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업

3n살 6년차 직장인, 오늘따라 일하기도 싫고

팀장님도 외근 나가 없는 틈에 20대 때 했던 각종

아르바이트 썰 풀어본당.


10년도 더 전 얘기도 있으니 지금이랑은 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재미 삼아 읽어 줘.



----------------------------------------------------------------




nrpkwE5WHm2eWQe6sgeeQ.png



1. 호텔 단기 알바

장점: 하루만 하면 돈 벌음, 밥 주는데 맛있음.

단점: 육체노동인데 구두 신어야 함, 몸이 힘듦, 최저시급



1) 내가 해본 건 서울 모 호텔 연회장에서 

예식 테이블 세팅 및 서빙하는 일이었어.

일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가르쳐주는 게 없고

눈치껏 따라해야 하고, 어버버 하면 바보취급 받음ㅠ


갑자기 누가 포크랑 나이프 쫙 쏟아놓으면

다같이 모여서 냅킨으로 닦고,

누가 테이블 굴려와서 펴놓으면 각자

포크나 나이프나 냅킨 한 상자씩 들고

돌아다니면서 세팅하고 이런 식...

아무도 어떤 일을 하라고 시키거나

설명해주지 않으므로 알아서 눈치껏 살아남아야 했어;;



2) 연회장 서빙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힘들어져... 

접시가 너무 무겁쓰ㅠㅠ

한 8종류 되는 코스요리를 서빙해야 하는데,

계속 내가고 치우고 해야 하니 팔이 빠질 듯함.


직원이나 호텔조리학과 학생들은 한번에 접시 5개씩 들어.

팔에다 막 올림...하지만 아르바이트는 2~3개가 한계다... 

그것만 해도 부들부들 떨리고 후유증이 며칠 가;;

게다가 왜 구두 신겨가지고 발도 너무 아픔ㅠㅇㅠ흑



3) 서빙 중에 누가 물티슈 갖다달라고 해서

안에 들어가서 가지고 나왔는데, 500명 중에

나한테 물티슈 부탁한 분이 어디에 앉았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동공지진;;


이때 나는 서빙 알바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고 두 번 다시 하지 않았어.



4) 이 날 예식이 오전/오후 두 타임이었는데

오후 예식 전에 관리자가 아르바이트들 모아놓고

요리 코스 설명하려고 문서 뒤적이다가

"아 뭐야, 인당 72000원 짜리네.(200n년 당시 그 호텔 제일 저렴한 코스)

싸구려니까 대충 해 얘들아~"라고 해서 충격이었어...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됨;;;



5) 나는 한 번은 해볼 만 했으나 몸도 너무 힘들고

적성에 안 맞아서 두 번 다시 하지 않았어.

그치만 어쨌든 원할 때 하루만 일하면 된다는 점 때문에

이 아르바이트만 주구장창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세상사 진리의 케바케인 것이다.




15jwXdylh4IKagwMEK0k0o.png



2. 동네 예식장 홀도우미

장점: 주말만 일함, 일급으로 지급, 

단점: 화장 해야함, 구두 신어야 함, 서비스직



1) 이건 그래도 1년 정도 했는데, 동네 예식장에서

예식 안내하는 역할이야. 원래는 예식도우미

(입장할 때 칼 들어주고 촛불점화 안내하고 축포 쏘는)

로 들어갔는데, 키가 너무 작다고 구박 받다가

홀도우미로 변경됨 ㅜㅇㅜ(나토리 165cm...)



2) 홀도우미의 주역할은 식 전에 신랑/신부에게

예식 순서 같은거 설명해주고 방향 안내해주고

이동할 때 드레스 잡아주고, 사진에 예쁘게 나오도록

베일, 드레스, 메이크업 만져주는 일 했어.


요샌 헬퍼이모가 많이 하는데 저때는 본식에 헬퍼이모 

따라오는 비율이 30% 정도라 주로 홀도우미가 했음.

그밖에 혼주분들 어머니 한복 정리, 아버지 넥타이 정리,

아버지 쩍벌 못하게 하기(사진 찍히니까) 등도 하고 

예식 순서 따라 BGM도 바꾸고 조명도 바꾸고 

원판사진 찍을 때 안내멘트도 하고 이것저것 잡일을 했다.

