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해외톨이라 베스트방 따뜻한 외국인 썰 보고 맘이 뭉클해졌어 ㅠㅠ 나도 하나 풀어보려고 ㅎㅎ
스물세살, 교환학생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였던 나 톨은 너무 슬펐어..
교환학생으로 영국에서 지냈던 1년이 진짜 행복했었거든 ㅎㅎ
열등감 덩어리로 자라왔는데, 그곳에서 지내면서 자존감이 가득가득 해졌지 ..
뭐 또 굳이 더하자면 거기서 만났던 남자친구랑도 다신 못 볼 것 같았고 ㅋㅋ
공항까지는 어떻게 잘 버텼던거 같은데...
비행기를 타니까 급 ‘아, 난 이제 영국과는 안녕이구나, 정말 영원히 안녕이구나’ 이럼서 눈물이 터지는거야 ㅋㅋ
근데 눈물이 안멈추네? ㅋㅋㅋㅋㅋ
계속 뭐 사연 있는 사람처럼 눈물 줄줄 흘리고 있으니까,
옆에 앉아계시던 한 할머니가 조용히 휴지를 계속 챙겨주셨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한 4시간?은 울었던거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내식도 스킵하고 그냥 울고만 있었지 ㅋㅋㅋㅋㅋ
그렇게 울다가 지쳐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되게 다정하게 괜찮냐고 물어보시더라고.
왠지 할머니가 따뜻하게 생기셔서.. 난 줄줄 얘기했지
“제가요… 한국에서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아무것도 없어요.
예쁘지도 않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디에서도 관심받지 못하고 늘 묻혀있는 사람이였어요.
근데 1년전에 영국에 와서 너무 행복했어요.
처음엔 영어를 못했지만, 이젠 영어도 할 수 있고, 친구들도 정말 많이 사귀었어요.
심지어 남자친구도 사귀었어요 (울컥). 다 너무 좋았어요.
모두 나에게 관심을 주고 특별하게 생각해줬어요.
나도 나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
“근데, 이제 가면요, 다시 한국에 가면 현실이에요.
난 취직 해야 해요. 근데 자격증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또 취직을 하잖아요? 매일 일해야 할거에요. 한국은 일을 정말 많이 하는 나라에요. ”
“다신 영국에 올 수 없겠죠, 여행을 올 순 있겠지만 다신 이렇게 행복하게 오래 살아갈 기회는 없는 거겠죠.
그래서 오늘 너무 슬퍼서 비행기가 뜨고나서부터 계속 눈물이 나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내 얘기를 다 들어주시고, 끄덕여 주시고, 남자친구 얘기할땐 웃으시고 ㅋㅋ
그 푸념을 다 들어주시더니 그러시더라고,
“My love, 취직은 힘들겠지만 넌 할 수 있어.
세상엔 모두를 위한 한 가지의 일이 남아있어. 정말이야~
그거 아니? 난 그냥 사진관에서 점원으로 50년을 살았단다.
특별한 직업을 가진 적은 없지만 하루하루가 특별했지.
난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말이야, 어떤 일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단다.
그저 일은 너에게 따뜻한 옷과 집만 주면 된단다. 너무 걱정하지 마렴“
(할머니 집이 비싸네요... 아직 못샀어요)
“그리고 my love, 나도 오늘 영국을 떠나고 있단다.
84년간 살았던 나의 고향을 떠날 때가 되었어.
나도 아주 행복한 삶을 살았어.
이곳에서 친구들 때문에 행복했다고 했지? 나도 나의 가족들 친구들과 아주 행복하게 살았어.
내 가장 사랑하는 딸은 글쎄 호주로 여행을 갔다가 호주 남자랑 결혼을 한다고 하더니 진짜 해버린거야!
딸 덕분에 가끔 호주에 가서 따뜻한 겨울을 보냈었지!
이제 벌써 내 딸한테도 딸이 생겼고, 난 그 두 아이를 정말 사랑한단다.
남편도 친구도 모두 보내주고 나니, 영국은 춥고 외롭더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원도, 마켓도, 카드가게도 모두 영국에 있는데 난 영국을 떠날 때가 된 걸 알았어.”
“ 지금 난, 내 마지막 시간들을 내 딸과 손녀딸과 보내기 위해 호주로 이민을 가고 있단다.
어때? 84살이 되어서도 이민을 갈 수 있는데, 너한테 얼마나 많은 기회가 남아있는지 알겠지?
지금 너의 가족들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너를 오랬동안 기다리고 있었을거야.
넌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란다.
영국이 너에게 행복한 기억을 줬다니 나도 좋구나.
앞으로 더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이제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하고 안아주셨어.
런던-아부다비까지 6시간 정도 되는 비행시간 동안 할머니는 내가 편히 울게해주시고,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그리고 웃게도 해주셨던 할머니가 가끔 생각나.
성함은 기억나지 않지만, my love, my love 하며 날 다독여주시던 그 따뜻함은 어제 같이 선명해 ㅎㅎ
할머니, 저 잘 살고 있어요!
이제 서른이 넘었구요, 다시 영국에서 살아볼 기회도 있었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했어요. 취직도 했네요.
할머니 말대로 일해보니 특별할 거 없다는건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 있구요. 그리고 집은 아직 못샀어요 ㅋㅋ
할머니도 호주에서 따님, 손녀 따님과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길 바래요.
토리와 따듯한 영국 할머님에게 앞으로의 삶에 행운이 깃들길 기도해!
내맘도 따듯해져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