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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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묘한 '유령'이 나타났다. 나에게 격한 감정을 일으킨, 내가 만났던 가장 비범한 사람을 표현하는데 '유령' 외에 적절한 표현을 생각해내기는 힘들다. 그는 하얗디하얀 얼굴에 맵시 있는 큰 키 그리고 마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큰 눈은 바다 색깔이었고 머리카락은 햇살에 너울대는 물결같이 빛났다. 아픔을 숨기고 있는 표정은 강렬했다. 마치 바닥을 닿지 않고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리스트를 처음 본 마리 다구 부인의 회고록-


"리스트는 들려져야 하지만 또한 보여져야 한다."   -슈만-

“그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그의 머리를 이마 뒤로 지속적으로 밀치면서(걷어내면서) 즉흥을 하기 시작한다. 그때 그는 가끔씩 흰건반을 따라 매우 미친 듯이 사납게 휘몰아치기도 하고 전체에 여기저기 달콤한 꽃향기를 뿌리며 홍수 같은 아이디어 천국을 느슨하게 하기도 한다”   -하이네-


그의 작품을 듣고 있노라면 피아노 곡인지 관현악 곡인지 잘 분간이 가질 않을 정도의 화려하고 다양하며 풍부한 음색과 다이내믹을 가진 곡같다. 그는 가끔씩 건반을 애무하듯, 가끔은 광란의 질주를 하기도 하는 그에게 여성들의 감탄의 감동의 신음소리가 귓전으로 슬그머니 스며든다.


리스트는 피아노를 연주할 때 리드(lid, 뚜껑)를 열어 놓고 연주한 최초의 피아니스트였다. 피아노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훤칠한 키 (현재 기준으로 185cm 정도), 잘생긴 외모, 긴 금발을 날리며 무대로 걸어 나가는 모습은 청중들을 마력에 사로잡히게 했고 손에 끼고 있었던 가죽 장갑을 재빨리 벗어던지며 겉옷자락을 튕기듯이 뒤로 젖히고 피아노 앞에 앉는 동작은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쇼맨십에 여성 팬들은 비명을 지르다 못해 기절하기도 했다. 연주가 끝나면 귀부인들은 꽃다발 대신 보석을 던지면서 이 ‘신성한 남자’를 가까이 보려고 무대 위로 돌진했다. 그들은 그가 일부러 피아노 위에 놓고 간 장갑을 가지려고 육탄전을 벌였다.


리스트는 피아노 뚜껑을 적절한 각도로 열어 놓아 반사된 소리가 청중들을 향하도록 했는데, 이와 같은 연주장 세팅은 오늘날까지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그는 순회 연주자로 생활하는 동안 이런 연주회를 무려 1,000번 넘게 열었는데, 가는 곳마다 성황을 이루었다. 그의 공연장은 항상 관람석이 부족했으며, 때로는 수천명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리스트는 역사상 최초로 광적인 팬덤을 창시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는 연주회의 공연효과를 높이기 위해 초절기교 외에도 이제까지 다른 연주자들이 실행한 바 없는 각종 음악 외적인 퍼포먼스와 기행을 선보였다. 좋게 말하면 쇼맨이고, 안 좋게 말하면 19세기형 관심병 환자라고 할 수 있었던 셈. 그 유명한 파가니니조차도 당시의 리스트에 비하면 점잖은 편의 수준일 정도였다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도중에 일부러 기절하는 척하거나, 위에서 나온 것처럼 치다가 장갑을 벗어던지는 퍼포먼스도 고안했다고 한다. 


상류층 귀부인들 사이에선 현재의 아이돌 팬덤마냥 리스트를 추종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어느 정도였냐면, 그가 연주를 끝내면 젊은 귀족 부인들은 체통을 잊고 무대 위로 올라가 그가 피우던 시가 꽁초나 연주하다 끊어먹은 줄, 혹은 연주 도중에 그가 연주 도중 삘받을 때 벗어던지곤 하던 장갑 따위의 잡동사니들을 차지하려고 미친 듯이 싸우곤 했다고. 그걸 주워서 평생동안 지니고 다닌 부인도 있다고 한다. 때로는 가짜로 실신하거나 무대 위로 보석들을 던져서 의도적으로 청중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 신문에 의하면 1842년 베를린 연주회가 끝나고 그가 떠날 때, 그의 뒤에 수백 대에 달하는 개인 마차들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리스트는 백마 6마리가 끄는 마차를 비롯해 30대가 넘는 마차의 호위를 받으며 떠났다고 하는데, 기사를 쓴 기자가 "그는 왕과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아니라 바로 왕이었다"라고 비유하며 평했을 정도이다.


당시로선 불가능한 청중 3천명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고 모든 곡을 외워서 악보 없이 공연한 최초의 피아니스트이다. 리스트 이전에는 연주자들이 악보를 앞에 두고 연주했다.


