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스웨덴이랑 핀란드를 다녀왔는데 올해4월에도 스웨덴이랑 핀란드만 다녀왔어.
작년과 같은 이유로.. 공기 좋고 한산하고 별로 할 것 없는 나라라 부담감 없어서.
고작 두번이지만, 그 두번으로 꽤나 느낀것이 많아서 플어볼게. 긴 글이 될것이야..
당연하지만 후기는 100% 주관적이니 걸러 들어주길 바래.
스웨덴이나 핀란드나 같은 북유럽에다 비행기로 한시간 거리지만 두 나라의 인상은 참 달라. 스톡홀름은 북유럽의 서울이라는 별명답게 없는것이 없고, 즐길거리도 유럽치고 많고, 사람들도 관리가 잘 된 모습이야. 거기도 흰 운동화가 유행인데 비도 많이 오는 나라에서 다들 운동화가 방금 새로 사서 첫 개시한 것 마냥 너무 깨끗했던게 인상적이었어. 옷 잘 입는거야 유명하지만 단순히 잘 입고 못 입고를 떠나서 머리부터 얼굴, 옷차림새까지 정성스레 단장한 느낌이야. 우리나라는 여자들이 되게 자기관리에 철저한 느낌이잖아? 스톡홀름은 남녀 가릴것없이 그런 인상이야. 길거리도 깨끗하고 건물들은 너무 아름답고, 전체적으로 부의 기운이 흘러. 잘 사는 나라라는 실감이 나. 숙소 근처에 요트 선박장이 있었는데 주말 아침 되니까 요트 수리하고 보수하는 사람들로 북적대더라. 그 요트 선박장 뒤에 너무 이쁘게 꾸며놓은 빌라 단지가 있었는데, 집들이 좀 자그마해서 원룸인가..? 했거든. 알고보니 요트 주인들이 창고 겸 나들이 장소로 쓰는 작은 오두막?이었어. 그 작은 오두막들마다 정원이 딸려있는데 가지각색의 꽃들이 만발해있고, 바베큐 그릴에 포치에 그네에.. 뭔가 기분 묘하드라. 난 요트를 내 눈으로 본 것도 처음이었거든;; 인종차별은 대놓고 당한적 없지만, 뭔가 이 사람들 짤없다 라는 기분이 계속 들었어. 매뉴얼대로 해주긴 하겠는데 너에게 그 이상 호의나 친절을 베풀 생각은 없으니 그리 알아라 라는 느낌이야. 전세계에 스톡홀름 단 한곳에만 매장이 있는 신발가게에 갔았는데 불도 환히 켜져있고 안에 직원들도 있었어. 문 열려고 하니까 안 열리는거야. 직원들은 핸드폰 손에 들고 우리 일행을 되게 차가운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만 있고. .알고보니 영업시간이 끝난거였는데, 뭐 걔네가 딱히 잘못한건 없지만 뭔가 뻘줌한 기분?? 저렇게까지 차가운 얼굴을 해야할까? 싶었어. 근데 영업시간내에 가면 세상 친절해.. 그러니 내 잘못이겠지 뭐.. 난 술이나 클럽 즐기지않고, 여행지에서는 밤 늦게 돌아다니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낮 동안 재미있게 잘 놀았어. 비록 커피숍도 4시면 닫는 나라지만 잘 찾아보면 늦게까지 하는 곳도 있고, 숙소 근처 공원만 가도 영화속같은 풍경을 만끽할 수 있고, 마트만 가도 잘생긴 애들 너무 많아서 눈 돌아가고ㅋㅋㅋ 유흥 즐기는 사람이라면 지루하겠다 싶은데 나 같은 인간에게는 가볼곳이 계속 생기는 도시야. 그냥 강 끼고 걷기만해도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4월 말이지만 비도 오고 히트텍에 핸드메이드 코트에 머플러까지 두를만큼 날이 추웠는데, 진짜 놀라웠던건 스톡홀름 사람들의 열정이었어. 비가 우박이 되가지고 쌍싸대기를 날리는데 바람막이에 레깅스 하나 입고 운동하더라.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날씨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여기서도 저기서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산책 개념으로 걷는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운동복 갖춰입고 땀 뻘뻘 흘리면서 해. 낮 동안에는 번화가가 아닌 거의 모든 곳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랑 마주칠수있음. 이것도 좀 인상깊었던 부분인데, 흔히 선진국이라 칭하는 나라에 가면 사람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는 이민자나 외국인들이 종사하는 경우가 많잖아? 여기는 그렇지 않더라구. 다양한 업종에 다양한 연령대가 일하고 있고, 또 일 열심히 해. 설렁설렁 안하고, 뭔가를 묻거나 요청했을때 막힘없이 솔루션이 딱딱나와. 나중에 보니 스웨덴이나 핀란드에서는 죽을 병에 걸렸거나 죽은게 아닌 이상 평생 일하는게 당연한거라고 하드라. 연령대 높으신 분들도 예외없이.. 놀때도 좀 정성인게 하나같이 너무나 멋지게 치장하고 나와서 가게마다 줄서있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끄덕 없이 즐겁게 기다림.. 좀 유명하다는데 가보면 현지인들이 이미 점령하고 있어.덕분에 나는 핫하다는 곳 구경은 아예 포기해 버렸어..