일 자체는 꽤 재미있었던 거 같아.



3) 일할 때 제일 신나고 기쁠 때는 결혼식 진행하는

신랑신부가 알콩달콩 넘나 행복해하는 게 보일 때!

그러면 나까지 덩달아 신나고 즐겁고 > <

진짜 잘 살았으면 좋겠고 아주 행복해진다.

특히 나이 어린 부부들(20대 중~후반 커플)에게서

자주 보이는데, 그냥 씐나고 막 다 좋아브러 ㅎㅎㅎ


반대로 안좋을 때는... 신랑 신부가 싸울 때... -ㅇ-;;

결혼식에 와서 싸우는 사람 은근 많아. 40% 정도?

가볍게 말 한두마디 틱틱거리는 정도는 싸우는

축에도 안 들 정도로 많고ㅜㅠ... 진짜 심각할 경우는

결혼 엎네 마네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


한 번은 본식 끝나고 연회장 2부 행사 가기 전에

1층 드레스샵에 옷 갈아입으러 내려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둘이 심하게 싸워서

"그럼 지금 올라가서 바로 말해, 방금 한 결혼

취소할 테니까 다들 가시라고 말하라고!"

이런 말까지 나오고 분위기 찬물 끼얹듯이

싸해져서 나까지 쭈구리... 된 적 있음...ㅠㅠ


저분들 그 뒤로 서로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표정 정말 장난 아니었는데... 그 상태로

한복 갈아입고 2부 행사 가서 샴페인 러브샷,

케이크 커팅 할 건 다 하셔서ㅜㅠ

참 웃을 수도 없고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


그밖에는... 신부가 베트남 사람인데

영어도 한국어도 전혀 못하고, 심지어는

남편조차 신부랑 말 한 마디도 안 통해서

결혼식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우도 있어.

이때도 참 씁쓸했지...



4) 그리고 강약약강 진상 남자들은 여자가

서비스직으로 근무하는 어디서든 공통으로

볼 수 있는 단점이겠지 ㅎ


별 것도 아닌 걸로 트집 잡아서 홀도우미

예식도우미한테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가

사진부 남자들이 "무슨 일입니까"하고 오면

입 다물고 공손해지던 모습 잊지 못해... (절레절레)


보통 서비스직하면 아주머니 진상도 많다고들

하던데, 예식장이라 그런지 혼주 어머니들은

그냥 최대한 좋게좋게 넘어가려고 하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혼주 아버님들은 본인 성격

감추지 않는 게 패시브라 결혼식이고 뭐고

진상인 분들은 그냥 진상 떨더라고.

그래도 아마 일반 서비스직보다 훨씬 덜할 거라고 생각해!



5) 하지만 혼주 아버님 진상보다 심각한 건?

바로 남편 진상^^ 놀랍게도 결혼식 날 신부가

옷 갈아입는 사이에 홀도우미들에게 추근대는

신랑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 믿겨지십니까?


신부가 드레스->한복 갈아입으러 간 사이에

신랑이랑 나랑 둘만 대기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대부분은 멍하니 있거나 폰 보는데

한두 달에 한 명 꼴로 ㅄ이 출몰한다.


몇 살이에요? 왜 이런 일 해요? 일한 지 얼마나 됐어요?

이딴 질문은 도대체 왜 하는 것이지?ㅋㅋㅋㅋㅋ 시벌

어디서 배워온 레퍼토리인지 안 봐도 보이고요

(이런 일은 뭐가 이런 일이야 ㄱㅐ새야 ^^ㅗ)


자기 친구 진짜 괜찮은 애 소개시켜 주겠다며

번호 좀 알려달라고 염병하는 놈도 천지야.

신부 옷 갈아입고 나오면 바로 입 닥침.

신부한테 말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던 게

아직까지도 한스럽다... 남자놈 이혼당했길ㅗ



6) 홀도우미는 20대 초반에 1년 정도 했는데

예약부 여자 팀장의 갑질(신부대기실 벽에 

때 탔다고 사포로 밀라고 시킴ㅎ 어차피

일급으로 돈 준다고 일 없는데도 예약실 사람들

퇴근시간 될 때까지 알바들도 집에 안 보냄 등)에

사진부 남자 팀장의 집적거림 및 성희롱^^...등으로

그만 두게 되었어.


