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내 아들의 목소리에는 메아리가 없어

내 아들의 목소리에는 메아리가 없어

정말이야. 그애의 목소리에는 메아리가 없어. 아이가 4살쯤 됐을 때 우린 그 사실을 깨달았지. 아이와 공원에서 한바탕 놀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어. 터널을 지날 때, 내가 "야바 다바 두!" 하고 크게 소리쳤거든. 여기서 울리는 목소리가 엄청 웃기다는 사실이 떠올랐단 말야. 생각했던 대로 내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내 아들은 꺄르르 웃어댔지. 그리고 자기도 뭐라고 소리쳤어. 그런데, 메아리가 전혀 울리지 않는거야. 난 놀라서 아내를 쳐다봤어. 그녀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어. "다시 해보자. 더 크게!" 내가 말하자 아이가 다시 소리를 질럿는데 달라진 게 없었어. 내 아들의 목소리엔 메아리가 없는 거야. 난 이게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아무말도 꺼내지 않았어. 그날 밤, 아내는 욕실문을 걸어 잠그고 몇시간 동안이나 나오지 않았어. 문 너머로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어.

몇년이 지나고, 아내는 우리 아들을 집에서 가르치기로 헸어. 그녀는 교사였으니까 난 말리지 않았지. "다른 애들이 괴롭힐 수도 있잖아" 우리가 서로 다른 교육관으로 부딪혔을 때 그녀가 한 말이야. "난 그애한테 뭐가 제일 좋은 선택인지 알아"

우리 아들에게는 친구가 없었어. 난 아내가 아이를 조금 과보호했다고 생각해. 그애는 오직 우리랑만 어울렸거든.

그애는 외아들이야 나랑 내 아내는 체외수정으로 힘들게 아이를 가졌지. 수개월 동안 고문같은 시술을 받은 끝에 겨우겨우 임신에 성공했어. 그리고 9개월 만에 아이가 태어난 거야.

사실 그애가 특별한 건, 메아리가 없다는 점만은 아냐. 어느날 밤, 아이와 읽기 수업을 할 때였어. 내가 벽에 대고 손그림자로 이런 저런 동물을 만들어줬거든. 이때도 내아들은 엄청 좋아하면서 날 따라하려고 했어. 난 아이를 도와 그애 손으로 뿔달린 사슴을 만들었지. 그리고 램프의 빛을 비춘 순간, 숨이 막혔어.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았거든. 내 아들은 그림자가 없었어. 이건 말이 안돼.

난 욕실의 문을 두드렸어. 내가 알게 된 걸 아내에게 말해주려고 했지. 그녀는 또 거기에 혼자 있었어. 지난 몇년동안 그녀는 매일밤 그곳에서 울고, 또 울었지. 그런데 그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거야. 나는 그녀를 부르면서 괜찮냐고 물었어. 대답이 없었어. 결국 드라이버를 가져올 수 밖에 없었지. 몇분 간의 씨름이 끝나고 잠겼던 문이 끝내 열렸어.

내가 제일 처음 본 건, 욕조 속에 누워있는 아내야. 그리고 그녀에게서 흘러나왔을 피로 새빨갛게 물든 물. 그 다음이 그녀 옆에 놓인 작은 메모.

"나의 남편에게, 날 용서해줘. 더 이상 거짓말을 하며 살 수가 없어. 우리 아들은 죽었어. 그애가 두살 때 암으로 죽었잖아. 의사는 내게 당신이 나름의 방법으로 상실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어. 그리고 곧 끝날 거라고. 하지만 끝나지 않았어. 당신은 아직도 그애가 살아있다고 믿고 있잖아. 매일 그애가 우리와 함께 있는 척 할 때마다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아. 더 이상 이렇게 살 수가 없어. 미안해"