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좀 더 여성 서사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여성 서사를 그리시는 창작자로서, 하고 싶으신 말씀을 더 들어보고 싶어요.
일단 제가 여성 서사를 그리고 있는 작가로서 목표하는 것은 억울해 하지 않는 거예요.
여성주의적 작품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여성주의적 비평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 비평이 너무나도 혹독해서 비난으로 느껴질 때도 있죠. 그러나 여성 해방이 결국 여성에 의해서 이루질 것이듯이 완벽한 여성주의 서사 또한 여성이 만들게 될 거예요.
3화에서 도명이가 자언이에게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하는 물음을 던지지요. 근래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는 질문 또한 그것이에요. 다른 작가는 여성 혐오적인 작품을 하면서도 잘 나가기만 하지만, 나는 가난하게 여성주의적인 작품을 만들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비평 받는 일은 분명히 고되고 서럽고 지칠 거예요. 그래서 굳센 다짐이 필요합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해요.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죠.
이것은 어디까지나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로서의 마음입니다. 저 또한 여성주의 작품을 읽는 독자로서 생각해 보자면 독자들에게는 작품을 어떻게 비평할 것이냐 하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D. 그럼 독자로서의 이야기를 해봐요. SNS나 덧글 때문에 독자들과 작가의 거리가 좁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작가들에게 작은 비난도 무겁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비평이란 전문성이 필요한 일인데, 지금은 젊은 여성주의 평론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에요. 따라서 읽고 있는 독자들끼리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봐요.
D. 그럼 여성주의 작품을 읽는 독자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점이 있다면 뭘까요?
오늘날 우리에게 의미 있는 과거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독자분들이 잊으셔서는 안될 것이, 워낙 여성주의에 대한 생각이 빠르게 발전하고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지금에 와서 부족해 보이는 과거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과거의 작품은 누군가의 최선을 다한 현재였을 거예요. 분명 어떤 부분은 굉장히 여성 혐오적이었겠지만, 그 부분 때문에 작품 전체를 ‘빻았다.’는 한마디로 뭉뚱그려 생각하는 것을 경계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좋은 걸 다 잊어버려서는 안 돼요. 서사는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줍니다. 예전 작품의 그 의미 있는 부분이 없었다면 제가 <극락왕생>이라는 작품을 할 수 없었겠죠. 마찬가지로 제가 최선을 다한 <극락왕생>이 미래에는 한계가 많은 작품으로 읽힐 수 있어요. 하지만 제 작품은 미래의 여성주의 작품에 반드시 영향을 미칠 거예요. 우리의 작품 하나하나가 더 높은 목표로 가는 돌계단을 이루는 돌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멀리서 보면 정말 근사해요.
D. 너무 혹독한 완벽주의를 경계하는 게 좋겠죠.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으니까요.
맞아요. 여성주의 작품에 대한 비평과 함께 그 작품의 ‘좋은 것’을 발견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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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맘이 아팠던 부분은
"다른 작가는 여성 혐오적인 작품을 하면서도 잘 나가기만 하지만, 나는 가난하게 여성주의적인 작품을 만들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비평 받는 일은 분명히 고되고 서럽고 지칠 거예요."
이 부분..
여성주의적인 작품들을 그리는 작가들은 대부분 여성인권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들일텐데 정작 여성혐오적인 작품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 당하는 거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더라
작품 초반 2화에서 말하는 것도 좋은 건 잊지 말아야 한다인데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전하는 게 좋아
페미니즘이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면서 과거 작품들이 부족해 보일 지라고 덮어두고 빻았다란 말로 퉁치지 말고 그 속에서 좋는 걸 발견하고 잊지 말자
좋은 걸 다 잊어 버려서는 안 된다
극락왕생 자체도 재밌게 보고 있는데 인터뷰 정말 최고인 것 같아..ㅠㅠ 괜히 뭉클해지는 게 있다
좋은 인터뷰니까 시간 내서 다 읽어보는 걸 추천해!
