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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닮았음에도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았던 두 사람
타카이시 타케루와 야가미 히카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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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공통점을 하나씩 짚어주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히카리와 타케루는 서로 많이 닮았어. 애니 첫 시리즈인 디지몬 어드벤처의 두 막내였고, 주인공과 라이벌의 하나뿐인 동생이며, 전작에 이어 후속작에 주인공으로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파트너 디지몬이 천사형/성수형디지몬으로 진화하는 등 두 사람은 작중에서 대칭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지.
그런 점 때문에 둘의 관계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커플링으로서의 인기도 굉장히 높은 편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공식 커플링이 아닌데 제작진들은 의도적으로 두 사람을 닮게 묘사했지만 이 둘에게 연인으로서의 서사와 죠그레스 파트너로서의 서사는 주지 않았어.
이 글의 제목처럼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너무도 많지만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은 관계야.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에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는 없는 그런 관계.
이 둘이 연인으로서의 관계도 죠그레스 파트너로서의 관계도 맺지 못한 건 이 점 때문이라고 생각해.
예를 들어 디지몬 02의 공식 커플인 야마소라와 켄미야는 서로가 서로의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야. 야마토와 소라는 부모님의 사랑이 결핍된 유년기를 보냈고 그렇기에 서로의 아픈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있어. 그리고 켄미야의 경우 미야코의 밝음이 켄을 양지로 이끌어줄 수 있는 관계일 뿐더러, 어렸을 적 형을 잃은 켄에게 미야코네 집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편안함과 위안을 주었을 거야.
죠그레스(합체진화)도 마찬가진데, 죠그레스는 평범한 아이(다이스케, 미야코, 이오리)가 어둠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아이(켄, 히카리, 타케루)에게 손을 내밀고 이끌어주는 관계라고 할 수 있어. (물론 타케루와 이오리의 관계는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지만)
왜 히카리와 타케루가 연인도, 죠그레스 파트너도 될 수 없었냐 하면 이 둘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줄 수도 없고, 어둠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이 두 사람을 평행선 같다고 하는 건데, 이 둘은 정말 많이 닮았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어.
그건 바로 두 사람의 '어둠을 대하는 태도' 야.
히카리는 어둠을 두려워하지만 무섭다고 소리치지도 거부하지도 못해. 반면 타케루는 자신의 파트너를 앗아갔던 어둠을 증오하는데, 그러면서도 빛이 있는 한 어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걸 제대로 인정하고 있어.
이러한 두 사람의 태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건 02 13화에서부터야.
히카리는 다고몬이 부르는 소리에 이끌려 어둠의 바다로 끌려가게 되는데, 오직 타케루만이 히카리가 그곳에 갔다는 걸 알아. 히카리와 타케루는 둘 다 어둠에 기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두 사람만이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히카리는 어둠이 무섭고 그들이 부르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싶지만 히카리에게는 무섭다고 소리칠 용기도 그들에게 저항할 용기도 없어.
왜 히카리는 적극적으로 그들을 뿌리칠 수 없는 걸까? 그들이 히카리를 원하고 히카리가 어둠의 바다에 끌려가는 근본적인 이유가 히카리가 가진 힘이기 때문이야. 자신에게 보이는 것들이 남들에게 보일 것이라는 확신이 히카리에게는 없어. 자신이 소리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줄지,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믿어줄지, 히카리에게는 확신이 없는 거야.
디지몬 어드벤처 소설 1권 中
히카리는 브라운관의 아무것도 없는 부분을 열심히 바라보면서
"디지…몬."
하고 들어본 적 없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디지몬? 뭐야, 그게" 타이치는 멀뚱멀뚱한 얼굴로 물었다.
히카리는 동그랗게 뜬 눈을 브라운관에서 타이치에게로 향하며
"오빠한테는 안 보이는 거야?"
하고 되물었다.
"안 보이냐니…" 타이치는 티비의 영상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그렇구나……그러면 됐어. 신경쓰지마."
하고 히카리는 작게 미소 지으며 다시 티비로 눈을 돌렸다. 그 옆모습의 긴 속눈썹이 타이치에게는 어쩐지 외로운 것처럼 보였다.
