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wj9u844duZY
브금
이 글을 세상의 모든 노견들에게 바칩니다.
나의 20대가 막 시작하려했던 2009년
12년 학업을 마친 허무함과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막막하지만서도 설랬던
지독히도 외로웠던 그 겨울에
니가 왔다.
그래, 한 6시쯤이었나
그 날 따라 해가 일찍 떨어졌었던 날이었던거 같다.
전화 한통화가 걸려왔었다.
"누나! 엄마가 강아지 데리고 왔어!!!"
털달린 짐승이라고는 질색을 하는 양반이
강아지를 집에 데리고 왔다는 전화.
어렸을 적에는 그저 귀엽다는 이유로 키웠었던
우리 집 밍키가 고모네집으로 쫒기듯 입양갔을때가 생각나
전화를 끊고도 내내 걱정이 앞섰다.
' 아이구.. 날리는 털은 어쩔거고..
우리 나가면 얘 밥은 누가 챙겨주지...
배변 제대로 못하면 또 쫒겨날텐데...
아... 설마 물거나 하는건 아니겠지..ㅠㅠ'
그런데 이렇게 태산같이 걱정하면서도
집이 다가올 수 록 널 만날 생각에
내심 떨렸다.
띡띡띡- 띠로리~
" 어디있어?"
"여기있어."
잔뜩 겁먹은 표정.
볼품없는 모질
풀죽은 귀
꾀죄죄한 눈물자국
.
.
.
.
"얘야? (실망한듯)"
"보니까 믹스인가보네. 똥개여, 똥개. "
"야 , 전화로는 푸들이라더니"
하지만 너의 눈만큼은
까맣고 반짝이는 조약돌같았다.
언젠가 바다에서 들었던 파도에 쓸려
도로록 쏴- 도로록 쏴- 하며
신비한 소리를 내던 그 작고 반짝이던 조약돌같았다
눈물자국이 지워지질 않네.
징징이라고 부를까?
기가막히게 징징이라고 부르면 쳐다도 보지않던 너
"보름아"하고 부르니 간신히 눈을 맞춘다.
이녀석 봐라?
그래 장보름.
그날로 너는 우리집 막내 보름이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배변을 가르치는것 부터 훈육의 강도,
트라우마, 올바른 교육법
먹지 말아야하는 음식들 그리고 몸에 좋은 것들
초반에는 꽤나 조심스러웠던거 같다.
아침산책하면서 설사라도 하는날이면
그날 하루종일 니 걱정이었고
출장가는 날엔 니 사진을 보면서 잠들고
집에 돌아와 물통에 물이 없는 걸보면
미안함에 헐레벌떡 물을 채워줬던 적도 있었고
내내 아팠던 걸 눈치채지 못하고 동물병원에서 돌아가던 길에
널안고 엉엉 울었던 적도 있었다.
밤엔 같이 자자고 낑낑거리며 보채던 것도
'교육'이라며 매몰차게 호통쳐서 쫒아냈더랬다.
이런 '나를'
내가 올 시간쯤 현관 앞에서
새벽까지 날 기다리던 것도
잠깐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다녀와도
어디 숨어있다가 나타난거냐며 신나하는것도
산책나가는 시간이면 그 예쁜 눈으로
언제나갈거냐며 빤-히 쳐다보던 것도
내가 일어날 시간에 맞춰
아침 제일 먼저 눈을 맞추던 것도
비닐 뽀시락대는 소리에 자다가도
번개같이 뛰어오는 모습도
똥누기전엔 꼭 3바퀴 반
10점 만점짜리 트리플악셀에
오줌눌때 갸륵해지는 표정도
지금도 옆에서 새근새근 잠든 숨소리도
(벌써)
생각하면 별거 아닌 것들이 쌓이고 쌓여
10년이 지났다.
지금 생각하면 불편한 것도 많았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았다.
말 못하는 짐승과의 10년.
한낱 미물이 뭘알겠느냐하지만
10년동안 그렇게 스며들듯
너에게 사랑을 배웠다.
중성화가 앞으로의 너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걸까 진지하게 고민했고
영양제 한두알 덜 먹인다고 미안해했다.
남 보다는 못해도 후회하긴 싫었던거 같다.
.
그저 말이 통하지 않는
너에게 말대신 이렇게라도 전해주고 싶었다.
" 난 널 이렇게나 좋아해. 보름아. "
그 후회는 누굴 위한 후회란 말인가.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또 얼마나 무거운 일인가.
좋은 걸 주고 싶고 먹이고 싶고 입히고 싶어했던 건
최근에 들어서야
그저 내 제멋대로인 사랑법이었음을 알게되었다.
너희들의 사랑은
묵묵히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괜찮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저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 받을 수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봐주길 바라고 있었구나.
너는 이미 날 그렇게 보고 있었는데
넌 그저 가만히 그렇게
보답을 바라지 않는 어쩌면 맹목적인 애정으로
그렇게 기다려주었던거다.
나는 이렇게 빙빙 돌아왔다.
지금이 순간도
새파랗게 어린 식구가 셋이나 더 생기고
예전처럼 사랑받을 수 없다는게
니가 혹시나 서운해하고 있지않을까....
아
난 아직 멀었나보다
너의 사랑을 다 깨우치기란.
그러니
보름아.
내 노란강아지.
조금만 더 기다려줘.
더 이상 네 수명의 장단을 가지고
내 행복과 저울질하거나 욕심부리지 않을게.
지금 처럼 그 자리에서 예쁜 눈으로 바라봐줘.
'언젠가 올 그 날'도 여느때처럼 언니랑 조금 멀리 응아까까하러간다 생각할 수 있게.
옆에 산책줄 들고 비닐들고 있을게. 니가 좋아하는 까까도 챙겨놓을게.
사랑해, 보름아.
이번 애동방에서 이벤트 있다길래
뒤늦게알고 들고왔어
어째 집사토리들은 많은데
애동토리들 지원사격하러왔다 ㅎㅎㅎ
올 초에 썼던 글인데
당시에 할멍이 아팠었을때 썼던 글이야.
당시 고비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행히 약먹고 건강을 되찾았어.!
지금 읽으니 너무 감성적이었던거 같다
조금 오글거리려나 ㅎㅎ
원래는 만화로 그림을 그려서 채우려던
구성원고였는데...
사정으로 그리지 못하게되어서
아까운 마음에
옮겨서 출품에 보아ㅎㅎ
마지막으로 애련쓰 투척!
잘 읽었어! 눈물 고임 ㅠ
내 옆에 있는 댕댕이에게도 톨과 같은 마음 가짐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름아, 아프지 말고 가족들이랑 행복하고 건겅하게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