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까지는 재하가 불쌍하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리키랑 재하는 죠그레이스 해서는 안 될 조합이었던 것 같아.
어드벤처랑 파디 보면서 느낀건데,
솔직히 나리는 오히려 어드벤처 애들보다 파디 애들이랑 더 친해 보이는데
리키는 파디 애들보다는 차라리 어드벤처 애들이 더 편해보여.
근데 얘가 나리 말고는 그당시에 또래가 없었고,
어드벤처 일행에서는 막내다보니까 완전히 대등하지는 못해서
귀여움받고 지켜주는 막내롤 정도의 역할이라는 관계성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런 막내 포지션에서 오는 관계성의 한계점이 파디 막내인 재하한테 그대로 답습되는 느낌이라 마음이 무거워
나 어드벤처 볼때 최애가 리키였거든
(여캐 최애는 미나...얼빠였다ㅎ)
일단 제일 어린 애가 간지나는 천사형 디지몬을 가지고 있고,
계속 진화 못하다가 형들 누나들 디지몬들이 보스몹한테 공격받고 다 쓰러졌을때
진화도 못하고 있는 제일 어린애를 표적으로 노리고 공격하려고 할때마다
파닥몬이 극적으로 진화하는 모습이 임팩트 있었고 응원했어!
그런만큼 그 어드벤처 모험이
다른 애들한테는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지만
오히려 리키는 처음엔 밝고 자립심 강했던 애가
한편으로는 약간 어둠에 트라우마 같은게 생기고
속으로 자신을 잘 드러내려고 하지 않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픈 손가락이었음
(물론 원래도 이런 면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는 성격이긴 했는데 그게 모험하면서 더 극대화된 것 같기는 함)
파워디지몬에서는 산해정우나 예지나리
얘네는 죠그레이스 잘 맺어졌고
서로 다른 성향을 잘 보완해준다고 생각하거든
산해정우야 말할 것도 없고
난 예지나리도 파디 처음 볼때부터 괜찮다고 생각했어
나리가 좀 캐릭터 파악하기가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솔직하게 부딪히고 마주보기를 원하는 예지랑 붙으면 좀 사이다 마시는 기분이었거든
내가 어드벤처 애들을 파디애들보다 더 좋아하는 편인데
나리는 좀 늦게 합류해서 그런가
나리가 태일이랑 리키랑 관계성은 괜찮은 편이지만,
사실 다른 어드벤처 애들보다는 차라리 파디 애들이랑 있을때 더 또래애들 케미가 보인다고 생각했거든
물론 어드벤처 애들이랑 사이가 나쁘진 않고 유대감도 있기야 하겠지만
어드벤처에서는 사실 미나&나리, 소라&나리, 정석&나리 등등 이런 조합보다
차라리 성녀(?)로서의 나리 입지나
위자몬&나리 관계성을 더 보여줬다고 생각함...
리키같은 경우는 나리보다는
막 어드벤처 애들이 '어머, 우리 막내가 언제 이렇게 다 컸어?!!!'
이런 친근감을 느끼기 더 쉬운 위치라고 해야 하나?ㅋㅋㅋ
근데 아무래도 그 당시 상황에서 오는 차이 때문에 더 친근한 것과는 별개로
리키 트라우마를 거기서 다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함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리키는 파디 애들이랑 그렇게까지 가까워지지 못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하필 그 무리에서 제일 어린 재하랑 죠그레이스를 시킨건
리키나 재하 두 사람 모두에게 좀 너무한 것 같아
리키는 자기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나 강박관념을 같이 정면돌파해나가면서 아예 깨부숴주는 또래 친구나
아니면 차라리 통찰력 만렙이라서 리키의 그런 면을 제대로 간파하고
네가 그 당시에 얼마나 두려웠을지 공감하지만 이제는 그런 강박관념같은거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리키가 두려워하는 부분을 끝까지 계속 감싸안아줄 수 있는 연상이 더 적합했을 것 같아
근데 재하는 그런 역할을 해주기엔 일단 재하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재하가 먼저 손내밀고 다가가기엔 재하가 리키보다 나이가 어린 입장이다보니까 당연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어
"디지몬어드벤처에서 제일 어렸던 막내가
파워디지몬 시리즈의 막내와 합체진화해서 서로가 겪었던 감정들을 공유해나간다."