이런 면면들을 계속 목격하다보니 절로 어른들의 명언이 떠올랐어. 여행은 선진국으로 가라!
사실 내가 정말 젛아하는 여행지는 동남아거든. 날씨탓이 크겠지만 사람들 여유롭고 나른하고 모든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진짜 힐링의 느낌? 그게 좋아서 매번 갔었는데 스톡홀름은 그 반대야. 목적없이 어슬렁거리는 사람의 수도 압도적으로 적어 ㅋㅋ 열심히 일하고 운동하고 노는 사람들을 보니까 나도 절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같이 나태한 인간이 그런 생각을 단 몇분이라도 했다는게 스스로 놀라웠음. 그리고 그 놀라움이 이번 여행의 수확같아. 매번 어디 다녀와도 배터지게 먹고 대충 돌아보고 한국와서 사진이나 정리하는게 다 였는데, 이번에는 나도 교훈이란걸 얻어왔다 최초로!
물론 그 사람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복지나 근로조건이나 인건비나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건 사실이지만.. 그래서 그 사람들만큼 활기차게 인생을 즐길 여력이 없는것도 사실이지만, 난 오히려 그 사람들이 갖춰진 틀 안에서 나태해지거나 뻗어버리지 않고 부지런떠는게 인상적이더라구. 내가 북유럽에서 태어나 시간이 남아돌고 재력이 빵빵하다 한들 저렇게 살수있을까 싶어서..
이어서 방문한 핀란드 헬싱키는 더 춥고 음산하고 사람들의 모습도 소박했어. 그 가운데서도 고스족이나 화려한 마리메꼬 스타일로 치장한 사람들이 간혹 보였는데 날씨를 보니 이해가 갔음. 대만 갔을때 서울의 90년대 모습 같다고 느꼈었는데, 핀란드는 낙후된 스톡홀름 같았어. 시내를 벗어나면 거대한 공장지대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런데 사람들은 훨씬 친절해. 호의가 느껴짐. 다들 표정은 딱딱한데 어쩌다 말 한두마디 섞어보면 그렇게 친절할수가 없다. 솔직히 헬싱키 시내만 보자면 굳이 가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아. 시내 관광보다는 누크시오 국립공원과 수오멘리나 섬을 강추한다. 이 두 곳만 제대로 봐도 핀란드까지 간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을거야. 수오멘리나 섬은 섬 전체가 전쟁 당시 요새로 쓰였는데 왕좌의 게임 세트장 같았어. 음산하고 음침하고 기괴한 것이 당장 어디선가 대너리스가 용 타고 날아올 것 같음. 하필 그 날 비오고 하늘까지 흐려서 중세시대 한복판에 와 있는 느낌이었어. 누크시오 국립공원은 반지의 제왕스러웠어..
간달프가 프로도 손 잡고 산책하면 딱이겠더라.
이번 북유럽 여행에서 한국과 관련된 소소한 일화가 두가지 있었어. 한번은 역사적인 4월 27일이었어. 거기서도 남북 정상회담이 엄청 보도됐거든. 뉴스, 신문 어디서나 문대통령, 트럼프, 김정은의 얼굴이 빠지지 않았음. 편의점에 물 사러 갔는데 직원이 어디서 왔냐고 묻더니 너희나라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들었다며 축하한다고 하더라. 그 먼데서 생판 처음보는 외국인에게 축하를 다 듣다니, 감격스럽더라구.
