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 https://www.dmitory.com/garden/83452290
2탄은 주관적인 내용도 많이 들어갔어. 양해 부탁해!
브금도 추가했어.
7. 기쁨으로 끝나리라
감독부터 그랬어, 이 영화를 보고나서 절망보단 깨달음을 얻은듯한 기분을 느꼈으면 했다고. 실제로 마지막 장면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관객도 다수 있었음.
나는 이 영화를 새 가족을 찾아가는 대니의 여정으로 보고 있어.
그 가족의 실체가 뭐든, 모든게 허상이든 그런건 상관 없어. 결국 결단은 대니가 내렸거든.
영화의 시작은 유전 속 찰리의 죽음만큼이나 암울하고 끔찍해.
영화 초반부에 대니는 남친 크리스쳔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어. 동생이 불길한 예감이 드는 이메일을 보내와서 불안하다는 내용이야.
대니의 여동생은 양극성 장애를 오랫동안 앓아왔고, 대니는 그런 동생을 돌보느라 많은 감정적 소모를 해왔어.
그 와중에 대니의 남자친구 크리스쳔은 아무런 실질적 도움도 되지 않고, 오히려 대니가 군중 속의 고립감을 느끼게끔 행동함.
(왼쪽부터 조쉬, 펠, 크리스쳔, 마크)
크리스쳔은 전형적인 회피형이야.
1년 내내 여친과 헤어지고 싶다 노래를 부르면서 정작 아무 말도, 행동도, 결단도 못 내리니. 알만하지?
회피형 크리스쳔은 “암 일 없을거다. 니 동생 원래 관심병이라 말만 하고 진짜 하는건 없잖아?” 란 식으로 대니의 불안감을 무마 시킴.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맞았고, 대니는 자신의 여동생이 자살을 함과 동시에, 사랑하는 부모님까지 동반 살인했다는걸 알게 됨....
(안방에 가스 틀어놓고 테이프를 문틈에 붙여 질식하게 만듬. 본인은 차의 배기가스 호스를 입에 물고 역시 테이프를 붙여 자살.)
이 사실을 깨닫고 온몸으로 오열하는 대니는, 감독의 전작 속 엄마 캐릭터가 찰리를 잃고 오열하는 장면과 겹쳐져.
플로랜스 퓨 연기 참 잘했어. 음향팀도 박수를 쳐주고 싶어. 극장이 아닌 TV나 노트북으로 본다면, 음향효과를 잃어버리는건 감수해야할 거야.
대니의 오열하는 목소리와 배경음악이 겹치는 순간 타이틀이 올라가.
암튼 이 상태로 대니는 남친, 그리고 남친 친구들과 스웨덴 여행을 떠나게 됨.
대니는 늘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우선시하고, 본인의 슬픔은 억누르고 괜찮은척 해. 이건 스웨덴 여행에서도 마찬가지.
크리스쳔은 안타깝지만 도움 1도 안됨...
대니의 생일을 까먹지 않나, 예쁜 붉은 머리 여자 (마야)한테 눈이 팔리고, 본인 논문 주제에 찾기에만 급급해서 친구인 조쉬랑도 다툼.
하지만 호르가의 사람들은 달랐어. 이 사람들은 empathy, 즉 공감과 이해를 중요시하는데
누군가 죽을 때도, 오열할 때도, 괴로워할 때도, 심지어 섹스할 때도 그 감정과 기분을 본인과 동일시하여 행동해.
밑에 "미러링"에 더 자세히 살펴볼 얘긴데, (쓰다쓰다 끝이 없어서 3탄에서 다룰 예정 ㅜ)
이 컬트나 다름없는 끔찍한 마을에서 대니는 처음으로 자기를 이해하(는듯 하)고, 자신의 고통을 나눠가지려는 사람들과 마주해.
영화 내내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폭발시키는데, 여기서 가장 큰 마음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
막바지에 몰려 "크리스쳔"을 구할 것인가, 생판 모르는 마을 사람을 구할 것인가 쵸이스가 주어졌을 때
대니가 단순하게 복수심으로 크리스쳔을 골랐다고 생각하지 않아.
둘 빼고 모두가 죽어버린 그 순간, 밖의 세상과 대니를 이어주는건 크리스쳔 뿐이었어.
대니의 쵸이스를 나톨은 이음새를 버리고 새 가족과 동화되어 새로 태어나겠다는 결의로 받아드렸음.
여기서 누가 더 잘못했네, 심신미약이라 진짜 결단이 아니네, 누구의 모럴이 구리고 뭐고 하는건 중요하지 않았어. 적어도 나톨은 그랬음.
8. 룬
영화 곳곳에 룬 문자가 숨겨져 있는데,
이걸 해독하며 다시 장면을 곱씹는 재미도 쏠쏠해.
