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고백하건대, 저는 콩가루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아빠는 늘 취해있었고, 엄마도 취해있었습니다. 제가 술은 입에도 안 대는 이유가 그것일테죠. 좀 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여러분들 대부분은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을 겁니다. 아빠는 취한 채로 엄마와 저에게 자신의 모든 문제의 책임을 덮어 씌우곤 했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그럴 동안 절 방 안에 가두셨죠... 대부분은 취한 사람을 방에 가둘 텐데 말입니다. 엄마의 고함소리와 제 자신의 울음소리가 저의 자장가가 되었죠. 

그리고 나서 엄마가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곧 모든 일에 무관심해졌습니다. 아빠는 처음엔 엄마만 때리고 저는 방에서 울도록 내버려 두었죠. 하지만 곧 심심해졌나 봅니다. 제 다섯 살 생일이 지나고 삼 일 후, 아빠는 처음으로 제 방에 올라오셨죠. 그 전엔 그런 적이 없었어요. 엄마는 아빠를 막아보려고 했으나, 그날 밤 제 코는 부러졌습니다. 병원에 간 저는 의사 선생님께 제가 계단에서 굴러서 그런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절 믿으셨어요. 



그 후론 반복되는 일상이었습니다. 월요일엔 아빠가 늦게까지 일하시니 엄마와 저는 쉴 수 있었습니다. 화요일 밤과 목요일 밤엔 제가 잠들 때까지 바에서 술을 드셨구요. 수요일이 제일 나빴습니다. 금요일은 참을만 했어요, 가끔씩 때리는 정도였으니까요. 주말엔 오후 네 시가 되도록 못 깰 정도로 엄청 마셨습니다. 하지만 수요일이 있었죠. 아빠는 제 방에 올라와 늘 하던 일을 했습니다. 만약 제가 문을 잠갔다면, 벨트로 12번을 맞아야 했죠. 제가 울게 되면, 울 때마다 한 대씩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 참는다면 주먹으로 제 턱을 날리고 머리채를 휘어잡았습니다. 그 때문에 전 늘 학교에 변명거리를 가져가야 했어요. 그 때문에 전 모험을 즐기는 소년이 되었고, 아무도 제 손에 난 상처나 볼에 난 멍 같은 걸 두 번 이상 봐주지 않았어요. 

그렇게 두려움에 떨며 2년을 보내게 되자, 아빠가 심하게 때리는 날 결국 천사님을 보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이 두려웠어요. 

그리고 어느 수요일, 방구석에 쳐박혀있을 때 그를 보았습니다. 제 옆에 서 있던 키 큰 남자를요. 



처음엔 여자인 줄 알았습니다. 검은 얼굴에서 발끝까지 검은 드레스를 입은 것처럼 보였거든요. 잠시 후 그게 로브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그것은 망토이지만, 저는 그 단어를 그로부터 몇 년 뒤에 배웠어요. 저는 그가 누군지 알았습니다. TV에서도 봤고, 책에서도 읽었죠. 그는 딱 "죽음"처럼 생겼습니다. 

하지만 울 수 없었어요. 아빠가 곧 들어오실 테니까요. 아빠가 벨트로 때리면 죽음이 절 데리고 가 버릴 테니까요. 이토록 고통스러운 삶이었지만, 그래도 살고 싶었습니다. 

발치의 창문에서 흘러나온 달빛을 받으며, 방구석 바닥에 웅크리고 잠이 들던 그 날 밤. 죽음은 제 방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 방문을 등지고 그저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후로 가장 절망적인 밤마다 그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수요일이었죠. 아빠 기분이 최악일 땐 금요일이기도 했어요. 그가 올 때마다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두 달 후, 그는 침대 끝에 있는 장난감 상자 위에 앉아 등을 벽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그가 몸을 옆으로 틀고 있어서 그늘진 후드의 옆모습만 볼 수 있었죠. 

"왜 여기 있어요?" 어느 날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무릎을 가슴에 붙이고, 팔로 정강이를 꽉 붙든 채 거의 태아의 자세로 장난감 상자 위에 앉아 절 쳐다봤죠. 사실 그가 두려워 할 건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지루했다면 모를까. 



