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내 아이가 아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생각이었다.
"자기야?" 남편이 말했다. "괜찮은거야?"
"저건 누구야?" 난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 없는 여자아이가, 우리 딸의 옷을 입고 우리 집에 서 있는 걸 보며 말했다.
"리자는 어디갔어?"
남편이 나에게 걱정스런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리자-일리가-없는-여자아기가 두려움에 찬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남편이 말했다. "정말 괜찮은거야?"
왜 그이가 내 질문을 피하는 거지? 그냥 대답을 해주면 안되는 걸까? 난 크게 숨을 들이키고, 침착하려 안간힘을 썼다.
"난 괜찮아. 당신이 우리 딸이 어디에 있는지만 말해 준다면"
남편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작은 여자아이의 눈가가 눈물로 젖어들기 시작했다. 남편이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려 보호하려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그리곤 아이의 귀에 속삭였다.
"위층으로 올라가렴, 아가" 그가 말했다. "엄마가 조금 아픈 것 같구나"
여자아이는 바로 위로 올라갔다. 아이는 가슴께에 교과서들을 끌어안고 내 옆을 서둘러 지나갔다. 난 딸아이의 방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릴 들을 수 있었다. 나를 보는 남편의 시선은 안쓰러움과 억눌린 분노가 섞여 있었다.
"당신 약 먹는거 또 까먹었구나" 남편이 말했다. "아니라고 할 생각 하지 마. 당신 눈에서 다 읽을 수 있으니까"
난 손을 휘저으며 말을 무시하려 했다.
"난 그딴 약 필요 없어" 내가 말했다. "그냥 날 몽롱하게 할 뿐이잖아"
남편의 얼굴에 나타나는 분노의 표현이 조금 더 진해졌다. 입술 아래에 주름이 깊게 잡혔다.
"저번에 당신이 그 말을 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해?" 그가 물었다.
"난..."
그 질문으로 충분했다. 깨지고 뒤섞인 기억의 잔상들의 물결이 내 마음속으로 범람해 들어왔다. 마치 구토를 하기 전에 역겨움의 파도 같았다. 남편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피를 뒤집어 쓴 채.
당신이 내가 어떤 짓을 하게 만들었는지 봐! 그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당신이 내가 어떤 짓을 하게 만들었는지 보라고!
바닥이 내 아래에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난 남편의 품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뜨거운 눈물이 내 뺨을 따라 흐르고 있었고, 내 몸은 난폭한 울부짖음으로 떨리고 있었다.
남편은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쉬이이잇" 그가 속삭였다. "그건 현실이 아냐, 자기야. 그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약속할게"
난 침묵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날 안은채 침실로 가서 날 부드럽게 침대에 눕혔다. 그는 옷장으로 걸어가 내가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먹는 약들을 가져왔다. 난 감사하며 그것들을 삼켰다.
금세, 내 정신이 어질어질 해지기 시작했다. 난 내 스스로가 고분고분한 좀비처럼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떤 걸 시켜도 따르고,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물론, 난 이게 잘못된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아이는 리자가 아니다. 난 우리 딸의 죽음으로 미쳐버린 사람이 내가 아니라 남편이라는 걸 알고 있다. 난 남편이 갓난아기를 납치해서 자기를 리자라고 믿게끔 세뇌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만약 약을 먹지 않는다면, 내가 만약 남편의 불안정한 환상을 깨뜨린다면, 그는 여자아이를 죽여버린 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리라는 것이다.
지난번에 그렇게 했듯이.
출처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bblq6d/my_husband_brought_home_a_fake_daughter
https://blog.naver.com/fallequation/22151300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