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기

요즘 유투브로 다이어리 영상 보는 재미를 들렸어! 일기쓰기와 다이어리 꾸미기에 관한 좋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꾸방톨들과 나누고 싶더라고. 그전에 적어 두었던 일기쓰기에 관한 말들을 더해서 글로 공유해! 꾸방글이 맞는지 나도 약간 헷갈리지만 막 틀리지도 않은 것 같아서.. 열심히 썼다 ㅋㅋㅋ 혹시나 홍보가 될까 봐 영상은 링크를 걸지 않고 썸네일 형식으로 캡처만 붙였어! 톨들이 좋아하는 일기쓰기에 대한 인용들도 함께 나누어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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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는 시간을 만드는 건 굉장히 중요해요. 자기 전에 쓰려고 하면 피곤해서, 졸려서 쉽게 미루게 됩니다. 쓰더라도 빨리 끝내려고 대충 쓰게 돼요. 그래서 일기를 쓸 체력과 여유가 있을 때 일기를 써야 합니다. 낮 한 시든, 저녁 여덟 시든 일기를 쓸 시간을 만드는 거에요. 망고 주스도 마시고 노래도 들으면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거죠.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어요. 평소랑 똑같았거든요. 그래서 아무거나 오늘 있었던 일, 오늘 했던 생각을 쓸 거예요. 아무거나 쓴다는 게 처음에는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거나 쓴다고 생각하면 조금 부담이 덜해요. 반드시 꼭 특별한 일을 쓸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렇게 아무거나 쓰다보면 글감(글의 내용이 되는 자료)을 잡는 게 점점 쉬워집니다.나중에는 책상에 앉아서 펜만 들면 쓸 거리가 툭툭 튀어 나올 거예요.

 

오늘은 늦잠을 자서, 늦잠하면 생각나는 내용을 정리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적었습니다. 앞에서 아무거나 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조금 더 풀어내자면, 이렇게 늦잠, 정리, 샤워 같은 것처럼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붙잡아 일기장에 적어나가다 보면 내가 오늘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마음을 먹었는지, 뭐를 좋아하는지, 뭐를 싫어하는지. 이런 것들이 보입니다.

 

저는 보통 긴 글을 쓸 때 한 문단을 200~300자 정도로 써요. 저는 지금 일기장 크기 때문에 한 문단을 길게 썼지만, 글을 쓸 때는 한 문단에 한 가지 내용씩 따로 쓰는 게 좋습니다. 여러분도 일기 쓸 거리가 너무 많을 때에는 문단을 나누어 보세요.

 

 

 

 





 

다이어리 쓰기도, 트래커도, 먼슬리도. 매달 1일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아요. 인간은 오늘만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이것저것 하다가 일기가 밀리면, 우리가 밀린 걸 다 쓸까요? 못 써요. 일기를 매일 쓸 필요는 없습니다. 반드시 기필코 매일 꼭 써야만 한다? 아니다에요. 그러니까 오늘부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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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능은 굉장히 재미있는 게, 빛을 발하는 환경이 정해져 있어요. 저는 블로그에는 글을 썼고 인스타에는 그림을 올렸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여러 생각들은 그저 일기에만 남겼어요. 그런데 이것들이 각각의 장소에 흩어져 있을 때에는 힘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영상이라는 형태로 한 데 모이니까 유투브라는 플랫폼에서 아주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죠. 그러니까, 아무도 시키지 않았으나 나에게만은 중요한 일을 할 때. 그럴 때 그런 분야에서 의외로 재능을 찾을 수 있구요. 잘 쓸 수 있는 환경에 놓여야 빛을 발한다. 그런 말입니다. 














바로 그림일기를 그리는 건데요. 형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날 있던 일을 만화처럼 그려도 좋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를 그려도 좋고. 먹었던 끼니들을 하나하나 그려도 좋아요. 저의 경우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여러 장면 따로따로 그려두는 편이구요. 준비물은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됩니다. 저 같은 경우 지금은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전까지의 삼년간은 전부 종이에 일기를 기록했습니다. 

