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술!
불금을 맞이하여 토주 처돌이 여러분들의 간은 안녕하신가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역시 술을 마시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본심과 버릇인데요.
오늘은 토주 처돌이 여러분들을 모시고 술버릇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화면 전환)
대기업 사원 2년차 이ㅁㅁ 씨.
평소에도 할 말을 완전 안하고 사는 성격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마 나가지 않는 말들이 있어 고민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그런 이ㅁㅁ 씨 에게는 자신의 술버릇 때문에 뜻하지 않게 이사까지 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서단 씨.”
오븐을 정리하던 그가 내 얼굴 앞에 손뼉을 짝 쳤다. 나는 정신을 차리며 싱크대 안에 떨어뜨릴 뻔한 접시를 겨우 잡았다.
“지금 설거지하다간 뭐 하나 깨겠습니다. 가서 앉아 있어요.”
“…아니에요.”
“뭐가 아닙니까.”
“아니에요.”
(중략)
차가운 손등이 내 뺨에 닿았다.
“왜 자꾸 웃어.”
“…아.”
“취한 것도 쓸데없이 예뻐서는.”
물기 어린 손끝이 내 입가에 닿았다. 나를 내려다보는 눈이 다정했다. 그는 이번에는 발치에 쪼그려 앉는 나를 말리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앞치마를 만지작거리며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물과 거품의 소리를 들었다. 가끔 손을 뻗어 그의 종아리와 발목을 만져 봤다. 발목에서 뒤꿈치로 이어지는 아킬레스건의 팽팽한 곡선이 구두 위로 드러나 있었다.
나는 그의 허벅지에 뺨을 비비면서 작게 그를 불렀다.
평소에는 매우 순종적이고 사회 질서를 잘 지키더라도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면 내면의 자유 의지와 욕구를 표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술에 취하면 스킨십이 늘어나고 말이 많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인 이ㅁㅁ 씨는 직장에서는 대하기 어려워서 몰래 한 번씩 훔쳐보는게 다인 상사를 노골적으로 관찰하거나, 대담하게 앞치마를 벗기거나 하는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이런 집, 이런 풍경.
꼭 이렇게 좋은 곳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바다와 벽난로, 아늑한 창가 자리가 없어도. 야경과 축음기가 있는 그의 집도 좋았다. 하다못해 소파 하나 없는 내 집도 괜찮을 것 같았다.
“팀장님이랑, 같이 살고 싶어요….”
물론 이같은 술버릇은 상대에게 신경질과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머리 위의 물소리가 뚝 멎었다. 그의 바지에 닿았던 뺨이 떨어졌다. 나를 내려다본 그가 대놓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들어오라고 내가 말했잖아요. 몇 달도 전에.”
“…….”
“애초에 일주일에 반 정도는 내 집에서 자고 가잖아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내가 이서단 씨가 마음먹을 때까지 아무 말 안 하고 기다린 건 모르고 있었습니까?”
(중략)
“막차를 타겠다고 빠져나가고, 데려다주겠다고 해도 고집 부리고, 내 앞에서 버젓이 오피스텔 재계약 이야기를 하지 않나… 그래 놓고 뭐 하자는 겁니까, 지금?”
문제는 알코올이 신체와 감정의 통제력을 크게 떨어트린다는 점인데요. 때문에 평소에는 잘 표현하지 못하던 본심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가거나 하기도 하죠.
“…헤어질 수도, 있잖아요.”
“뭐?”
“시간이 지나서, 제가 팀장님 눈에 안 찰 수도 있잖아요. 지금은 아니더라도 살다 보면 모르는, 일이니까….”
발음을 틀리지 않기 위해 혀에 힘을 줘야 했다. 시야가 어지러워서 화가 난 그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숨이 차서 몸을 비틀었다.
“그래서 팀장님이, 저한테 나가라고 하시면… 그래서 팀장님이랑 같이 살다가, 다시 혼자 남게 되면….”
“…….”
“저는 그거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때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다시는 이 악물고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어차피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배웠던 외로움은, 혼자 남는 것의 고통은, 그때 겪을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물론 이런 감정적인 상태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초년생들은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요.
“집이 내 명의인 게 문제면 이서단 씨 명의로 옮겨 주겠습니다. 헤어질 일 없다는 내 말을 못 믿는 거면 호적에 올리든 계약서를 쓰든 상관없으니까, 이서단 씨가 불안하지 않게 뭐든 하세요.”
(중략)
“어차피 제가, 팀장님을 더 좋아하잖아요….”
맞닿은 가슴으로 그가 소리 내어 웃는 게 느껴졌다. 헝클어진 머리 위로 입술이 닿았다.
“이서단 씨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흐읏.”
“그런 말은 못 할 겁니다.”
‘존버는 승리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건 기분 탓일까요...?
아무튼 이ㅁㅁ 씨는 다음날 아침 술을 깨고 보니 이미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고 그 날의 일을 회상합니다.
“돌아가면 월요일 밤이니까, 화요일에 퇴근하고 이서단 씨 집에 들러서 간단한 짐은 옮겨 옵시다. 오늘 집주인에게 세입자 새로 찾으라고 연락하세요. 이번 주말에 남은 짐 옮기고.”
(중략)
나는 남은 샌드위치를 삼키고 주스 한 모금을 마신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번 주말은 너무 빠르-.”
“안 됩니다.”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가 내 말을 끊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반론 받지 않겠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취중 행동은 실수가 아니라 그 사람의 본성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다른 유형의 성격을 가진 경우 술버릇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이서단 씨.”
그가 늘어지던 내 말을 끊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두어 번 쓸어 넘기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좁은 내 방을 처음 보는 것처럼 찬찬히 훑어보고, 연두색 바지를 힐끗 내려다봤다. 베개를 밀어 두고 두 다리를 침대 밖으로 내려 일어섰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말을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뒤늦게 생각난 듯이 물었다.
“내가 이서단 씨와 밥을 왜 먹습니까?”
...그만 살펴보는게 좋을 것도 같은데요.
아, 지금 막 자료가 뒤바뀌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술에 취해서 한 행동이 아니라 멀쩡하게 술에서 깨고 나서 한 지랄... 아니, 행동이라는군요. 그러면 정정된 자료화면을 보시겠습니다.
“거기서 뭐 하는 겁니까.”
거리가 성큼 좁혀지자 술 냄새가 더 강하게 났다. 와인 같은 달큼한 향이 훅 밀려들자, 두려움과 맞닿은 기대가 손끝을 저리게 했다. 나는 문을 밀어 열면서 주춤 뒤로 물러났다.
“나 때문에 깼습니까?”
“아니요, 그냥-.”
툭, 검은 그림자가 내 쪽으로 덮치듯이 기울어졌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었다. 몸이 이불째로 그에게 단단하게 끌어 안겼다.
“팀장님-.”
“이상하지 않습니까.”
간신히 뒷걸음질 치자 무거운 몸이 질질 딸려 왔다. 내 머리 위로 턱을 무겁게 기댄 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분명히 방금까지도, 기분이 거지같았는데.”
술은 적당량을 섭취하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지만,
최근의 검토에 따르면 그런 기존의 연구결과들은 실험군을 잘못 설정하여 믿을만한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따라서 술은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건강에 좋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어 애주가 여러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는데요.
토주 처돌이 여러분들도 건강을 생각해서 술 대신 갓 짠 오렌지주스 한 잔으로 다가오는 토요일을 맞이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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