인터뷰 전문 https://dillyhub.com/page/74
일단 제가 여성 서사를 그리고 있는 작가로서 목표하는 것은 억울해 하지 않는 거예요.
여성주의적 작품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여성주의적 비평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 비평이 너무나도 혹독해서 비난으로 느껴질 때도 있죠. 그러나 여성 해방이 결국 여성에 의해서 이루질 것이듯이 완벽한 여성주의 서사 또한 여성이 만들게 될 거예요.
3화에서 도명이가 자언이에게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하는 물음을 던지지요. 근래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는 질문 또한 그것이에요. 다른 작가는 여성 혐오적인 작품을 하면서도 잘 나가기만 하지만, 나는 가난하게 여성주의적인 작품을 만들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비평 받는 일은 분명히 고되고 서럽고 지칠 거예요. 그래서 굳센 다짐이 필요합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해요.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죠.
이것은 어디까지나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로서의 마음입니다. 저 또한 여성주의 작품을 읽는 독자로서 생각해 보자면 독자들에게는 작품을 어떻게 비평할 것이냐 하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D. 그럼 독자로서의 이야기를 해봐요. SNS나 덧글 때문에 독자들과 작가의 거리가 좁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작가들에게 작은 비난도 무겁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비평이란 전문성이 필요한 일인데, 지금은 젊은 여성주의 평론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에요. 따라서 읽고 있는 독자들끼리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봐요.
D. 그럼 여성주의 작품을 읽는 독자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점이 있다면 뭘까요?
오늘날 우리에게 의미 있는 과거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독자분들이 잊으셔서는 안될 것이, 워낙 여성주의에 대한 생각이 빠르게 발전하고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지금에 와서 부족해 보이는 과거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과거의 작품은 누군가의 최선을 다한 현재였을 거예요. 분명 어떤 부분은 굉장히 여성 혐오적이었겠지만, 그 부분 때문에 작품 전체를 ‘빻았다.’는 한마디로 뭉뚱그려 생각하는 것을 경계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좋은 걸 다 잊어버려서는 안 돼요. 서사는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줍니다. 예전 작품의 그 의미 있는 부분이 없었다면 제가 <극락왕생>이라는 작품을 할 수 없었겠죠. 마찬가지로 제가 최선을 다한 <극락왕생>이 미래에는 한계가 많은 작품으로 읽힐 수 있어요. 하지만 제 작품은 미래의 여성주의 작품에 반드시 영향을 미칠 거예요. 우리의 작품 하나하나가 더 높은 목표로 가는 돌계단을 이루는 돌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멀리서 보면 정말 근사해요.
D. 너무 혹독한 완벽주의를 경계하는 게 좋겠죠.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으니까요.
맞아요. 여성주의 작품에 대한 비평과 함께 그 작품의 ‘좋은 것’을 발견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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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맘이 아팠던 부분은
"다른 작가는 여성 혐오적인 작품을 하면서도 잘 나가기만 하지만, 나는 가난하게 여성주의적인 작품을 만들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비평 받는 일은 분명히 고되고 서럽고 지칠 거예요."
이 부분..
여성주의적인 작품들을 그리는 작가들은 대부분 여성인권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들일텐데 정작 여성혐오적인 작품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 당하는 거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더라
작품 초반 2화에서 말하는 것도 좋은 건 잊지 말아야 한다인데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전하는 게 좋아
페미니즘이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면서 과거 작품들이 부족해 보일 지라고 덮어두고 빻았다란 말로 퉁치지 말고 그 속에서 좋는 걸 발견하고 잊지 말자
좋은 걸 다 잊어 버려서는 안 된다
극락왕생 자체도 재밌게 보고 있는데 인터뷰 정말 최고인 것 같아..ㅠㅠ 괜히 뭉클해지는 게 있다
좋은 인터뷰니까 시간 내서 다 읽어보는 걸 추천해!
인터뷰 전문 https://dillyhub.com/page/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