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토가 가장 사랑하고 원하는 사람은 본편 엔딩 시점에선 당연히 시구레. 말할 것도 없이 시구레지만! 본편 진행중에는 하토리였다고 생각해. 아키토를 떠났을 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던 십이지도 하토리고
토오루가 치유해주기 전까지 아키토는 내면이 아빠가 개소리하고 죽었을 때의 10살짜리 어린애에 머물렀던 것 같거든. 아키토가 그나마 신뢰할 수 있었던 사람이 하토리 뿐이야(이것도 완전히 신뢰하진 못했다고 보지만 시구레나 쿠레노 보다는 어쨌든)
본편 시작 전에 아키토에게 하토리와 시구레가 한 행동을 비교해보면
하토리 : 착하고 사랑스럽고 흠 잡을 데 없는 트루럽이랑 결혼하겠다고 정식으로 무릎 꿇고 부탁함
시구레 : 나에게 영원을 약속하더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고 지금도 내 인생을 말아먹고 있는 일생일대의 원수인 내 엄마랑 잠
아주 그냥; 비교 불가한 수준인데도 아키토는 하토리의 경우엔 이성을 잃었고 시구레의 경우엔 싸늘하게 쫓아냈어
하토리의 경우 아키토가 의도해서 실명시킨 게 아니라 흥분해서 날뛰다 실수로 사고를 낸 거지만(아키토가 잘했다는 거 절대 아님. 애초에 흥분해서 날뛴 것 자체가 최악이고 몹쓸 짓임. 아키토는 하토리의 눈이 실명하는 것까진 원치 않았다는 얘기일 뿐) 그래도 모든 십이지 통틀어서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이면서 미쳐날뛰었고 시구레 때는 별 거 없었어. 시구레가 한 짓은 모든 십이지를 통틀어서 가장 심한 짓이고 시구레가 아키토한테 한 짓 중에서도 탑클래스인데 (애초에 시구레 외의 십이지가 아키토를 괴롭힌 적 없지. 근데 시구레가 아키토한테 한 짓은 아키토 안티들도 그건 좀...이라고 할 것 같은 수준...)
아키토가 하토리 때 미쳐날뛰다 사고를 쳐서 시구레 때는 그나마 조심했을 수도 있긴 한데 회상씬을 보면 그것도 아니야. 그냥 온도 자체가 달라. 아키토는 시구레에게 싸늘하게 반응했고 시구레도 태연자약해. 나가란다고 냉큼 나간 것에 대해 서운해하는 마음은 남았지만 아키토한테 준 타격 자체가 달랐다고 봐. 당시 아키토에게 하토리는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고 아빠같은 십이지이고 유일무이한 존재였는데 시구레는 아키토 안에서 입지나 중요도가 그보단 약했던거지
그 당시에도 아키토가 남자로 원하던 상대는 시구레였지만 어린애한테는 남친보다 아빠가 중요하니까
하토리의 경우는 어린 딸이 자길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다정한 아빠만 믿고 사는데 어느날 갑자기 여자를 데려오더니 "나 이 여자랑 살 거야. 집 나갈거야. 빠빠이~"하는 충격이었고
시구레의 경우는 썸남이 내가 진짜 극혐하는 애랑 자서 빡친 정도?
