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열과(裂果) / 안희연



이제는 여름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흘러간 것과 보낸 것은 다르지만


지킬 것이 많은 자만이 문지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지기는 잘 잃어버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 다 훔쳐가도 좋아
문을 조금 열어두고 살피는 습관
왜 어떤 시간은 돌이 되어 가라앉고 어떤 시간은
폭풍우가 되어 휘몰아치는지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솔직해져야 했다
한쪽 주머니엔 작열하는 태양을, 한쪽 주머니엔 장마를 담고 걸었다


뜨거워서 머뭇거리는 걸음과
차가워서 멈춰 서는 걸음을 구분하는 일


자고 일어나면 어김없이
열매들은 터지고 갈라져 있다
여름이 내 머리 위에 깨뜨린 계란 같았다


더럽혀진 바닥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여름은 다시 쓰일 수 있다
그래, 더 망가져도 좋다고


나의 과수원
슬픔을 세는 단위를 그루라 부르기로 한다
눈앞에 너무 많은 나무가 있으니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하겠다














-


오늘 중복이래서, 여름과 어울리는 시를 가져와봤어

  • tory_1 2019.07.22 14:26

    아이엠 그루트!!

  • tory_2 2019.07.22 14:43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동 와장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3 2019.07.22 15:00

    사실..나도 그뤁...하면서 들어왔는데 시가 매우 정적이라 당황했어....  1톨 고맙다.. 

  • tory_7 2019.07.22 16:12
    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이생각했는뎈ㅋㅋㅋㅋㅋ 망설임 없이 와장창 해버리넼ㅋㅋㅋㅋㅋㅋ
  • tory_10 2019.07.22 19:30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11 2019.07.22 20:20

    아 미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 별개로 시 너무 좋다 톨 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12 2019.07.22 21:32
    사실 나도 이생각하면서 들어왓는데 시가 너무 좋아서 스크랩 ㅋㅋ
  • tory_16 2019.07.23 00:51
    야잌ㅋㅋㅋㅋㅋㅋ 내 감동 돌려내라ㅋㅋㅋㅋㅋ
  • tory_4 2019.07.22 15:25

    읽는데 여름 냄새 나 ㅠㅠㅠㅠㅠ 

    특히 이 부분 너무 좋아


    왜 어떤 시간은 돌이 되어 가라앉고 어떤 시간은
    폭풍우가 되어 휘몰아치는지


  • tory_5 2019.07.22 15:47

    나의 과수원
    슬픔을 세는 단위를 그루라 부르기로 한다
    눈앞에 너무 많은 나무가 있으니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하겠다


    아 너무 좋다..........

  • tory_14 2019.07.22 22:26
    진짜 좋아
  • tory_6 2019.07.22 16:03
    너무좋다
  • tory_8 2019.07.22 16:41
    우와 너무 좋다! 좋은 시 고마워 톨아
  • tory_9 2019.07.22 18:16
    정말 좋다
  • tory_13 2019.07.22 21:44
    진짜 좋다 청량하고 담담하네
  • tory_15 2019.07.22 22:56
    너무 지금 내 마음 같아서 와닿는다. 토리야 올려줘서 고마워
  • tory_17 2019.07.23 01:53
    고마워 토리야
  • tory_18 2019.07.23 15:46

    정말 좋다아 ㅠㅠㅠ

  • tory_19 2019.07.23 15:57
    너무너무너무 좋아 고마워
  • tory_20 2019.07.24 04:18

    너무 좋다.... 마음이 먹먹해지네. 고마워 토리!

  • tory_21 2019.08.21 04:25
    토리야 추천+스크랩 누르다 모르고 신고를 눌러버렸어ㅠㅠㅠ미안ㅜㅠ 글 너무 좋고 여름이랑 잘어울려서 한동안 계속 생각날거같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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