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통 놀이 카루타를 소재로 한 스포츠만화(+약간의 로맨스) 치하야후루 맞음
이것도 벌써 10년정도 연재한 장기연재 작품인데 ㅋㅋ 처음엔 보면 빻은 요소 진짜 많거든?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게 안보이고... 오히려 페미니즘적 요소가 드러나는 작품이 됨.
작가가 그걸 의도적으로 그린 것 같은데 거부감 들지 않아. 계몽적이지가 않거든ㅋㅋ
초반에 불호요소중에 하나가 카나라는 캐릭터인데, 카나가 왼전 "여자는 이래야하고~ 저래야하고~"하는 코르셋 조인 캐릭터임.
근데 카나가 원래는 전통과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캐릭터라서 자기네 집이 기모노 가게를 운영하다보니까 기모노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려면 자세를 바르게 해야하고~ 뭘 해야하고~ 그런 점들이 극대화되어서 결국 여자는~ 하는 모습이 강조된 거 같았거든
근데 어느 시점부터 그런 것들이 사라지고 그냥 전통과 문화를 사랑하는 캐릭터로 남음ㅋㅋ
그게 한... 단행본 30권은 지난 뒤부터 그런거 같아서 ㅋㅋ 영업하기엔 이런 초반 장벽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는게 문제지만..
아무튼 최근 카나의 모습은 진짜 자기가 사랑하는 전통과 문화를 어떻게하면 잘 지켜나갈 수 있을지 자기 역할을 고민하는 캐릭터가 돼서 되게 멋져.
그리고 애초에 치하야후루 자체가 주인공 치하야가 카루타 퀸이 되기 위한 스토리라서 진한 여성서사를 갖고있는 작품임.
근데 어디가서 여성서사 작품이에요~ 하고 영업하기에는 초반에 남주인 타이치 성장서사가 상당히 큰 비중을 갖고 있어서ㅋㅋ
물론 이것도 30권 지나면 타이치는 한발 뒤로 물러나고 진짜 치하야 메인으로 진행되긴 함.
그 전에도 치하야 메인이긴 했는데! 이전까지는 치하야와 타이치의 팀이 전국체전 우승하는게 메인이라면 (퀸이 되는건 약간 뒷전)
타이치 한 발 물러난 뒤부터는 치하야의 퀸을 향한 꿈이 더 메인이 된 느낌?
그런데 이 치하야 서사를 풀면서 여러 여성 카루타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방면으로 함께 묘사한게 진짜 괜찮았음.
치하야는 천재적인 감을 갖고 카루타 퀸을 향해 도전하는 열혈 소년만화 주인공 느낌이라면
라이벌인 시노부는 완전 노력파로 카루타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카루타밖에 없을 정도로 절박한 캐릭터.
게다가 시노부는 프로 선수가 없는 카루타 세계에서 최초로 카루타 프로 선수가 되는 길을 개척하고 있어 (진짜 이걸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데 멋짐..)
중반에 등장하는 이노쿠마 하루카는 몇연속으로 퀸이 되었던 선수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을 반복하면서 한참 쉬었어. 다시 돌아왔을 땐 기량이 이전같지 않지만 처녀시절처럼 열정적으로 퀸에 다가가기 위해 싸우는 캐릭터고
하루카의 전성기 시절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사쿠라자와 미도리는 한 번도 퀸에는 올라서지 못했던 만년 2인자였지만 카루타 고문 선생으로 남아 후진 양성에 주력하면서도 퀸을 향해 다시 재도전해.
후반에는(미정발분) 카루타 퀸으로 이미 정점에 올랐다가 현재는 카루타 경기의 낭독자나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캐릭터들도 등장하는데
이들의 젊었을 때 서사도 보여주면서 여성 선수들의 유대를 보여주고, 또 이들이 젊었을 때 바랐던 일이지만 이루지 못했던 것을 치하야와 시노부가 일궈내는 걸 보여주면서 여성 카루타 선수들의 의지가 후대까지 이어지는 것도 드러냄.
그밖에도 카루타 선수들의 조력자가 대부분 여성 캐릭터라는 것도 인상깊었음. 주인공들의 어머니들과 고문 선생님이 특히 그렇고.
분명 초중반에는 전국체전 우승을 향한 이야기라서 남자 캐릭터도 많이 나오고 주인공의 스승도 남캐고 그렇거든?
근데 중후반부터 여성 캐릭터 위주로, 그들의 이야기를 잔뜩 풀어주는 걸 보면서 작가의 의식이 변화한 결과라고 느꼈어 ㅋㅋ
그런데 이게 일부러 여캐만 쭉 내보내서 완전 남자가 없는 것 같은 세상이 아니라, 남캐도 분명 많이 나오는데 여캐들 서사를 잘 다뤄주니까 작위적이거나 계몽적인 느낌이 없더라.
그냥 여성 선수들의 이야기를 많이 보여줘서 정말 좋다는 생각 ㅠㅠ
아 글고 이건 미정발분 스포일러인데, 치하야후루 보면서 좀 불만? 갖는 요소 중에 하나가 위에서 말한 카나 말고도 또 있는데
(밑에 드래그하면 보임)
굳이 남여 경기 따로 나눠서 한다는 거 ... 심지어 여자는 3판 2선승제고 남자는 5판3선승제인거
이것도 나중에 바뀜ㅋㅋ 심지어 내년에 바뀌려던거 시노부랑 치하야가 주장해서 당장 다가오는 경기부터 바뀜
실제 일본에서도 바뀌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이부분은 잘 모르겠음
암튼 작가가 실제 경기가 있다보니 완전히 남여 통합 경기를 자기가 그려나가긴 힘들 것 같지만... 남여 다르게 하던것부터 바뀌어서 만족스럽더라
(위에 드래그 하면 보임)
아무튼 치하야후루 원래는 로맨스적으로 진짜 좋아했는데
볼수록 이런 면이 넘너무 좋아서 진짜 매번 재미있게 보고 있어...
뭔가 항상 이야기하고 싶던 것들이었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구구절절 글 길게 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