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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 이사님이 해준 얘기인데, 이사님 젊을적에 건축설계를 할때는 근로조건이 열악해서 월~토 저녁9시 까지 근무를했대. 
한 2~30년 전이니 그럴만도 했지. 

이사님은 등산광이어서 등산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성격이었거든. 

그래서 토요일 9시에 일이 끝나면 배낭을 메고 심야 버스를 타고 설악산에 야간등산을 하고 일요일날 집에 왔다는거야. 

그런데 한밤중에 등산을 하는게 얼마나 무서울까? 물어봤는데 그렇게 무섭진 않대. 고즈넉하고 좋다는거야. 

그리고 설악산이 영산같은 기운이 있어서 무섭다는 생각보단 밤이라도 설악산은 좋은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대. 

그렇게 오랫동안 그런 생활을 하고 나니 여러가지 신기한 일을 겪었는데, 들은 것 중에 우선 기억나는 것 몇가지만 얘기해볼게. 



1. 밤에 등산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시끄럽대. 풀벌레 소리, 새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 자신의 숨소리까지. 

어쨌든 헉헉거리며 올라가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리더래. 친구 너댓명이 자기들끼리 서로 웃고 떠들며 얘기하는 소리같은데 

소곤소곤 웅얼대는 소리라서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는 않는데 귓가에 속삭이듯이 들리길래 멈춰서 귀를 기울이면 잘못들었다기 보다는 

말을 하다가 말듯이 뚝 끊기더라는거야. 마치 같이 근처에서 걸으면서 얘기하다가 이사님이 멈추면 같이 멈춰서 숨죽이는 것처럼. 

그래서 헛것이 들리나보다 싶기도 해서 계속 올라가는데 누가 얘기하면 웃기도 하고 그러는데 유독 '맞아, 맞아' 하듯이 맞장구 치는 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는 거야.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 얘기가 계속되니까 짜증이 나기도 하고 해서 걷다가 홱 몸을 돌리면서 

소리나는 곳을 쳐다봤대. 그러니까 길 바깥수풀쪽에 사슴인가 고라니 같은 동물이 서서 자기를 쳐다보고 있더래. 

흔한일은 아니지만 산짐승을 가끔 만나는 경우가 있대. 밤에 동물 비추면 눈에서 빛이 나는것처럼 눈에서 빛을 내면서 쳐다보고 있길래 

'혹시 쟤가 말을 했나?' 같은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슴같은게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는 표정으로 실제 내는 소리로 '맞아, 맞아' 하고는 수풀속으로 뛰어서 사라지더래. 아까 맞장구치던 목소리랑 똑같은데 귓가에 속삭이던 

목소리가 아니라 실제 사람목소리처럼 들린거야. 이사님도 황당해가지고 쳐다보다가 잠시후 다시 등산을 하셨대. 



2. 등산을 하고 있다보면 달이 떠있을때도 있고 안 떠있을때도 있고, 떠 있어도 숲에 가려져 안보일때도 있는데 

유독 안보일때는 멀리 산봉우리에 가끔 둥근 빛이 떠서 옆으로 뉘어있는 8자를 그린다거나 위아래로 움직인대. 

가끔은 산 아래까지 뚝 떨어질때도 있대. 산꼭대기 관측소에서 신호를 보내나? 싶어서 아침에 해떴을때 보면 건물은 커녕 나무도 없는 바위 

봉우리였대. 




3. 밤에 등산을 하다보면 사람이 아예 없는게 아니라 저 멀리서 야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처럼 밤에도 등산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대. 

물론 극히 드문일이긴 하지만 없는건 아니라는거지. 여튼 어느날은 비가 부슬부슬하게 내리는 날이었는데 누가 산에서 내려와서 이사님과 

마주친거야. 그런데 등산복이 아니라 추리영화에 나오는 형사처럼 어두운색 트렌치코트에 모자를 쓰고 작은배낭을 메고 내려오더라는거야. 
그래서 신기해서 쳐다봤는데 그 사람은 눈도 안마주치고 아래를 보면서 지나친거야. 사람을 아예 안본것도 아니라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올라갔어. 그런데 얼마 안가서 똑같은 차림을 한 남자가 내려오는걸 본거야. 어두운색 트렌치 코트에 중절모, 

어울리지 않는 작은 배낭을 메고 내려오는 모습이 똑같길래 쳐다봤는데 그사람은 역시 눈도 안마주치고 아래를 보면서 내려가는데 

스쳐지나가는 순간에 '내려가' 라고 나지막히 말하는거야. 놀라 뒤를 돌아보니 벌써 저만치 내려가서 붙잡을 수가 없었대. 

그래서 다시 올라가면서 무슨말이었을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멀리 앞쪽 길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왔다는거야. 

