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인물성격 스포주의 (스토리 스포는 거의 없을 테지만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은 토리들은 백스텝 해줘)
안녕 토리들아!
나래아 재탕하다가 좋았던 문장들 추려왔는데 왜 이렇게 많지? 추리고 추렸는데도 이런다^^...
(혹시 너무 많다 싶으면 말해줘,,, 눈물을 머금고 지워볼게)
힐러 읽다가는 문장 좋다는 생각 안 해봤는데 나래아 읽으면서는 감탄해서 가져왔어.
메카 글들이 극치명이고 날 것 같이 느껴지는 이유가 특유의 단어선택과 서술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해. (물론 호불호 갈리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미사여구 많이 붙이거나 인위적인 문장들 안 좋아하고 감각적이고 직관적이고 짧은 문장들을 좋아해.
주변 인물들에 의한 외모찬양이나 지루한 설명 하나 없이도 공이 존잘+미쳐있음+치명+ 나른섹시임을 모두가 알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봄.
주로 인물들의 동작이 직설적으로 서술되는게 아니라 특정 사물에 비유되더라고. 그래서 인물들이 그 사물이랑 일체되는 느낌이 있어.
(ex. 이도= 검, 불, 얼음 등)
마찬가지로 자주 등장하는 배경사물이 본래 가진 이미지 때문에 소설 자체의 신비로움이 배가되는 듯
(ex. 달, 그림자, 등불 등)
이도가 내 인생공이라서 이도 위주 서술로 가져와따히히..
혹시나 문제 있을까봐 무서워 흑흑,,,
문제시 다정하게 말해주기! 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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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혹은 어둠)
그는 처음부터 이 풍경의 일부 같았다.
바람이 불자 나무 그림자는 남자 어깨를 타고 얼굴까지 기어 올라갔다.
빛을 등진 남자와 그를 꼭 닮은 그림자가 긴 꼬리를 끌며 담벼락을 올라탔다.
남자는 어둠을 주욱 밀고 다가왔다.
그림자에 그을린 얼굴에서 선이 정갈한 입술만 보였다.
-> 그림자에 그을렸다니,,, 참신
그를 꼭 닮은 그림자가 창호지 절반을 삼키고 있었다.
그림쟁이가 일필에 휘갈긴 묵화 같았다.
이도는 팔짱을 끼고 문에 기대섰다.
새벽 공기를 닮은 눈빛으로 운우를 관찰했다.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낯선 세계에서 조우하는 듯 했다.
방에 늘어진 그림자가 그의 어깨로 올라탔다.
겨우내 허기진 산 주인의 눈이 드러났다.
고개를 들어 밤을 덧입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먹구름이 걷히자 어둠에 삼켜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돌다리 건너에서 기다란 인영 하나가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 담배
이도는 느긋하게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고, 연기를 빨아들이고,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의 호흡을 무너뜨렸다.
멀리 길게 휘어진 담장 끝자락에서 희미하게 발소리가 들렸다.
어둑한 지평선 끝에서 연기 한 줄기가 먼저 올라왔다.
뒤이어 잘 정돈된 머리끝이 보이고 그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석양에 물든 그의 코트 자락은 손대면 화상을 입을 듯 달구어져 있었다.
-> 활자도, 장면도 아니고 영상으로 재생되는 매직,,,
이도의 입가에서 춤추던 빨간 반딧불이 추락했다.
불꽃의 마지막 호흡이 바람에 휩쓸려 갔다.
그는 약간 피곤해 보였다.
이도는 담배를 끼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넘겼다.
예고 없이 그의 입술이 매끄럽게 휘었다.
“변명할 여지가 없는데.”
그가 담배를 빨아 당기자, 뺨이 살짝 패었다.
그는 술을 음미하듯 연기를 입에 머금고 있다가 입술을 벌려 천천히 흘려보냈다.
연기 같은 시선이 운우에게 흘러왔다.
이도의 가죽 장갑 사이에서 시뻘겋게 뜬 외눈알이 느리게 올라갔다.
바람이 입김에 섞인 담배연기를 휩쓸어 갔다.
-> 시뻘건 외눈알이라는 표현에서 감탄함,, 진짜 바로 코앞에 있는 것처럼 상상함,, 숨소리까지 다 들리는 것 같았어
# 코트, 셔츠, 저고리
이도는 누마루 상석에 앉아 국화주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는 검정색 저고리와 바지차림에 밤색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 내가 밤색 코트를 좋아함
툭, 툭 어깨에 걸친 코트 소매가 찬 바람에 흩날리며 빈 소음을 냈다.
늘어진 그의 셔츠가 운우의 턱 언저리를 스쳤다.
