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로젠메이든 2부를 보니 인형들이 갓 만들어졌을때 과거 회상이 나와. 그 부분을 읽으니 각자의 성격이 왜 이런지 이해가 잘 가네. 우선 로젠은 인형을 하나 완성하면 모형 정원이라고 자기가 잡동사니를 쌓아놓은 n-field(환상속 세계)에 데려다 놓고 종종 방문해. 그러다 그 인형이 앨리스(지고의 소녀)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새 인형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방문이 뜸해지지. 새 인형이 완성되면 그 애만 예뻐하다가 질리면 다시 만들고.

이러다 보니 로젠 메이든들에게 자매란 아버지의 사랑을 두고 싸우는 경쟁자 일수밖에 없어. 특히 언니가 동생을 보는 입장이. 마치 어린 아이가 동생이 생겨 관심이 집중되니 질투하는 것처럼. 모형정원 안에 다른 사람은 없으니 아버지의 사랑만이 절대적이라 느껴지겠지. 게다가 얘들은 인형이야. 아이와 놀거나 사랑받는것이 존재 의의인. 그러니 사랑받지 못한다 = 존재 가치가 없다 이렇게 받아드릴수도 있어.

스이긴토는 제 1돌, 즉 첫번째 인형이니 아버지의 관심에서 멀어진지도 가장 오래되었고 아버지의 관심을 앗아가는 동생들의 탄생도 6번이나 겪었어. 게다가 동생들이 태어났다는건 스이긴토 자신이 앨리스가 아니라는 것 = 최고의 소녀가 아니라는 것= 자신의 실패작 이라는것을 의미해. 이처럼 존재 자체가 자기가 실패작임을 상기시키니 동생들을 미워할 수밖에 없지.

그렇다고 스이긴토가 정이없는 캐릭터는 아니야. 오히려 정이 아주 많지. 동생들에게 쌀쌀맞게 대해도 자세히 보면 애정이 보이고. 외전인 로젠메이든 제로에서 스이긴토는 로젠이 버린 실패작 더미를 언니라 부르며 이름을 지어주는데 이는 외로워서 라고봐. 문제는 이 넘치는 애정이 아버지만을 향한다는거. 게다가 다른 인형들은 모형정원을 나간 뒤 인간들과 계약을 하면서 다른 인간관계를 맺고 로젠에 대한 집착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그런데 스이긴토는 계약을 맺은 인간이 메구가 최초야. 이렇게 로젠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니 지연히 앨리스게임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동생들을 공격하고. 나는 아버질 이렇게 사랑하는데 아버진 날 사랑하지 않아 아버지가 미워 증오스러워 죽었으면 좋겠어 이러며 애증을 품게되지. 이 집착이 해소되는건 메구, 준 같은 인간들이나 동생들과 관계가 나아진 후. 마치 부모의 애정만을 갈구하던 어린아이가 성장해 다른 이들과도 인간관계를 맺고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모습 같아.

카나리아는 두번째 인형이니 스이긴토와 상황이 비슷하지. 또 모형정원에서 단 둘이 있던 시간도 길고. 그래서 인지 둘이 성격이 정반대인데도 의외로 잘 어울려. 앨리스게임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도 비슷하고. 스이긴토와 다른 점은 카나리아는 계약자들과 함께하며 일찌감치 타인의 애정을 받았다는 것. 그래서 인지 정서적으로 훨씬 안정되보여.

쌍둥이들은 두 언니와는 전혀 다른 케이스. 태어날 때부터 둘이다 보니 둘은 외롭지 않았어. 아버지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으니 앨리스 게임에도 관심이 없었지. 소우세이세키가 앨리스 게임에 관심을 가진건 스이세이세키에게서 벗어나 반쪽이 아닌 온전한 하나가 되기 위해서. 정작 소우세이세키는 스이세이세키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쌍둥이와 함께하길 원했던 스이세이세키는 동생이 사라진 뒤 홀로 자립했다는 점이 아이러니.