뭐 사람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우선 반복적인 삶을 사는 게 너무 무기력했고, 당시에는 그리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어쩌면 사소하지만 각자에게는 힘들었던 순간이라는 계기로 그림일기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얻은 것은 아주 크고 값졌어요.

앞서 말한 것 중 첫번째.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무기력한 일상이 싫어서 그림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때가 회사를 다니던 2016년이었어요. 월화수목금토일이 매일 똑같아서, 다음 주에도 똑같고, 내년에도 똑같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반복되지 않는다'는 하루의 소중함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대신 실제적으로 다르게 살기보다는, 지금의 삶이 매일 다르다는 걸 의식하는 방식으로 느낀 거죠. 그렇게 일기를 시작했는데, 진짜 그 날 먹은 것. 만난 사람. 느낀 것이 다른 거에요. 내가 이땐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같은 월화수목금토일이, 살아갈 내일이, 얼핏 비슷해 보이겠지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나는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구나 하는 것도요.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을까? 나 그냥 정체되어있거나 뒤처지고 있는 것 아닐까? 하면서 불안감이 들 때. 그렇게 자신에게 의심이 들던 시기에 내가 나를 위해 남기는 발자국과 같은 것이었어요. 나의 불안에 대해 발자국이 '넌 멈춰있지 않고 계속 걸어왔어.' 라고 말해 주니까 더 이상 불안하지 않더라구요. 

두 번째로, 기억력 강화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자기 전 내가 오늘 어떻게 살았는지를 리뷰하는 일이 일견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뇌를 많이 쓰는 일이고, 두뇌 발달의 상당 부분을 자극한다고 해요. 예전에는 이틀 전에 뭘 먹었는지 기억하려 해도 기억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그림일기를 쓴 후로 사물의 형태도 훨씬 또렷하게 기억나고, 그날 만난 사람과 나눈 대화도 더 오래 남고. 순간적으로 본 대상의 잔상 또한 많이 남았어요. 그래서 점점 따로 형태를 찾아보지 않아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더라구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겐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합니다. 안 보고 그리는 걸 '상상해서 그렸다' 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상상이 아닌 기억의 꺼냄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무엇인가를 안 보고도 잘 그리고 싶다면, 일단은 그런 형태 형태들을 머릿속에 많이 담아두고 있어야 해요. 그림일기를 그리는 습관은 이 과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이미지 데이터가 풍부해지고, 사진같은 것을 보지 않고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겠죠. 꼭 해보세요. 드라마틱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에요.

마지막 장접으로, 사고력이 증진됩니다. 

그림일기를 그리다 보면 그날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게 돼요. 뭐라도 그려야 하니까. 그러다보면 단순히 사건을 떠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한 번 더 생각하고 평가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나는 오늘 낮에 A를 먹었어요. 그러나 먹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고 '아 오늘 A가 너무너무 맛있었어. 다음번에 가면 볶음밥도 추가할래.' 하며, 단순하지만 한 층이 겹쳐진 사고를 하게 된다는 거에요. 무의식의 감각을 의식의 표면으로 끌어올리고, 손끝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저는 이게 그리기뿐만 아니라 글쓰기와 말하기에까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림 옆에 작은 노트를 추가해 보세요.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깁니다. 사고의 깊이. 많이 느끼는 사람이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어느 분야에서나 중요한 거에요.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음악회에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거죠. 감정의 결이 예민하고 촘촘해집니다. 이 습관 덕에 저의 표현하는 방식 또한 섬세해졌어요. 사소해보이는 그림일기 쓰기 습관이 가져다 준 가장 값진 것들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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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일기를 쓴다는 것은 누구도 보지 않을 책에 헌신할 만큼 자신의 삶이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필사는 잠자고 있는 지성을 깨우지만 나 자신에 대한 각성을 위해선 나의 글을 써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페르난두 페소아처럼 일기를 쓰는 것이겠지요. 단 한 문장이더라도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를 꾸준히 쓸 수만 있다면 그것 자체가 필사를 넘어서는 일일 겁니다. 사실 갖춘 문장으로 꾸준히 일기를 쓰는 일은 어렵습니다. 막상 일기를 쓰려면 오늘 일어났던 수많은 일도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버린 듯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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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날도, 즐거운 날도, 슬픈 날도, 일에 치이는 날도 결국 종이 앞입니다.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펜이 굴러가는 소리, 스티커가 '착'하고 종이에 붙고, 마스킹테이프가 '탁'하고 끊어집니다. 다이어리의 바인더 링을 돌릴 때 들리는 미세한 철 부딪히는 소리, 볼펜을 딸각거리고, 지우개를 데굴데굴 굴립니다. 그 앞에서 들리는 숨소리. 