산길이 넓은 것도 아니니 옆으로 비켜줄수밖에 없었는데 가만히 보니 한밤중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내려올리가 없기도 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나이나 복장이 제각각이었대. 군복을 입은 남자, 흰옷을 입은 할아버지, 색동옷을 입은 커다란 남자, 

거지같이 보이는 너댓살짜리 꼬마아이 등등... 그렇게 스무명남짓 지나가니까 이사님도 뭔가 이상함을 느낀거야. 

그런데 그 사람들이 지나갔는데 몇걸음 떼지도 못했는데 위에서 다시 사람들이 내려오더래. 아까보다 더 많이. 

출근길 지하철 계단처럼 빼곡히 내려오길래 이사님도 황당하고 올라가지도 못하겠다 싶어서 좀 떨어진 공터에 침낭을 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잘때까지 사람들이 끊임 없이 내려오더래. 남녀노소 제각기 다른 복장으로.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하산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그날이 백중(百中:음력 7월 15일)날이었다고 했대. 


ㅊㅊ ㅇㅋ

  • tory_1 2019.07.14 08:57
    말하는 고라니 무섭다.
    세상에 이런일이에 제보하고 싶다.
  • tory_2 2019.07.14 10:34
    우와 신비롭다.. 근데 진짜 담력 쎈 분인듯해.
  • tory_3 2019.07.14 10:4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8/13 16:13:46)
  • tory_4 2019.07.14 11:44

    진짜 읽을 때마다 1번은 원령공주 3번은 백귀야행 생각난다ㄷㄷ

  • tory_5 2019.07.14 14:45
    2번은.. 산에 야간등반하는 사람들이 손전등 흔드는 거일수도 있어! 우리집 거실베란다가 등산명소 꼭대기를 바로 바라보는 구조라... 밤마다 많이봄 특히 주말에...
    근데 나머지는 진짜 신비롭고도 무섭다 특히 1번..ㅜㅜㄷㄷㄷ
  • tory_6 2019.07.14 17:03
    마지막 얘기 상상하면서 읽었는데 엄청 신비롭다....밤의 산을 내려오는 영혼들이라니
  • tory_7 2019.07.14 20:54

    아니 고라니가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 tory_8 2019.07.15 01:42
    1번 귀엽다ㅋㅋ
    3번은 왠지 충사? 나츠메우인장? 이런거 생각난다ㅋㅋ
  • tory_9 2019.07.15 09:45

    3번 얘기 너무 신비로운데, 나였다면 그 자리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기절했을듯 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10 2019.07.15 10:30

    밤에;;;;;;;등산이라니 담력 엄청크신분이네 으으어....

    불빛도 없는데 안 다치시려나

  • tory_11 2019.07.15 12:48

    오 동물 얘기 신비로워

  • tory_12 2019.07.15 13:33

    등산광 아부지때문에 야간 등산 해봤는데 잘 알던 산이라도 밤에 가면 완전 틀림. 시야가 제한되니까 (아부지와 난 헤드렌탠 끼고 등산 감) 위태롭다고 할까. 그나마 난 정말 매일 다니던 산이라 손바닥 보듯 알고 있었는데도 그랬는데. 이사님 너무 대단하심. 설악산이면 클라스가 달랐을 텐데. (결국 나는 오만 엄살을 부려서 야간 산행은 안다니게 됨)

    1번은 산신령님? 이라는 소리 나온다 ㅋㅋㅋ

  • tory_13 2019.07.15 15:36

    그와중에도 계속 등산하시는 저분이 제일 무섭닼ㅋㅋㅋㅋㅋㅋㅋ

  • tory_18 2019.07.16 17:2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14 2019.07.15 15:40
    충사랑 백귀야행 생각나~신비하고 몽환적이고 너무좋다.,
  • tory_15 2019.07.16 03:30

    일화 다 신기하고 무섭다 담력 엄청 쎄시네 ㄷㄷㄷ

  • tory_16 2019.07.16 09:09
    2번에서 빛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건 봉우리에서 낙상한 것일 듯...
  • tory_17 2019.07.16 13:08
    진짜신비롭고 ㅁ무섭다..
  • tory_19 2019.07.18 17:00

    우와

  • tory_20 2019.07.19 13:06

    나도 등산 좋아하는데... 밤에 귀신이 제일 무서울 수 있는게 부럽다 ㅠㅠ 

    그건글코 이건 단순히 귀신 얘기가 아니라 되게 신령스럽게 무서운얘기라 자꾸 여운이 남네 ㅎㅎ

  • tory_21 2019.07.19 13:59

    신기하네 진짜 담력 센 사람이다 ㄷㄷ

  • tory_22 2019.07.23 16:37
    백중날이 뭔데...? 근데 저렇게 기이한 일 겪으면 그 산 다시는 못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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