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www.dmitory.com/hy/84507447
연기 천재로 소문난 신인배우가
히트작 디어 헌터 ->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 연속으로 출연하고
(둘 다 흥행작에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특히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무려 흥행 1억불을 넘긴 대히트작이었어.
1년에 1억불 넘기는 작품이 고작 3~4편 정도였던 그 시대에 말야. 인플레이션 고려하면 현재 기준 3억 8천만불을 번 거나 마찬가지)
사실상 비중 있는 첫 작품으로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두 번째 작품으로는 아카데미 수상까지 해버렸으니
당시 분위기는 충분히 짐작 가능할 거야
매거진들은 메릴 스트립을 새로운 시대의 대표 여자배우로 추앙했어
메릴 스트립 본인이 그저 언론의 하이프일 뿐이라고 부담스러워했을 정도로
하지만 메릴 스트립을 싫어하는 사람도 소수지만 있었지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평론가 중 1명인 폴린 카엘은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배우 중 1명인 메릴 스트립을 끔찍하게 싫어했는데
폴린 카엘의 메릴 스트립에 대한 악평은 이미 이때부터 시작됐어
디어 헌터 때 메릴의 연기에 대해선 호평했지만 (내가 알기로는 유일한 호평)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부터는 혹평하기 시작했고 메릴이 점점 레전드가 되면서 혹평의 강도도 점점 세지기 시작한다.......
(폴린 카엘은 앞으로 계속 언급될거 같아서 미리 소개하고 넘어가는거)
여담이지만 메릴 스트립이 요즘 미드 빅 리틀 라이즈에 니콜 키드먼 시엄마(악역)로 나와서 주인공들을 괴롭히고 있는데
폴린 카엘 스타일하고 비슷해서 뒤늦게 복수하는 거 아니냐는 궁예도 있음..ㅋㅋㅋㅋ
폴린 카엘 본인은 2001년에 돌아가셔서 못 보지만 말이야
(실제 폴린 카엘)
1편 마지막에 언급했던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기'로 넘어가기 전에 먼저 언급할 작품이 있는데
바로 1981년작 프랑스 중위의 여인이야
메릴 스트립이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로 아카데미상을 받고 첫 번째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이기도 함
이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은 빅토리아 시대 배경으로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창녀'로 낙인이 찍히는 영국인 '프랑스 중위의 여자' 사라와
그 여자를 영화에서 연기하는 현대의 미국인 배우 애나를 연기해
메릴 스트립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자유자재로 악센트를 오가는 능력인데
한 영화에서 두 개의 악센트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이때부터 악센트 천재로 확 각인을 시킨 거지
https://youtu.be/Iq_Pmrwq6Ik
(예고편인데 악센트 오가는거 유심히 봐봐)
이 영화로 메릴 스트립은 또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어 (첫 번째 주연상 후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과 바프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정작 메릴 스트립은 이 영화의 본인 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영화팬들과 메릴팬들 사이에서는 아직까지도 꾸준히 언급되는 영화 중 하나야
참고로 오바마가 제일 좋아하는 메릴 영화로 뽑은 영화기도 함...ㅋㅋ
그리고 드디어 그 영화가 나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기를 뽑을 때 상위권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소피의 선택 (1982)
이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은 폴란드인 홀로코스트 생존자 소피를 연기해
현재 시점에선 미국에서 폭력적인 남자와 동거하고 있는 상태이고
소피가 살아남기 위해 했던 거짓말들이 드러나면서 소피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나오는 구조의 영화야
이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은
1. 폴란드어 (소피의 모국어)
2. 폴란드 악센트의 독일어
3. 폴란드 악센트의 영어
를 구사해
폴란드 사람이 남긴 평을 봤는데 외국인으로서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폴란드인 연기였다고
https://youtu.be/fk7GWw7MagU
(소피의 악센트)
하지만 영화를 보면 천재적인 악센트 연기는 부차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소피의 기구한 인생과 처절한 심리가 너무 절절하게 표현됐어
소피의 가족과 약혼자가 몰살을 당하고
수용소에서 개고생하고
나치의 집에 식모로 들어가서 굴욕적인 일들을 겪으며 살아남고
결국 종전으로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떠나지만 과거는 결코 쉽게 떨쳐낼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자신을 학대하는 남자와 동거하면서 비참하게 살고있지
어떻게 보면 자신은 행복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남자와 살기를 선택한 것처럼 느껴져
남자가 소피에게 수용소에서 무슨 짓을 해서 살아남았냐고 윽박지를 때
소피는 과거를 떠올리면서 울기도 힘든 것처럼 벅차하는데
이 장면에서 온몸으로 떠는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그야말로 소피 자체였어
--- 소피의 선택 스포일러 있음 ---
https://youtu.be/R2Dxx3_iF14
그리고 나치가 딸과 아들 중 1명만 살릴 수 있게 해줄 테니
누구를 죽일지 소피에게 직접 고르라고 강요하는 유명한 장면
외국어를 또 다른 외국어의 악센트로 연기하면서 저 정도 감정 연기가 가능하다는 건 정말 놀라운 것 같아
이 장면은 너무 괴로워서 시나리오도 한 번밖에 안 읽었고
촬영도 한 번에 끝냈다고 해
저 마지막 부분에서 메릴 스트립은 자기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론 목소리가 아예 안 나왔었대
그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을 했던 거임
--- 소피의 선택 스포일러 있음 ---
이 영화로 메릴 스트립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전미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전미비평가위원회 여우주연상,
뉴욕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LA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등등을 싹쓸이해
메릴 스트립의 전설적인 커리어에서도 아직까지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넘버원 or 상위권으로 꼽히고 있고
영화 연기 역사에서도 꾸준히 언급되는 전설적인 연기야
https://www.youtube.com/watch?v=DSHOcJzXVwg
(두 번째 아카데미상 수상)
하지만 폴린 카엘은 소피의 선택에서 메릴 스트립이 보여준 명연기에도 혹평을 했어
폴란 카엘이 메릴 스트립에게 남긴 '메릴 스트립은 목 위로만 연기하는 배우'라는 평가는 매우 유명해서
그 이후로도 메릴 스트립을 비판하는 글에서 자주 인용되었는데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아)
이게 다름아닌 소피의 선택 평론에서 나왔던 문장이야..
그 다음에 메릴 스트립은 자신을 원탑 무비스타로 공고하게 해주는 대히트작의 주연을 맡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과대평가 여론도 점점 늘어나게 돼
메릴 스트립 본인도 그런 여론을 의식한 듯한 결정들을 내리는데...
(나중에 이어서)
정성글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