히카리는 어렸을 때 코로몬과 만난 이후로 디지몬을 볼 수 있게 되지만 주변 사람들 중 그 아무도, 심지어 함께 코로몬과 놀았던 오빠 타이치조차 디지몬을 보지 못 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 자신이 보는 것을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경험을 히카리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번 겪어왔을 거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다는 건 어린 히카리에게도 상처였을테고 홀로 외로웠을 거야. 그래서 히카리는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일에 대해선 입을 다물게 된 거라고 생각해.
미야코(예지)가 히카리를 두고 '그래, 확실히 히카리 쨩은 나랑은 다르지. 마음 속에 이런 저런 일을 끌어안고 있어서 가끔씩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라고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니까. 히카리를 안지 얼마 되지 않은 미야코마저 그렇게 느꼈을 정도면 히카리가 남들에게 숨기는 부분이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일 거야.
그런 중에 타케루는 이런 히카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야.
아마 히카리 본인도, 그리고 타케루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을테고 그렇기에 히카리는 어둠의 바다에 붙잡혀 갔을 때 자신이 누구보다 의지하는 오빠의 이름과, 파트너 디지몬의 이름, 그리고 타케루의 이름을 부른 거야.
히카리가 타케루의 이름을 외치기 전까지, 타케루는 히카리가 디지털 세계가 아닌 어떠한 세계에 가버린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히카리를 찾아. 히카리에 대한 타케루의 태도는 단순히 동료에 대한 걱정, 소중한 사람에 대한 걱정을 넘어서 히카리를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타케루와 테이르몬(가트몬)이 나누는 대화에서 단적으로 느껴져.
"히카리 쨩은 내가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히카리는 약한 아이가 아니야, 히카리는 강한 아이."
타케루는 히카리를 지켜야만 한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들은 테이르몬은 히카리는 강한 아이라고 답해.
테이르몬이 보는 히카리는 누군가 지켜줘야만 하는 약한 아이가 아니라는 거야. 타케루와 테이르몬 중 어느 쪽이 히카리를 더 잘 알고 있느냐 하면 당연히 히카리의 파트너 디지몬인 테이르몬이겠지? 디지몬 시리즈에서 선택받은 아이에게 파트너 디지몬이란 또 하나의 자신, 자신도 모르는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으니까.
그리고 이런 타케루의 태도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타케루의 행동은 어드벤처에서의 야마토를 떠올리게 해.
첫 모험을 하던 시절 야마토에게 타케루는 자신이 지켜줘야만 하는 존재였는데, 02에서는 타케루가 야마토의 행동을 똑같이 답습하고 있어.
타케루도 참 모순적인 게 02 13화에서 자꾸 타이치에게 기대려고 하는 히카리의 의존적인 태도를 지적했으면서 (히카리가 정말 타이치에게 의존적으로 구는지 어떤지는 차치하기로 하고) 정작 자신은 히카리를 '지켜야 하는 존재' 로 상정했어. 히카리가 타이치에게서 자립했으면 하면서도 자신은 히카리를 지켜야 한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취했지. 타케루는 히카리가 자신을 의지해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타케루가 타이치가 아닌 자신을 더 따르고 의지하길 바랐던 야마토처럼 말이야.
타케루의 태도가 히카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졌건 간에 히카리는 13화에서 타케루에게 도움을 청했고, 타케루는 테이르몬과 함께 히카리를 구하러 와.
하지만 히카리가 정말로 원한 게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는 거였을까?
타케루는 테이르몬과 함께 히카리를 구하러 오고 무사히 히카리를 구출해내지만, 히카리는 어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어.
왜냐면 그 때는 타케루와 테이르몬이 자신을 구해준 것 뿐이니까. 어둠이 다시 자기를 부른다면 히카리는 또 다시 힘 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었으니까. 실제로 히카리는 02 31화에서도 어둠의 바다에 가버리고 말아. 타케루가 자신을 구하러 온다 한들 히카리 본인에게 어둠을 거부할 의지가 없으면 히카리는 몇 번이고 어둠에 끌려가고 말 거야.
그래서 히카리가 정말로 원한 건 어둠이 자신을 부를 때 싫다고, 무섭다고 솔직히 소리칠 수 있는 자신이었어.
"미야코 상은 꽤 손이 가는 사람이네요."
"역시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나 계속 부럽다고 생각했어. 나는 미야코 상처럼 솔직하게 무섭다고 말하거나 소리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어둠의 세계에 끌려가거나 하는 걸까…."