아키라가 개소리하고 죽었을 때에서 성장을 멈춰버린 아키토가 받아들이기로는 하토리는 세상이 무너지고 붕괴되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모르는 충격이고 (어린애들한테 부모의 이혼이 그런 것처럼), 시구레는 이가 부득부득 갈리고 분통 터지지만 어쨌든 살아갈 수는 있는 충격이 아니었나 싶어
그러니까 아키토가 하토리가 카나랑 결혼인사하러 왔을 때 받은 충격이 시구레가 렌이랑 잤을 때의 충격보다 컸다고 봐
하토리가 절대로 그럴 일이 없지만!!! 만약에 하토리가 렌이랑 잤으면 아키토는 완전히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아. 시구레니까 쫓아내는 정도로 참았지만 하토리가 그랬으면 "아빠 곁으로 갈거야"하고 극단적인 시도를 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아예 타격 자체가 달랐을거야
하토리가 아키토를 원망하지 않고 곁에 있어준 아마 그걸 알아서 그런 것 같아. 하토리 성격상 자기가 얼마나 큰 충격을 줬는지를 헤아리고 그런 게 아닌가 싶음(하토리가 잘못했다는 얘기가 아님. 모든 잘못은 아키토가 다 했지. 근데 아이가 흥분해서 날뛰다가 유리창을 깨서 피라도 철철 흘리면 부모가 자책하며 자기 탓이라고 하는 심리..부모가 애를 두고 나갔다가 애가 크게 다치면 스스로를 자책하는 그런 심리가 아니었나 싶어)
당연히 아키토 곁에 남았고 영원히 곁을 지킬 사람은 시구레 맞지. 애초에 시구레가 아키토의 마음을 후릴 수 있었던 것도 그 얘길 해서고, 내가 시구레 아키토 커플을 좋아하는 이유도 시구레가 찐이라서. 아키토가 원하든 원치않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원히 널 독점하겠다!하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시구레는 아키토의 영원이고 아키토는 시구레의 영원이니까 내가 이 커플을 좋아해.
근데 본편 진행 당시 아키토 시점에선 시구레도 "너만을 생각해. 네가 찾는 영원은 내 안에 있어"라고 해놓고 렌한테 가버린 놈, 자기가 먼저 내가 너의 영원이라고 해놓고는 내 인생을 조졌고 내가 가장 증오하고 날 가장 증오하는 존재인 엄마랑 잠자리를 한 배신자인데... 아키토 입장에선 "훼이크다ㅋ아직도 그걸 믿냐? 니가 찾는 영원은 없어ㅋ"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아키토는 시구레가 한 프로포즈를 자기만 기억하고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자기만 매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모든 십이지들은 "모두가 널 떠날거고 넌 버려질거고 아무도 원치않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렌의 말이 실현된다는 걸 증명하고 있거나 증명할 존재라고 생각하니 십이지들을 함부로 학대하고 족친 거고 하토리한테 집착한 것 같아. 사실 하토리한테도 진짜로 의지하고 편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가장, 영원을 증명해주는 존재였으니까 (+애정결핍이 심한 사람들이 부모나 의료인의 손길처럼 자길 보살펴주는 손길에 혹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아키토도 좀 그랬을 것 같고..)
본편 시점 아키토한테는 현란한 말빨로 마음을 후려놓고는 배신 때린 시구레; 말로는 무슨 달콤한 말이든지 해놓고 뒷통수 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시구레보다 그토록 가혹한 짓을 해서 조졌는데도 원망않고 묵묵히 곁을 지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하토리가 당연히 좋지. 연애하면서 자길 떠나려고 하는 다른 남자 십이지들과 달리 하토리는 칸나 이후로는 연애도 하지 않았고
사실 아키토를 독점하고 싶어하는 시구레 입장에선 쿠레노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력한 상대가 하토리라고 보거든ㅎㅎ 아키토 시점의 후르바는 하토리 비중이 정말 많을 거라고 생각해
시구레가 하토리도 모르게 하토리 장가보낼 플랜을 짜놓고 즐거워하는 장면이 나오잖아? 절친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서+외부인을 더 끌어들이고 인간관계를 흔들어놔서 저주를 빨리 풀고 싶어서+후회할 일을 안만들기 위해..등등 겸사겸사 한 게 아닐까 싶어ㅋㅋㅋㅋㅋ
시구레 입장에서 하토리는 무조건 하토리를 깊이 사랑해주고 하토리랑 잘 맞고 빨리 결혼할 여자(즉 마유ㅋㅋㅋ 하토리의 사연을 대충이나마 알고 있고 오랫동안 하토리를 짝사랑해왔고 나이도 맞는 완벽한 배우자! 사귀자고 꼬셔서 정작 사귀는 행동은 하나도 안하고; 한 달 동안 집중 관찰만 해봐서 확실히 아는데 괜찮은 사람임!)랑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최고지ㅋㅋㅋ
시구레가 하토리한테까지 질투하거나 견제하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쿠레노한테 된통 데인 이후로 아예 그럴 일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 게 아닌가 싶어ㅋㅋㅋ
본편 내내 아키토는 헛소리를 하고 사실을 말할 때가 거의 없어. 심지어 자기가 그게 헛소리라는 걸 제일 잘 알면서 헛소리를 해. (대표적인 게 "신과 십이지의 인연은 영원해"ㅋㅋㅋㅋㅋ 저주가 풀린 쿠레노를 옆에 두고...)