이때 예식을 하도 많이 봐서 나 결혼할 때도

순서며 동선을 훤히 꿰뚫고 촬영 타이밍이나

각도도 맞춰주는 능숙함을 보일 수 있었다는 후문...



7yMV2Rjf8YMaOI8eIUSW8Q.png



3. 유치원 촬영 보조 알바

장점: 돈을 많이 줌, 애기들 귀여움

단점: 일이 일정하지 않음



1) 이건 유치원에 방문해서 아이들 졸업사진 및

프로필사진 촬영하는 아르바이트야.

당시 알고 지내던 학교 선배가 한 번만 대타로

가달라고 해서 나갔다가, 그 뒤로 촬영 기사님한테

개인적으로 연락이 계속 와서 꽤 오래 하게 된 알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졸업할 때 애기들

학사모+가운 입히고 졸업장 들고 사진 찍는거 있지?

그거 사진기사님은 구도 잡고 셔터만 누르실 수 있게

아기들 입히고 씌우고 머리카락 정리해서

지정된 위치에 딱 놓는 것이 나의 일이었으ㅎㅎ



2) 이건 어떤 촬영기사님이랑 다니느냐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내가 같이 다닌 기사님은 본인이

장비 나르고 설치하고 하는 건 혼자 다 하셔서

내가 딱히 어려운 건 없었어.


촬영이 시작되면 유치원 선생님 도움 받아서

애기들 줄 세우고 순서대로 차례 됐을 때

옷 빨리 입히고 벗기기만 하면 되니까~ ^ㅇ^

돈도 많이 주고 꽤 재밌고 제일 꿀알바였던 기억.


애들이 평소에 입지 못하는 옷을 입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특히 프로필 사진 찍을 때

여자애들이 드레스를 입는데 너무 좋은지

빙글빙글 계속 돌아보고 서로 공주님이라고

불러줘서 너무 귀여웠다 ㅎㅎㅎㅎㅎ

나 애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너무 귀엽더라.



3) 다니다보면 어린이집 / 유치원마다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는 게 느껴지더라.


어떤 어린이집은 선생님도 무기력하고

짜증스럽고, 애들도 통제가 안되고 난장판이고

어떤 어린이집은 사랑이 넘치고 아이들도

병아리처럼 사랑스럽고 귀여워ㅠㅇㅠ


물론 선생님이 너무 힘들고 피곤하고 그런 것은 

이해하지만 어떤 원의 선생님은 내가 보기에도

너무 심하게 어린 아이를 몰아붙이고 비난하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 마구 혼을 내길래;;

(줄을 제대로 안 서고 떠든다고... 너같은 애는

구제불능이라고 마구 혼냄... 내가 말림...;;ㅠ)

안 보고 있을 땐 얼마나 더할까 불안한 곳도 있었고


어떤 원은 선생님이 애들이 너무 예쁜지

옷 한 번 갈아입힐 때마다 너무 좋아하면서

폰으로 사진 찍어주고, 더 예쁘라고 립글로스

발라주고 한 명 한 명 칭찬해주고 하는 곳도 있었어.

아이를 보내기 전에 이런 분위기를 미리 알고

보낼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



4) 애들이랑 같이 일하다보니 에피소드도 있는데,

한 원에서 애기들이 옹기종기 대기하면서

자기들끼리 조잘조잘 얘기하다가

갑자기 '띠' 얘기가 나온거야. ㅋㅋ


어떤 애가 "난 돼지띤데~" 이러니까

다른 애가 "어!? 너도 돼지띠야? 나도 돼지띤데!"

그 옆에 있던 애들도 "어? 나도! 나도!"

"와~~ 우리 다 돼지띤가봐~~~!" 이러면서

너무 신기해하는 거 있지ㅠㅠ 귀여워 죽음...


그 와중에 애 하나는 너무 당당하게

"나는 토끼띠야!" 라고 외치길래 ㅋㅋㅋ

분명 동갑인데 이상해서 "친구는 왜 토끼띠야?"