일단 출처는:
https://theweek.com/articles/850622/what-runes-mean-midsommar
그리고:
나톨 마음에 가장 들었던 룬 문자는 "Raido" (ᚱ)랑 "Dagaz" (ᛞ) 인데
메이퀸이 된 대니를 그리때 펠이 옆에 추가로 그려넣은 문자거든.
라이도의 정방향 의미는 "여정, 여행, 재회." 역방향 의미는 "죽음, 위기"라고 해.
다가즈의 의미는 "깨어남, 새로운 시작, 새벽."
영화의 흐름이나 막판 대니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생각하면 얼추 맞아떨어지는 문자라고 생각함.
큐베 같은 펠놈도 룬문자를 선보였는데, 이건 "부"를 상징한대.
희생양으로 사용할 이방인을 4명이나 데려오고, 그 와중에 메이퀸을 탄생시켰으니
호르가 기준으로 큰 공을 세운 펠은 미드소마 직후 부와 명예를 가질 것으로 예상돼.
9. 강간인가 아닌가?
사람들 의견이 팽팽하게 나뉜 부분인데, 일단 나는 조심스래 “강간 맞다” 라고 생각함.
크리스쳔이 생리혈 주스랑 털 파이 (우웩) 먹고 나서 마을 어르신과 1:1 면담을 나누는 장면이 있어.
마야가 이방인인 너랑 자고 싶어하는데 너만 괜찮다면 하지 않겠느냐는…
이 부분에 대해선 호르가 마을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한데, 일단 호르가는 정말 작은 고립된 마을이야.
이방인들의 출입도 통제되고, 어디까지나 지네들끼리 번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
호르가 어르신 말에 의하면 “사촌들간의 관계는 가끔 허용하나, 최대한 근친상간을 금하고 있다”…라는데
어디서 약을 팔아.
트레일러에 꾸준히 등장한 이 사람. 이 사람은 호르가의 “오라클”이자, 근친상간의 결과야.
어르신이 추가로 설명하기를: "이렇게 태어난 자는 인간의 사고에 감회되지 않은 순수한 시선을 갖고 있다. 고로 우리 호르가는 이런 자들을 오라클로 추앙하고 있다."
한마디로 근친상간은 존재하고, 오히려 오라클을 배출하기 위해 "일부러" 시행한다는 내용.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길: "가끔은 이방인이 필요하지."
근친상간 싯꾸금만으로 호르가를 이어갈 순 없으니, 종종 이방인을 데려온다는 소리였는데
나톨은 개인적으로 저 말을 들은 순간 "얘들 ㅈ됐구나"라고 생각했어.
저 대화를 하고 얼마 안 있어 크리스쳔에게 마약 주스를 내미는 마을여자#1.
크리스쳔은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몇번의 권유 끝에 다 마시게 됨. 참고로 마약인건 알고 먹었음.
그리고 정신 오락가락하는 상태로 이끌려 마야와 싯꾸금하러 가는데.....
단 둘이 하는줄 알았더니 왠 벗은 여자 10명이 마야를 둘러싸고 주르륵 서있음. 문이 닫힘.
그 상황에서 크리스쳔은 거의 "씨를 위한 매개체" 취급 당하고 나중에 버려짐.
...더 잘 하라고 할머니가 엉덩이를 막 밀고 난리나.
아무리 본인 의사가 들어갔다 해도 강간은 맞다고 생각해.
크리스쳔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극비호감이지만, 강간 맞다고 생각함 나톨은.
10. 기독교 (ft. Do you feel held?)
대니의 남친 이름이 "크리스쳔 (Christian)"이고,
나머지 남자들 역시 성경에서 따온 이름을 가진건 우연이 아닐거라 생각해.
조쉬 = Joshua 여호수와
마크 = Mark 마가복음의 마가
사이먼 = Simon 시몬
첨부한 사진은 교회 좀 다녀본 톨이면 알법한 사진인데
"내가 너를 업고..." 이부분이 영어권에선 "I held you." 가 되거든.
근데 큐펠놈이 대니한테 "니 남친 구려" 시전하는 장면에서 딱 저 문구가 나와.
"Do you feel held Danni? Do you feel held by Christian?"
(대니, 서포트가 느껴지니? 크리스쳔이 정말 너를 서포트한다고 생각해?)
기독교 (Christianity)와 흡사한 크리스쳔 이름을 굳이 저기 넣어주는걸로 나톨은 확인사살급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톨들은 어떤가 궁금하다.
일단 저런 지속적인 그루밍을 토대로 대니의 마음은 점점 호르가 (Paganism/이교도) 쪽으로 기울기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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