신쿠는 가장 특이한 케이스. 얘는 자매들을 경쟁자가 아니라 가족으로 봤거든. 처음 히나이치고가 태어나고 자신을 향하던 로젠의 애정이 히나이치고로 옮겨가자 질투는 했지. 하지만 로젠이 모형정원을 떠나고 외로워하는 히나이치고를 보자 연민을 느끼고 데려와 친동생처럼 돌보기 시작했어. 이는 로젠메이든들에게 큰 사건이야. 그전까지 쌍둥이를 제외하고 로젠 메이든들은 따로따로 살며 어쩌다 한번 얼굴 보는 수준이었거든. 그런데 신쿠가 동생을 돌본다는 말에 다들 호기심을 가지고 신쿠를 보러갔고 서로 서로 친해져서 정기적으로 다과회도 열고 어울리게 돼.

이런 다정함이 신쿠가 앨리스가 된 이유라고 봐. 스이긴토나 키라키쇼는 앨리스가 될 기호가 있었음에도 신쿠에게 양보했지. 모두가 원하던 최고의 소녀가 되어 아버지를 만난 신쿠는 정작 외롭다고, 자매들을 되살려 달라며 울었고. 결국 자매들을 되살리는 대가 로 본인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지. 다정한 신쿠에게 어울리는 결말이라고 생각해.

히나이치고는 외양도 성격도 어린아이 그자체지. 막내는 아니지만 사실상 막내 취급을 받았어. 키라키쇼는 앨리스 게임이 시작되고 다들 인간계로 떠난 후에 태어났어. 그 존재도 알지 못했지. 히나이치고는 언니들이 격은 동생에 대한 질투를 경험하지 않았어. 모형정원에서 히나이치고는 그저 언니들에게 사랑받고 어리광 부리는 막내였지. 히나이치고에게 사랑받는건 당연한 것이었을거야. 그런데 계약자인 코린느가, 어쩔수 없었다지만 자신을 버린건 끔찍한 충격이었겠지. 그러니 다음 계약자인 토모에에게 과하게 집착했고. 하지만 자신의 사랑이 토모에를 죽인다는 말에 스스로 앨리스게임을 포기한 점에서 보듯이 본질은 선한 아이라고 봐.

키라키쇼는 가장 불쌍한 인형이야. 키라키쇼는 앨리스 게임이 선포되고 태어났어. 태어나자마자 로젠이 사라졌기에 언니들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잠시나마 받지도 못했지. 모형정원에는 언니들은 떠나고 빈 찻잔과 테이블만이 남아있었어.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존재도 몰라. 육체가 없으니 타인과 교류할 수도 없어. 언니들은 계약자들이나 자매들과 아끼고 사랑하며 즐겁게 지냈지만 키라키쇼의 계약자는 그녀의 존재조차 모르지. 그런데 환상속에 있으니 언니들이 즐겁게 사는 모습은 또 볼 수 있어. 자신은 홀로 외로이 있는데 말이야.

그런 상황에서 가엽게도 미쳐버린거야. 언니들을 관찰하면서 그녀들을 사랑하게 되었지. 로젠메이든들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는데 얘만 언니라 꼬박꼬박 부르고 자신을 막내 동생이라 여러번 지칭하는 데서 알수 있어. 그러나 동시에 자기를 알지 못하는,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신은 누릴수 없는 행복을 누리는 언니들을 증오하게 되었고. 그녀들의 행복은 자신은 없고 그들은 가진 두가지, 즉 육체와 계약자에서 비롯된다 생각해 그것을 빼앗으려 하고. 반면 앨리스게임에는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아. 아버지는 애초에 본적이 없으니까 관심도 없어. 때문에 언니들로부터 증오를 받자 아예 환상속으로 도피해 버리지.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가짜 아버지와 가짜 자매들이 있는 곳으로.

환상이 깨지고 모두 자기를 싫어하는 현실에 돌아오자 키라키쇼는 진심을 말해. 모든걸 가진 언니를 증오한다고. 사랑받고 싶다고. 사랑해 달라고. 그때 기적이 일어나. 신쿠가 7개의 로자 미스티카를 전부 키라키쇼에게 준 것. 신쿠에게는 그녀도 사랑하는 자매이니까. 키라키쇼는 그제야 원하는것을 받아. 사랑. 그러니 소멸할 수 있어. 앨리스가 못되어도 상관없어. 평생에 걸쳐 원하는것을 가졌으니까. 이제 되살아난 키라키쇼는 행복해 질거야. 거울너머에서 바라만 보았던 풍경에 자신도 섞일테니까.