이렇게 슬로건 뽑으면 그럴듯해 보이는 그림이긴 함
근데 그런걸 하기엔 파디 리키는 어드벤처에서 성장을 다 마친 캐릭이 아님
그런 리키가 재하까지 감싸줄 여유가 없어보였어
그럼 반대로 재하가 리키에게 먼저 다가가서 리키를 이끌어줘야 하는데,
재하한테 그런 역할을 바라는 것도 솔직히 좀 잔인함.
파디 재하가 어드벤처때의 리키나리보다 모험하면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적은 없긴 하지만
얘도 어드벤처때의 리키나리때랑 비슷하게 제일 어린 애고,
심지어 얘는 리키나리처럼 무리에서 같은 또래도 없어.
그리고 가정사 쪽으로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그걸 좀 그리워하는 편이라
애어른 같은 부분도 있는 편이고.
근데 가정사가 어떻고, 무리중에 제일 어리지만 같이 공감할 동갑이 없고 뭐고 다 떠나서
재하 자체는 멘탈도 존나 탄탄해보이고,
오히려 석이가 조언도 해주고,
마일도를 만나고 그러면서
자기 나름대로 가치관 기준 탄탄하게 세워서
얘 자체는 파워디지몬 보면서 걱정이 하나도 안 되거든?
근데 그놈의 죠그레이스가 오히려 존나 찝찝하게 만들어ㅋㅋㅋㅋ
죠그레이스 전까지는 좀 고지식한 애어른이지만
그런 성장배경이 충분히 이해도 가고,
누가 뭐래든 나쁜길로 빠지진 않으면서도 자기 갈 길 열심히 마웨할 애라서 걱정은 전혀 안되는 아이였는데
죠그레이스로 애가 고군분투하는 거 보니까
오히려 얘한테 죠그레이스 경험이
노력해도 넘을 수는 없을 벽을 느끼게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해서
리키&재하 죠그레이스는 볼때마다 조금 답답함
솔직히 재하도 파디애들한테 도움 받은것보다
차라리 석이형한테 거짓말에 대해 조언 받고 그랬던게 더 본인 가치관 확립에 도움된 것 같아보여
(+ 마일도, 아라크네몬, 미이라몬, 블랙워그레이몬 얘네 보면서 그냥 혼자 깨닫고 성장한듯...ㅋㅋㅋㅋㅋ)
재하랑 리키가 차라리 동갑이라서
서로 말싸움이라도 동등하게 할 수 있는 위치였다면
죠그레이스가 어쩌면 괜찮은 그림이 나왔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작진들이 깊이 생각도 안하고 그냥 남는 두 사람 붙여주는 식으로 엮은 것 때문에
오히려 두 사람 모두에게 티안나는 내면의 씁쓸함과 상처만 안겨준 것 같아서 신경쓰임
죠그레스 진화 자체가 산해, 정우 밀어주기식 서사다 보니까(과거 잘못을 용서하고 진정한 친구가 된다는?)
제작진들이 세심한 면 없이 다른 애들은 짝짓기식으로 합체진화 시킨 것 같아서 짜증났어
거기다 리키랑 재하가 유대감을 느낄 그런 에피도 없었고
그렇다보니 응? 쟤네가 그만큼 친했어? 성격이 맞나? 하고 의문이 들고 빈틈이 생기지
디지몬 시리즈 이런 점에서 좀 불만이야. 예를 들어 프론티어에서 정훈이랑 윤이랑만 진화 다 몰아주고 나머지 애들 쩌리 만드는?
모험심강한 주인공, 냉한 눈의 서브 주인공 둘에게만 몰아주는 식 말이야.
어드벤처가 그런 건 덜해서 좋았어.. 나중에 태일매튜 둘만 궁극체진화 하기는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