클래식계에서 자주 쓰이는 '리사이틀'(recital)이란 용어 역시 1840년 리스트의 연주회에서 처음 시작된 말이다. 영국 런던의 악보출판기획자였던 브레데릭 빌이 리스트의 연주회를 리사이틀로 부르자고 제안한 것이다. 리스트 이전까지만 해도 피아노만 단독으로 연주되는 음악회는 존재하지 않았다. 리스트는 노래나 실내교향악 등의 프로그램 없이 피아노 연주만으로 음악회를 열 수 있음을 최초로 증명했다.


리스트의 연주회에서는 어디서나 여성팬들의 열광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리스트와 눈만 마주쳐도 기절하는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꽃다발 대신 보석을 던지고 그가 피우다 버린 궐련을 죽을 때까지 간직했던 여인도 있었다. 이러한 여성들의 히스테리 증상에 대해 시인 하이네는 리스 토마니아(Lisztomania)라 부르기도 했다. 언제나 많은 여성에게 둘러싸여 ‘로맨스의 챔피언, 사교계의 왕, 카사노바’라 불린 리스트는 정작 자신이 무릎을 꿇고 사랑을 고백했던 여인은 몇 안 되었다. 언제나 여자들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고 그를 유혹 했던 것이다.



  • tory_1 2019.10.20 13:52

    재밌게 잘 읽었음 ㅋㅋㅋㅋㅋ 아이돌식의 조련질 쩔었나봄 ㅋㅋㅋㅋ

  • tory_2 2019.10.20 14:08
    재밌다ㅋㅋㅋㅋㅋㅋ 퍼포먼스를 하면서 팬들 조련했던 피아니스트였구나ㅋㅋㅋ 리드 열고 연주했다던가, 악보를 외우고 피아노를 쳤다던가, 리사이틀이라는 표현의 사용같은, '최초'가 많은 피아니스트였네!
  • tory_3 2019.10.20 14:2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8/13 15:54:49)
  • tory_4 2019.10.20 14:33
    사생택시도 어니고 사생 마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5 2019.10.20 14:36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작곡가들 손 표현했던 그림 생각나서 좀 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치가 잘 안돼 ㅋㅋㅋㅋㅋㅋ 아이돌이셨구나 ㅋㅋㅋㅋㅋㅋ
  • W 2019.10.20 14:38

    그 사진 갤러리에 있긴한데 못찾겠다 ㅋㅋ 그 번외편만 있네

    워낙 기교가 좋은 피아니스트라서 후대 전공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중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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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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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1 2019.10.21 08:55
    @W 베토벤 망치인거랑 드뷔시 깃털인거ㅋㅋㅋㅋㅋㅋ
  • tory_32 2019.10.22 09:10
    @W 모차르트는 저게 뭐야 밀대여?ㅋㅋㅋㅋㅋㅋㅋ
  • W 2019.10.22 12:16
    @32

    밀가루 밀대라는듯?ㅋㅋ 모차르트가 창의적이라서 저렇게 표현했다나봐 

  • tory_33 2019.10.22 13:29
    @W


    ㅋㅋㅋ 설명도 찾아왔는데 진짜 재밌다


    Chopin
    : mixer because he reminds me of one sometimes. Example.
    Scriabin: He has written a lot of pieces for the left hand alone and he injured the right hand.
    Rachmaninoff: He had really big handsReally big.
    Liszt: he sometimes reaches notes at the other side of the piano.
    Ravel: he has delicate, water hands and very often the left and right hand play on top of each other.
    Beethoven: he is powerful and this is also a reference to the hammerklavier
    Satie: his touch is very gentle and it sounds like he is playing with gloves.
    BoulezJust to give you an idea.
    Cage: the 'no hands' is a joke for 4'33'' and the objects on the keyboard are a reference to his prepared pianos.
    Feldman: most of his compositions use just a few notes.
    Mozart: Rolling pins because of all the scales.
    Schubert: A lot of his pieces have very articulated right hand passages that go back and forth like a wheel and really easy left hand ones.
    Bach: robot hands because he was so structured and calculating in his pieces. (Side note: amazing book)
    Debussyreally soft touchjust like feathers.
    Glass: Pendulum and metronome because of his style that led him to be very technical, a bit like Bach, but it's more complicated than that.
    Bartok: drum beaters because of the power of some of his compositions.

  • tory_34 2019.10.22 15:30
    @W

    쇼팽은 거품기. 바흐는 로봇손에 비유한 것 좀 봐ㅋㅋㅋ

    cage(존 케이지 맞지?)는 손이 없닼ㅋㅋ

  • tory_7 2019.10.20 15:26
    역시 스타성은 관종력에 비례하는군ㅋㅋㅋㅋ
  • tory_8 2019.10.20 15:28
    리스트 당신.....
  • tory_9 2019.10.20 15:40
    ㅋㅋㅋㅋㅋ 아이돌이였네 글 재밌다
  • tory_10 2019.10.20 15:45
    여성팬들이 리스트 머리카락 얻고 싶어서 그렇게 편지를 썼다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리스트는 집에서 키우는 개털 잘라다 줫다는 후일담도 있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11 2019.10.20 16:25
    저시대 관종이었구만 ㅋㅋㅋㅋㅋ
  • tory_12 2019.10.20 18:44