라고 물어봤더니 "토끼가 귀여워서요~"라고 대답함ㅎㅎ



5) 남아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는 약간

신밧드의 왕자 느낌(무슨 느낌인지 알겠니...?)의

바지와 웃옷을 입혀야 하는데, 보통 6~7세 아이들은

자기 손으로 입으려 하고 충분히 입을 수 있어.

내가 웃옷 삐져나온 거 마무리만 해주면 돼.


그런데 간혹 그 나이인데도 부모가 다 해줘 버릇해서

혼자 못 갈아입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럴 때는

내 목을 안게 하고 직접 바지를 입혀줘야 하거든?


어떤 원에 갔는데 아이 하나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선생님이 입혀주세요~~"하는 거야.

얘도 바지를 못 입는구나 싶어 "선생님 안으세요~"

하고 바지를 얼른 입혀줬는데 애기가 내 목을 빨리

안 놓고 꼭 안은 채로 여전히 빙글빙글 웃으면서

"히히~ 우리 엄마 같다^ㅇ^" 이러는 것임.


별 생각 없이 "그러니?^^"하고 웃었는데

갑자기 뒤에 기다리던 애가 하는 말...

"야 너 엄마 없잖아~~"

...OㅁO...


나는 엄청 당황했는데, 정작 그 애는

"맞아~ 히히"하고 또 웃더라구...

뭐라 말은 못하겠고 한 번 더 꼭 안고

토닥여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이 일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6) 졸업사진하고 프로필 사진은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거라서, 강제는 아니고

선택사항이었는데... 사실상 촬영을 안 하면

다른 아이들은 다 찍는데 안 찍는 아이만

혼자 덩그러니 기다려야 해서ㅠ

부모 입장에서 안 찍어줄 수가 없겠더라고.

학부모 입장에서는 좀 불합리하지 않나 싶었어.


내가 저거 보조 한 번 도와줄 때마다

6~10만 원씩 받았으니 당시에는 아마 꽤 남았을 거야.

요 일은 졸업식 시즌 일감이라서, 연초에

3달 정도 바짝 하고 다른 알바를 찾았던 것 같아.



5ew0JJ794kiqYWai40qOCy.png



4. 좌담회 알바

장점: 편함, 재밌음, 돈을 많이 줌

단점: 게릴라성으로 뜸, 조건 까다로움, 시간과 장소 안 좋음(평일 낮, 주로 서울 강남 근처)



1) 꿀알바의 꽃이라는 좌담회 아르바이트!

지금으로부터 n년 전, 무려 2시간에 15만 원이라는

거금을 받은... 과외보다 더 시간대비 효율이 좋은 알바.


당시 대학교 커뮤니티에서 띵가띵가 놀다가

취업/알바 게시판에 올라온 걸 보고 별 생각 없이

신청했는데 덜컥 뽑히고 말았다.


짧은 근무시간 대비 높은 임금 때문에 

혹시 이상한 곳일까봐 112 버튼 찍어놓고 들어감.



2) 들어가니 길다란 테이블에 의자가 놓여 있고

나처럼 도착한 사람들이 10여 명 정도 모이자

담당자가 들어와서 분위기를 주도하기 시작했어.

우리의 역할은 그냥 시키는대로 하면 됨!

생각을 말하라면 말하고, 뭘 쓰라면 쓰고.


내가 갔던 건 모 기업이 여성 전용 숙취해소제

개발을 앞두고 실제 음주를 즐겨 하는(...)

20~30대 여성의 소리를 듣는 좌담회였는데,


처음엔 '숙취해소제'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를

포스트잇에 써서 벽에 붙이는 활동을 했고

먹어 본 경험은 있는지, 왜 먹는지/먹지 않는지,

구입비는 누가 냈는지, 마실 때 기대하는 효능은

무엇인지, 만약 이러이러한 형식의

숙취해소제가 나온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솔직하게 자기 생각만 말하면 돼서 재밌었고

마지막에는 한 3개 정도 가제품 시음하고

향과 맛을 평가하는 것도 했어.

그렇게 2시간 보내고 15만 원 받음ㅠ 개꿀



3) 편하고 재밌는 알바로는 정말 이만한

알바가 없는 것 같아. 이때 한 번 참가하고서

내 DB가 시장조사 대행사에 등록됐는지

지금도 가끔 젊은 여성 대상으로 하는

좌담회 열릴 때마다 문자가 오거든?