하토리에 대해 "하토리는 나를 위해 태어난 존재니까 날 위해 일하는 게 당연하잖아?"도 그 헛소리의 일부고 진심은 하토리를 사랑하고 의지했다고 보거든
지독하게 이기적으로 굴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항상 하토리의 한쪽 눈을 실명시킨 거, 카나에게서 뺏은 게 미안했을거야. 아키토는 하토리의 눈을 멀게 할 의사는 없었던 만큼 죄책감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 아키토는 감정은 다 느끼고 하토리를 사랑하니까.
그리고 하토리가 곁에 있다는 게 하토리에 대한 죄책감으로 마음 한 켠이 불편하고 아프면서도 "널 버리지 않아"를 증명해준 유일한 사람이라 도저히 놓을 수 없었을 거야. 쿠레노는 곁에 있었지만 인연이 풀린다는 산증인이고, 시구레는 가장 먼저 자길 버리고 떠날 것 같고 가장 잡을 수 없어서 제일 무서운 놈이고, 아야메는 기 빨리는 또라이라 아키토쪽에서 피하고 싶고..다른 십이지들은 반항하고 벗어나고 싶어서 난리고. 하토리 밖에 없지. 그래서 시구레는 쫓아낼 수 있고 유키는 1년에 한 두번 봐도 괜찮지만 하토리는 늘 곁에 있어야만 하고
극단적으로 말해서 본편 시작 시점의 아키토는 누가 아키토한테 십이지 11명이랑 하토리중에서 택하라고 하면 하토리를 택했을 것 같달까
17권에서 아키토가 시구레한테 엉망진창으로 밟히면서도 쫓아내거나 벗어나긴 커녕; 시구레가 떠난다고 매정하게 돌아서니까 오히려 몸까지 내주면서 붙드는 거 보고 들었던 생각이; 하토리가 인격자라서 그나마 아키토가 남아났구나 싶더라. 아키토가 시구레한테도 저 정도로 처절한데 만약 하토리가 아키토를 이용하거나 학대했어도 버림받는 게 더 싫어서 그냥 그대로 당하면서 매달렸을것 같더라고ㅠ
가만 보면 아키토가 진짜로 원하는 건 신과 십이지의 인연도 아니고 사랑(특히 자기애와 가족애)이고 아키토가 너무 폐쇄적인 환경에서 세뇌받으면서 자라서 그 두가지 개념을 동일하게 여길 뿐이야. 모든 십이지한테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애정 순위가 아주 확고함. 자기한테 함부로 대해도 못 벗어날 것 같은 십이지가 몇 없어. 사실 연하 십이지들은 아키토를 막 대하면 못 참고 자기 쪽에서 쫓아내거나 튈 듯....애들이 워낙 어리고 여리고 저주의 영향 때문에 맞서질 못한 거지; 시구레가 아키토한테 한 짓의 1/20만 해도 아키토쪽에서 학을 떼고 꺼지라고 했을 듯....
아키토가 몸까지 내주면서 매달릴 것 같은 십이지도 쿠레노, 시구레가 마지노선이었던 것 같고(아야메랑 리츠는 논외, 하토리의 경우엔 미인계 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붕괴; 연하의 십이지들은 애초에 그 정도로 생각하질 않는다고 봐)...
p.s. 관계성이나 캐릭터 분석글을 더 올리고 싶은데 이렇게 분량이 긴 글은 1111 끊어서 여러편 올린다 2222 모아서 올린다
뭐가 더 좋아?
흥미롭게 읽었어!!! 어느쪽이든 올려주면 재밌게 볼 수 있을것같아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