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압주의, 뻘소리주의)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이라면 아마 전가정부 집안과 기택이네 가정이라고 말할 거야. 사실 누가봐도 기택이네가 하는 행동은 범죄고 나쁜 일이야. 조여정네 가족은 아무리 나쁘게 말해봤자 위선적인 부자고.








근데 계속 찝찝한 감정이 남았어. 정말 기택이네가 단순히 사회를 좀먹는 벌레이고 기생충일뿐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영화를 보고 찝찝한 감정을 느껴야하지? 왜 관객들은 조여정 가족의 고통에 거리를 두는걸까? 왜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백하게 나뉘어지는 이야기에 혼란스러움을 느낄까..하는 그런 의문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야.






나는 현실에서 기생충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됐어. 누가 이 사회에 기생충인지 답할 수 있어야 영화에서 기생충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거 같았거든. 갑과 을중 누가 누구에게 기생하는걸까? 을끼리 싸워가면서 불법행위저지른다면 이들은 사회를 위협하는 기생충인걸까?








고민하던 중 20대 80이라는 말이 떠오르더라. 상위20프로가 사회의 부 80프로를 가져가는 시대. 누가 봐도 기괴한 구조의 이 사회에서 기생충은 노동에 대해 노동자가 가져갈 정당한 부의 몫을 착취 하는 기득권이 아닐까? 전문가와 학벌, 능력이란 명목으로 법을 난도질하고, 정의를 훼손하며 사회의 부를 독점하는 저 사람들이 일반대중에게 기생하는 기생충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더라.







마르크스가 한 말중에 사회에 통용되는 지식은 기득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어. 우리는 자본주의의 기본명제인 "능력있는 사람이 더 많이 벌어야 한다" "시장이 가장 효율적이다"라는 기득권이 만들어낸 기본상식에 눈이 멀어 누가 누구에게 기생하는지도 모르는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








노동자 시장이 점점 줄어드는 정규직과 점점 비대해지는 비정규직으로 양분화되고, 비정규직인 노동자는 최소한의 존엄도 유지하기 힘든 한국사회가 누가봐도 정상은 아니야. 제로셈게임으로 경쟁은 심화되고 비정규직노동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그 안에서도 계급이 나뉘고 있지. 요즘 문제가 된 위험의 외주화는 심지어 생명까지도 위험에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시대의 자화상이야.






그런데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남. 그 사람들이 잘 사는 이유는 계속 성장하는 경제 흐름덕이 아니라 인건비줄이고 노동환경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기본적인 안전정비와 제재를 무시하면서 얻는 반대급부일뿐임.. 노동자 쥐어짜서 얻는 이익이라는건 이제 사회주의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













그렇다면 이 현실이 영화에 그대로 적용되나? 사실 그건 좀 애매한데 왜냐하면 여기서 부자들은 위선적일뿐 누구에게 기생하는 모습이 나오지는 않거든. 그냥 사업잘돼서 잘먹고 잘 살뿐.











근데 나는 여기에 우리사회에 또다른 계급의식인 흙수저 담론이 덧붙여져야 분석이 명확해진다고 생각해. 신자유주의로 각자도생의 삶을 살고, 경쟁실패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시대적 흐름은 사실 한물간 담론이야.이 사회에서 개인의 실패를 개인탓하는 사람은 이제 구조맹소리 들어야함. 흙수저 담론은 반공주의, 레드콤플렉스의 역사를 고려할때 나올수있는 최대한의 계급담론이라고 생각해. 사회구조, 개인의 계급적 출신성분이 인간 삶을 전적으로 지배한다는 계급적 의식이 주된 담론이 됐고 조여정과 기택네 가족은 그런 계급의 프레임 필터를 걸치고 우리에게 표상되는거지.(일반화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줘. 안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거 당연히 앎)





난 그래서 조여정 가족이 뚜렷한 잘못을 하지 않아도 동정받지 못 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계급에 대한 적대적인 의식때문이 아니고, 기택이네 삶이 우리와 너무 닮아 있어서 비난할 수가 없는거지. 조여정네 가족은 개인의 관점에 따라 현실의 기생충들과 닮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다만 확실한건 이 영화가 한국사회의 이야기라면 부자들이 돈을 버는 그 구조에서는 자유로울수 없단거겠지. 기택이네는 단순히 더러운 기생충도 아닐테고.













마지막으로 어떤 리뷰에서 계급갈등, 계급전쟁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나는 좀 다르게 생각했어. 전태일을 보고 계급 전쟁이라고 하진 않잖아. 그건 사회체제에 대한 개인의 항거이자 전적인 거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거든. 나는 송강호를 보면서 그렇게 느꼈어.