누군가가 자신을 구하러 와주길 바란 게 아니야. 끌려가는 게 싫고 무서우면서도 제대로 소리칠 수 없는 약한 자신이 히카리는 싫었을 거야. 하지만 자기 스스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어. 그렇기 때문에 오빠에게, 테이르몬에게, 타케루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던 거야.
히카리가 정말로 누군가 자신을 지켜주길 바랐더라면 타케루는 히카리의 바람대로 히카리를 지켰을 거야. 히카리는 계속 어둠에 끌려가고 타케루는 계속 히카리를 구하러 가지만 그 과정에서 히카리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졌겠지. 그리고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지켜지는 관계는 서로에게 바람직하지도 않고 긍정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도 없어. 더욱이 상대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타인에 의한 보호가 아니라면 말이지.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타케루는 히카리의 거의 유일한 (파트너 디지몬인 테이르몬이 히카리와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이해자야.
타케루는 히카리의 세계를 이해하고, 히카리의 힘을 알지만 미야코는 히카리의 세계든 히카리의 힘이든 히카리의 특별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 미야코는 특별함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는 평범한 아이일 뿐더러, 처음에는 코 앞에 있는 어둠의 바다를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어둠에 관해서도 무지한 아이야. 그리고 타케루처럼 어둠을 마주했을 때 냉정하고 침착하게 굴 수도 없어.
하지만 중요한 건 히카리는 자신의 '특별함' 에서 줄곧 벗어나고 싶어했던 아이라는 점이야. 그렇기 때문에 히카리의 특별함을 이해할 수 없는 미야코를 통해 특별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거지.
타케루는 히카리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고 또 히카리와 많이 닮았기 때문에 히카리를 '평범한 아이' 로 볼 수가 없었어. 실제로 히카리는 특별한 힘을 가진 아이인만큼 타케루가 히카리를 '잘못' 본 건 아니야. 그 특별함 마저 히카리의 일부고, 히카리의 이해자인 타케루는 히카리의 특별함과 히카리를 떼어볼 수가 없는 거지. 하지만 미야코에게 히카리는 특별한 아이라기보다도 제 속내를 다 드러내지 않는 아이였어. 그것이 줄곧 신경쓰였던 그런 아이.
"정신 차려! 어둠의 소리가 둘려온다면 내가 꺄꺄 하고 소리쳐 줄게. 어둠에 끌려가 버릴 거 같으면 내가 히카리 쨩의 손을 잡고 반드시 돌아올게. 그러니까 더 이상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말아줘."
미야코는 히카리를 오롯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히카리의 손을 붙잡아 주었기 때문에 히카리를 어둠에서 이끌어낼 수 있엇던 거야. 더욱이 미야코는 히카리처럼 어둠을 무서워 하는 아이야. 그런데 어둠이 무섭다는 그 사람이 내가 어둠에 끌려가면 내 손을 붙잡고 나를 데려오겠대. 어둠의 소리가 들리면 꺄꺄 하고 소리를 질러주겠대.
히카리에에게는 이 말은 어둠이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해도 된다고, 끌려가기 싫으면 싫다고 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지 않았을까? 미야코가 직접적으로 히카리에게 그런 말을 해준 건 아니야. 하지만 미야코는 타케루처럼 히카리를 지켜야 하는 존재로 보지 않았어. 왜냐하면 미야코도 어둠이 무섭기 때문에 타케루처럼 히카리를 어둠에게서 지켜주지는 못 해. 어쩌면 어둠 속에서 히카리를 데리고 나오는 게 고작일지도 몰라. 미야코는 그런 아이이고, 항상 제 감정에 솔직한 아이이기 때문에 히카리도 미야코가 어떤 진심을 가지고 얼마만큼의 용기를 내서 저런 말을 한 건지 잘 알 거야. 그렇기 때문에 미야코의 행동에 스스로 어둠을 뿌리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거지.
"또 내가 모르는 세계에 가버린 줄 알았어."
"아니, 이제 괜찮아. 두 번 다신 그런 곳에 가지 않을 거야."
절대로."
