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왕실 이야기

르네상스 후기의 드레스: https://www.dmitory.com/forest/98227761

안녕 톨들아. 복식사 얘기를 찌면서 자료를 모으다보면 아무래도 왕, 왕비, 공주들에 관한게 많은데

오늘은 밑에 르네상스 후기에 있던 그림의 인물 얘기를 잠깐 해볼까 해. 나름의 스핀오프랄까ㅎㅎㅎ

엘리자베트 발루아는 앙리 2세와 카트린 드 메디치의 딸이야.

이 그림은 카트린의 초상화. 프랑스 궁정에 마카롱과 포크를 전파한 카트린 드 메디치의 딸 중 한명이었는데 

프랑스의 공주이니만큼 여기저기서 혼담이 들어왔지. 그 중에서 스페인의 돈 카를로스 왕자와 약혼을 해.

(카트린 얘기도 썰 풀면 꽤 긴데 이 얘긴 나중에ㅎㅎㅎ)

돈 카를로스는 펠리페 2세의 아들이었는데 생긴건 멀쩡하지만(그런데 잘 보면 멀쩡한것도 아님...

누가 합스부르크 핏줄 아니랄까봐..) 벗 히 이즈....문제가 좀 있었음. 

아무튼 혼담이 오고가는 중에 시아버지 펠리페 2세가 사별을 한거. 누구랑?

메리 1세랑ㅇㅇ 엘리자베스 여왕의 언니인 메리 1세랑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결혼을 했었는데

둘 사이에 자식없이 메리가 죽은거. 사실 메리는 펠리페한테 반해서 너무너무 좋아했는데

펠리페 2세는 메리를 별로 안좋아했어. 이 당시 영국은 신교 국가였는데 여왕인

메리는 아라곤의 캐서린의 딸답게 가톨릭 신자였지. 가뜩이나 여왕이 가톨릭인것도 마음에 안드는데

남편까지 가톨릭 신자? 거기다가 외국인? 신하들이 엄청 반대했는데도 밀어붙여서 

결혼했지만 남편은 멀다는 핑계로 오지도 않고(근데 펠리페 자체가 내성적이고 낯가림 심해서

신하도 잘 안만나는 인물이었음. 신하들한테 나랏일은 서면으로 제출하래서 별명이 서류왕ㅋㅋㅋ)

나이는 먹어가고 속만 끓이다보니 상상임신만 두번했음ㅠㅠ 아무튼 메리가 죽고 

공식적으로 홀아비가 된 펠리페 2세는 다시 한번 재혼을 해. 누구랑?

예비 며느리랑^0^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덕분에 엘리자베트는 스페인 왕비가 됐는데

당시에 14살로 시아버지가 될뻔한 펠리페 2세랑 나이가 18살 차이가 났음. 그리고 남편이 될 뻔한 

의붓아들 돈 카를로스와는 동갑. 아니 후계자도 있겠다 왜 때문에 며느리까지 뺏어서 결혼함?

미친거아님? 이라고하겠지만 사실 여긴 좀 문제가 있었어. 왜냐.

펠리페 2세의 하나뿐인 후계자 돈 카를로스가 미친놈이었거든. 진짜 미친놈. 

돈 카를로스는 펠리페 2세의 첫 왕비인 마리아 마누엘라에게서 얻은 유일한 아들이었는데

얘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아서 가만히 있던 신하를 두들겨패질않나, 갑자기 마굿간으로 달려가서

말 20마리를 끔살하지 않나, 죄없는 백성한테 채찍질을 하지 않나 암튼 미친놈이었어.

아마 할머니인 미치광이 후아나 여왕에게 물려받은 유전병같다는 학계의 얘기가 있음. 

아무튼 아예 백치면 그냥 포기하고 살겠는데 얘가 오락가락하는 경계성이다보니까 

펠리페 2세는 내가 기도를 하면 좋아지겠지ㅠㅠ 잘 보살피면 되겠지ㅠㅠ 이러면서

20년 넘게 희망고문 당함ㅠㅠ  그런데 얘한테 과연 왕위를 물려줄수있을지 걱정이 되니까

만일을 대비해서 후계자를 얻기 위해 재혼을 해. 예비 며느리랑 한게 좀 문제지만;;

아무튼 둘이 결혼을 하긴했는데 부부금슬은 좋았다고 해. 엘리자베트가 오면서 

펠리페 2세는 내연녀들도 정리하고 엘리자베트가 천연두에 걸렸을때도 직접 간호를 했을 정도.