"지켜보려고." 

그가 말했습니다. 그의 첫마디에 침이 꼴깍 넘어갔습니다. 저는 TV에서 본 것처럼 낮고 쉰 목소리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죽음의 목소리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건장한 사내처럼 자신감 넘치고 강한 소리였습니다. 또 자상한 어머니처럼 위안이 되는 소리였습니다. 미친 사람의 웃음소리이며 동시에 아이의 순진한 웃음소리였습니다. 절 두렵게 하는 동시에 안심시켰습니다. 


"뭘 지켜보려구요?" 

제가 묻자 그는 절 쳐다봤습니다. 그 날 밤 처음으로 그의 눈을 봤어요. 그저 텅 빈 영혼 없는 구멍을 상상했는데, 백골 속엔 푸른 구체가 있었어요. 그 구체는 영원히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은하를 품고 있었습니다. 망토의 어둠 속엔 모든 것이 살고 있었고 또한 아무것도 살고 있지 않았죠. 그런 모순들이 절 편안하게 했습니다. 


"너를 말이다." 

죽음이 대답했습니다. 그가 거짓말 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습니다. 그렇다면 왜 아빠를 막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니까." 

무슨 뜻이냐고 묻자, 그가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저 제 악몽이 실현되는 날 저를 데리고 가기 위해 거기 있을 뿐이었죠. 



그 날 밤 이후, 죽음은 제 친아빠보다 더 아빠 같았어요. 다음 주에 죽음은 두꺼운 가죽제본책을 가져왔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단어로 된 그 책 안에는 어둡고 밝은 동화들이 있었어요. 죽음은 제가 네 살 때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목소리로 이야기들을 읽어주었습니다. 제가 좀 크고 나서는 그 책을 가져오지 않았지만 대신 날이 밝아올 때까지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사후세계에 대해 묻고 사물의 이치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럼 그는 언젠간 알게 될 거라며 늘 애매하게 대답했죠. 새벽이 이웃집 지붕 위로 떠오를 때까지 제 곁에 머무르며 안심시켜 주다가, 아침햇살이 그의 검은 로브를 건들면 로브가 눈부실만큼 하얗게 빛났습니다. 그러면 그는 사라졌죠. 그는 다음 주면 다시 돌아올 테고, 그제야 저는 학교 갈 준비를 했습니다. 죽음과 이야기를 할 때면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어요. 



삶은 계속되었습니다. 제가 열두 살이 되었을 때 의사 선생님은 세 번째로 제 부러진 코를 고쳐주셨고, 몇 가지를 물어보셨습니다. 그로부터 3주 뒤, 저는 집에서 나와 고아원에 들어가도록 조치되었습니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처럼, 동료의사로부터 제 사연을 들은 의사 선생님이 저를 입양했습니다. 의사 내외분은 벌써 몇 년 동안이나 아이를 갖지 못 했거든요. 



그 후로는 행복했습니다. 그래도 제 유년시절 동안 일어난 일은 결코 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따라 외과의사가 되었습니다. 슬프게도 병원에 자리가 나질 않아 영안실에서 일자리를 얻었죠. 처음 몇 년 동안은 죽음이 제 일을 도와주어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셨을 땐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그녀의 발가락에 태그를 단 게 저였으니까요. 그 주는 쭉 쉬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날도 죽음은 저와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담긴 서랍을 닫았을 때 시체 안치소 구석에 그가 서 있었죠. 그는 뼈로 된 손으로 초록색 눈과 초콜렛색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가족 사진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일곱 살 정도 된 그 소녀가 어머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가슴 아팠지만 죽음이 고개를 끄덕여줬기 때문에 그가 그녀를 잘 보살펴줄 거라 믿었습니다. 

