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글을 쓰는 것이 정 어렵다면, 좋은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대충 쓰자!


 품질을 떨어뜨려도 된다. 써서는 안 된다고 했던 상투적인 표현이나 수십 번도 더 봤던 거들떠보기도 싫은 이야기도 어쩔 수 없다면 눈 딱 감고 갖다써도 좋다. 그렇게 해서 넝마 같은 글일지언정 하여간 써나가는 것이다. '내가 이러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나' 하는 후회라든가. '이렇게 볼품없게 쓰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이 들지라도 우선 대강대상 어떻게든 버텨내면서 쓰는 것이다. 양심이 있고 본능이 있다면 그런 중에도 조금씩은 덜 썩은 글을 쓰게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면서 일단 이글만 후딱 써서 마치고 그 다음에 축하 파티를 하기 위해 클럽에 가든, 뷔페식당에 가서 배터지게 먹든, 스무 시간 동안 잠을 자든, 뭐든 하자는 결심으로 하여간 계획대로, 목표한 대로 밀고 나간다.


 역시 우리에게는 컴퓨터와 워드 프로세서라는 현대 기술의 산물이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은 썩 괜찮다. 일단 개떡같이 글을 써놓고 나중에 다시 뒤돌아보면서 찰떡같이 다듬으면 된다. 컴퓨터에 저장되는 글은 나중에 고쳐도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보다 개떡같은 내용이라도 뭔가가 있는 상태에서 고치고 뺴고 더해가는것이 더 쉽다. 뭐라도 내가 써놓은 글이 있으면 대체로 쉬워져도 훨씬 쉬워진다. 구체적인 것이 눈앞에 이미 펼쳐쳐 있으니 목표를 세우고 일정을 관리하고 의욕을 갖기도 더 쉽다. 개떡 같더라도 좀 쓰다 보면 서서히 리듬을 타게 되고 흥이 오르면서 점점 애착이 생기고 다시 좋은 글을 열심히 쓰게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그래도 일단 써라' 방책을 쓰기 위해 잠시 글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쉽게 넘어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얼마든지 나중에 다시 고치면 된다.


 그리고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어차피 항상 최고로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충 때워나간 뒤에, 나중에 고치고 또 고쳐서 수습한 정도의 글이라면 일단은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거창한 글을 쓰겠다고 시작했다가 무슨 글을 쓸지 계획을 세우며 이런저런 개요나 줄거리를 짜거나, 앞부분을 조금 쓰다가 떄려치우고 마는 일은 아주 흔하다. 나 역시 아직까지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컴퓨터에도 앞부분 몇 페이지만 쓰다가 그만둔 소설이 몇 편이나 버려져 있는지 모른다. 땅속에 심은 씨앗이 자라나 꽃을 피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저 언젠가 미래에 피어날 지도 모른다는 기대만 하면서 계속 캄캄하고 차가운 흙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나는 글을 쓰는 실력은 글 하나를 마무리 지을 때 늘어난다고 본다. 4분의 1만 쓰다가 때려치운 글 열 편을 쓰는 것보다 제대로 결말을 지은 글 한 편을 쓰는 것이 더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낄 정도다.


 글 한 편을 마무리 짓는 일을 몇 차례 하다 보면 그러지 못하면 깨달을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을 깨달을 수 있다. 내가 어느 정도 분량의 글을 쓰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지, 글의 앞부분, 중간부분, 끝부분을 쓰는 일 중에서 어느 대목에서 가장 힘겨워하는 지, 마감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어떠한지, 글을 쓰는 중에 어떤 일이 생기면 가장 방해받는지,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해서 얼마 정도 지나면 시들해지는지, 어쩌다가 의욕이 사그라지는지, 사그라진 의욕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반성하며 돌아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사람마다 다 달라서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고, 알 수 없으니 대책을 세우기도 어렵다.


 거기에다 마무리된 글에는 운이 좋으면 어디에 팔아먹을 수 있다는 장점 한 가지가 있다. 미완성인 글을 팔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마무리된 글이라면 누군가 새로운 글을 찾고있다고 할 때, 어딘가에 공모전이 있다고 할 때 보낼 수 있다. 좀 못 쓴 글일수도 있고, 좀 잘 쓴 글일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마무리된 글이라면 보내서 팔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는 있다. 글이 미완성이라서 아예 보내지도 못하는 것에 비해, 마무리된 글이라면 가능성이라는 면에서는 전혀 다르다.


 마무리괸 글을 여러 편 쌓아놓으면 듬직하고 뿌듯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그 뿌듯함은 참 좋은 감정이다. 그 뿌듯함이 있으면 예전에 쓴 글을 다시 보면서 잘했던 점과 잘못했던 점을 되새기는 일도 좀 더 즐거워진다.


 한참을 입으로만 무슨 글을 쓸지 떠들고, 그렇게 하면 어디가 재밌을지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다 보면, 그러다 김이 빠져 실제로 그 글을 쓰는 자체는 귀찮은 일처럼 느껴지는 경우를 여러 차례 겪었다. 그보다는 '이런 거 정말 재밌을 것 같은데, 지금 누구한테 말 할수는 없고, 얼른 써서 보여주고 싶다. 얼른 쓰면 보여줄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당장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채로, 조바심과 애타는 마음을 이용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열성을 불태워 글을 실제로 쓰는 것이 더 좋다.



