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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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 2019.10.09 03:44

    나는 이상의 이런 시를 가장 좋아해

    낭만시를 비판하려고 한구절 적은 부분이 아이러니하게도 낭만시의 대표처럼 내려오는 것에서 느껴지는 천재성이 남다르게 느껴져서 좋고

    그 구절 자체로도 절절한 사랑을 경험하는 기분이라 좋아해

    이상의 다른 시들은 나에게 어렵게 느껴지는데, 이 시 하나만 보고 이상 전집을 샀을 정도야

  • tory_2 2019.10.09 04:33

    정지용 시인의 유리창. 수능 준비하면서 배울 때는 싫었는데 다시 보니 아름답고도 슬프더라. 어떻게 아들의 죽음으로 울면서 본 별을 물 먹은 별이 보석처럼 박힌다고 표현할 생각을 했는지 놀라워...

  • tory_3 2019.10.09 05:5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10/09 05:54:24)
  • tory_4 2019.10.09 07:4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10/27 16:39:01)
  • tory_5 2019.10.09 07:49
    나는 기형도의 오래된 서적.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음으로. 이런 부분들이...취준할 때 뭔가 와닿아서 좋았어. 실제 시인도 요절하셔서...더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찐톨이 올려준 시도 좋다.
  • tory_16 2019.10.09 15:26

    222 나도 오래된 서적 제일 좋아해 ㅠㅠ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 tory_6 2019.10.09 10:30
    이병률, 새날

    가끔은 생각이 나서/가끔 그 말이 듣고도 싶다//어려서 아프거나/어려서 담장 바깥의 일들로 데이기라도 한 날이면/
    들었던 말//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 tory_7 2019.10.09 10:50
    최애시라고해서 내가 사는 시 추천할뻔...머쓱타드...^^;;;
  • tory_8 2019.10.09 11:02
    장이지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 tory_9 2019.10.09 11:41

    허연, 사선의 빛

  • tory_10 2019.10.09 11:52

    브레히트,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 tory_11 2019.10.09 11:54
    하나만 못고르겠어서ㅋㅋㅜㅜ


    먼저 이 시는 요즘 가장 애틋한 시

    신해욱, 보고 싶은 친구에게


    열두 살에 죽은 친구의 글씨체로 편지를 쓴다

    안녕. 친구. 나는 아직도
    사람의 모습으로 밥을 먹고
    사람의 머리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늘은 너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구나.

    냉동실에 삼 년쯤 얼어붙어 있던 웃음으로
    웃는 얼굴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

    너만 좋다면
    내 목소리로
    녹음을 해도 된단다.

    내 손이 어색하게 움직여도
    너라면 충분히
    너의 이야기를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답장을 써주기를 바란다.

    안녕. 친구.
    우르르 넘어지는 볼링핀처럼
    난 네가 좋다.



    이 시는 내가 시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시

    문태준, 어느 날 내가 이곳에서 가을강처럼
                                  
    내 몸을 지나가는 빛들을 받아서 혹은 지나간 빛들을 받아서
    가을강처럼 슬프게 내가 이곳에 서 있게 될 줄이야
    격렬함도 없이 그냥 서늘하기만 해서 자꾸 마음이 결리는 그런 가을강처럼
    저물게 저물게 이곳에 허물어지는 빛으로 서 있게 될 줄이야
    주름이 도닥도닥 맺힌 듯 졸망스러운 낯빛으로 어정거리게 될 줄이야



    이건 고딩때 자주 봤던 시

    기형도, 붉은 달 2

    1

    그대, 아직 내게

    무슨 헤어질 여력이 남아 있어 붙들겠는가.

    그대여, X자로 단단히 구두끈을 조이는 양복

    소매끈에서 무수한 달의 지느러미가 떨어진다.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그대는 천국으로 떠난다고

    장기 두는 식으로 용감히 떠난다고

    짧게 말하였다. 하늘나라의 달.

     

    2

    너는 이내 돌아서고 나는 미리 준비해둔 깔깔한 슬픔을 껴입고

    돌아왔다. 우리 사이 협곡에 꽂힌 수천의 기억의 돛대, 어느 하나에도

    걸리지 못하고 사상은 남루한 옷으로 지천을 떠돌고 있다. 아아 난간마다 안개

    휘파람의 섬세한 혀만 가볍게 말리우는 거리는

    너무도 쉽게 어두워진다. 나의 추상이나 힘겨운 감상의 망토 속에서

    폭풍주의보는 삐라처럼 날리고 어디선가 툭툭 매듭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내가 떠나기 전에 이미 나는 혼자였다. 그런데

     

    너는 왜 천국이라고 말하였는지. 네가 떠나는 내부의 유배지는

    언제나 푸르고 깊었다. 불더미 속에서 무겁게 터지는 공명의 방

    그리하여 도시, 불빛의 사이렌에 썰물처럼 골목을 우회하면

    고무줄처럼 먼저 튕겨나와 도망치는 그림자를 보면서도 나는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다.

    떨리는 것은 잠과 타종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내 유약한 의식이다.

    책갈피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우리들 창백한 유년, 식물채집의 꿈이다.

    여름은 누구에게나 무더웠다.

     

    3

    잘 가거라, 언제나 마른 손으로 악수를 청하던 그대여

    밤새워 호루라기 부는 세상 어느 위치에선가 용감한 꿈 꾸며 살아 있을

    그대. 잘 가거라 약기운으로 붉게 얇은 등을 축축이 적시던 헝겊 같은

    달빛이여. 초침 부러진 어느 젊은 여름밤이여.

    가끔은 시간을 앞질러 골목을 비어져나오면 아,

    온통 체온계를 입에 물고 가는 숱한 사람들 어디로 가죠? (꿈을 생포하러)

    예? 누가요 (꿈 따위는 없어) 모두 어디로, 천국으로

     

    세상은 온통 크레졸 냄새로 자리잡는다. 누가 떠나든 죽든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턱턱, 짧은 숨 쉬며 내부의 아득한 시간의 숨 신뢰하면서

    천국을 믿으면서 혹은 의심하면서 도시, 그 변증의 여름을 벗어나면서.
  • tory_12 2019.10.09 12:32
    하나만 고르기 너무 어렵다 ㅜㅜㅜㅜ
    요즘 제일 자주 읽고 생각나는 건
    이병률 시인 사람이 온다
  • tory_13 2019.10.09 12:56


    열무 삼십 단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엄마 생각
  • tory_14 2019.10.09 13:03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나희덕, 푸른 밤

    보고 진짜...충격받았잖아 너무좋아서...
  • tory_15 2019.10.09 14:50
    정호승, 부치지 못한 편지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취준생일때부터 너무 좋아하던 시였어
  • tory_17 2019.10.09 16:2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10/09 16:28:52)
  • tory_17 2019.10.09 16:30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하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종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tory_18 2019.10.09 16:42
    덧글로 올라온 시 읽는데 왜 눈물나지ㅋㅋㅋ 난 이현호 시인 좋아해
  • tory_19 2019.10.09 16:4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0 21:25:05)
  • tory_20 2019.10.09 17:50
    사막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by 오르텅스 불루
  • tory_21 2019.10.09 21:48
    너와 나는 여섯 종류로
    인간들을 분류했지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아
    막 박수 치면서,

    네가 나를 선한 사람에
    끼워주기를 바랐지만.
    막상 네가 나더러 선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게 되고 싶었어. 이를테면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어느 날 네가 또 슬피 울 때, 네가 기억하기를
    네가 나의 자랑이란 걸
    기억력이 좋은 네가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얼쩡거렸지.

    - 김승일 <나의 자랑 이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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