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는 재탕할때마다 레이라때문에 너무 괴로운데,
단순히 '악인' 이기 때문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두 나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열등감의 씨앗이란 생각이 들어서 더 그래
아무래도 독자는 서사의 중심이자 화자인 주인공을 따라가다보니 주인공들에 감정 이입되서 더 그렇기도 하고
일단 하치도 하치인데, 나나가 느끼는 레이라에 대한 감정이 제일 찌통이야
렌은 보컬인 나나를 버리고 트라네스에 합류해서 레이라를 위해 연주하고, 레이라를 위해 노래를 만들지
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단연 나나이지만, 뮤즈는 레이라라는 사실을 나나는 너무 잘 알고 있잖아
렌도 그 점에선 한치의 양보도 안 했고.. 일과 사랑, 뮤즈와 연인의 구분을 냉철하게 하지
일례로 신이 부재였을 때 잡힌 공연때문에 렌더러 급하게 대신해서 연주해달라고 요청하니 그건 안된다고 냉정하게 딱 자르잖아
본인은 트라네스 기타리스트라는 이유 때문에
여자로써의 삶보다 보컬리스트로의 삶을 우선하는 나나가 렌에게 원하는건 단순 '연인'이 아니라 '뮤즈' 라는 포지션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남자로써의 삶보다 기타리스트로서의 삶을 우선하는 렌에게도 나나는 뮤즈가 아니지 단지 연인일 뿐
나나가 진정 원하는건 단지 렌의 연인이 아니라 렌의 뮤즈였는데 둘의 니즈가 너무나 다른게 극명하게 느껴져
거기서 오늘 괴리감에 두 사람 사이는 아무리 좁혀도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있었어
나나는 항상 그 박탈감에 힘들어했고..
렌도 죽기 직전까지 그 점을 가장 괴로워했지
나나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곡 쓰지 말라고 소리쳤던걸 잊지 못하고 트라네스를 그만두겠다는 결심까지 했잖아
나나가 그토록 원했던 렌의 뮤즈 자리를 차지했던게 레이라였는데, 결국 레이라 때문에 두 사람 사이는 멀어지고 렌은 죽기까지 하지
레이라에게 모든걸 뺏겨버렸어 보컬로서도, 연인으로서도
레이라때문에 '연인'인 렌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렸으니까..
하치도 마찬가지야
남편인 타쿠미는 단지 하치를 성욕 푸는 도구쯤으로 여기다 어찌저찌 임신해서 결혼한 여자쯤으로 여기는데 비해
레이라는 이성애적인 사랑이라는 범주 안에 끼워넣을수도 없는 그 이상의 성역이지
이성애적인 사랑의 범주 안에 넣는것조차 아까운 여자,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것조차 더러운 타쿠미의 유일한 절대적인 사랑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어려울만큼 타쿠미에게서 가장 우선순위인 일+이성애+뮤즈를 결집해놓은 대상이라고 해야하나
반면 하치는 타쿠미가 더럽다고 여기는 이성욕의 대상
하치 이성애의 대상인 타쿠미에게서 내적 인식 차이가 너무 선연하다보니 화자인 하치 따라가는 독자 입장으로는 그걸 모르는 하치가 차라리 다행이라 느껴질 정도로 잔인해
하치가 안다면 너무나 비참해질거라...
타쿠미 세상에 둘도없는 개새낀건 디폴트고, 하치가 타쿠미 애 임신해있는것도 알면서 여자로 봐달라고 잠자리 요구하는 레이라도 절대 좋게 보이지 않아
그냥 얘들은.. 애초에 둘이 만났어야 했는데 하치 만나서 하치 인생, 그 자식들 인생까지 줄줄히 파탄낸다고밖엔ㅋㅋㅋ
어찌됐든 하치랑 결혼까지 했으면 감정 정리는 못해서 못한다 치더라도 지킬건 지켜야하는데 한명은 부인이 애까지 있는데 사겨달라 그러고 한명은 그런답시고 자고..
거기다 꼬마렌이 사츠키보다 오빠라는 설정 상, 하치와 타쿠미 아이가 확실하잖아? 가장 먼저 임신했었으니
(하치가 먼저 임신했으니 레이라의 아이일리는 없겠지)
그런 하치 아들이 영국에서 아빠 불륜 상대인 레이라와 지내며 '서로 의지하는, 힐링하는' 관계성까지 형성하고 있으니 독자 입장에선 대환장일수밖에
하치와 타쿠미 미래에 통화하는 장면이나 쥰코가 이혼 안하냐고 하는걸로 봐선 서로 전혀 다정한 사이는 아닌게 확실해
데면데면한 사이
하치와 타쿠미는 타국에서 별거하면서 사실상 이혼관계나 다름없이 지내는데 반해 레이라 타쿠미는 여전히 영국에서 함께 지내면서 하치보다 더 가깝게 지내는듯 하고
꼬마렌이 레이라를 그렇게 따르는걸 보면 실질적인 가정이나 다름 없어 보여
레이라는 주인공들을 너무 비참하게 만드는 존재야
독자인 나는 화자인 주인공들 두 나나를 따라가는데, 두 나나가 레이라한테 모든걸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더라
심지어 렌이 죽은 후 하치 나나와의 사이마저도.. 나나가 떠남으로써 소울메이트인 서로를 잃었지
단지 못되먹은 악역이면 이렇게 밉지도 않을텐데,
레이라는 자기연민이 극심한 인물이고 주변의 모든 인물이 그런 레이라를 안쓰럽게 여기고 1순위로 챙기기 때문에 더 밉더라
정작 레이라때문에 두 주인공은 너무나 불행한데,
레이라는 미래에서마저도 자기 연민에 휩쌓여서 불륜남의 자식한테까지 위로받는 모두의 공주님이라는 포지션이라니
쩝..
많은 1차 창작물을 읽어왔지만 나나만큼이나 현재 과거에 아우르면서 조연때문에 주인공들이 불행해지는건 못본것같아
불행해졌다면 최소 작중에서 그 인물을 악인 취급이라도 하지 나나에서는 끝끝내 레이라가 불쌍한 여자로 남잖아
결말이 언제 날지, 과연 나긴 할지 모르겠지만..
과연 해피엔딩이 있을까?
최선의 엔딩은, 두 나나가 소울 메이트로 남자들 버리고 행복하게 사는건데
두 나나가 소울메이트로 행복하게 사는건 나한테 반쪽짜리 해피엔딩이야
왜냐면 나나의 렌의 뮤즈가 되고자 했던 뮤지션으로서의 열망은 결국 포기.. 물리적으로 이룰 수 없는 바램이 되어버렸잖아
하치 아이들 데리고 끝까지 나의 뮤즈, 나의 성역이랍시고 트라네스 하면서 지들끼리 행복해할 타쿠미 레이라 생각하면 열뻗치고
그렇다고 하치가 나나 찾고 그제사 타쿠미랑 합쳐서 산다 하더라도 절대 행복한 가정일거라 생각 안해
하치와 타쿠미 애정이라곤 없는 통화 장면만 봐도, 타쿠미가 하치 일본에 두고 레이라랑 영국에서 머무는것만 봐도 타쿠미는 그 언제가 되도 자기 뮤즈인 레이라를 뒤로 미루고 하치와 가정을 1순위로 올릴 수 없는 남자니까
어떻게 결말이 날진 모르겠지만..ㅠㅠ
이래도 저래도 나한텐 반쪽자리 해피엔딩일 것 같아서 참.. 생각할수록 서글픈 만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