-곽재식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




일반 작법서처럼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고


글이란걸 쓸 줄은 알고 쓰고도 싶은데 매번 쓰고싶단 마음만 먹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가려워 하는 부분을 잘 긁어주는 책임ㅋㅋ



나한테 가장 유용했던 부분만 발췌해 봄






  • tory_1 2019.01.21 02:29

    제목보고 바로 들어왔엌ㅋㅋㅋ

    자소서쓸때 항상 제목처럼 그만두는게 버릇이라ㅠㅍ

    글 고마워!!!! 스크랩!

  • tory_2 2019.01.21 02:54
    앞부분만 쓴 습작 여러편 있는 나에게 정말 유용한 글이네...고마워!
  • tory_3 2019.01.21 05:05
    뼈 맞고 갑니다...토리아 고마워 유용한 조언들이 많다!
  • tory_4 2019.01.21 07:45
    스티븐킹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말한거랑 똑같다ㅋㅋㅋ이렇게 쓴대 걍 무작정 뜨거울때 달리래. 쓰고 고치면 되니까! 이책은 나도 사서 읽어봐야겠다 고마워 찐톨~
  • tory_5 2019.01.21 08:18
    와 진짜 뼈 때리면서도 가려운 부분을 다 긁어주시네 ㅋㅋㅋㅋ 생각해보면 내가 완결을 못 내는 가장 큰 이유는 대충 쓰는 걸 참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 ㅠㅜㅠㅠ 정작 독자들은 재밌다고 다음편 빨리 내달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 한 줄도 못 적고 있다 ㅠㅠㅠ 이 글 보고서 오늘부터라도 실천해봐야지...일단 적자..
  • tory_6 2019.01.21 09:34

    ㅋㅋㅋㅋㅋㅋ뼈...나갔다...

  • tory_7 2019.01.21 09:56

    ... 그만 때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8 2019.01.21 12:19
    오호 좋다 ㄱㅅㄱㅅ
  • tory_9 2019.01.21 13:33
    글 읽는 내내 샤이아 라보프의 저스트 두 잇!!!!!!!!이 울려퍼지는 듯 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릿속으로 상상만 실컷 하다가 정작 몇줄 써보고 마는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글이네 ㅋㅋ 오늘부터 다시 써봐야겠다!
  • tory_10 2019.01.21 22:4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0 10:00:41)
  • tory_11 2019.01.21 22:48
    뼈 나갔다 진짜ㅋㅋ 근데 일단 쓰라는 말 진짜 맞는거 같아ㅠㅠ
  • tory_12 2019.01.21 22:48

    대막 고마ㅏ워 톨아!!!!

  • tory_13 2019.01.21 23:34
    이책의 가장 웃음포인트는 쓸 내용이 생각안나면 고양이 얘기를 써보라는부분이지ㅜㅜㅜㅜㅜ너무 뼈때리는 말이 많아...ㅜㅜㅜㅜㅜㅜ앞부분만 쓰는게 문제라 이 책 샀는데 앞부분만 읽어서 여전히 앞부분만 쓰고있는 토리가....(
  • tory_14 2019.01.22 02:16
    명치 쎄게 맞았는데요 지금.... 내 고질적인 병임 ㅋㅋ 비단 글뿐만 아니라 모든 과제를 이딴식으로 망쳐왔져... 내 인생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유해줘서 넘 고마워 ㅠㅠㅠㅠ 알고 있어도 실천이 언제나 어렵다 ㅜㅜ
  • tory_15 2019.01.22 02:20
    고마워!
  • tory_16 2019.01.22 04:26
    고마워!! 해뜨면 뼈 맞추러 가야겠다
  • tory_17 2019.01.22 09:34
    좋은 글 고마워!
  • tory_18 2019.01.22 16:2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기닼ㅋㅋㅋㅋ스크랩!

  • tory_19 2019.01.22 16:59

    양심이 있고 본능이 있다면 그런 중에도 조금씩은 덜 썩은 글을 쓰게되기 마련이다. 젠장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 tory_20 2019.01.23 00:18
    댓글은 좀 달고 스크랩들을 하지..
    고마워 토리야 우왕좌왕하던 중에 진짜 나한테도 유용한 내용이야ㅠ
  • tory_21 2019.01.23 01:39
    글쓴토리 진짜 고마워 너무 유익한 글이야♡♡♡
  • tory_22 2019.01.23 06:00
    유익한 글이라서 스크랩 해 뒀어. 고마워~ 저 책도 사봐야지. ㅎㅎ
  • tory_23 2019.01.23 10:40
    이 책 사두고 읽다 말았는데 토리 글 보고 다시 읽으러감ㅋㅋㅋ
  • tory_24 2019.01.23 11:44
    나 이 책 사서 읽고 싶더라 ㅋㅋ 올려줘서 고마워~
  • tory_25 2019.01.23 18:08
    고마워 ㅜㅜ
  • tory_26 2019.01.24 07:16

    좋은 글 고마워!!!! 

  • tory_27 2019.01.25 09:47
    다시 정신차려야지 고마워
  • tory_28 2019.01.25 10:22
    이책좋당 ㅋㅋㅋ 사서 읽어볼게 고마엉!!
  • tory_29 2019.01.29 18:58
    좋은 글 고마워 !
  • tory_30 2019.04.16 01:50

    스크랩!

  • tory_31 2023.01.21 19:33

    제목이 좋다 ㅋㅋㅋ고마워

  • tory_32 2023.10.12 22:1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4/01/30 0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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