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박태준 작가는 웹툰 생태계의 황소개구리 같은 존재다. ‘얼짱’ 출신에 의류사업을 하던 그는 데뷔작 <외모지상주의>로 네이버 웹툰 중 가장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 중이며, 지난해 11월부터 본인이 스토리만 담당하는 신작 <인생존망> <싸움독학>까지 동시 연재하며 해당 작품들을 역시 네이버 웹툰 각 요일별 수위권에 올렸다. <외모지상주의> 초반부도 그랬지만, 그는 자극적이면서도 동시대적 욕망을 자극하는 설정과 빠른 전개로 초반 1, 2화만에 독자들을 단숨에 몰입시키는 재주가 있다.


학원물, 그중에서도 소위 ‘일진물’로 분류될 법한 그의 만화 세계를 간단히 요약하면 학교에서 무시받고 괴롭힘당하던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환골탈태해 주목받는 이야기다. <외모지상주의>가 외모 때문에 무시당하던 학교폭력 피해자 박형석이 어느 날 갑자기 육체적으로 완벽한 새 몸을 얻게 되며 모두의 선망을 받는 모습을 그린다면, 신작인 <싸움독학>의 주인공 유호빈 역시 같은 반 학생 빡고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그의 악행을 고발하는 인터넷 방송(작품 속에선 ‘뉴투부’)으로 유명해지고, 이후 홀로 싸움을 독학하며 ‘싸움독학’이란 뉴투부 채널을 운영한다. <인생존망>은 이런 설정을 한 번 더 비트는데, 고등학교 시절 유명한 ‘일진’이자 격투기 유망주였던 장안철은 자신이 과거 괴롭혔던 동창 김진우가 자신을 원망하며 죽자, 그 원한에 의해 고등학교 시절의 진우가 되어 과거의 자신을 비롯한 ‘일진’에 맞선다. 구조화하면 반복적이고 단순해 보이지만, 또한 그만큼 익숙하고 직관적인 쾌감을 보장한다. 하지만 형식적 유사성보다 그의 작품에서 더 중요한 교집합은, ‘아싸’(아웃사이더)에서 ‘인싸’(인사이더)로의 편입에 대한 욕망이다.

싸움을 못하던 주인공이 어떤 계기를 통해 강해지는 이야기는 사실 꽤 흔하게 볼 수 있다. 만화 <홀리랜드>가 그러하며, 영화 <싸움의 기술>이 그러하다. 다만 이들 작품의 주인공에게 있어 싸움은 최소한의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박태준 월드의 주인공들은 다르다. 물론 몸이 바뀌기 전 형석(외모지상주의)과 안철의 영혼이 들어가기 전 진우(인생존망), 싸움 기술을 배우기 전 호빈(싸움독학) 역시 학교폭력 피해자로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지만, 그들이 궁극적으로 닿는 곳은 교내 ‘인싸’의 위치다. 잘생긴 얼굴과 강인한 육체를 얻게 된 형석은 과거 자신을 길거리에서 구타했던 이진성과 싸워 이기지만, 단순히 복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진성을 포함한 소위 잘나가는 무리에 속하게 된다. 노골적으로 ‘솔직히 난 인싸들을 부러워했다’고 독백하던 <싸움독학>의 호빈은 싸움으로 빡고에게 승리하기 전에도 뉴투부 구독자가 많다는 이유로 같은 반 ‘인싸’인 뷰티 뉴투버에게 합동 방송을 제안 받는다. 반대로 호빈에게 진 이후 빡고의 몰락은 그가 운영하던 뉴투브 구독자 수가 줄어드는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싸움의 패배보다 굴욕적인 건 인기와 관심을 잃고 ‘아싸’로 밀려나는 것이며, 진정한 승리는 ‘인싸’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동시대 독자들이 열광한다면, 결국 이것이 지금 이곳에서의 욕망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더 읽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171620015

