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시선에서,) 여성은 고통 속에 있는 순간에만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남성 창작자들은 여성에게 한순간도 주인공 자리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잠시 고통받는 여성에 빙의해 그 잠시의 순간마저 스스로 주인공이 되려고 한다. 물론 그 순간이 지나간 여성은 죽음으로 고통에서 해방되고.
이 트윗을 쓰고 나니 김지영에 대한 남성들의 적개심이 다시금 이해된다. 한 여성이 겪는 특별하게 엄청난 불행이 아니라 이 땅의 여성들이라면 보편적으로 겪는 흔한 불행이라서. 창작물 속 여성의 고통은 가령, 친척이나 옆집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고 그로 인해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져 고통을 당하고 고통을 당하고 고통을 당하는 식으로 최초의 불행에서 계속 더 낮은 곳으로 굴러떨어지는 서사인데 김지영은 그렇지 않다. 그가 받는 고통이 별 대단한 것도 아니면서 그 대단치 않은 고통을 아무 인과관계 없이 병렬적으로 받는다. 김지영의 고통1과 고통2는 그가 여자라서 받는다는 것 외에 아무 공통점도 연관성도 없는데 여자들은 맞아, 맞아,라고 고개 끄덕이고 심지어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김지영이 겪는 고통1부터 10까지 그 개별적인 고통이나 그것들이 김지영이라는 한 개인에게 집약된 것이 다 이해되지 않는 것. 그런 김지영이 감히 '주인공'인 것을 이해할 수 없고 인정할 수 없는 것.
+ 방금 리트윗한 다른 글 보고 김지영에 대한 적개심이 어디서 왔는지 또 하나 깨달았다. 김지영의 불행은 남자에게 사랑받길 원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 사랑을 잃은 여자의 불행이 아니다. 김지영의 불행은 사랑과는 무관하다. 남자의 사랑을 갈구하지 않고 남자에게 버림받지도 않은 여자의 불행, 애초에 불행 서사에 들어올 자격 없는 여자가 서사의 주인공이 되어 베스트셀러까지 되었으니 인정할 수 없을밖에는.
전에 읽고 크게 공감했던 글이야. 요즘의 이슈로 다시 생각나서 가지고 와 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