    저시대 아이돌이였구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관련 일화들만 봐도 팬조련 쩐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13 2019.10.20 19:57
    연주하다가 기절하는 척ㅋㅋㅋㅋㅋㅋ조련 쩐다ㅋㅋㅋ
  • tory_14 2019.10.20 20:24
    19세기형 관심병 환자ㅋㅋㅋㅋㅋㅋㅋㅋ
  • W 2019.10.20 20:37

    이 내용들 책이랑 인터넷기사에서 발췌한거라 출처 적어놨는데 내가 제대로 정리해놨는지 내용이랑 주소들 확인해보고 조만간 출처 추가할게

  • tory_15 2019.10.20 21:42
    토리야 글 너무재밌닼ㅋㅋㅋ잘봤엉!!
  • tory_16 2019.10.20 23:36
    파가니니가 리스트에 비하면 얌전할 정도였다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17 2019.10.21 00:30
    https://img.dmitory.com/img/201910/5qg/ODM/5qgODMrO3EqmUmeMYGaeWA.jpg


    티모시 살라메????
    관종력+스타성+와꾸
  • tory_23 2019.10.21 10:13
    22ㅋㅋㅋ티모시 닮았엌ㅋㅋㅋㅋㅋ
  • tory_18 2019.10.21 01:14
    조련 쩌는 관종이었다는 게 너무 웃기고 반전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곡만 들을땐 그런거 하나도 관심없는 차가운 천재같은데
  • tory_19 2019.10.21 02:04
    기절하는 척.......하뉴야?
  • W 2019.10.21 02:12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뉴가 토정에도 나오다니
  • tory_24 2019.10.21 10:5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뉴ㅋㅋㅋㅋㅋㅋ
  • tory_25 2019.10.21 11:2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가 왜 여기서 나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36 2019.10.22 15:59

    나도 이생각함 ㅋㅋㅋㅋㅋ

    하뉴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38 2019.10.22 22:5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보가 19세기까지 거슬러 가는구나
  • tory_20 2019.10.21 02:12
    요새 핫하다는 단단한 턱에 아름다운 얼굴 긴 금발을 휘날려 매력(관종미) 오지지 걍 뻑갈 수밖에 없다
  • tory_22 2019.10.21 10:05

    우와 재밌다 ㅋㅋㅋㅋ 이런 내용은 무슨 책 읽으면 나와??

  • W 2019.10.21 19:38
    언론사 문화부 기사들이나 월간 객석 같은 잡지랑 온라인 웹진 같은 곳에 많이 나오고 리스트 평전 같은 것에 사생활들 많이 나오더라구 ㅋㅋㅋㅋ
  • tory_26 2019.10.21 18:51

    저 시대 아이돌이었네ㅋㅋㅋㅋ조련 실력 갑ㅋㅋㅋㅋㅋ

  • tory_27 2019.10.21 19:52
    톨앤핸섬+서양에서 환장하는 벽안금발+오지는 스타성+아이돌뺨치는 끼와 쇼맨십+관종이어도 절대 후려칠 수 없는 천재성=리스트
  • tory_28 2019.10.21 23:56
    피아노 잘 치다가 한 손으로 치는데 곡 안 끊기고 다른 손으론 피아노 위 꽃 집어서 향기 맡고 미소 지어주고 그랬다는 것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ㅋㅋㅋㅋ 쇼맨십이 증말 대단하셨다
  • tory_29 2019.10.21 23:58
    피아노 전공생인 나 톨.... 듣기엔 좋은곡들이 많지만 직접 치기엔 .....절레절레..
  • tory_30 2019.10.22 01:46
    막성스?
  • tory_31 2019.10.22 04:1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9/15 23:58:25)
  • tory_35 2019.10.22 15:36
    생긴값을 했구나ㅋㅋㅋㅋ연주도 뛰어나게 잘하고 대단하다ㅋㅋㅋ다가졌네ㅋㅋㅋㅋ
  • tory_36 2019.10.22 15:59

    기절하는 '척' 이라니 ㅋㅋㅋㅋ 밥맛이다 ㅋㅋㅋㅋㅋ

  • tory_37 2019.10.22 21:53
    아 웃겨 ㅋㅋㅋㅋㅋ 기절하는 척ㅋㅋㅋㅋ 쇼맨십 대단
  • tory_39 2019.10.25 16:02

    실력이 받처주는 사람이 꼴값을 떨면 스타가 되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40 2019.10.26 09:34
    재밌다 ㅋㅋㅋㅋㅋ 댓글 사진들도 찰떡ㅋㅋㅋㅋ
  • tory_41 2020.02.12 04:53
    흥미로운 글이군!!!!ㅋㅋㅋㅋㅋ
  • tory_42 2022.05.17 08:34
    관종들은 재밌어
  • tory_43 2023.03.26 15:46
    잘봤어 멋진글이야
  • tory_44 2024.02.14 18:39

    댓글 볼려구 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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