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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1920년생으로 현재 90대의 연세이신데 아직도 정정하심.
(허리도 안 휘시고 보행도 똑바로 하심ㄷㄷㄷ)
그래서 일제때는 뭘 먹고 살았을까 궁금해서 여쭤 보았는데 뭐 서민음식들
이것저것 다 생각나지만 각별한 추억이 있으셨던건 돈까스 같았음.
다음은 할아버지의 증언
"일단 설렁탕... 설렁탕은 심심하면 먹었지. 그냥 조선인들 주식이었어, 주식.
가서 먹기도 했는데 그냥 집에서 배달시켜 먹을때도 많았고 포장도 해가고 그랬어.
고기 건더기는 요새보다 오히려 많았던거 같아. 뼈에 붙은 살 이런거 같이 넣어줬거든.
그리고 여름엔 냉면도 많이 먹었지. 설렁탕보다 좀더 고급음식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이것도 많이들 배달 시켰다고...
요즘에야 오도바이로 하지만
그때는 설렁탕, 냉면 배달부들 죄다 자전거 타고 다녀갖고
골목마다 배달 자전거 무진장 넘쳐났어.
그리고 간단히 먹을땐 우동 한그릇이면 딱이었는데
그건 값이 설렁탕 반절밖에 안해서 5~6전이면 사먹었다.
평소에 그런것들 먹다가 이제 공장 월급 나오는 날이면
그럼 종로 이런데 가서 양식집엘 들어가.
그럼 동가쓰가 30전인데 그럼 설렁탕 두세배 값이거든....
그래도 월급날이니까 기분이 딱 나잖아?
그냥 맛있게 먹었어... 비루(맥주)도 곁들이고 해서...
칼로 자를때 그 겉 튀김이 바사삭 거리는 느낌이 정말 좋았어...
입에 넣으면 안에 돼지고기도 부드러운게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언제나 월급날이 기다려졌었지....
근데 해방되고 이북이랑 전쟁하고 그러고 나니까 동가쓰 구경도 못해봤지
고급음식이 돼서 돈좀 있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됐더라고....
그러다가 팔십 몇년도에 니 애비가 명동에서 동가쓰 사줬는데
그게 40년만에 먹어본 동가쓰 였어....
튀김도 다르고 양념도 달랐지만
다시 동가쓰를 먹을수 있게 돼서 정말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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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대부터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가 느껴지는 일화가....ㅋㅋㅋ
돈까스 1인분 = 설렁탕 2~3인분 = 우동 4~6인분 가격이었구나 저당시에...
지금은 설렁탕이랑 돈까스가 비슷비슷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