또 한번은 버스 안에서 였는데 뒷자리 여자애들이 유튜브로 노래를 들으면서 가는거야.이어폰도 안끼고.. 고등학생 정도 되어보였는데 팝송 몇개가 나오더니 갑자기 한국말이 나옴. 방탄소년단 노래를 팝송 듣듯이 자연스럽게 듣더라. 인기 많다는건 알고있었지만 신기했음. 여자애들이 영어가사만 쏙쏙 따라부르고 한국어 나오면 침묵하는것도 귀여웠고 ㅋㅋㅋ
두 나라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부러웠던 점은, 외모와 나이가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것.
마트 캐셔가 목까지 문신을 하고 입술에 피어싱을 하고 있어도 아무도 문제삼지 않고, 지하철 보안요원이 머리를 오로라색으로 염색해도 취직 잘만 한다는 점.
그리고 어느장소에나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되어있어.
연남동이나 홍대 좋다는 카페나 음식점 가면 죄다 젊은사람들 뿐이잖아.
그나마 연령대통합이 이루어지는 곳을 들라면 생각나는곳이 설빙밖에 없음 ㅋㅋ
스톡홀름이나 헬싱키에서 밥을 먹으러 가거나 차를 마시러 가면 서버분들도 그렇고 고객들도 그렇고, 연령대가 다양해. 20대부터 6-70대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짐. 되게 보기 좋더라. 하도 핫하다길래 당연히 내 또래만 있을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데다 서로가 서로를 불편해하지도 않아. 부러운 광경이었어.
잠이 너무 안와서 길게 후기 남겨봤어. 도움이 되면 좋겠다.
작년과 같은 이유로.. 공기 좋고 한산하고 별로 할 것 없는 나라라 부담감 없어서.
고작 두번이지만, 그 두번으로 꽤나 느낀것이 많아서 플어볼게. 긴 글이 될것이야..
당연하지만 후기는 100% 주관적이니 걸러 들어주길 바래.
스웨덴이나 핀란드나 같은 북유럽에다 비행기로 한시간 거리지만 두 나라의 인상은 참 달라. 스톡홀름은 북유럽의 서울이라는 별명답게 없는것이 없고, 즐길거리도 유럽치고 많고, 사람들도 관리가 잘 된 모습이야. 거기도 흰 운동화가 유행인데 비도 많이 오는 나라에서 다들 운동화가 방금 새로 사서 첫 개시한 것 마냥 너무 깨끗했던게 인상적이었어. 옷 잘 입는거야 유명하지만 단순히 잘 입고 못 입고를 떠나서 머리부터 얼굴, 옷차림새까지 정성스레 단장한 느낌이야. 우리나라는 여자들이 되게 자기관리에 철저한 느낌이잖아? 스톡홀름은 남녀 가릴것없이 그런 인상이야. 길거리도 깨끗하고 건물들은 너무 아름답고, 전체적으로 부의 기운이 흘러. 잘 사는 나라라는 실감이 나. 숙소 근처에 요트 선박장이 있었는데 주말 아침 되니까 요트 수리하고 보수하는 사람들로 북적대더라. 그 요트 선박장 뒤에 너무 이쁘게 꾸며놓은 빌라 단지가 있었는데, 집들이 좀 자그마해서 원룸인가..? 했거든. 알고보니 요트 주인들이 창고 겸 나들이 장소로 쓰는 작은 오두막?이었어. 그 작은 오두막들마다 정원이 딸려있는데 가지각색의 꽃들이 만발해있고, 바베큐 그릴에 포치에 그네에.. 뭔가 기분 묘하드라. 난 요트를 내 눈으로 본 것도 처음이었거든;; 인종차별은 대놓고 당한적 없지만, 뭔가 이 사람들 짤없다 라는 기분이 계속 들었어. 매뉴얼대로 해주긴 하겠는데 너에게 그 이상 호의나 친절을 베풀 생각은 없으니 그리 알아라 라는 느낌이야. 전세계에 스톡홀름 단 한곳에만 매장이 있는 신발가게에 갔았는데 불도 환히 켜져있고 안에 직원들도 있었어. 문 열려고 하니까 안 열리는거야. 직원들은 핸드폰 손에 들고 우리 일행을 되게 차가운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만 있고. .알고보니 영업시간이 끝난거였는데, 뭐 걔네가 딱히 잘못한건 없지만 뭔가 뻘줌한 기분?? 저렇게까지 차가운 얼굴을 해야할까? 싶었어. 근데 영업시간내에 가면 세상 친절해.. 그러니 내 잘못이겠지 뭐.. 