그런데 문제는 

돈 카를로스와도 상당히 사이가 좋았다는거... 둘이 동갑이기도 했고 남편이 잘해주긴 하지만

맨날 집무실에 틀어박혀서 일만하다보니 정작 같이 시간을 보내는건 돈 카를로스였대.

그래서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냐는 소문이 횡횡했음. 그러던 찰나에

돈 카를로스가 술래잡기를 하다가 머리를 다쳐서 

는 아니고(차라리 죽는게 나았을텐데) 정신병이 더 심해짐. 근데 얘가 그냥 막 미쳐서 머리에 꽃 꽂은게 아니라

좀 이상한쪽으로 미쳐서 아버지 암살시도를 함. 자기 삼촌까지 끌어들여서(이쯤 되면 그냥 미친척 한거 아닐까...)

아버지 암살시도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쯤되자 펠리페 2세도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아들을 탑에 유폐시킴. 스페인판 영조, 사도세자인가요.

탑에 갇히고도 병은 더 심해져서 단식했다가 폭식했다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삼키는 등 온갖 짓을 다하다가 결국엔 죽었는데 

당시엔 펠리페 2세가 독살했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나. 돈 카를로스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엘리자베트는

충격을 받고 며칠을 울다가 딸을 사산, 며칠 시름시름 앓다가 

ㅇㅇ 진짜 죽음. 돈 카를로스와 엘리자베트의 얘기는 나중에 오페라 돈 카를로로 쓰여지는데 역사적으로

둘 사이에 로맨스는 없다고 하지만 오페라는 좀 각색을 했나봐. 아무튼 후계자도 잃어, 마누라도 잃은 

펠리페 2세는 어찌됐든 후계자는 얻어야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네번째 왕비를 맞이하기로 했는데 

신부는 르네상스 후기에도 등장했던 오스트리아의 안나

조카딸과 결혼합니다^0^ 여동생의 딸^0^!  사실 안나도 위의 돈 카를로스와 약혼을 했는데 돈 카를로스가 죽고

엘리자베트도 죽어서 어찌어찌하다보니 21살에 시아버지가 될뻔한 43살의 펠리페 2세와 결혼...

뭐 그래도 금슬은 좋았다고 해. 엘리자베트가 낳은 두 딸하고도 잘 지냈고, 아이도 5명이나 낳았으니까.

후계자도 낳아줬고. 그런데 카를 5세부터 눈에 보이기 시작한 이 근친형질이 거듭된 근친혼으로 바뀌지가 않으니까

펠리페 3세, 펠리페4세, 결국엔 카를로스 2세 때는 정말 극심해져서  

그림으로도 가려지지않는 유전병이 발현됨. 매부리코, 긴 주걱턱이 합스부르크 가문의 특징인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은 외국의 공주들과 결혼을 좀 한편이라 막 아주 심한 편은 아니었어.

그런데 스페인 합스부르크 가문은 조카랑 결혼하고 사촌이랑 결혼하고 이렇다보니 대를 거듭할수록 그 특징이

너무 심해져서 위의 카를로스 2세의 경우엔 턱이 너무 길다보니 입을 다물수가 없고 혀가 두터워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음식도 잘 못먹었대. 5대조 할아버지 카를 5세도 

이렇게나 길어서 음식을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포도주랑 같이 넘겼을 정도니 카를로스 2세는 말해 뭐해.

그래도 할아버지 카를 5세는 스페인어,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암튼 그 당시 강대국 말은 능통하게 할 정도로

머리도 좋고 국정운영도 잘했는데 카를로스 2세는 지능도 거의 백치에 가까워서 어머니가 섭정을 할 정도였음.

상체도 비정상적으로 길다보니 하중을 못이겨서 절름발이가 될 정도였고. 그래서 별명이 바보왕....

이렇다보니 결혼은 했지만 후계자도 못남긴채 죽었고 비어있는 스페인의 왕위를 누가 차지할것이냐로

프랑스의 부르봉 가문과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가문이 10년넘게 박터지게 싸워. 이 전쟁이 세계사 교과서에도 나오는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10년 넘게 치열하게 싸웠는데 결과는 프랑스의 부르봉 가문이 승리했고 

현재 스페인 왕실은 부르봉 가문으로 이어지게 됐지.

초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왕실의 인물이라 거기에 얽힌 얘기를 따로 쪄봤는데 재미있었으려나 모르겠네.

다음엔 복식사 얘기로 돌아올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