제 생애 동안, 저는 4번 부모님의 영안실 서랍을 닫아야 했습니다. 아빠는 음주 운전을 하다가 가게 앞을 들이받았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싣고 들어왔을 때, 저는 그 자리를 떠나야 했죠. 안 그랬으면 그의 차가운 피부에다 침을 뱉었을 테니까요. 엄마는 일 년 후, 술 때문에 요절했습니다. 그녀의 시체가 담긴 서랍을 닫을 땐 그녀를 동정했습니다. 아빠가 그녀의 영혼을 죽이고 엄마는 고통 속에서 죽었으니까요. 엄마는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영안실을 떠났지만, 아빠는 달랐습니다. 죽음이 벌겋게 달궈진 사슬과 금속 스트랩으로 그의 목을 묶어 바닥으로 끌고갈 때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죠. 아직도 생생합니다. 


나의 '아버지', 제 목숨을 구했던 그 분은 4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잠이 든 채로 조용히 가셨습니다. 제가 나서서 그 분의 서랍을 닫겠다고 나섰죠. 제가 그 서랍을 닫았을 때, 죽음은 어두운 머리와 파란 눈을 가진 작은 소년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여러분은 제가 왜 이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전 그저 사람들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은가 봅니다. 그는 비천한 일을 하는 훌륭한 분일 뿐이에요. 그는 제 인생을 구했습니다. 

그가 구한 제 인생을 살면서, 저는 결혼을 했고 세 아이들을 길렀습니다. 자기 엄마를 꼭 닮은 두 딸과 아들이죠. 아홉이나 되는 손주들과 증손주 둘, 이제 곧 태어날 세번째 증손주도 있습니다. 

제 아내는 작년에 심장마비로 죽었어요. 정말 가슴이 아팠지만, 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내는 제 이야기를 알거든요, 지금 여러분께 해드리는 이 이야기요. 아내는 제 손을 잡고 영면에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쓰는 동안, 창문 밖으로 거리에 서 있는 인영이 보이는군요. 검은 로브 위에 쌓인 눈이 하얗게 빛납니다. 방금 전에 창문을 열어 그를 초대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들도 손님을 맞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그는 제 방구석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때처럼 끈기있게요. 이 글을 마무리하면, 노트북을 끄고 그가 데리고 온 작은 소녀를 제 무릎에 앉힌 다음 눈을 감을 겁니다. 제 아내는 그 파랗게 빛나는 눈을 감고 그녀의 붉은 머리칼을 제 턱에 기대겠죠. 한 숨 자고나면 전 가족들과 함께일 거예요. 어머니와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겠죠. 더 행복하게 있을 엄마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 제가 키웠던 네 마리의 강아지들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모티머." 

죽음이 절 부릅니다. 한숨을 쉬고 더 빨리 타이핑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자면, Blue Oyster Cult(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밴드)의 말을 인용하고 싶네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결국, 사람이야말로 진짜 괴물이니까요. 



출처 https://wh.reddit.com/r/nosleep/comments/2wocug/dont_fear_the_reaper
http://blog.naver.com/rock_steady_/220582711299
  • tory_1 2019.08.07 01:4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12/18 06:40:17)
  • tory_2 2019.08.07 03:21

    정말 차분하고 담백하고 끔찍하고 마음 아픈데 동시에 윗댓의 말처럼 따뜻한 글이네. 정말 잘읽었어ㅠㅠ

  • tory_3 2019.08.07 09:27
    죽음보다 무서운 가정폭력 ㅠ 친부가 지옥에 간건 다행이다
  • tory_4 2019.08.07 12:38
    맞아. 사람이야말로 진짜 괴물이야...
    좀 눈물날것같다... 그리고 글쓴이가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어서 잘됐어. 좋은글 올려줘서 고마워 톨!
  • tory_5 2019.08.08 10:34

    강아지들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당...

  • tory_6 2019.08.08 16:01

    눈물난다ㅠㅠㅠ

  • tory_7 2019.08.08 16:45

    뭔가 울컥하네ㅠㅠ 좋은 글 가져와줘서 고마워. 블루오이스터컬트 노래 너무 좋아하는데 간만에 들어야지ㅠㅠ

  • tory_8 2019.08.08 18:58

    마음이 따뜻해 

  • tory_9 2019.08.10 15:2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6/25 18: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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