서로 어디 하나 닿지 않았는데도 온 몸이 짓눌린 듯 했다.
운우는 고개를 돌리며 존재하지도 않는 무게감에 가까스로 호흡했다.
그의 손아귀에 잡힌 옷은 껍데기만 벗겨저 장대에 효수된 듯 했다.
난폭한 손아귀에 저고리가 살 껍질처럼 벗겨졌다.
# 달빛
그는 이윽고 술잔에 갇힌 작은 달무리를 단박에 들이켰다.
외따로 떨어진 마당 중앙에는 오얏나무 한 그루가 달무리를 찢고 뻗어 올라가 있었다.
문득 달이 고인 둥근 이마가 생각났다.
달빛은 장삼 자락처럼 길운우의 다리를 감았다.
거짓말. 거짓말. 운우는 달빛이 눌어붙은 천장을 아연하게 바라보았다.
승리가 당연했던 사람의 눈빛에는 패색이 짙었다.
초췌한 달빛이 그의 콧날과 셔츠를 적셨다.
그의 어깨너머 작은 천장에는 달빛 한 장이 누웠다.
별채에서의 마지막 밤은 길고도 짧았다.
-> 달빛이 곁에 눕다니,,,, 대박적
# 등잔불, 등불
이도는 코 끝을 찡그려 콧잔등에 묻은 등잔불을 털어 냈다.
이도의 입술에 고인 등잔불이 턱선을 타고 셔츠 깃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그의 어깨너머로 등불이 하나 둘 유영했다.
샛바람에 등불이 일렁이며 이도의 턱 선과 콧날에 앉았다.
# 활
이도는 화살 끝에 달린 깃털을 입술에 물고 다림질하듯 주욱 폈다.
화살촉을 시위에 메우고 엄지 위에 얹었다.
과녁과 비스듬히 서서 팔을 들어 올리자 어깨에 걸린 코트 자락이 바닥에 끌렸다.
이도는 화살을 활시위에 매었다.
기지개를 켜듯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그 연속적인 흐름은 춤사위처럼 아름다웠다.
# 검
이도는 활을 내던지고 자훈의 허리에서 장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느리게 걸어왔다.
불안정한 걸음에 검날은 땅에 질질 끌렸다.
이도는 무릎 한 쪽을 세운 채 그 위에 팔을 얹고 있었다.
넓은 어깨부터 허리까지 절제된 선은 누군가의 목을 벤 뒤 휴식을 취하는 도검 같았다.
# 목소리
목 잘린 풀 냄새 같은 목소리였다.
-> 나 이거 어떤 목소리인지 매우 궁금함,, 상상이 안돼,, 낮고 무서운 목소리인가
“한 번만 더 일어나면, 다신 못 일어서게 할 거야.”
그는 아랫배가 떨릴 만큼 뇌까렸다.
그는 잇새로 녹슨 음성을 밀어냈다.
길운우, 진정해....그는 운우의 이름을 어금니에 올리고 가루가 되도록 씹었다.
# 바람
그는 느리게 부는 바람결을 따라 걸어왔다.
서로의 눈동자 색깔이 보일 무렵 멈춰 섰다.
# 연못, 하늘
연못 위에는 반딧불이가 불귀의 객처럼 날아다녔다.
한걸음이라도 움직이면 길운우가 기척을 들을 듯 했다.
저 옷을 찢고 날개가 돋아나 연못에 갇힌 하늘로 추락할 듯 했다.
-> 하늘로 날아가버릴 것 같다는 말을 추락한다는 단어로 설명하다니,,,
# 봄
이도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때 이른 봄 위를 걸어갔다.
그의 옷소매에 밴 비 내음이 운우의 코끝을 치고 갔다.
겨우내 얼었던 운우는 봄이 오기 전에 부서질 거라고 생각했다.
봄볕이 스민 그의 셔츠에 잠시 눈이 시큰했다.
# 기타
이도의 눈에 오래 묵은 경멸이 스쳐 갔다.
고요하고 날카로운 감정이었다.
그 감정이 옮을 것 같아 운우는 시선을 돌렸다.
그는 엄지로 입가에 묻은 조소를 닦았다.
이도의 시선이 그 물길을 밟아 갔다.
그는 빨갛게 부르튼 운우의 양손을 당겨가, 자신의 목덜미에 깊이 넣고 꾸욱 눌렀다.
그의 손도 얼음장이었다.
운우의 손바닥으로 뜨거운 체온이 저돌적으로 넘어왔다.
그의 목줄기에 가지를 뻗은 정맥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체온을 배불리 얻어먹은 손은, 그의 목을 조를지 매달릴지 기로에 서 있었다.
이도는 그 어느 날 종놈의 혀를 자를 때처럼 고요하고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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