그런데 항상 평일 낮, 강남 일대에서만

좌담회가 열리니까 이제는 참여할 기회가 없다ㅠ

백수나 학생, 주부인 친구들한테 종종 연결을

해주기도 했었는데 기껏 연결해줬더니

펑크 내고 말 없이 안 가고 그런 일이 생겨서

내가 중간에서 귀찮아져서 그것도 관둠.


그냥 문자 오는 것만 보면서 이 꿀알바에

못 가는 내 운명을 슬퍼하는 중...



4DoQRrd6BI2iow6OOc4SsS.png



6. 수화 영상 촬영 알바

장점: 편함, 좋은 일 하는 기분 느낄 수 있음

단점: 몹~시~ 지루함



1) 이건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상에 들어가는 

수화 통역사 분들을 촬영하는 알바야.


수화 통역사 분들은 자리에 앉아서 하기 때문에

의자에 맞춰서 카메라 세팅은 다 되어 있어.

카메라를 건드릴 필요는 전혀 없고 녹화 버튼 눌러서

녹화 뜨고, 수화 번역하실 수 있게 프롬프터 제대로

맞게 속도 맞춰서 보여드리고, 녹화 끝나면

제대로 파일 들어왔는지만 확인하면 돼.


5AZpwp5ya4MW48CMo8WGYM.png

(프롬프터가 뭔지 모르는 톨들을 위한 친절한 사진 첨부)


만약 중간에 NG가 나면 해당 부분을 편집해서

이을 수 있게 표시를 정확하게 해주는 것도 중요!

음성이 아닌 수화가 NG가 난 부분은 편집자가

수화를 몰라서 실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확히 어디가 틀린 것인지 메모를 잘 해야 한다. 



2) 수화 통역을 위한 프롬프터는 안의 대본을

통역사 분들이 직접 써오시는데, 수화의 어순은

한국어 어순과 다르기 때문에 비장애인은

프롬프터만 봐서는 내용을 파악하기가 약간 어려워.

그래서 정신을 진짜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한다;;


통역사분이 아직 그 부분의 수화를 하지 않았는데

내가 위로 올려버리거나, 화면에 나온 부분이

이미 번역이 끝났는데 새 글을 보여주지 않으면

NG가 나기 때문에 ㅎㅎ 딴짓 하지 말고 지금

하는 부분이 어딘지 나름대로 판단해야 해.


근데 사실 몇 시간 동안 스페이스 버튼으로

프롬프터 줄 속도만 조절하고 있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ㅎㅎ 남자 알바들은

차라리 막노동을 하는 게 낫겠다며

뛰쳐 나가는 경우도 있었어;; 몇 시간을

가만히 앉아있는 걸 남자들이 잘 못해서

되도록 여자를 뽑으려고 하더라고.



3) 통역사 분들이랑 촬영도 오래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얘기도 하고 하다보니까

청각장애인이나 수화에 관한 관심을 갖게 됐는데,


나는 이 알바를 하기 전까지 청각장애인들이

왜 메모지를 들고 다니면서 필담을 하지 않고

번거롭게 수화를 배우는지 궁금했어.

아무래도 한글을 쓰는 편이 비장애인과

소통하기도 쉬울 텐데... 매번 글씨 쓰기가

느리고 불편해서 그런가? 생각했지


근데 이게 되게 오만한 생각이었던 게

한글은 표음문자(소리를 기록한 문자)라서...

선천적 청각장애인 입장에서 한글을 배우는 것은

비장애인인 한국인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외국어를 문자로만 배우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야.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몰라?

청각장애인에게 한글은 그냥 외국어인 거지.

그렇게 생각하니 확 이해가 되더라.



4) 수화 통역사분들은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게

직업이라 직업의식도 쩔고 자부심도 대단하셔.

그런데 사회에서 통역사와 청각장애인을 보는 시각 때문에

속상할 때가 많다고 하시더라.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큰 행사를 내보내는데

청각장애인을 위한 통역을 부탁해서 가셨대.

근데 해당 행사를 녹화하는 카메라 중에 

단 한 대도 통역사 님을 비추지 않더래.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 일단 했는데,

나중에 방송을 보니까 역시나 녹화 방송에는

통역사님의 모습이 전혀 안 나온 거야.

