토리 드라마CD <2년반의 휴가> 에서 밝혀져.
소라가 아빠(하루히코)와 하는 통화 내용에 따르면, 소라는 엄마에게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해.
왜 테니스냐 하면 소라의 엄마(요시코)가 고등학생 시절 테니스부 부원이었기 때문!
알고보니 소라네 엄마도 소라처럼 학생 때 스포츠를 했던 거였어.
꽃꽂이 가 당주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운동이라는 거리가 먼 사람인줄 알았는데, 선수 생활을 했었다니 너무 의외더라구ㅋㅋㅋ
보면 소라가 테니스를 시작한 것도 엄마와 서로 알아가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소라는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꽃꽂이를 시작했고, 요시코는 운동을 좋아하는 소라와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테니스를 가르쳐주려고 했던 거라고 생각해.
서로를 알아가는 데에는 공통점을 찾는 것만큼 좋은 게 없으니까.
그리고 소라가 축구를 그만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진 않아.
PSP 게임 에필로그에서 '너 진짜 축구 그만두는 거야?' 라고 묻는 타이치(태일)에게 '다른 것도 이것저것 시험해보고 싶었다' 라고 얘기하는 게 전부지.
사실 그 말 그대로라고 생각해.
제로투에서 소라가 보여준 모습들은 이전까지는 아예 선택지에서 배제했던 것들을 시험해보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고.
마지막으로 소라가 선택한 직업, 기모노 디자이너.
축구를 그만 둔 이유랑 마찬가지로, 왜 소라가 기모노 디자이너가 됐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정확한 근거는 없어.
트라이에서 소라가 기모노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다는 묘사는 나왔지만, 난 트라이는 공식으로 안 쳐서 ㅋㅋㅋㅋㅋ
우선 왜 운동과 관련 없는 직업을 택했느냐, 하면 사실 그건 간단해.
디지몬 어드벤처와 제로투에는 운동을 하던 애들이 소라를 포함해서 5명 있어.
타이치(축구), 소라(축구), 다이스케(축구), 켄(축구, 유도), 이오리(검도)
근데 이 중에서 운동 관련된 직업 가진 애 한 명도 없다? ㅋㅋㅋㅋ
그나마 켄(정우)이 형사라서 약간 관련이 있을 뿐 타이치는 외교관, 소라는 기모노 디자이너, 다이스케는 라면 가게, 이오리는 변호사로 운동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을 하고 있어.
디지몬이 이래봬도 현실적인 부분이 많은 애니메이션인만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게 아닐까? ㅋㅋㅋ
왜 이런 데까지 현실적으로 구냐 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디지몬 시리즈는 디지몬만 빼면 캐릭터며 가정묘사며 현실적인 애니메이션 그 자체라 ㅠㅠ
물론 아동만화에서까지 현실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 잘못 됐다는 거 전혀 아니야!
한 작품에 대한 감상은 감상자의 수만큼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하고, 어차피 이건 내 감상에 지나지 않으니까 ㅋㅋㅋㅋ
그렇다면 왜 하필 기모노 디자이너냐? 하면 이건 나도 잘 모르겠어.
다만 추측을 해보자면, 꽃꽂이 가의 당주인 어머니와 민속학 교수인 아버지 사이에서 큰 만큼 그 나라의 전통 의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아닐까 싶어. 소라 어머니도 일할 때는 계속 기모노를 입고 있기도 하고.
소라 성격을 생각해보면 엄마가 입기 편한 기모노를 디자인하고 싶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ㅋㅋㅋ
뭐 내 맘 같아서는 그냥 테니스 코치나 하다못해 운동복 디자이너가 됐으면 더 좋았을 거 같지만 ㅠ
소라 성장 환경을 생각해보면 기모노 디자이너라는 게 아예 뜬구름 잡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해.
소라의 성장에 관해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부분은 선머슴 같던 소라를 이른바 '여성적'인 캐릭터로 바꿔버렸다는 거야.
제작진들이 성장한 소라에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여성성'을 부각하려고 했단 점은 분명하고 그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
애초에 99년도, 00년도 작품인만큼 딱 그 시절 구시대적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했지 (뭐 일본엔 요즘도 이런 만화 많다만은)
내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제로투의 소라도 소라라는 거야.
소라의 성장 방향은 달라졌을지언정, 소라의 성격이나 인간 됨됨이는 변하지 않았어.
여전히 남을 잘 챙겨주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아이이고, 책임감이 강하고 똑부러지는 것도 옛날이랑 똑같아.
축구를 그만두고, 테니스를 시작하며 변하기 시작한 소라의 모습은 갑작스러워 보일 수 있었겠지만, 어디서 뚝 떨어진 건 아니야.
어드벤처에서 겪었던 일과 소라의 가정환경을 고려하면 충분히 소라에게 찾아올 수 있는 변화였다고 봐.
소라에게는 그렇게 변할 충분한 이유와 서사가 있었어.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에서 엄마를 더 알고자 한 것,
그것이 바로 소라의 성장 방향이라고 나는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