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두사이 마 나이로 치면
그냥 봐도 음청 얼라 아이가 ㅠㅠㅠㅠㅠ
근데 유독 이 부분들 얼라 같고 좋아서 발췌해 봄 ㅠㅠ
(1)
"여를 어데라꼬 사람을 업고 오노? 대단타. 총각 안 무겁나?"
뒤따라 올라오던 중년의 커플이 말을 걸었다.
"예. 야가 키만 컸지 삐적 골아가 한 개도 안 무겁습니다."
"얼라도 아이고, 다 큰 남자를 우째 그래 업고 가노?"
"발을 다치가꼬요, 놀러가십니까?"
"데이트."
"이야, 믓찌다. 단디 놀다 가이소."
"그래, 총각들도 단디 놀다 가라."
두산은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 마치 오래 알던 사이처럼
스스럼 없이 말을 주고 받았다.
(2)
수일은 두산의 옆에 바짝 서서, 고개를 숙였다.
전망대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실내가 밝아,
수일의 얼굴이 훤히 다 드러났다.
모자라도 쓰고 올걸.
수일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영 마음에 걸렸는지,
두산은 큰 손을 들어 수일의 얼굴에 방패막이를 만들었다.
그게 더 시선을 끈다는 걸 모르나 보았다.
"하지마."
"와?"
"니가 그러고 있으니까 더 쳐다보잖아."
"머라카노? 안들린다."
수일이 작은 소리로 말하자,
두산이 못 들은 척하며 계속 손으로 방패를 만들었다.
(3)
수일이 잔소리를 하며, 꼼꼼하게 시럽을 닦아내는 걸
두산은 가만 내려다보았다.
"숙소 들어가지 말고 호텔 잡으까?"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수일은 두산을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두산의 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천천히 가."
"천천히 가고 이따."
"나 다리 아파."
"업힐래? 업히라."
수일이 자신을 못 따라오자, 두산은 수일에게 달려와
바로 업었다.
수일은 포장한 음식 봉지를 잡고, 두산의 목을 안았다.
두산이 달리기 시작했다.
(4)
전화벨이 울렸다. 수일은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두산일 것 같아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일났나?]
"어디야? 나 갇혔어."
[갇히기는. 내 지금 볼일 보고 있으이까 한 시간 뒤에 가께]
"배고파."
[아! 씨발. 내 완전 까무따. 기다리바라. 사람 하나 보내께.]
"대문 체인만 풀어주면 안 되니? 나가서 사 먹고 올께."
[안 되는데. 쪼매 기다리라. 사람 보내께.]
(5)
밑반찬은 두 개로 어림도 없었다.
엄마한테 김치도 싸달라고 하고,
게장도 담아 달라고 졸라야겠다 생각했다.
곰국도 끓여 달라고 해야지.
두산은 수일에게 뭘 먹일지 고민하고 있었다.
(6)
이럴 땐 운수회사와 개인택시조합에 연락해서 알아보는 게 제일 빨랐지만,
두산에겐 그럴 힘이 없었다.
두산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아직은 무리였다.
영 내키지 않았지만,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행님, 내 쫌 도아도."
두산은 결국 강재욱을 찾아갔다.
(7)
"내 미리 말해두겠는데, 니 수일이 들앉힐 생각은 마라.
내 이렇게 찾아주는 거는 계약이 남아있어서 그란기다. 알겠나?"
"먼 소리고?"
"니 무슨 생각하는지는 아는데, 계약은 계약이다.
여도 규칙이란게 있다아이가."
"씨발, 내는 그런 거 모르겠는데?"
"저나해서 찾지 말라카까?"
강재욱은 협박했다.
두산이 수일을 집에 들여앉히고 싶어 하는 걸 잘 알았다.
강재욱이 아니라도 누구든 다 알았다.
두산이 하도 티를 내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지만,
그래도 계약금 그거 몇푼이나 된다고 저러나 몰랐다.
"내가 계약금, 위약금 다 주께."
두산의 말에 강재욱이 코웃음을 쳤다.
"그라믄 안되지. 여 우찌 돌아가는지 니도 잘 안다아이가.
우짤래, 찾지 말라카까?"
"아이, 씨발, 알았다. 출근만 시키믄 되제?"
(8)
"아나, 칼. 고마 내를 직이라."
두산은 진심이었다.
시시각각으로 표정이 변했다. 눈빛도 변했다.
광기가 비쳤다가 연민이 비쳤다가 후회가 비쳤다가,
두산은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을 쏟아내고 있었다.
"내는 니 없으믄 몬살겠으니까 내를 직이라."
수일의 왼손을 억지로 잡아 칼을 쥐여주었다.
그리고 자기 심장에 수일의 손을 강하게 잡아끌었다.
(9)
두산은 유일한 여자손님이 있는 테이블로 가
거리낌없이 앉더니 반갑게 인사했다.
여자 손님은 두산의 등을 쓰다듬고
얼굴을 두 손으로 만지며 애정을 표현했다.
볼에 뽀뽀까지하더니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미소에 두산도 뭐가 좋다고 눈이 안보이도록 웃었다.
(10)
"ㅆㅂㄴ, 와 내 이름은 안부르노?"
와중에도 제 이름은 부르지 않아 서운한 두산은
마음이 상해 돌아누웠다가 5분도 안돼 다시
수일의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11)
"하...ㄹ머니..."
네 번째 할머니.
"와, 솔찌키 할머니 이 말 보다 내 이름이 더 쉽지 않나?
두산아, 을매나 쉽노?"
수일의 얼굴에 제 얼굴을 들이밀고 두산은 투덜댔다.
또 마음이 상해서 미간을 구긴 채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날은 왜 흐리고 지랄이고 몰랐다.
(12)
"수일아! 니 개안나?"
수일이 눈을 뜬 걸 확인한 삼락형님이 침대로 바짝
다가와 물었다.
"....에...."
수일은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였다.
"저거 웃는깁니다. 찡그린 거 아이고예."
형님 곁에 서서 수일을 내려다보던 두산이 수일의 표정을
해석해주었다. 뿌듯한지 팔짱까지 끼고 자신만만한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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