'또 내가 모르는 세계에 가버린 줄 알았어.' 라고 묻는 타케루에게 '두 번 다신 그런 곳에 가지 않아' 라고 대답할 수 있던 건 히카리에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거부할 의지와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야. 타케루가 히카리를 지키고자 했을 때, 히카리가 타케루에게 보호받았을 때는 이뤄지질 수 없었던 히카리의 성장이 비로소야 이루어진 거지.
'어둠에 끌려가도 미야코 상이 구하러 와줄테니 괜찮아' 가 아니라 '더 이상 그런 곳에 가지 않아' 라고 자신의 의지로 말할 수 있게 된 게 바로 미야코가 이끌어낸 히카리의 성장인 거야.
특히 미야코를 바라본 후 작게 미소 짓는 히카리를 보면 이 아이가 참 많이 성장했구나, 히카리는 히카리의 말대로 더 이상 어둠에 끌려가는 일이 없겠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어. 타케루도 아마 그걸 느꼈을 거야.
히카리와 타케루는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달랐고 그렇기 때문에 죠그레스 파트너도 연인적 관계로도 발전할 수 없었다고 생각해. 실제로 저 죠그레스 편 이후로 히카리가 특별한 아이로서 비춰지는 장면은 없고, 타케루가 히카리를 무조건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모습도 나오질 않아. 히카리는 더 이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아니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겠지? 그렇다고 해서 히카리에 대한 타케루의 태도가 정말 바뀌었는지 아닌지도 확인할 수가 없지만 말이야.
야마토가 타케루와 자신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보였던 집착을 버리고 나서야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었던 것처럼, 타케루도 히카리를 지키려고만 하는 태도로서는 히카리와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었을 거야. 나중에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과는 다른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작중에서는 명확히 나온 답이 없지만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천천히 두 사람만의 관계를 만들어 갔을 거라고 생각해. 연인적인 관계나, 파트너로서의 관계가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야.
어둠에 대한 타케루와 히카리의 태도가 달랐기 때문에 둘은 죠그레스 파트너가 될 수 없었다고 생각해 두사람 다 어둠의 힘에 기인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데 그 궤가 완전히 같지는 않아서 완전히 마음을 통하며 죠그레스 할 순 없었을 것 같아. 또 타케루나 히카리는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달랐으니까... 히카리는 어둠을 두려워하지만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 완전히 떨쳐내지도 못하고 불가항력으로 어둠에 자꾸만 끌려가게 되고 그래서 그런 자신을 꺼내줄 사람이 필요했고
타케루는 자신처럼 어둠의 힘을 없애고 (영원한 소멸이 아니라 수면 위에서 어둠의 힘을 악용하는 일이 없게 어둠을 수면 밑으로 보내는 류의 없앰...) 그런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고 생각하는데 서로 그 역할을 못 해주니까 ㅜㅜ 두 사람이 결국 미야코랑 이오리와 죠그레스 한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미야코랑 이오리를 만나지 못한 채 계속 둘이서만 이어나가는 관계였다면 나중에 크게 틀어질 수도 있었을 것 같아. 결국 어둠에 대해 지향하는 점이 달라서.
히카리는 포용과 공존에 가깝다면 타케루는 완전한 공존은 어렵다고 보았을 테니까... 그랬던 두 사람이 죠그레스를 계기로 한 걸음 멀어질 수 있었고 그래서 오히려 오랜 시간 같이 지낼 수 있지 않게 되었나 싶어. 타케루가 아니어도 히카리는 어둠 속에서 빠져나올수 있게 되었고 히카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 타케루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으니까.
또 결과적으로 제로투 결말에서 타케루가 바란 대로 어둠의 힘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히카리가 바란 것과 유사하게 어둠의 힘을 다루었던 이들-디지몬 카이저, 오이카와-도 함께 공존할 수 있게 되었으니(오이카와의 경우 죽음으로 끝을 맺지만 마지막에는 어둠의 힘을 떨쳐냈고 또 그의 의지로 디지털월드의 생명력을 되찾았으니까) 두 사람의 바람도 실현이 되었다고 생각해. 비록 그게 서로를 통한 실현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서로를 통해 실현되지 않아서 더 평화로운 결말같았어.
두 사람이 정말 닮은 점이 많았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크게 다른 점을 죠그레스로 보완한 덕분에 둘의 관계를 평화롭게 유지했던 것 같아서 좋아. 안그랬으면 부정적으로 치닫았을 것 같은데 건강하게 결말이 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