난 술이나 클럽 즐기지않고, 여행지에서는 밤 늦게 돌아다니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낮 동안 재미있게 잘 놀았어. 비록 커피숍도 4시면 닫는 나라지만 잘 찾아보면 늦게까지 하는 곳도 있고, 숙소 근처 공원만 가도 영화속같은 풍경을 만끽할 수 있고, 마트만 가도 잘생긴 애들 너무 많아서 눈 돌아가고ㅋㅋㅋ 유흥 즐기는 사람이라면 지루하겠다 싶은데 나 같은 인간에게는 가볼곳이 계속 생기는 도시야. 그냥 강 끼고 걷기만해도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4월 말이지만 비도 오고 히트텍에 핸드메이드 코트에 머플러까지 두를만큼 날이 추웠는데, 진짜 놀라웠던건 스톡홀름 사람들의 열정이었어. 비가 우박이 되가지고 쌍싸대기를 날리는데 바람막이에 레깅스 하나 입고 운동하더라.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날씨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여기서도 저기서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산책 개념으로 걷는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운동복 갖춰입고 땀 뻘뻘 흘리면서 해. 낮 동안에는 번화가가 아닌 거의 모든 곳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랑 마주칠수있음. 이것도 좀 인상깊었던 부분인데, 흔히 선진국이라 칭하는 나라에 가면 사람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는 이민자나 외국인들이 종사하는 경우가 많잖아? 여기는 그렇지 않더라구. 다양한 업종에 다양한 연령대가 일하고 있고, 또 일 열심히 해. 설렁설렁 안하고, 뭔가를 묻거나 요청했을때 막힘없이 솔루션이 딱딱나와. 나중에 보니 스웨덴이나 핀란드에서는 죽을 병에 걸렸거나 죽은게 아닌 이상 평생 일하는게 당연한거라고 하드라. 연령대 높으신 분들도 예외없이.. 놀때도 좀 정성인게 하나같이 너무나 멋지게 치장하고 나와서 가게마다 줄서있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끄덕 없이 즐겁게 기다림.. 좀 유명하다는데 가보면 현지인들이 이미 점령하고 있어.덕분에 나는 핫하다는 곳 구경은 아예 포기해 버렸어..
이런 면면들을 계속 목격하다보니 절로 어른들의 명언이 떠올랐어. 여행은 선진국으로 가라!
사실 내가 정말 젛아하는 여행지는 동남아거든. 날씨탓이 크겠지만 사람들 여유롭고 나른하고 모든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진짜 힐링의 느낌? 그게 좋아서 매번 갔었는데 스톡홀름은 그 반대야. 목적없이 어슬렁거리는 사람의 수도 압도적으로 적어 ㅋㅋ 열심히 일하고 운동하고 노는 사람들을 보니까 나도 절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같이 나태한 인간이 그런 생각을 단 몇분이라도 했다는게 스스로 놀라웠음. 그리고 그 놀라움이 이번 여행의 수확같아. 매번 어디 다녀와도 배터지게 먹고 대충 돌아보고 한국와서 사진이나 정리하는게 다 였는데, 이번에는 나도 교훈이란걸 얻어왔다 최초로!
물론 그 사람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복지나 근로조건이나 인건비나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건 사실이지만.. 그래서 그 사람들만큼 활기차게 인생을 즐길 여력이 없는것도 사실이지만, 난 오히려 그 사람들이 갖춰진 틀 안에서 나태해지거나 뻗어버리지 않고 부지런떠는게 인상적이더라구. 내가 북유럽에서 태어나 시간이 남아돌고 재력이 빵빵하다 한들 저렇게 살수있을까 싶어서..