  • tory_1 2020.01.18 13:05
    전에 누가 짤만 몇개 정리해서 만화방에 올려준거 봤는데 내용이 참 더럽고 이상했어. 왕따 당하는 애들은 다 이유가 있어 웅앵웅하면서 강약약강 오지게 하고,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반드시 강한 집단에 소속되어야만 안심하는 전체주의자들 머릿속에서 나올법한 만화였음. 따돌림이나 학폭 피해자들을 천박하고 외모도 성격도 도덕적으로도 열등한 존재들로 묘사하면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온갖 혐오스러운 단점은 죄다 몰빵해놨던데 진짜 현실 피해자들이 보면 모멸감 엄청나겠더라. 저렇게 노골적으로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약자에게 돌리면서 '당하는 놈이 병신' 논리에 충실한 만화가 요새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라니 끔찍했어. 이런 만화가 재밌다면서 왕따들 심리를 잘 묘사했다 현실을 잘 반영했다 웅앵웅 하는 인간들은 애건 어른이건 무조건 걸러야겠더라.
  • tory_1 2020.01.18 14:14
    그리고 애들이 보는 청소년물 학원물에서 그놈의 인싸, 아싸, 찐따 타령 좀 그만했음 좋겠어. 이제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성적으로 등급을 나누는 걸로도 모자라 얼마나 인기있고 영향력 있느냐로 애들을 평가질하고 등급을 매기는 세상인데 창작물에서 이를 무비판적으로 담습하는걸 보면 암담함.. 각자 자기만의 뚜렷한 주관과 철학과 기준을 가지고 산다면 저렇게 모호한 개념에 자신을, 타인을 어거지로 끼워맞추면서 검열할 일도 없는건데. 사람을 함부로 인싸니 아싸니 평가하고 검열하는 문화 속에서 제일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이고 제일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항상 생각해야 함. 이런 이분법적 차별적 개념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유행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임..
  • tory_2 2020.01.18 13:22

    왕따 안당해본 사람들은 왕따의 마음을 모르지 

    평생을 얼짱이라면서 

    한국이라는 외모지상주의 나라에서 최고 권력을 맛본사람일테니 

  • tory_3 2020.01.18 13:26

    인싸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가 아니라 너도 노오력 하면 인싸일 수 있어 지금 넌 노오력이 부족해서 약자/아싸인거야...

    문화매체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 파급력이 큰데 이게 요즘 청소년들이 주로 소비하는 컨텐츠라면 여기에 영향을 받은 아이들이

    미래우리사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심히 걱정된다...

  • tory_4 2020.01.18 13:49
    도라에몽 만화에서 진구에게 “공부를 못하고, 싸움을 못해도 너에겐 너만의 보물이 있을거야.” 란 말에 크게 배운게 많았는데 웹툰에서도 그런 따스한 시선으로 약자를 응원할 수 있는 만화가 히트치고 유행했으면 좋겠어.
  • tory_6 2020.01.18 15:54
    소녀의 세계 웹툰이 그런 내용인데 여기서도 도덕교과서 같다고 까이더라 ㅎㅎ
  • tory_5 2020.01.18 13:53

    결론적으로 이분법적 체계를 공고히 한다는 대목이 키포인트다. 위근우 칼럼 보면 진짜 문제의 핵심을 잘 짚어서 놀라움. 아마 작가 본인이 작품에서 이상적인 위치에 있는 일진 내지는 인싸의 위치에 가까웠던 사람이겠지 싶음. 네가 아싸인 이유는 성별이나 능력을 타고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한것이고, 그나마 죽을만큼의 노력을 해서 뭔가의 보상체계로 인싸라는 궁극적인 목적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작품이 청소년들의 주류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게 참 걱정스럽다 

  • tory_7 2020.01.18 19:15
    작가 얘기 맞아 잘생겨져서 짱짱인싸 일진한테도 인기짱된 남주 내세우고 자기 경험이라고 했잖앜ㅋㅋㅋ나중에 무슨 되돌아보는 시각이 나올까 했지만 남작가한테 너무 큰 기대였고..네웹에서 특히 10대한테 인기 많은것들 다 짠듯이 이런 내용이라 ㄹㅇ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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