종이 앞에서 우리는 모든 소리를 만들고 지휘합니다.  18년 겨울, 문방구 여행을 하며 유독 밤이 긴 베를린에서 내내 이 생각을 했어요. 종이 앞에서만큼은 내가 움직이는대로 소리가 난다. 내가 만드는 소리고, 그게 내 세상이다. 











  • tory_1 2019.11.02 18:01
    좋은 글 고마워!! 반성하게 된다ㅠㅠㅠ
    줄 글귀 없는데 받아가기만 해서 미안해ㅠㅠ
  • tory_2 2019.11.02 19:41

    글들 너무 좋다!

    고마워 스크랩해두고 종종 읽으러 올게 :)

  • tory_3 2019.11.02 19:58
    나는 요즘 다꾸에 엄청 신경쓰지 않고 일기를 쓰는데 집중하니까 부담이 덜하니까 오히려 일기쓰기가 재밌어ㅋㅋㅋ 맨날 빠짐없이 쓰고 있음!! 짧게라도 그날 하루하루 적어두니까 글씨도 정돈되고 깔끔해지더라ㅋㅋ 좋은글 고마워
  • tory_4 2019.11.02 23:00

    일기 쓰고 싶은데 자꾸 미루는데... 토리 글 넘 고마워!

  • tory_5 2019.11.03 02:43
    좋은 글 고마워
  • tory_6 2019.11.03 04:26
    마지맏 말 너무 좋다 ㅠㅠ 결국 모든 날이 종이앞이라는거..
  • tory_7 2019.11.03 08:58

    좋은 글 고마워 톨아!

  • tory_8 2019.11.03 09:06

    좋은글 너무 고마워ㅜㅜㅜ 마지막말이 정말 가슴에 박힌것 같아.... 앞으로 미루지말고 일기 써야지!ㅜㅜ

  • tory_9 2019.11.03 10:29
    정성글은 추천부터!! 고마워 토리야
  • tory_10 2019.11.03 15:0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3/30 17:19:02)
  • tory_11 2019.11.03 15:19
    이 글 보고 오늘 그림일기 써봤어 고마워!
  • tory_12 2019.11.03 19:35
    일기는 안쓰고 감상문만 블로그 쓰는데 기억력 향상 진짜야
  • tory_13 2019.11.04 01:08

    올해 일기 쓰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 들면서 내년에도 더 열심히 써봐야겠다는 생각 든다...!

    추천 스크랩 하고 간다-♥

  • tory_14 2019.11.04 10:19

    일기 더 열심히 써야겠당 

  • tory_15 2019.11.04 14:15
    좋은 말 많다... 가끔 너무 사색하면서 일기쓰느랔ㅋㅋㅋ 할일 하기 싫어서 미루는 것도 있지만 너무 시간낭비하나 싶었는데 좋은 글이다 고마워
  • tory_16 2019.11.09 19:25
    한달에 한 번 썼던 일기... 더 자주 써야겠다 토리 고마워!!
  • tory_17 2020.02.12 04:52
    하...일기...맨날 쓰다말아ㅠㅠ
  • tory_18 2022.04.07 23:3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2/16 01:46:53)
  • tory_19 2022.06.13 15:40
    이 글 보고 오늘도 꾸준한 일기쓰기를 다짐 한다! 고마워!!
  • tory_20 2022.08.16 19:28
    스크랩! 모아줘서 고마워
  • tory_21 2023.05.14 20:09

    고마워!!

  • tory_22 2023.07.04 22:39
  • tory_23 2023.12.31 01:44

    고마워 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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