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까무라치듯 몸을 일으킨다.
내 이름은 데이비드고, 그게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려 했지만, 그곳에 하늘은 없다. 나는 길게 뻗은 석순이 천장을 점찍은 어두운 동굴 안에 있다.
"데이빗! 데이빗!"
찢어지는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내 앞에 등지고 서있는 남녀를 본다. 그들은 발을 어깨 넓이만큼 벌리고, 팔을 앞으로 쭉 뻗고있다. 그들 앞에 무언가 거대한 것이 서있으나, 내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부들거리며 떨리는 발을 딛고 일어서 악몽을 마주한다. 끔찍한 악마가 나를 지키고있는 한 쌍을 위협하듯 소리지른다. 눈 앞의 괴물에게 집중하며, 여자가 다시금 소리친다.
"파이러스,"
그녀가 읊조린 말끝에서 하얗게 뿜어져 오르는 불꽃이 손끝을 타고 짐승을 향한다. 여인 뒤에 서있던 남자는 무어라고 크게 외치며 검은 덩쿨을 손바닥에서 뿜어낸다. 덩쿨이 괴물을 사로잡는다.
"어리석은 것들", 악마는 울부짓는다.
"나는 산자들의 땅을 삼킬지다. 나는 인류의 피로 해갈할지다!"
거대한 발톱을 들어올리며, 괴물은 두 사람을 긁어내린다. 두 사람의 발끝은 서있을 곳을 잃고 날아가 벽에 부딪힌다.
나는 그들의 쓰러진 몸뚱이로 달려간다. 괴물은 내게는 관심 없다는듯 쿵쿵거리며 길을 나아간다.
남자는 이미 죽었다. 그의 몸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여있다. 여자는 피웅덩이 속에서 가쁜 숨을 내쉰다. 그녀 앞에 무릎을 숙여 앉자,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붙잡는다.
"사랑해", 그녀가 쌕쌕거리며 낱말을 내쉰다. 그녀는 머리를 들어 내 귓가에 속삭인다.
"엔캅타스", 그녀는 마지막 한숨을 짓는다. 눈을 감고 머리를 무겁게 땅바닥으로 떨군다.
나는 나를 지켜준 이 사람들이 누군지 모른다. 내 부모인가? 친구들?
그들의 죽음은 나를 분노케한다. 나는 분노에 사로잡혀 몸을 일으킨다.
나무가 보이고, 구름이 보이고, 집들이 보인다.
나를 지켜주던 이들의 자세를 따라, 두 발을 어깨넓이로 벌리고 두 팔을 들어올린다.
악마가 뒤돌아본다. 악마의 얼굴은 소름끼치는 함박웃음으로 뒤틀려있다. 나는 소리친다.
"엔캅타스", 내 목소리가 동굴을 울린다.
악마의 비웃는듯한 미소는 곧 절망의 울부짖음으로 뒤바뀐다.
몸부림치고 고함치며, 괴물은 반짝이는 사슬로 무너져내리고 내 손에 굳건히 사로잡힌다.
무언가가 내 기억의 자락을 붙잡는다, 대가를 요구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저 나를 지켜주던 남자와 여자의 기억을 바친다.
동굴 벽의 빛나는 원 안에 비쳐보이던 구름과 나무와 집들의 모습을 바친다.
나는 나의 이름을 바친다.
출처 https://www.reddit.com/r/WritingPrompts/comments/5lo4mc/wp_you_live_in_a_world_where_magic_exists_however
http://slsa.egloos.com/6114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