그럼 그 행사 자리에 있는 청각장애인을 위해서

통역사님을 부른 게 아니었을까요? 라고 물었더니


그 행사에 초대된 청각장애인은 단 한 명도 없었대...

그냥 우리는 이렇게 장애인을 위합니다 하는

철저한 보여주기식 초청이었던 거지...


또 어떤 때는 급하게 통역이 필요하다고 해서

새벽에도 자다 말고 나가서 통역 서비스를 했는데,

나중에 비용을 청구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봉사에 무슨 돈을 받아요?"하고 돈에 환장한

사람 보듯이 쳐다보는 경우도 많다고 해.


이분들한테는 이게 직업인데, 남들은 그냥

자원봉사 정도로 생각하고... 돈을 요구하면

'뭐 이런거 해주고 돈 받으려고 하냐, 그럴 거면

왜 이런 일을 하냐'고 따지는 사람도 많다고 했어.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



5) 이 일도 꽤 오래 하다가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게 되면서 관뒀는데,

내가 살면서 언젠가 꼭 수화를 배워봐야겠다

생각한 계기가 되었어.

근데 그게 몇 년 전인데 아직도 못하고 있네 ㅠㅇㅠㅎ...

현실은 스펙을 위한 영어공부 뿐... 씁쓸하구나...



-----------------------------------------------------------------------



이밖에도 하루 일하고 도망친 생과일 전문점 알바

(주인 영감이 너무 지저분했음 ㅡㅇㅡ),

중소기업 사무보조 알바, 제품 포장 알바 등등

몇 개가 더 있는데 너무 짧게 했기도 하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없어서 뺐어!


나는 가정 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20살 때부터 알바를 열심히 해서 생활비로 쓰면서 살았고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제주도 한 번 못 가봤는데,


당시에는 이 젊을 때 맨날 일만 하고 이게 뭔가 싶었으나

이때 열심히 일한 경험 덕택에 회사에 들어가서도

눈치 빠르단 소리 듣고 적응도 잘하는 편이고

나름대로 도움을 받는 것 같아 ㅎㅎ 나름 추억도 되고.


그리고 회사에 다니면서 한 2년차부터 돈을 좀 모아서

처음으로 (고등학교 수학여행 빼고) 제주도도 가보고

동남아 해외여행도 가봤는데 웬걸 넘나 재밌는 거여 ㅋㅋㅋ

저때부터 맛을 들여서 매년 1회는 나가고 있다.


만약 내가 어릴 때 일찍 노는 맛을 알았더라면... 지금쯤

모은 돈도 없이 쾌락만을 좇는 빈털터리였겠지...

회사 다니며 돈 벌 때 재미를 알아서 다행인 거 같기도 해.

최초로 해외여행 떠날 당시 구 남친 현 남편이랑

손 꼭 붙잡고 비행기 뜰 때 오오오오 하던 기억 > < 

난생 처음 수영장이 태평양 같은 리조트에서 맥주 마시던 기억 > <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디토에도 과거의 나처럼 하루하루 바쁘게

알바하며 살아가는 토리들이 있다면

꼭 미래는 점점 더 예뻐질 일만 남았다고 말해주고 싶구나.


긴 글 읽느라 수고 많았고 멋진 목요일 보내 :D

TAG •
  • tory_1 2020.01.16 16:42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2 2020.01.16 16:43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3 2020.01.16 16:45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4 2020.01.16 17:04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5 2020.01.16 17:18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6 2020.01.16 17:30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7 2020.01.16 17:38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8 2020.01.16 18:44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9 2020.01.16 19:43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2 2020.01.20 10:53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4 2020.01.21 02:17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6 2020.01.21 16:26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8 2020.01.28 22:16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0 2020.01.17 04:23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1 2020.01.17 10:54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3 2020.01.20 19:0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2/10 01:39:09)
  • tory_14 2020.01.21 02:20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5 2020.01.21 09:52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7 2020.01.22 13:06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9 2020.02.04 02:04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20 2020.02.04 03:10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21 2020.03.13 17:3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2/22 20:11:19)
  • tory_22 2020.03.17 08:17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23 2020.07.25 19:54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