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아빠가 그러더라
나이 많은 장수생, 1.2배수 커트라인에 어떻게 저떻게 붙었는데 면탈했어
나는 떨어질거 알았고 기대 안했지만 엄빠는 그래도 기대하고 있었거든.
저녁에 집에 엄빠 들어오는데 무슨 말을 해야하나, 한문제만 더 맞지 그랬냐, 왜 커트라인에 붙었냐, 그렇게 오래했는데 아직도 커트라인이냐 등등 날 몰아붙이면 나는 뭐라고 받아치지, 그런 막 나를 방어하는 말들을 잔뜩 생각하고 어깨에 힘주고 엄빠 얼굴을 봤는데
아빠가 내 얼굴 보자마자
"고생 조금 더 해야겠네.."
하고는 더이상 아무말 안하시더라.
오래 공부하는데도 나를 탓하거나 재촉하시는 편이 아니기도 했지만
그때 처음 알았어.
부모님이 안타까워 하는 건 내가 합격하지 못해서가 아니고, 능력 없는 나이많은 딸을 서포트 해줘야 해서 화가 나는게 아니었더라.
내가 매일 잠도 못자고 (나 심지어 아가리도 아니고 매번 한두 문제, 소수점 차로 떨어지는... 몇년간 일주일 이상 쉬어본 적도 없음...)
어디 나가서 놀지도 않고, 친구도 점점 더 안만나고
그렇게 고생하는데도 결과가 없어서... 다시 고생해야하는 딸만 안타깝고 불쌍한 거였어.
본인들이 내 필합 소식에 기뻤고 기대헀고 이런건 다 지워지고 내가 또 고생할 것만 걱정하는 거였어.
면탈 다음은 합격이라니까
남은 28일 진짜 죽었다 생각하고 기계처럼 공부만 하고 합격소식 가지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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