이런걸 보면 작가가 캐디뿐만 아니라 캐릭터성도 참 잘 짠것 같아.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 tory_1 2021.06.25 20:3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0/30 00:22:23)
  • tory_2 2021.06.25 20:46
    애니랑은 좀 다른가?기억이잘안나네
    이북없어서 아쉽다
  • W 2021.06.25 20:48
    애니는 오리지날 전개가 많이 들어갔어. 난 만화카페에서 읽은거라 이북이 없었구나.
  • tory_2 2021.06.25 22:58
    @W 그렇구나ㅜ 토리해석글 보니 더 깊이가있는것같고 괜히 애니가 좀 아쉽네...지금 스트리밍도 안되는것같지만ㅜㅠ
  • tory_4 2021.06.25 21:16
    쭉 정독했어 정성글은 추천bb 예전에 봤던거 새록새록 기억난당ㅋㅋ 로젠 애들 캐디도 그렇고 성격 서사도 각자 색이 뚜렷해서 좋았어
  • tory_5 2021.06.25 21:21
    와..글 너무 좋다. 잘읽었어. 난 이거 되게 옛날에 봤는데 글보니까 다시 보고싶다
  • tory_6 2021.06.25 21:23
    몰랐는데 되게 캐릭터 관계성이 잘 짜여져있네! 토리 글 보니까 나도 읽고싶어졌어,, 나중에 만화카페 가면 찾아봐야겠다
  • tory_7 2021.06.25 21:23
    초등학생때 보고 10년이상이 흘러서 기억도 제대로 안났는데(사실 어릴땐 그림 위주로 보긴 했지만 ㅎㅎ)토리 덕분에 스토리가 생각났고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ㅠㅠ 다시 찾아보고 싶다!ㅠㅠ
  • tory_8 2021.06.25 21:32
    와 어릴때봐서 내용에 크게 몰두 안했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좋다...
  • tory_9 2021.06.25 21:36

    이런 정성글에는 추천을 해야지.... 결국 만악의 근원은 로젠이구나 마지막에라도 다들 행복해져서 다행이다ㅠㅠㅠㅠㅠㅠ

  • tory_10 2021.06.25 21:58

    어릴때 봤어서 단편적으로만 기억하고 있고, 그 이후에 나온 내용은 잘 모르는데도 토리 글 보니까 새록새록 생각난다 ㅋㅋㅋ

    오랜만에 다시 보고싶네 ㅠㅠㅠ

  • tory_11 2021.06.25 22:32
    오 해석 잘봤어
  • tory_12 2021.06.25 23:46
    와 나 로젠메이든 끝까지 못읽었는데 결국 신쿠가 앨리스가 되는구나 엔딩 엄청 슬프다 ㅠㅠ 이 글 보니까 다시 도전하고 싶어졌어
  • W 2021.06.26 00:07
    ㅎㅎ 스포하자면 새드엔딩은 아냐. 신쿠가 자매들을 되살리는 대가로 잠에 빠져들지만 준과 자매들이 신쿠를 깨울 새 로자 미스티카를 찾겠다! 이러면서 달려나가는 엔딩이라
  • tory_13 2021.06.25 23:5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0/20 20:29:32)
  • tory_14 2021.06.26 02:17
    미쳤다 다시 ㅂ보고싶어짐
  • tory_15 2021.06.26 04:59
    토리 리뷰가 너무 좋다 조만간 다시 봐야지
  • tory_16 2021.06.26 11:38

    우와 해석 너무 좋다 추천 남기고 감

  • tory_17 2021.06.26 12:39
    ㅠㅠ어릴 때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스이긴토 최애라 극장판 보고 꽤 충격 먹었었지만ㅋㅋㅋㅋ 오랜만에 로젠메이든 글 보니 추억여행한 기분이야. 담백한 리뷰 고마워!
  • tory_18 2021.06.26 13:17
    우와 너무 좋다.... 덕질의 시작이 로젠메이든이었는데 뒤에 이런 일이 있는 줄 몰랐어 잘 보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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