이어서 방문한 핀란드 헬싱키는 더 춥고 음산하고 사람들의 모습도 소박했어. 그 가운데서도 고스족이나 화려한 마리메꼬 스타일로 치장한 사람들이 간혹 보였는데 날씨를 보니 이해가 갔음. 대만 갔을때 서울의 90년대 모습 같다고 느꼈었는데, 핀란드는 낙후된 스톡홀름 같았어. 시내를 벗어나면 거대한 공장지대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런데 사람들은 훨씬 친절해. 호의가 느껴짐. 다들 표정은 딱딱한데 어쩌다 말 한두마디 섞어보면 그렇게 친절할수가 없다. 솔직히 헬싱키 시내만 보자면 굳이 가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아. 시내 관광보다는 누크시오 국립공원과 수오멘리나 섬을 강추한다. 이 두 곳만 제대로 봐도 핀란드까지 간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을거야. 수오멘리나 섬은 섬 전체가 전쟁 당시 요새로 쓰였는데 왕좌의 게임 세트장 같았어. 음산하고 음침하고 기괴한 것이 당장 어디선가 대너리스가 용 타고 날아올 것 같음. 하필 그 날 비오고 하늘까지 흐려서 중세시대 한복판에 와 있는 느낌이었어. 누크시오 국립공원은 반지의 제왕스러웠어..
간달프가 프로도 손 잡고 산책하면 딱이겠더라.
이번 북유럽 여행에서 한국과 관련된 소소한 일화가 두가지 있었어. 한번은 역사적인 4월 27일이었어. 거기서도 남북 정상회담이 엄청 보도됐거든. 뉴스, 신문 어디서나 문대통령, 트럼프, 김정은의 얼굴이 빠지지 않았음. 편의점에 물 사러 갔는데 직원이 어디서 왔냐고 묻더니 너희나라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들었다며 축하한다고 하더라. 그 먼데서 생판 처음보는 외국인에게 축하를 다 듣다니, 감격스럽더라구.
또 한번은 버스 안에서 였는데 뒷자리 여자애들이 유튜브로 노래를 들으면서 가는거야.이어폰도 안끼고.. 고등학생 정도 되어보였는데 팝송 몇개가 나오더니 갑자기 한국말이 나옴. 방탄소년단 노래를 팝송 듣듯이 자연스럽게 듣더라. 인기 많다는건 알고있었지만 신기했음. 여자애들이 영어가사만 쏙쏙 따라부르고 한국어 나오면 침묵하는것도 귀여웠고 ㅋㅋㅋ
두 나라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부러웠던 점은, 외모와 나이가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것.
마트 캐셔가 목까지 문신을 하고 입술에 피어싱을 하고 있어도 아무도 문제삼지 않고, 지하철 보안요원이 머리를 오로라색으로 염색해도 취직 잘만 한다는 점.
그리고 어느장소에나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되어있어.
연남동이나 홍대 좋다는 카페나 음식점 가면 죄다 젊은사람들 뿐이잖아.
그나마 연령대통합이 이루어지는 곳을 들라면 생각나는곳이 설빙밖에 없음 ㅋㅋ
스톡홀름이나 헬싱키에서 밥을 먹으러 가거나 차를 마시러 가면 서버분들도 그렇고 고객들도 그렇고, 연령대가 다양해. 20대부터 6-70대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짐. 되게 보기 좋더라. 하도 핫하다길래 당연히 내 또래만 있을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데다 서로가 서로를 불편해하지도 않아. 부러운 광경이었어.
잠이 너무 안와서 길게 후기 남겨봤어. 도움이 되면 좋겠다.
여기서 사는토리로서도 흥미롭게 느껴지는 글이다. 잘읽었어!
맞아. 난 외모 체형 성정체성 나이가 문제되지않는 이곳이 좋아. 물론 뒤에서 사람들이 어느정도 신경쓰는건 있긴한데..ㅋㅋ 여기와서 친구들덕에 자존감 엄청 올라갔음. 한국에 있었을땐 살빼라 화장해라 그렇게 입지마라...여기선 내가 나로서 인정받는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경계심풀고 믿을수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아. 솔직히 처음엔 현지친구들을 경계했는데 어느샌가 나는 친구들한테 많이 아낌받고있구나라는걸 느꼈어. 난 한살이라도 어린나이에와서 만족해. 이 나라에 어두운 면이 없을 순 없지만 그래도 제일 나에게 집중할수있는 곳같아. 뭔가 내 젊음을 더 큰 도시 더 큰 나라에서 보내고싶다!라는 생각도 종종 들곤하는데 이 여유로움을 벗어나면 힘들어질까봐 만족하고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