레닌 책 무엇을 할것인가를 보면 사회주의는 사회를 전방위적으로 거부하고 항거하는 사상이라고 하거든. 레닌은 가부장제, 공권력, 법체제, 경제구조 이 모든게 프롤레타리아를 억압하는 체제라고 봤기 때문이야. 나는 송강호의 마지막 행동이 그러한 사회를 향한 총체적인 거부같았어. 살인이라고 하는건 공권력에 대한 가장 최고의 반발이잖아. 법체제를 부정하면서 국가의 존재 이유인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에 대한 방지라는 목적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가장 극악한 행동이니까. 송강호가 의식적으로 국가, 이 사회체제를 거부한건 아니겠지만 그들이 느끼는 분노와 울분이 결국 사회체제를 전적으로 공격하고 항거하도록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이 항거가 정당한 항거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우리 개인은 그러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보거든. 세계인권선언을 보면 인권은 사후대처에 머무는게 아니라 개인이 최소한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개인을 사회경제적으로 부양하도록 요구해. 개인은 국가에게 그것을 이행하도록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고. 또한, 사회에 부정의를 시정할 것을 요구할수도 있어. 예를들면 대왕카스테라가 말도안되는 가짜뉴스에 의해 피해를 봤다면 이를 시정할 요구를 할 수있는 권리가 인권인거지. 송강호네 가족은 아무리 좋게봐도 존엄을 유지할수있는 삶이 아니야. 돈없는건 둘째치고 폭우에 터전까지 잃을 수 있는 반지하라는 열악한 삶에서 사는 가정임. 사회계약론의 진부한 내용을 끌고 오면 국가는 개인의 삶을 위협으로부터 지켜줄때 정당성을 얻을수있는데 사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수있지. 저렇게 빗물에 다 쓸려가면 보상도,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 할거란걸.







다만 조여정네 가족이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이 체제에 대한 저항을 흐리게 만들뿐이라고 봄...이런 인권으로 천명된 가당 기본 권리마저 보호받지 못하는 개인이 사회에 망치를 들이대고 그 체제에 항거하는 모습이 마지막 송강호의 마무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ㅎ.. 우리가 이 모습에 공감하는건 이제 더 이상 이러한 삶이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라는걸 알기때문이겠지. 세계적인 공감을 받는 이유는 이게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뜻하는걸테고.. 난 우리들 반응고고 정당성을 잃은 사회에 대한 시민의 울분이 읽혀졌어






오늘 봉감독 인터뷰보고 생각이 더 많아졌네ㅎ..
  • tory_1 2019.06.02 00:14

    그렇다면 더 비참하지 않아? 결국 항거하다 실패하고 자기 스스로 지하실에 유폐되어 후회 만하는 삶이잖아.ㅠㅠ

  • W 2019.06.02 00:15
    나는 체제를 거부한 사람이 겪는 숙명이라고 봤어..! 그게 비참하긴하지만ㅜㅜ
  • tory_3 2019.06.02 00:29
    좋은 글이다 이런 관점에선 생각 못해봤는데 고마워
  • tory_4 2019.06.02 00:31
    와 좋은 시각의 리뷰 잘 읽었어! 동감하는 부분이 많아. 그래서 기우의 '근본적인' 계획이 더욱 무력감과 허탈함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결국 자본주의 지배 담론 하의 '근본'을 벗어나지 못한 그 계획이, 어쩌면 '계획'을 세우는 행위조차 모더니티로 점철된 속성이며 영영 계획 속에 살아가야 하는 사회구성원들의 모습이. 이런 것들이 참 비참하게 느껴지더라.
  • tory_5 2019.06.02 02:2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0 08:42:36)
  • tory_6 2019.06.02 03:00
    잘읽었어톨아!!
  • tory_7 2019.06.02 14:40
    리뷰 잘 읽었어ㅠㅠㅠ
  • tory_8 2019.06.02 16:05
    보고나서 왜 나는 가해자이자 기생하는 기택네에 더 마음을 줄까 했는데...토리 리뷰 보니까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ㅠㅠ
  • tory_9 2019.06.02 16:22
    난 이 감독 전작들도 그렇고.. 워낙 흙수저 담론이 유명한 상황에서 영화가 나왔잖아? 그래서 이 영화는 너무도 명백히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 글 반응 보고 다시 생각해봤어.. 생각해보니 전작들보다는 사회 구조에 대한 얘기는 많이 없었구나, 훨씬 개인 서사 중심적이었구나 싶기도 하고.. 그치만 영화 속 대사나 연출들이 하나같이 뼈가 있었어서 충분히 느낌 전달을 잘 한 것 같아(“나도 돈 많았으면 더 착했어” 라는 충숙의 대사라던지, 한국인이라면 누구도 아는 “대왕 카스테라”사업으로 망했다는 거라든지. 그냥 개인의 사업 능력이 안 좋아서 망했던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망했던 상황이었으니까).
  • tory_10 2019.06.02 20:23
    좋은 관점이네! 글 잘 읽었어. 똑똑한 토리다
  • tory_11 2019.06.02 21:36

    리뷰 잘 읽었어... 더 복잡해지는 마음이다 ㅠ

  • tory_12 2019.06.02 23:01

    되게 생각할 지점이 많은 좋은 리뷰다 스크랩해서 볼게! 고마워

  • tory_13 2019.06.02 23:53
    진짜 영화보고나서 이상하게 불편하더라고 이런부분들때문이었던거같아 좋은글 고마워 토리!
  • tory_14 2019.06.03 17:01
    잘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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